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의 기타리스트 양평이형이 책을 냈습니다.
쉽고 재미있고 정보도 빠방합니다.
한국 록음악을 이해하고 싶은 분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만하고요.
아래는 나누었던 대화 전문을 풀어 놓습니다.
*책을 내게 된 계기는요?
=처음엔 일본 칼럼니스트가 인디문화 취재를 위해 나를 찾아왔어요. 만났으니까 냉면도 먹고 곱창전골이라는 바도 있으니까 같이 가자고 했죠. 취재하러 왔는데 사람으로도 잘 맞고 술먹고 이야기하다보니 재미있더라고요. 그런 이야기했는데 그분이 저보고 재미있대요. 그러면서 책으로 내자고 해요. 그런데 술자리에서 이야기 할 수 있잖아요. 그리고 얼마있다 전화왔어요. 진짜로 몇군데 출판사 이야기하고 있는데 어떠나고. 그래서 진짜 내나보다 했죠. 걱정도 됐어요. 재미있을까 싶어서.
*재미있어요.
=신기한게요. 제가 연말 연초를 일본에 있었어요. 그전에는 많게 있어봤자 1주일을 못있었는데 이번에 3주 정도 있었거든요. 그런데 와서 보니 편의점, 슈퍼 가보니 내가 처음 왔을 때 나왔던 노래들이 다시 나오는거예요. 놀랐고 신기했어요. 무한도전 때문에. 그래서 맞아, 그랬구나, 그런 노래 있었지 했어요. 그러고보니 정말 나도 오래 있었구나 싶고 내가 같이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게 신기하더라고요.
*이번 책이 대중음악사에도 좋은 자료가 될 것 같아요. 음반 자료도 그렇고.
=처음에 음반 가게 갔을 때 팝송 음반은 정말 비쌌어요. 높은 선반에 잘 모셔져 있어요. 지미 헨드릭스 이런 앨범들. 5만원 10만원 한대요. 그런데 저는 그게 필요없잖아요. 난 가요 필요하다 했더니 그런 앨범은 바닥에 막 깔려 있는거예요. 5백원, 1천원하고. 너무 좋았죠. 그때 싸게 산것들이 지금은 금값이 된 것 같아요. 한장에 1백만원 2백만원 하는 것도 많고.
*그룹사운드라는 말이 한국에 있다는 것이 놀랍다고 했는데, 잘 이해는 안되더라고요. 한국에선 그룹사운드=밴드 이런 개념이 강하거든요.
=일본에서는 비틀즈 이후 60년대 중반에서 후반에 이르는 시간에 나오는 밴드를 그룹사운드라고 했어요. 프로도 아마추어도 밴드 붐이 일어났어요. 비틀즈 이후 그 때 활동했던 그 밴드를 저는 되게 좋아해요. 그런데 60년대 후반에 그말이 없어졌고 그 이후에 나오는 밴드는 그룹사운드로 부르지 않아요. 그냥 밴드, 록밴드. 그런데 한국은 그 말을 계속 쓰는거예요. 시나위를 그룹사운드라고 하는데 신기해요. 헤비메탈 밴드인데 그룹사운드라고 부르니까요. 그룹사운드의 그 사운드가 아닌데.
*막상 와보니 어떻던가.
=80년대까지 한국에선 그 단어를 썼구나 하는 것을 알았지만 내가 생각하고 좋아하고 내 취향에 맞는 밴드들이 많이 있어 좋았어요.
*일본에서 책이 먼저 나왔죠?
=지난해 5월쯤이에요.
*일본에서 반응은 어때요?
=일본 출판사에서는 길게 보는 것 같아요. 한국 록에 대해서는 이걸 봐야 한다는 책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에 스테디 셀러를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냈어요. 처음엔 아마존에서 많이 나갔어요. 일본에 이런 책이 없으니까. 지금도 꾸준히 보는데 길게 보고 있어요.
*이 책이 생생한 역사를 꿰고 있어 재미있어요. 외부 시각이라 훨씬 객관적인것 같고. 반응이 어떤가요?
