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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토크

신동엽 그의 20년

by 신사임당 2012. 7. 16.

재간둥이 방송인, 색드립의 달인 신동엽씨와의 만남입니다.
 방송과 달리 일상에서 만난 신동엽씨는 어찌나 젠틀하고 진지하신 분이던지... 물론 친한 친구 사이에선 또 다르시겠지만 전혀 ‘화면속의 신동엽’ 이미지를 상상할 수 없는 그런 진중한 분이었습니다. 말도 사근사근, 나긋나긋, 그렇지만 작은 소리인데도 귀에 쏙쏙 들어오게 말씀하시더라구요. 신동엽씨와의 대화를 풀어놓습니다.

 

 

 *색드립의 달인, 19금 개그의 대가로 불리시잖아요.
 =딱히 요즘 더 한다거나 하는건 없는데 예전에 했던 것들이 다양한 채널을 통해 유통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스마트폰 카카오톡으로 짤방이라고 하나요, 예전 방송 동영상을 더 보게 되고, 수년전의 자료들도 모아놓고 하니까 사람들에게 환기되는 것 같아요. 많이 회자된 대표적인게 그거잖아요. 이승철씨네 집에 가서 소녀시대 태연하고 이야기하다가 태연이 “제가 엄마 뱃속에 있을 때 일이네요”라고 대답한 게 있었는데 대충 나이와 시간을 따져보니 태연씨가 말한 것보다는 더 오래된 일이라 제가 “그땐 엄마쪽이 아니라 아빠쪽”이라고 한거예요. 재미있으라고 한건데 아직까지 활발히 돌아다니고 있더라고요.

 

 *누구든 어설프게 하면 논란의 대상이 되기 일쑤인데 이 분야에선 우리나라에서 독보적이고 탁월하세요.
 =글쎄요. 저보다 야한 생각 하는 사람이 훨씬 많을텐데, 제가 진짜 야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 아닐까요. (웃음). 무엇보다 선을 넘지 않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간당간당한 줄타기를 하며 표현의 한계까지 가더라도 뭔가를 넘어가지 않는, 그런 표현 때문에 안 미워하시는 것 같은데요.

 

 

 

 

 *대놓고 하시는 것도 아니고 듣고 나면 2초후에 빵 터지는 식이잖아요.
 =누구나 할 수 있는 생각들이잖아요. 그러니까 듣다보면 공감하시는거고. 전혀 엉뚱하거나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니라 듣다보면 그럴법도 하다 싶은 내용인거죠. 그런것을 좀 독특한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이고요.
 
 *우리 대중문화가 성적인 코드를 어떻게 건강하게 다뤄야할까요.
 =예전부터 솔직하고 자연스러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많이 했어요. 어릴 때 그런 기억이 있을거예요.  온가족이 모여서 주말의 명화 보다가 뽀뽀하는 장면이 나오면 아이들보고 들어가라, 자라, 이런 어색한 분위기 있잖아요. 저도 기억이 나거든요. 형 누나 부모님과 보고 있는데 뽀뽀하는 장면이 나올 때 내가 어떤 표정을 짓고 어떤 말을 해야 하나 하는 고민을 했던 기억이 나요. 졸리지도 않으면서 졸린척하고 신문의 편성표를 뒤적이며 다른데 뭐하나 살피는 식이었죠. 다른 가족이 민망해할까봐 민망해하지 말라고 배려해서 그런것 같기도 하고. 어쨌든 그런 기억들이 있을거예요. 그런데 요즘은 그정도가 아니라 상상도 못할 많은 것들을 접하잖아요. 부모보다 오히려 아이들이 더 쉽게 접하는 환경이기도 하고요. 이럴수록 쉬쉬하고 감춰서 뭔가 이상한 느낌을 갖게 하는 것보다는 오히려 어른들이 건강하고 자연스럽게 대해야 한다고 봐요. 걱정하고 감춘다고 해서 아이들이 덜 엇나가는 것도 아니고 터놓고 이야기한다고 해서 안좋은 일을 부추기는 건 아니잖아요. 공개적이면서 건전하게, 터놓고 이야기하는 문화가 형성되어야 한다고 봐요. 자연스러운 것이 그래서 가장 중요하지요. 받아들이는 대중도 예전에 비해서는 여유가 생겼어요.

 

 

1992년 데뷔 초기 당시 사진.. 김건모 김원준과 함께

 

 

 

*20년 넘게 방송생활을 해오셨는데 변하지 않은게 있다면요.
 =남을 웃기는 것을 좋아한다는 거죠. 여전히 웃음이 많고 웃기는 것도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아이러니하게도 남을 웃기는 사람들 중 자신이 안 웃는, 웃음이 별로 없는 사람들도 꽤 많아요.

 

 

콩트의 대가 답죠...

 

 

 

*변한건요.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없어졌어요. 예전엔 모든게, 프로그램이 사랑받고 돈벌고 인기있고 하는 모든 삶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모든게 경이롭고 신기하고 감사하고 그렇죠. 철인 든 것 같아요.

