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TV토크

오버도 이런 오버가 없네요...

by 신사임당 2011. 3. 24.
뜨거운 논란을 일으켜온 MBC 예능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가 결국 김영희 PD 교체로 이어졌다. 22일 오후만 해도 김PD는 잘못을 인정하며 “최고의 무대로 보답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23일 오전 급작스럽게 그의 교체가 결정됐다.
 그런데 그 이유가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MBC가 이날 오전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한 번의 예외는 두 번, 세 번의 예외로 이어질 수 있고, 결국 사회를 지탱하는 근간인 ‘원칙’을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조치를 취하게 됐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공정사회 원칙에 위배됐기 때문이라는 말이다. ‘오버’도 이런 오버가 없다.



 물론 이 프로그램 제작진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지난 20일 방송분에서 탈락자로 선정된 가수 김건모에게 재도전의 기회를 주면서 시청자들의 반발을 샀고, 청중평가단의 결정을 무색케 했다. 유명 가수라도 청중평가단의 엄정한 심사를 통해 탈락할 수 있다는 원칙 때문에 이 프로그램에 관심을 가졌던 시청자들의 분노와 배신감은 그래서 더 납득되고 공감된다. 그러나 시청자들의 요구는 제작진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이를 거울삼아 좀더 재미있고 유익한 프로그램을 만들어달라는 것이 아니었을까. 그런데도 MBC는 ‘사회의 원칙’ 운운하며 제작현장을 진두지휘하던 PD를 순식간에 갈아치웠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면 방송심의위원회를 통해 의견청취를 거쳐 ‘연출정지 명령’을 내릴 수 있는 민주적 제도가 있는데도 말이다.
 얼마전 MBC는 공정한 보도로 온갖 언론상과 시민사회가 주는 상을 휩쓴 <PD수첩>의 최승호 PD를 전격 교체하여 방송사 안팎의 큰 반발을 샀다. “너무 오래 같은 프로그램을 만든 PD에게 휴식을 주기 위해서”라는 군색한 이유였다.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근간이 ‘원칙’이라고 얘기하면서, 이 정권의 불공정성을 비판해온
<PD수첩>을 무력화한 MBC의 ‘원칙’은 무엇일까. 재미있게 즐기자고 만든 예능 프로그램의 ‘실수’에 원칙을 들이댄 MBC가, 우리 사회의 부조리와 특혜를 파헤치는데도 엄격한 ‘원칙’을 지켜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