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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토크

투애니원 그들을 만나다

by 신사임당 2011. 8. 9.
지난 1일 서울 합정동 YG엔터테인먼트에서 투애니원을 만났습니다.
 
가수들 인터뷰치고는 이른 시간인 오전 10시30분. 지금까지 보통 대부분의 가수들은 인기여부와 데뷔시기 여하에 상관없이 무조건 오후 2시 이후였습니다.
음악하는 사람들의 특징인지 모르겠지만 밤에 주로 활동하고 새벽에 잠자리에 들기 때문에 오전은 주로 잠자는 시간들인 경우가 많더군요. 이 때문에 1시에 인터뷰하는 것도 힘겨워하는 가수들이 많습니다. 전에 빅뱅을 만났을 때는 2시 인터뷰였는데 다들 지금 막 일어나서 왔다며 살짝 잠에서 덜 깬 듯한 표정을 한 멤버도 있었지요.
 

어쨌든... 투애니원은 꼭두새벽이랄 수 있는 10시30분에 풀 메이크업을 한 상태로 쌩쌩하게 와 있었습니다. 화면에서 보이던 세고 거칠어보이던 이미지와 달리 수더분하고 얌전하고 다소곳하더군요.
 

바로 앞에 앉은 다라, 씨엘이 사인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 음반 속지에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들어갔는데 누가 누군지 몰라서 물어봤더니 다라양이 일일이 설명해주고 있었습니다. 옆에 사진 잘렸습니다.ㅠㅠ


산다라박 씨엘 박봄 공민지 이렇게 나란히 앉은 이들은 마주보고 인터뷰하는게 멋적은지, 연신 쑥스러워하는 듯한 웃음을 지어보였습니다. 어색한 분위기를 깨겠다며 이 친구들에게 썰렁한 농담 하나를 날렸습니다.
 
“이번 곡 중에서 헤이트유 표절이라는 얘기 못들어봤어요?”

 
순간 “네????” 하며 되묻는 멤버들의 놀란 표정. 저도 순간 깜놀했습니다. 하도 놀란 표정을 짓길래....

 
“아니, 그게 아니고.... 가사가 워낙 공감돼서 수많은 여성들의 마음을 표절했다는...”

 
네. 민망했습니다. 재미있어보자고 날린 농담인데 순진한 어린 친구들 기함하게 만들었습니다. 이 친구들 그제서야 웃으면서 “아유, 참...놀랬어요” 이러더군요.
속으로 얼마나 어이없고, 한대 쥐어박고 싶었을까요.

인터뷰는 한시간 정도 이뤄졌습니다. 자신들의 음악에 대한 자부심과 자신감이 넘쳐났습니다. 무대에서 보여지는 폭발적인 카리스마와 에너지에 대해 이들은 “무대 아래서 죽을 힘을 다해 연습하기 때문”이라고 말하더군요. 

 

아래는 기사에 들어가지 않은 내용입니다.



-다른 아이돌그룹과 달리 방송에 이리저리 얼굴을 내미는 대신 곡작업에 전력을 기울인다.
 
“한번을 무대에 서더라도 퀄리티 있는 무대를 보여주고 싶다. 준비됐을 때, 제대로 된 것만 보여드리려고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방송이 멀어진 것 같다. 론리를 무대에서 안 보여드린 이유는 보여지는 것 보다 듣기만 할 때 더 좋은 곡이라는 생각에서였다”
 

-무도, 나가수 등 예능프로그램에서 쏟아지는 음원 때문에 가수들이 통상적으로 내놓는 음원들이 설자리가 없지 않나.
 
“사실 다른 분야 아닌가?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음악을 내는 것은 그것대로 소비되고 사랑받는 것이라면, 앨범을 내는 가수들은 이대로 소비되고 사랑받는 음악 아닌가 싶다”
 

-‘내가 제일 잘 나가’는 이유를 알고 싶다.
 
“무대에 섰을 때는 그런 것 같다. 항상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하고 좋은 음악을 전하려하는데 그것을 받아들여주시는 것 같다. 우리들 스스로 변화에 대한 노력을 계속해 왔다.”


-이번 음반에 발표한 곡 중 어떤 스타일이 투애니원과 가장 맞았나?

 
“'어글리'는 듣기도 좋고 가사가 공감돼서 좋았다. 무대에서 신나게 아무 생각없이 재미있게 놀 수 있었던 것은 ‘내가 제일 잘나가’였다.”


-이번에 윌아이엠과 작업을 함께 하기도 했는데 테디와 어떻게 달랐나.

