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전 악동뮤지션을 만났습니다.
1996년생, 1999년생. 올해 열 아홉, 열 여섯인 이찬혁&수현 남매.
이들과의 만남은 청정 자연숲에서 한참을 산책한 뒤의 상쾌, 유쾌함을 주는
그런 시간이었습니다.
이들 남매가 가진 때묻지 않고 순수하고 고운 심성,
그러면서 또래의 발랄함과 통통거리는 감성과 재기는
어떤 사람이라도 무장해제시킬만큼
강력했습니다.
낮 12시 좀 넘어 경향신문을 찾았던 이들은
오전부터 아무것도 먹지 못했던 상황이었습니다.
워낙 바쁜 인터뷰 일정에 쫓겨서
몇십분씩 쪼개 언론사를 찾아다니다보니
제대로 밥먹을 시간 내기도 힘들어보였습니다.
다 먹고 살자고 하는건데
컵라면과 김밥, 떡볶이를 사놓고
이거라도 잠시 먹으면서 허기를 채우자고 했습니다.
제대로 된 밥도 아니고
소박한 군것질거리에
남매는 인터뷰실에 들어오자마자
맛있겠다, 너무 먹고 싶었다를 연발하며
기대와 기쁨에 들떴습니다.
신라면, 너구리, 튀김우동, 김치면 등
각기 다른 종류의 컵라면을 보며
뭘 먹을까 눈을 빛내며 고르는 모습도 무척이나 귀여웠지요.
함께 라면과 김밥을 먹으며 이들과 나눈 이야기입니다.
-몽골에 살면 이런게 젤 먹고 싶었을텐데.
찬혁 "맞아요. 진짜 생각 많이 났어요"
-가족들이랑 다 같이 간거였죠?
찬혁 "네. 저는 초등학교 6학년이고 수현인 3학년이었어요."
-홈스쿨링을 하게 된 건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찬혁 "원래는 몽골 가서 1년 정도는 학교를 다녔어요. 그런데 (국제학교라) 학비도 너무 비쌌고
영어도 수준이 너무 높고 해서 홈스쿨링을 하기로 했어요."
수현 "저는 홈스쿨링 하고 싶어 했어요."
찬혁 "수업도 수준이 너무 높고 숙제도 버겁고 따라가기가 많이 힘들었거든요. 그래서 홈스쿨링을 하기로 함께 결정하고
다같이 동의했는데 막상 해보니 너무 힘들더라구요. 부모님도, 저희도 많이 힘들었어요."
-특히 어떤 점이 힘들던가요.
찬혁 "친구들도 없고, 그래도 학교는 친구들과 함께 있으면서 공부도 같이 하고 경쟁도 하고 그러잖아요.
그런데 컴퓨터와 나 밖에 없으니까. 딴짓도 많이 하게 되고요."
-딴짓이라면?
찬혁 "게임도 많이 하고요"
수현 "옷입히기 많이 했어요. 아바타 옷 갈아입히기"
찬혁 "지금도 해요. 주니어 네이버로."
-타국에서, 게다가 집에 동생하고 있다보니 자연히 음악을 하게 된건가요?
찬혁 "그런건 전혀 아니었어요. 자작곡을 만들겠다는 생각도 없었고 정말 장난으로 시작한건데.
이렇게 크게 되리라고는 꿈에도 몰랐어요."
-곡을 처음 쓴건 언젠가요?
찬혁 "제대로 써보기 시작한 건 2년전이에요. 작곡이 재미있어서. 그래서 꿈도 늦게 찾았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빨리 이뤄질 줄은..."
-남매끼리 서로의 재능을 일찌감치 발견했었나요?
찬혁 "처음엔 서로 인정하지 않았죠. 수현이가 노래를 잘 부르는지도 모르겠고 제가 곡을 잘 만드는지도 모르겠고,
그런데 케이팝스타 이후 서로 잘하는구나... 했어요."
아이들은 인터뷰를 하는 도중 틈틈이 라면과 김밥, 떡볶이를 먹으며 "너무 맛있다"를 연발했습니다.
시장이 반찬인데다 성장기 청소년이 뭐든 안맛있겠습니까.. ㅎㅎ
정말 김밥 라면 떡볶이는 한국인의 소울푸드지요.
