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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토크

처가집으로 들어간 십센치

by 신사임당 2014. 7. 17.

 

인디신에서 아이돌급 인기를 누리던 듀오 십센치가

최근 처가로 들어갔습니다.

원래 소속사 없이 독립군으로 활동하던 이들이

새로운 소속사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와 전속계약을 맺었거든요.

지난 7월14일 이같은 보도자료를 발표했습니다.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는  옥상달빛으로 대표되는

개성강한 아티스트들이 함께 모여 있는

인디신의 대표적 레이블입니다.

여기에 십센치가 들어간거죠.

즉 십센치의 권정열과 옥상달빛의 김윤주가 부부인만큼

처가집으로 들어간 그런 모양새가 되나요. ㅋㅋㅋ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측은 "좋은 파트너가 되어 새로운 음반과 다양한 컨텐츨르 위해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십센치가 한식구가 된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에는

옥상달빛 말고도 요조, 선우정아, 정차식, 루싸이트 토끼, 이영훈, 레인보우 99, 사람 또 사람, 남녀공룡, 이어스, 카프카, 유즈드 카세트 등이 있습니다. 

선우정아는 제가 얼마전에 인터뷰했던 프로듀서 정키의 앨범에 피처링을 하기도 했지요.

 

 

 

 

 

 

매직스트로베리 사운드에 대해 좀 더 자세하게 알아보죠.

2008년 음악과 미술을 하던 4명의 아티스트에 의해 이런 이름을 만들었고

레이블로 변하게 된 것은 2010년이라고 합니다.

말 그대로 마술 딸기 소리지요. 그런데 이 이름은 실제 유럽에서 판매됐던

콘돔 제품의 이름이기도 하다네요.

다재다능한 사람들, 너무나 색달라 서로 적응할 수 없는 정신세계, 하지만 뭔가 중요한 팩트 하나로 분명히 통하는 사람들의 구역.

그곳이 매직 스트로베리 사운드라고 한답니다.

 

 

쨌든....

현재는 부부의 연을 맺게 된 이 두팀.

함께 음악하는 동료로 만나

재미있는 앙숙에서 부부로까지 결실을 맺은

두 팀을 몇년간 지켜봐 왔던 과정이 재미있습니다.

2010년 옥상달빛과 십센치를 처음 인터뷰 했었는데

이들은 자신만의 독특한 음악색과 개성으로 주목받았습니다.

게다가 유희열의 라디오천국에서

매주 수요일 명곡을 재해석하는 미션으로 대결을 벌이며

앙숙, 라이벌로 재미있는 구도를 형성해 왔었죠.

 

각팀의 공연 무대에 게스트로 서면서 우정을 과시하기도 했는데

2012년에는 아예 끝장을 보자며

한 무대에서 맞대결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당시 이들의 공연을 보고 만나 썼던

기사를 다시 꺼내봤습니다.

 

2012년 3월12일자에 썼던 기사입니다.

(아 요즘 옛날 내 기사 꺼내보는게 무척 부끄럽긴 합니다...)

 

 

 

남성듀오 십센치(권정열 윤철종)와 여성듀오 옥상달빛(김윤주 박세진). 인디밴드계의 스타인 두 팀이 뭉쳤다. 방송, 공연 무대에서 대놓고 상대를 ‘까는’ 소문난 앙숙. 그렇지만 단독공연 때에는 서로를 ‘당연한 게스트’로 초대해왔다. 이 종잡을 수 없는 관계의 두 밴드가 ‘아찔한 화해’를 선언하자 많은 팬들은 궁금증과 호기심을 견딜 수 없었다. 티켓을 오픈한 지 45초 만에 좌석 800석이 동났으니 말이다.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서울 올림픽공원 뮤즈홀에서 이들이 만났다.
■설전, 또 설전
2010년 나란히 데뷔(옥상달빛이 몇달 선배다)했던 이들은 홍대앞에서 둘 다 잘나가던 듀오였다. 이름처럼 서정적이고 따뜻한 음악을 하는 옥상달빛, 직설적이고 솔직한 가사에 야한 창법이 매력적인 십센치. 이들은 KBS 라디오 프로그램 <유희열의 라디오천국> 라이벌 열전을 통해 본격적인 대결구도를 형성했다. 시대별 라이벌 가수들의 곡을 해석해 라이브로 부르고 즉석에서 청취자들의 투표를 통해 승자를 뽑는 방식. 1년 반 동안 진행됐던 이 코너 덕분에 이들은 대중들에게 이름을 알렸고 상대에 대한 공개적 험담은 이들의 음악만큼이나 팬들을 즐겁게 했다.