=재미있대요. 까다로운 분도 볼만한 책이라고 하시더라고요. 어떤 분은 우리가 냈어야 하는데 이런 책을 외국인이 냈다는 면에서 아쉽다고 말씀하시는 분도 있었고요.
*밴드 동료들은 뭐래요?
=반응 없어요. ㅎㅎ. 그게 아니라 아직 못 봤어요. 쉬는 중이라 만나지 못했어요.
*책이 TV 다큐멘터리 보는 것처럼 쉽게 정리됐어요.
=그게 제가 편집하는 분이랑 생각했던거예요. 안읽게 되는 책을 만들지 말자는 거였어요. 음악과관련해 어려운 책이 많거든요. 평론가들이 보시기에 제 책이 창피한 부분도 있지만 이론이나 역사보다는 실제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전달해주면서 쉽게 받아들이게 하고 싶었어요.
*90년대부터 지금까지 한국 록음악은 양평이 형을 중심으로 꿰어지는 것 같아요. 곱창전골 허벅지밴드 황신혜밴드 뜨거운감자 산울림 장기하와 얼굴들로. 이렇게 연결되잖아요. 이게 말하자면 한국 록음악씬에서 뼈대가 됐던 밴드에 다 참여하고 관여하신거예요.
=운이 좋은거죠.
*책에 보니 아버지와의 갈등이 많았던데 지금은 뭐라시나요..
=이제 돈 좀 버냐고 물어보세요. 얼마전 신정에 일본가서 아버지께 용돈 드렸어요. 꽤 큰 돈으로 드린거 처음 이에요. 이제 마흔 넘고 했는데 앞으로 앞가림도 하고 살아가야 하는데 그래요.
*일기와 메모들을 정리해놓았던데 어떻게 해놓을 생각을 했나요.
=쓰다보니 기억나는 것이 많았고 일기는 당시에 어떤 생각으로 썼는지 모르겠어요. 90년대 후반 당시에 일기라고 까지는 아니고 그냥 메모처럼 대충 썼었어요. 나중에 10년 후에 이런거 볼 기회가 있을까 생각하며 메모를 했었는데 이 책을 쓰기 전까지는 그 메모가 있다는 사실 자체도 잊고 있었어요. 책 쓰면서 이런 메모가 있다는 것이 생각나서 찾아 넣었죠. 그리고 온라인 사이트에 썼던 제 글들도 다시 찾아냈고 이리저리 자료를 모아 봤어요.
*노트가 오래 시간 보관돼 있었네요
=그러게요. 맞다 싶어 찾아보니 집에 있더라고요. 다시 찾아 읽어보니 기억이 나요. 아 맞다 그랬지 이러면서. 다시 읽어보니 그 때 생각이 다 떠올랐어요.
*한국 처음 올 때 일본에서 주변 반응, 분위기도 상당히 재미있어요. 한일 양국 사고방식 차이나 변화도 굉장히 흥미롭고요. 이민가고 싶다는 이야기에 놀랐다는 것도요.
=그게 신기했어요. 일본에선 그런 이야기 하는 거 거의 못봤어요. 그런데 여긴 뭐가 불만스럽기만 하면 이민가고 싶다고 하는 말을 누구나 해요. 깜짝 놀랐어요. 그게 인상적이었죠. 일본은 섬나라니까 그런 생각을 못하는 것 같은데 한국은 대륙과 연결돼 있으니 어디로든 갈 수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유목민같고 집시같고 그런 느낌?
*내일 영국 가신다면서요. 그래서 오늘 급하게 뵙자고 한거예요.
=록을 하는 이상 영국이 로망이 있는 나라이긴 하잖아요. 그래서 공기를 마시고 싶은거예요.
*정기적으로 가시나요?
=그러고 싶어요. 그런데 참 그게, 일을 해야 갈 수 있죠. 그런데 일을 해보면 일이 많아 갈 시간이 없고. ㅎㅎ. 일이 많은 것은 행복한 일인데. 그래서 이번 한달 쉬니까 그동안 모았던 것으로 가보자 하는거예요.
*일정과 계획이 있어요?
