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독설의 시대가 왔나봅니다. 몇년전 강마에를 위시해 김구라, 유세윤 등 대중문화를 통해 독설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매김한 적이 있었습니다. 단순 무식하게 윽박지르고 자극하는 말을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현실의 문제점을 꼬집어 주면서 누구나 느끼지만 하기 힘든말을 속시원히 풀어내는 것으로 대중들의 환호를 샀습니다.
최근에 다시 독설가가 대중들에게 환호를 받는 것은 넘쳐나고 있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서입니다. 지난해 남자의 자격, 현재 방송중인 위대한탄생, 오페라스타, 신입사원 등등 다양한 오디션 프로그램이 회차를 거듭할수록 누가 무슨 독설을 퍼부었는지에 대중들의 촉각이 곤두서있고 독설가들이 대중적 스타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촬영 김창길 기자
현재 멘티들에게 가혹한 독설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두분이 우선 생각납니다. 두분의 방씨성을 가진 분. 작곡가 방시혁씨와 아나운서 방현주씨네요.
위대한 탄생과 신입사원에서 독설가의 면모를 보여주고 계신 두분은 대상에 대해 정확하고 날카롭게 단점을 지적하고 개선점을 진단해냅니다. 혹독하지만 후련한 이들의 독설에 시청자들은 카리스마와 매력을 느끼면서 환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대중문화 섹터에서 독설이 본격적으로 대중의 환호를 샀던 것은 3년 전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의 주인공 강마에가 아니었을까요?
똥덩어리, 너희들은 개야, 구제불능, 쓰레기 등등 그전까지 듣도보도 못한 엽기적인 독한 말들을 쏟아내며 상대의 눈물을 쏙 빼놓고 자존심을 짓밟아 놨지만 그의 독설은 심해질수록, 시간이 갈수록 대중들의 열광적인 지지와 성원을 얻어냈습니다. 강마에 어록시리즈가 나올 정도였고 수많은 프로그램을 통해 패러디되기도 했습니다. 그전까지 대중들이 그처럼 독설에 열광했던 적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였지요.
그의 독설은 막연한 환상으로 현실을 비켜가는 대신 냉정한 현실을 직시하며 상대가 이를 악물게 했습니다. 아프지만 맞는 이야기였습니다. 당장은 아프지만 이겨낼 수 있는 의지와 노력을 심어주면서 독설 신드롬을 불러일으켰죠. 명분없는 인격모독이 아니라 누구도 하지 못할 독설로 밉지만 사랑스러운 감정을 복합적으로 느끼게 만들었습니다.
이같은 분위기를 탔을까요. 독설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며 비호감의 대표연예인이던 김구라씨가 호감연예인으로 바뀌면서 대중적으로 공감과 지지를 얻기 시작했고 <개그콘서트>에 황비호가 등장하면서 아예 대놓고 상대를 앞에 앉혀 놓은 채 도마에 올려 희화화시켰습니다.
지난해 큰 인기를 얻었던 <남자의 자격>에 합창단을 트레이닝 했던 박칼린씨는 애정어린 독설로 주목받으며 대중스타로 급부상했습니다. 이후 앞서 언급했던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화제를 모으면서 도전자들의 명암을 결정하는 심사위원들의 독설에 대중들은 민감하게 반응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독설이라도 다 같은 독설은 아닙니다. 악성댓글, 비방처럼 논리나 근거없는 독설은 혐오감만 줍니다. 또 독설은 상대를 ‘위한’ 쓴소리 일 때 상대를 움직이며, 독설을 내뱉는 자신 역시 망가지지 않을 수 있는 길일겝니다.
자기보호, 자기도취에 빠져 나오는대로, 떠오르는대로 막 지껄이는 거라면 그 순간은 몹시 즐겁고 쾌감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상대의 약점과 헛점을 공격하고 찌르는 일은 쉽게 찰나적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강한 유혹입니다. 대중들 역시 얄팍한 사심을 통해 내뱉는 독설은 철저하게 가려낼 안목을 갖고 있습니다.
독설가라도 같은 독설가는 아닙니다. 막말을 내뱉는 사람으로 치부되는 독설가인지, 아니면 옳지 않은 일에 분노하고 경종을 울리는 무기로 독설을 사용하는 독설가인지는 금방 판가름나게 마련입니다.
역사적으로 독설가로 불리던 사람들은 작가, 정치인들이 많았습니다. 마크 트웨인, 버나드 쇼, 오스카 와일드는 유명한 독설가였습니다.
마크 트웨인은 19세기 당시 미국 의회를 ‘미국 본토박이 범죄집단의 소굴’이라고 악담을 퍼부은 적이 있었죠. 어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똑같은지 모를 일입니다. 버나드 쇼의 독설 일화는 거론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데 그의 독설 역시 대중들의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사이먼 코웰은 아메리칸 아이돌의 독설가로 유명세를 떨쳤죠. 현재 방송되고 있는 오디션 프로그램 독설가들의 롤모델로 비교되기도 하구요.
국내에선 정치인들, 논객들이 생각납니다. 정치인중에선 전여옥, 유시민 의원, 학자·논객중에선 김용옥, 강준만, 진중권 이런 분들이 언뜻 떠오르네요. 촌철살인의 독설로 사람들의 마음을 시원하게 꼬집어 준 분들도 있고 ‘공해’ 수준의 막말로 스트레스만 팍팍 주는 사람도 있었는데 그건 알아서들 판단하시리라 생각합니다.
또 언뜻 떠오르는 생각. 보통 독설이 각광을 받던 건 언론매체가 제 기능을 못하는 억눌린 사회 분위기가 팽배할 때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2008년부터 대중문화 영역을 중심으로 독설이 각광받기 시작한 것은 우연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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