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은의 잼있게 살기
변호사. 좋은 직업이죠.
선망과 부러움의 대상, 그리고 존경받는 일도 많았던. 변호사라는 직업은 요즘 드라마마다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습니다. 예전에 드라마에서 등장했던 변호사는 주된 캐릭터는 아니었습니다. 재벌회장님 곁에서 유언장을 전해주거나 하는 정도, 아니면 그냥 구색맞추기 정도였습니다. 변호사가 등장해도 변호사를 중심으로 얽히는 특수층의 애정관계에만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의사고 변호사고 사업가이지만 진료와 변론과 사업은 하지 않고 사랑만하는 그렇고그런 드라마들이 많이 양산됐습니다. 지금도 그렇고요.


직업으로서의 변호사가 조명됐던 것은 90년대 초반 <박봉숙 변호사>였습니다. 고두심씨가 타이틀롤을 맡았던 드라마였지요.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법률사건과 그 해결책을 찾아나가는 법정드라마를 표방했던 작품이었습니다. 그러나 허점과 실망을 많이 줬습니다. 장소는 법정이지만 허술한 사건전개와 엉성한 구성, 리얼리티도 없고 소재만 자극적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후 <애드버킷>은 나름 법조인의 세계를 전문적으로 조명하려는 노력이 돋보이면서 젊은 층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이후에도 변호사를 직접적으로 다룬 드라마는 <변호사들> <로펌>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 <파트너> 등에 이르기까지 이어졌습니다. 악역도 있었지만 대체로 이들 드라마에서 변호사는 억울함을 풀어주고 정의를 구현하는데 노력을 아끼지 않는 캐릭터로 등장하면서 시청자들에게 통쾌함과 대리만족을 느끼게 했습니다. 물론 치열한 경쟁 안에서 사랑도 그려지긴 합니다. 법정을 중심으로 다양하고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를 엮어가기 때문에 드라마적인 재미도 쏠쏠합니다.


변호사들/추상미



최근에는 법정드라마가 아님에도 변호사가 주된 캐릭터로 등장하는 드라마들이 있습니다. 최근 종영한 싸인을 비롯해, 마이더스, 로열패밀리 등에서 변호사들이 주요 배역으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과거의 정형화된 이미지에서 권력자, 재벌의 뒤치다꺼리를 해주고 자본의 논리에 따라 충실하게 움직이는 역할로 바뀌었다는 겁니다. 이는 최근 미디어를 통해 볼 수 있는 변호사의 모습과도 크게 다르지 않아 더 씁쓸합니다. 찜질방이나 식당 등 장삼이사들이 모이는 곳에서 함께 TV를 보다보면 요즘은 변호사들이 저런 일까지 하느냐고 놀라는 분들을 볼 때가 종종 있습니다. 법정에서 싸우며 약자를 변론하거나 혹은 그 반대에서 대기업의 범죄를 옹호하는 식의 이미지로 변호사를 어렴풋이 접했을 그분들의 입장에선 권력자들이 저질러 놓은 일을 뒷수습하고 그들의 코를 닦아주는 휴지같은 역할을 하는 변호사의 모습이 꽤나 낯설게 느껴졌나봅니다.



지배하는 자의 논리가 곧 법이자 정의라고 인식되는 세상에서 법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고 누구의 편인지, 이제 드라마 속에서도 그런 세상은 꿈꾸는 것이 힘들게 된 것인지 우울하고 서글퍼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