=전혀 없어요. 그냥 공기 마시러. 한 열흘 정도 갈 거예요. 거리에 스며드는 그런 생활 하고 싶어요. 관광지에 가서 이거저거 구경하는 게 아니라. 아침에 펍 가서 에일 마시고 음반도 사고. 그렇게 스며들어 보고 싶어요.
*락키즈들이라면 누구나 영국이나 미국에 가는 것을 꿈꾸잖아요. 그런데 왜 영국이나 미국이 아니라 한국에 오는 것에 꽂혔는지 궁금해요.
=롤링스톤즈 좋아하면 정말 얼마든지 알 수 있어요. 자료가 많고 얼마든지 찾을 수 있거든요. 마음만 먹으면 다 구할 수 있고 들을 수 있는 음악도 많아요. 구하기도 쉽고. 그런데 한국 록음악은, 특히 산울림, 신중현 선생님 음악은 뭐가 기본이 되는지 안보이는거예요. 그게 대단해요. 여러 음악을 들으면서 이건 뭘까 하고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음악은 너무 좋고 신기한데 자료를 찾을 수 없잖아요. 인터넷도 없고. 알아내고 싶은데. 무조건 한국에 올 수 밖에 없었죠.
*한국에 오는게 운명이었나봐요.
=제가 책에 안 쓴게 있어요. 제가 어릴 때 어머니 친구분이 유명 잡지 편집장이 있었는데 한국에서 유명한 무속인이 온대요. 그분이 너무 잘맞춰서 일본 정치인들도 줄을 선다는데 그 친구분이 엄마한테 전화가 왔어요. 지금 시간이 좀 비어 있으니까 너 한번 와봐라. 그랬어요. 그때 우리 엄마가 배우였는데 어떻게 되겠냐고 물었더니 여기까지라고 했대요. 그리고는 제 생일하고 태어난 시간, 그러니까 사주 이런걸 보자고 해서 보여줬는데 그 무속인이 그랬대요. 이 친구 대단하다, 뭔가 예술쪽 이런거 강하다. 무슨 예술을 하냐고 했대요. 그래서 기타를 얼마전 샀다고 했더니 이 친구 나중에 기타치러 한국간다고 했대요. 그러고는 서른 넘어 활동이 바빠지고 한국에서 활동을 많이 할거라고 했대요. 그런데 그 때 엄마나 저나 정말 뜬금없었죠. 영국이나 미국도 아니고 한국이라니까요. 그 때 써 준 종이도 다 갖고 있는데 이 책 쓰면서 생각이 났어요.
당시엔 말도 안되는 이야기잖아요. 아무리 자기가 한국인이라도 저에게 한국가서 음악한다고 하니까요. 그래서 저희 어머니가 그 사람 용하다는데 정말 맞는지 모르겠다고 그랬던 기억도 나요.
*김양평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던 것은 언제부턴가요.
=하세가와 요헤이니까 장곡천 양평이잖아요. 한자로는. 그래서 장양평 하양평 이랬는데 김창완선생님이 무슨소리냐, 너는 김양평이라고 그렇게 정해주셨어요. 그때부터 김양평이었는데 언제부턴가 김자가 빠지고 양평이가 된거죠. 2집때는 김양평으로, 3집 때는 양평이형으로 들어갔어요.
*한국 인디가 앙평이 형을 중심으로 퍼져나간거네요. ㅎㅎ
=그런가요. 초창기에 다행히 많은 분들을 만날 수 있었어요. 강산에, 델리스파이스랑도 했었고. 정말 운이 좋은거예요.
*앞으로도 한국에서 음악 생활 계속 하실 계획이신가요.
=모르겠어요. 내가 지금까지 있을 수 있었던건 계획이 없었기 때문인것 같아요. 앞으로 계획이라면 여전히 계획없이 산다는 것?
'스타토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차줌마 참바다씨의 아기때 사진 (0) | 2015.02.04 |
---|---|
영원한 오빠 전영록을 아시나요 (0) | 2015.02.04 |
박진영과의 대화 (0) | 2014.11.14 |
안녕 신해철 안녕 마왕 (0) | 2014.10.28 |
서태지의 이갸기 (0) | 2014.10.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