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음대교수가 제자 폭행논란으로 물의를 빚은 사건이 최근 며칠간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습니다. 연일 검색어에 오르고 추가 논란과 관련자료가 불거져 나오면서 커질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요. 이 교수가 출연하고 있던 한 예능프로그램도 동시에 검색어에 올랐습니다. 제작진은 초기엔 신중한 입장을 보이다가 해당 교수가 직위해제되고 사태가 커지면서 하차시킨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연예인이 아닌 게스트나 고정패널 형태로 출연하는 전문가들의 이같은 불명예 하차는 잦은 사례가 아니지만 연예인의 경우는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폭행, 음주운전, 병역비리, 사기, 마약 등 각종 사건으로 사회적 물의를 빚으면서 프로그램에서 하차한 사례가 최근까지도 적지 않았습니다. 경향신문 20일자 보도내용
방송이라는 컨텐츠에서 출연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절대적입니다. 드라마, 예능, 시사교양 할 것 없이 특정인이 출연해 불특정 다수를 상대하는 방송에서 출연자들의 들고 남은 방송제작진 입장에서 가장 큰 숙제이자 스트레스가 되긴 합니다.
출연자의 갑작스러운 개인사정이나 사고처럼 피치못할 경우도 그렇겠지만 사회적 문제로 번지고 파장이 커지면서 ‘강퇴‘되는 경우라면 그 난감함의 강도는 훨씬 커집니다.
이번 음대교수 사건처럼 예능프로그램이라면 녹화분을 삭제하고 다른 출연자를 섭외하면 되겠지만 감자의 썩은 부분 잘라내듯 간단한 일은 아닙니다. 새로 섭외해 꾸려지는 출연자에 맞춰 전 출연진이 별도로 스케줄을 맞춰 녹화해야 합니다. 물론 여기에는 생업으로 바쁜 일반인들 뿐아니라 분초단위로 스케줄이 꾸려지는 연예인들도 포함됩니다.
방송을 재촬영할 수 없는 경우엔 편집을 통해 임시방편을 찾기도 합니다. 병역비리 혐의를 받고 있는 MC몽이 출연했던 1박2일의 경우 몇회에 걸쳐 MC몽이 등장한 부분을 편집해 내보냈고 도박으로 물의를 빚은 신정환이 공동 MC를 맡은 라디오스타는 시청자들이 봤을 때 맨 왼쪽에 앉은 신정환의 화면을 잘라내면서 궁여지책으로 방송을 내보냈습니다. 얼마전에도 라디오스타에서는 다소 기형적인 형태의 토크쇼가 방송됐습니다. 폭행혐의가 불거졌던 배우 전태수가 시트콤 몽땅 내사랑 출연자들과 함께 라디오스타에 나왔지만 간간이 게스트 4명을 전체적으로 잡은 풀샷에서 말없이 웃고 있는 전태수의 모습만 나올 뿐, 그의 목소리는 전혀 들을 수 없었습니다. 시트콤에서도 하차할 수 밖에 없었지요.
십수년전에 이승연씨가 진행하던 세이세이세이라는 토크쇼 프로그램은 이씨가 운전면허부당취득으로 문제를 일으키면서 MC가 김혜수씨로 바뀌었고, 그러면서 제목도 김혜수의 플러스유로 바뀌었던 적이 있습니다.
드라마의 경우는 교체나 편집조차 힘들기 때문에 급하게 대본을 수정해 사망, 출장, 전출 등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지난해 최철호씨의 경우는 여론이 악화되면서 자진하차했습니다. 당초엔 많은 활약이 예정돼 있었지만 급히 현행범으로 붙잡혀 귀양가는 것으로 처리됐죠.
어쨌든 순항중인 프로그램에서 이같은 외부적 요인으로 출연자를 교체한다는 것은 제작진 입장에서 상당한 부담입니다. 구설수가 생기면서 그대로 안고 갈수도, 교체하기도 난감한 상황에 종종 처할 때가 많다는 거죠. 당초 1박2일 제작진은 MC몽의 병역의혹이 불거지자 수사결과가 발표되고 처분이 나올 때까지는 무죄추정원칙에 입각해 안고가겠다는 입장이었지만 극심한 여론의 반발에 등떠밀리는 형국이 됐습니다.
한 예능프로그램 피디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우리 프로그램에 출연하던 연예인이었는데 소문이 계속 들리는거예요. 평소에도 술만 먹으면 욱하는 성격이 있어서 말도 많이 듣고 그랬기 때문에 한동안 잠잠한가 싶었거든요. 나름 신경도 써주면서 속으로 비는 거죠. 연말까지만 잘 넘어가라. 그때까지만 사고치지 말라고”.
또 다른 피디는 "그래도 평소에 일종의 '경보'가 따라다니는 연예인들은 그나마 낫다. 외부전문가나 유명인이라고 해서 모셨는데 알고보니 어이없는 일로 놀래키는 경우도 있다. 평판이나 다른 언론 보도를 보고 선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불미한 일이 생기고 나면 배신감마저 든다. 외부적으로 공개되지 않는다면 자연 하차할 때까지 쉬쉬하는 경우도 꽤 있다"고 하더군요. 이번 서울대 음대 교수 사건처럼 외부적으로 명망있다고 생각하고 게스트로 초빙했는데 폭행, 금품수수 등 온갖 불미스러운 일들이 줄줄이 터져나오는 경우라면 당연히 하차가 결정되겠지요. sbs의 한 관계자는 완전히 뒤통수 맞은 기분이었다는 말로 상황을 표현하기도 했는데요...한동안 ***에 나왔던 이라는 식으로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것도 제작진 입장에선 부담이 되리라는 것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자격도 안되는 사람을 끌어내 스타로 띄워주면서 파렴치한 행태를 덮어줬다는 껄끄러움일 수도 있을테지요.
한 제작사의 관계자로부터는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프로그램 런칭때나 인터뷰 찍을 때 연예인들이 찡그리거나 일그러진 표정을 순간포착해서 반드시 찍으려고 노력해요. 나중에 문제 일으키면 그때 얼굴보기도 힘든데 그림 필요하거든요.”
이 말을 들으니 살짝 섬찟하기도 했습니다. 잠재적 사고 유발자로 보고 미리 대비를 한다는 것이니 출연자들 입장에선 기분이 상당히 거시기할 듯 합니다.
어쨌거나 인간인 이상 완벽할 수도 없고 실수도 누구나 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하지만 그 이후가 어떤가는 개개인에 따라 큰 차이가 나타납니다. 진정성을 담아 진심으로 속죄하고 반성하며 돌이킨다면 대중들도 그 진정성을 알아주고 다시 너그럽게 받아들여줍니다. 그렇지만 곧 밝혀질 뻔한 일을 앞에두고 뻔뻔하게 항변하며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 조차 모르는 듯한 모습이 요즘 들어 종종 보이네요. 답답하고 씁쓸합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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