화해를 표방했으나 리허설부터 공연 내내, 그리고 공연이 끝난 뒤 대기실까지 설전은 이어졌다. “게스트는 어디 앉힐 거야?”(십센치) “우리 중 하난데 뭘 앉혀. 그냥 세워”(옥상달빛), “원피스가 뭐야. 무슨…. 자기들이 여자인 줄 알아”(십센치) “가창력은 인정하는데 스스로 스마트하다고 생각하는 건 정말 어이가 없어”(옥상달빛), “그래도 선배 대접 해주잖아. 만나면 꼬박꼬박 90도로 인사하고…”(십센치), “말은 똑바로 해야지. 뒤로 90도잖아”(옥상달빛), “밝고 희망적인 곡으로 포장돼 있지만 사실 ‘another day’는 엄청 우울하고 절망적인 곡 아냐? 그 당시 회사가 부도난 상태였잖아”(십센치) “반주 잘하고 싶지. 그런데 그쪽에서 노래 부를 땐 이상하게 망치고 싶더라고”(옥상달빛).
■아찔한, 혹은 오글오글한 화해
“반목과 갈등의 역사를 청산하고 한국 대중문화 발전과 영광을 위해” 전격적으로 택한 ‘평화협정’. 이들은 사이가 좋아야만 부를 수 있다는 아카펠라로 첫 무대를 연 뒤 서로의 대표곡을 자신들의 방식으로 해석했다. (나중에 십센치는 “신선하다”고 했고, 옥상달빛은 “우리 노래가 저렇게 유린당하는 모습에 마음이 아파 눈물이 날 뻔했다”고 털어놨다.) 또 이들이 ‘그대안의 블루’를 부르며 연인 코스프레를 선보이는 바람에 상당수 관객들은 입을 틀어막고 웃음을 참아야 했다. (공연이 끝난 뒤 십센치 권정열은 “술먹고 노래방에서 노래한다는 생각으로 몰입했다”고 말했다.) 70·80년대 유행했던 ‘얄개시리즈’ 느낌이 충만한 상황극은 공연의 백미였다. 당사자들이 “혀를 깨물며 민망함을 참았다”고 할 정도로 손발 오그라드는 대본 때문에 객석에선 비명에 가까운 폭소가 터져나왔다. 마무리는 대화합의 장. ‘Heal the world’ ‘We are the world’ ‘하나되어’ ‘손에 손잡고’ 등 글로벌 행사나 대규모 캠페인에서 들을 수 있음직한 곡들을 짜깁기한 앙코르송으로 이들의 화해는 의미있게 ‘이뤄지는 듯’ 했다. (공연 후 대기실. 이들은 계속 티격태격했다. “어차피 가식이잖아” “해설이 그게 뭐야. 부끄러워 혼났어”.)
■그리고…, 청춘
음악과 웃음, 대화와 공감이 함께한 3시간의 콘서트. 다른 연주자 없이 이들 네 명만이 무대에 올라 키보드와 젬베, 기타, 실로폰 등을 연주하며 노래했다. 일사불란한 움직임도, 눈길을 끄는 화려한 볼거리도, 첨단 무대장치도 없는 소박한 무대였다.
그렇지만 이 땅의 많은 청춘, 그들의 오늘과 내일을 이야기한 이들의 공연은 청춘이, 청춘이 누리는 음악이 얼마나 아름다운 특권인지, 얼마나 사람들의 마음을 달뜨게 만들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이들의 손에 들린 멜로디언, 탬버린, 실로폰은 학교앞 문방구가 아닌, 훌륭한 악기로 생명력을 부여받았다. 청춘은 이 시대의 사어(死語)다. 그런데 이들의 노래를 통해 청춘은 비로소 그 ‘말 값’을 찾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