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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매 단풍에 물들것네 매년 가을 단풍놀이를 갈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저 집 주변에, 일터 주변에 나뭇잎이 물들어 변해가는 것을 보는 정도가 고작일텐데 운좋게도 생각지도 못한 단풍놀이를 하게 됐다. 10월15~16일 이틀간 월정사 오대산에 정념스님 인터뷰를 위해 갔다. (관련 기사는 요기) 정말 아무 생각없이 일 때문에 갔는데 가고 보니 바로 이곳이 그곳이었다. 그 유명한 월정사 전나무 숲길 말이다. 뿐인가. 상원사까지 흐드러지게 단풍으로 물든 백만불짜리 산책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오대산의 화려한 단풍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월정사의 전나무 숲길을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의 하나로 꼽는다. 드라마 에도 나왔고 화보의 배경으로도 많이 등장하는 이길은 아름드리 전나무가 양쪽에서 폭 감싸안듯이 길을 에워.. 2018. 10. 30.
밥 한끼, 연대의 시작 10월22일 홍대 옆 커피 스미스에서 의미있는 행사가 열렸다. 난민 여성들이 자국의 대표적인 음식을 준비해서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맛보는 행사였다. 유엔난민기구가 주관했다. 이 행사는 아무나 참석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유엔난민기구는 페이스북과 홈페이지 등을 통해서 참석하고 싶은 사연을 접수했고 그것을 심사해 참가자를 선발했다. 나름 기준이 있었을텐데 이해와 소통에 대한 열정을 보지 않았나 싶다. 난민들의 안전을 고려해 언론에는 공개되지 않는 행사였다. 난민 지위를 인정받지 못한 이들도 있고 또 각종 위험에도 노출될 수 있어서다. 그래서 이름과 얼굴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음식 문화를 소개한다는 취지에서 취재를 요청했고 참가할 수 있었다. 왜 난민과 음식인가. 난민에 대한 우리 사회의 혐오는 뚜.. 2018. 10. 30.
한국형 적통 계승 걸그룹 미미시스터즈의 10년 걸그룹이다. 트레이드 마크는 선글라스와 가발. 그리고 총천연색 복고풍 의상. 아마 이쯤만 설명해도 눈치 빠른 이들은 짐작했을 것이다. 능청스러운 카리스마, ‘친근한’ 가창력, 해학적이고 위트 넘치는 가사. 듀오 뮤지션 미미시스터즈(사진)다. 쉬 잊히기 힘든 강렬한 첫인상으로 나타났던 이들이 올해로 데뷔 10주년을 맞았다. 서울 상수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들은 “요즘 세상에 10년 가지고 어디다 뭘 내밀겠느냐”고 민망해 하면서도 “‘저렴한 신비주의’를 고수하며 산전수전 겪어온 세월”이라고 익살스럽게 대꾸했다. 미미시스터즈가 데뷔 10주년을 맞아 미니앨범 를 10월 26일 발표한다. 1집 , 2집 , 그리고 지난해 발표했던 디지털 싱글 ‘주름 파티’에 이르기까지 일관성 있게 보여줬던 유머·공감 가득한 음악.. 2018. 10. 28.
경계를 넘나드는 예술인 장민승 업(業)으로 하는 일을 가지고 그 주체를 호명하는 것이 일반적 관습이라면 장민승(39)은 그런 관습에 균열을 내는 사람이다. 국내 미술계에서 최고 권위의 상으로 꼽히는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2014년)을 수상한 설치미술가인 그는 10여년 전에는 가구 디자이너로 코리아 디자인 어워드를 받았다. 조소를 전공하는 대학생이던 스무 살에 영화음악으로 데뷔해 20여편의 영화에서 음악을 제작했고 록밴드 ‘황신혜 밴드’의 멤버로도 활동했다. 지난 10년간 음악, 영상, 전시 등 각종 행사 기획자이자 스태프로 매년 부산영화제를 찾았던 그가 올해는 ‘감독’ 자격으로 영화제에 초청됐다. 10월 8~9일 이틀간 그의 작품 (over there)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됐다. 이쯤이면 관습적 호칭으로 그를 지칭하기보다는 경계를.. 2018. 10. 28.
120년 도이치 그라모폰 클래식 음악의 역사 10월 10일 중국 베이징 자금성 태묘에서는 세계 클래식 팬들의 관심을 끌 만한 공연이 열린다. 중국 지휘자 위룽이 이끄는 상하이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오르프의 를 연주한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기도 한 이곳에서 20년 만에 열리는 클래식 이벤트다. 국내에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위룽(Yu Long)은 중국 클래식 음악의 현재를 대표하는 지휘자다. 는 위룽을 중국의 카라얀으로 꼽기도 했다. 이 공연은 클래식 레이블 도이치 그라모폰 창립 120주년을 기념하는 콘서트다. 베를린, 하노버, 홍콩, 서울 등 세계 주요 도시로 이어지는 론칭 콘서트이기도 하다. 서울에서는 12월 지휘자 정명훈과 피아니스트 조성진, 바이올리니스트 안네 소피 무터가 무대를 꾸민다. 클래식에 문외한인 사람도 지휘자 카라얀을 모르기는 .. 2018. 10. 12.
천진암 작은 부엌에 셰프가 몰린 까닭은 전남 장성 백암산의 작은 산사 천진암. 3평 남짓한 이 사찰의 작은 부엌은 아마 세상에서 가장 넓은 부엌인지도 모른다. 이곳의 주지는 정관 스님(62). 자그마한 체구의 스님이 쉼없이 만들어내는 소박한 음식들에는 자연과 세상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뿐이 아니다. 실제로 세계 각지에서 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곳으로 향하고 있다. 스님의 음식을 맛보고 삶을 배우려는 열망에서다. 천진암은 고불총림 백양사의 말사(교구 본사에 딸린 작은 절)다. 백양사에서 비자나무 숲길을 따라 200m쯤 올라가면 아담하게 나타난다. 백제시대에 세워진 유서 깊은 백양사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외국인이 찾는 사찰이다. 백양사 템플스테이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1박2일, 혹은 2박3일 일정의 템플스테이를 구성하는 여러 프로그램이 있지.. 2018. 9.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