 
“테디는 우리를 표현해준다. 우리를 통해 많은 것을 실험하고 서로를 잘 알기 때문에 맞춤옷을 입는 느낌이다. 반면 윌아이엠과 작업할 때는 그의 곡을 우리가 소화한다는 느낌이 강했다. 물론 우리를 잘 모르기도 하니까. 음악은 같이 하는 재미라는게 있는데 윌아이엠과 작업할 때는 같이하는 재미의 느낌은 좀 덜 했다”


-올림픽홀 선택이 의외였다. 콘서트 규모 욕심을 낼만할텐데.

 
“데뷔할 때부터 목표가 뭐였냐면 콘서트하는 거였다. 우리도 욕심을 내고 싶었는데 약간 걱정도 있었던 것 같다. 티켓오픈 전이라 자신없는 면도 있고 안오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도 있었다.”


-반주는 MR? 혹은 라이브로?

 
“우리 음악이 대부분 일렉트로닉이라 밴드와는 맞지 않다. 대신 디제이가 있다.”


-립싱크로 소화하는 것도 있나?

 
“공연에서 립싱크하려면 왜 공연하나? 그 의미가 없는 것 같은데”


-해외 팬들이 많아졌다.
 

“윌아이엠도 말하더라. 남미나 중동에서 공연할 때 본인의 공연에 투애니원 플래카드가 있더라고. 공연장이나 방송무대에 설 때 히잡을 쓴 분들도 와 계신것을 보면서 많이 놀랐다.”
 

-스타이지만 개인의 삶에서 희생된 부분도 많을텐데.
 
박봄 “박탈당한 것은 자유, 얻은 것은 인기?”

민지 “학교에서 수련회가고 친구들과 모여서 함께 하는 추억거리를 갖지 못한 것. 그렇지만 이 생활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은 행복하다”
씨엘 “저번 앨범 끝내고 이번 앨범 시작하기 전까지 데뷔후 처음 쉬었다. 연습생때부터 너무 오랜시간동안 가수생활에만 몰두해오다보니 막상 쉴 때 할 일이 없더라. 채린의 모습을 많이 잃었고 씨엘의 모습만 남아 있는 것 같아 아쉬운데 앞으로 내가 밸런스를 찾아야 할 과제인 것 같다”
산다라박 “며칠 전 홍대앞에 차를 타고 간 적 있었다. 주말이라 엄청 많이 나와 있더라. 차 밖으로 나갈 수도 없고 자유롭게 걸을 수도 없고 이렇게 힘들면서도 버티고 있는 것 보면 워낙 내가 이 일을 좋아하긴 좋아하나보다. 남자친구도 못 사귀고. 연애금지기간이 내년 5월까지인데 그 기간이 끝나면 좋은 남자친구를 만날 수 있을거라 믿는다. 헐, 믿어도 될까”


제 무덤을 팠습니다. 저 어정쩡하고 민망한 표정.. 그래도 투애니원과 인증샷남긴다는 욕심에...ㅠㅠ

 

씨엘이 팀의 리더여서 그런지 질문의 대부분을 씨엘이 답했습니다. 다른 친구들 목소리도 들어보고 싶어서 질문을 던졌더니 다라양이 대답하더군요. 씨엘은 음악적인 부분과 패션을 담당하고 자신은 재미 담당, 봄은 신비주의 담당이라고. 공민지양에게 뭘 담당하냐고 물었더니 “남는 것”한답니다.

산다라박이 자신이 팀에서 맡은게 또 하나 있다고 했습니다. 어쿠스틱. 일명 별명이 산쿠스틱이랍니다. 5월부터 기타연주 연습을 시작했다며 콘서트에서 보여드리고 싶다네요.
자신 있냐고 물었더니 특유의 미간을 살짝 찡그리고 양손 집게손가락을 톡톡 두들겨대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는데... 정말 인간의 탈을 쓰고 저리 귀여워도 되는건지 깨물어주고 싶다는 충동에 사로잡혔습니다. 언뜻 떠오른 단어는 다람쥐였지만 그의 귀여움을 표현하기엔 역부족입니다.
 

박봄양은 생각보다 무척이나 말랐습니다. 다이어트 검색어에 항상 떠오르기에 “이렇게 말랐는데 왜 그렇게 다이어트를 심하게 하느냐”고 했더니 “인터넷에 맨날 살쪘다는 기사가 뜬다”면서 “제발 그런 기사 안써주셨으면 좋겠다”고 토로하더군요.
얼마나 스트레스와 정신적 고통이 심했을까 싶었습니다. 아무 생각없이 던지는 가십과 뒷담화에 매순간 노출되고 칼질을 당하는 그들의 삶은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에 지나치게 버거워 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