 

*사업 등 어려움이 많았는데 요즘 제 2의 전성기라는 이야기를 많이 해요. 그런 말들으면 어떠신가요?
 =저는 좀 다른 생각을 해요. 전성기인지 어떤지는 모르겠어요. 그저 모든 사람이 그렇듯 부침이 있잖아요. 잘될 때도 있고 안될 때도 있고. 개인적으로 여러가지 상황과 사건들이 있긴 했는데 지금 그렇게 말씀 하신다면 칭찬해 주시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어요. 칭찬하면 그런대로 감사하고 열심히하고, 실망스럽다는 평가를 받으면 거기에 자극받아 노력하고, 그렇게 재미를 드리기 위해 노력하며 사는거죠. 예전엔 어떤 반응이나 결과에 휘둘렸는데 지금은 왔다갔다하거나 스트레스 받지 않아요. 그래서 행복하고 나 자신이 만족스럽다는 생각이 들어요.
 예전엔 안풀리거나 힘들거나 할 때 스트레스 많이 받았거든요. 시청률 때문에 목숨걸고 달라들고 그것 확인하느라 잠도 못자고 그렇게 살았는데 그런다고 달라지는건 없더라구요. 할 때, 현장에서 내가 얼마나 열심히 하는가가 중요하지 결과물을 체크하고 매달리는 건 의미가 없어요.
 더불어 같이 잘되는게 중요하고요. 우리 예능시장이 전체적으로 더 잘되고 커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죠.

 

 *사업실패 등 어려움이 약이 됐던 거네요.
 =그렇죠. 제가 사람을 굉장히 잘 보는 편인데 어려움을 겪을 때 주위 사람들이 왜 그렇게 사람을 못 보냐고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어요. 가만히 생각해보니 내가 사람의 장점을 굉장히 잘 봐요. 대신 단점을 안보려고 하는 거죠. 이건 방송인으로선 아주 좋은 조건인데 비즈니스 하기엔 최악인거죠. 그렇지만 제 성격의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면이라고 생각해요. 단점이 있는 사람은 그 단점을 통해서 내가 또 배울 게 있거든요. 덕분에 더 어른스러워질 수도 있고요.

 

 *결혼 후에 힘든 일을 많이 겪게 되셨는데, 가정의 소중함을 많이 느낀 시간이었을 것 같아요. 
 =아마 가정이 없었더라면 내가 어떻게 버텼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정말 큰 힘이 되고 울타리가 됐죠. 제가 분노에 휩싸여 자극적인 생각을 많이 하고 있었던 때였기 때문에 결혼하지 않고 혼자였다면 굉장히 피폐한 삶을 살았을것 같아요. 누군가를 미워하고 그렇게 속으로 화를 갖고 있으면 사람이 굉장히 이상해지거든요.
 그런데 어쨌든 시간을 지내고 나서 보니 잘되는 때든 그렇지 않은 때든 다 그 상황에서 얻는 소중함이 있어요. 인생이 다 그렇거든요.

 

 

헤이헤이헤이... 다시 보고 싶네요.. 그의 재능을 여실히 드러낸 예능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수많은 프로그램을 하셨는데 <동물농장> 같은 프로그램은 굉장히 결이 다르거든요. 개인적으로도 특별할 것 같은데요 .
 =정말 그래요. 그 프로그램을 12년째 하고 있으니까 가장 오래 해온 프로그램이기도 하죠. 처음에 섭외가 왔을 땐 좀 의아했거든요. 그전엔 주로 러브하우스같은 일요일 저녁 예능을 주로 했는데 이건 교양프로그램이기도 하니까요. 그런데 내용을 보면서 정말 배우는 점도 많고 나 자신에게 큰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동물들의 세계와 삶을 통해 사람을 투영해보고 내 자신을 비춰보고, 정말 치유가 되고 감정이입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이러저러한 일로 중간에 방송을 그만두거나 쉴때도 동물농장은 쉬지 않고 계속 했어요. 내 인생을, 삶을 윤택하게 해준다는 생각이 들어 끈을 놓을 수 없더라고요.

 

 

 

 

 *콩트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셨는데, 사실 요즘 방송가에서 콩트물은 별로 없어요.
 =제가 어떻게 하고 싶다고 되는건 아니고 제작진들이 어떻게 마음먹는지가 중요한 문제예요. 콩트는 정말 품이 많이 들고 어렵고 히든 작업이에요. 제작진 입장에서 보면 투자 대비 효과가 떨어지는 작업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콩트를 많이 할 그럴 환경이 되면 좋죠. 그렇지만 그런 딜레마가 있다는 건 좀 안타까워요.
 
 *유희열씨와 고교 선후배인에 두분다 색드립에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분들이잖아요. 두분이 힘을 합해 본격 성인개그쇼를 만들면 좋을 텐데.
 =술자리에서나 사적으로 만날 때 그런 이야기 한 적 있죠. 언젠가 할 수 있다면 좋겠죠. 그런데 현실화되는 것은 철저히 피디와 작가 등 제작진의 몫이니까요. 그런 기회가 된다면 좋을 것 같아요.

 

 

 

 

 

 *대중들이 신동엽의 무엇을 원한다고 생각하세요?
 =유치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나만의 색깔이겠죠. 트렌드가 바뀌고 뭔가가 대세라고 해서 제가 그것을 마구 따라갈 수는 없어요. 전 성대도 약하고 에너제틱하지 않은 스타일이에요. 조근조근 말하는 스타일이고 성량도 작은데 특유의 능글맞고 능청스러움 이런 부분에서는 나만의 색깔이 있다고 생각해요. 뭔가를 말 해놓고도 마치 내 의도는 그게 아니었다는 듯 뻔뻔하고 천연덕스럽게 하는 그런 모습을 시청자들이 좋아하신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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