-사실, 몽골에서 홈스쿨링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땐 드넓은 초원에서 뛰놀며 호연지기를 키웠다고 생각들 했어요.
찬혁 "그런건 아니었구요. 겨울이 거의 8개월씩 되고 그것도 영하 40도까지 내려가니까 밖에서 뛰놀기엔 좋지 않아요.
2, 3 개월 여름동안 빡세게 밖에서 노는거죠. 그때 말도 타고 초원도 보러가고 그랬죠."
수현 "전 말 탈 줄은 아는데 그렇게 썩 즐기지는 않았어요."
-듣고 보니 많이 답답했을 것 같네요. 친구도 별로 없고 놀 것도 없고.
찬혁 "한국 교포들이 있어서 함께 축구하고 놀던 친구들은 있었어요. 거기 있을 때만 해도 한국에 오면
놀거리도 많고 재미있을 거라 생각하고 부푼 마음을 안고 왔었는데 막상 와보니 안그랬어요."
-한국 온 건 케이팝스타 출연하기 위해 왔던거예요?
찬혁 "아뇨. 비자문제 때문에 왔었어요. 케이팝스타 나가기 1년 전이었죠. 비자 문제가 해결이 안돼서
계속 있었어요. 그러다가 케이팝 스타를 알고 지원하게 됐어요."
-출전 계기가 있었나요?
찬혁 "엄마 아빠가 먼저 발견하셨어요. 제가 기타 퉁기고 곡 쓴다면서 가족들에게 들려주곤 했었는데요
부모님이 어떻게 보셨는지 이런 것도 있더라고 하시면서 알려주셨죠. 저도 그냥 장난처럼 한번 해볼까요하고
시작했던건데 막상 지원하고 나니 회를 거듭할수록 진지해져서. 이렇게 됐어요."
-그럼 그전에 평소 가수가 될 생각은 없었어요? 몽골에서 지낼때 동생과 함께 노래를 만들어 부르거나 했을법도 한데.
찬혁 "그러진 않았어요. 그냥 친구들 여러명과 어울려 함께 춤추며 놀고 이런건 좋아했는데 저희 둘이서 노래를 만들어
부르거나 하진 않았어요. 오히려 한국 와서 제가 본격적으로 곡을 쓰기 시작한 뒤 오디션을 준비하면서 호흡을
맞춰본거죠. 남매라서 그런건 빨리 적응할 수 있었어요."
-둘이서만 하다가 대형 기획사 시스템으로 들어가면서 달라진것도 많을 것 같은데요.
찬혁 "처음엔 연예계가 어려운 곳이고 선후배들을 대하는 것도 깍듯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그런 이야기를
들었을 때 개념이 잘 안잡혀 많이 어려웠죠. 저희가 한국에서 지낸 것도 아니고 몽골에서도 홈스쿨링하며 지냈잖아요.
그래서 좀 많이 긴장했는데 막상 다들 너무 잘 해주시고 예뻐해 주셨어요. 음악 작업에 대해서도 이 정도로 해도 되나
싶을 만큼 모든 것을 저희들에게 맡겨 주셨어요."
-찬혁씨는 언제부터 노래를 만들기 시작한건가요?
찬혁 "본격적으로는 한국으로 돌아온 고1때부터고요. 몽골에서도 혼자서 기타를 뚱땅거리며 이런저런 시도는 해봤어요.
그런데 제가 힘들여 만든 곡에 대해 가족들의 반응이 좋으니까 자신감도 더 생기고 힘도 나더라고요. 그러면서
곡 만드는 재미에 자꾸 빠져들었죠."
-첫인상처럼 남아있는, 그런 곡이라면요?
찬혁 "갤럭시요. 몽골에서 돌아오기 전에 썼던 곡인데 거기서 30곡 정도를 만들어봤어요. 연주하면서 유튜브에도 올려보고.
몽골에선 장난 수준이었는데 그래도 부모님이 잘한다 잘한다 해주시니까 내가 정말 잘하나보다 싶어 하게 된거죠.
한국 돌아와서 본격적으로 곡을 많이 쓰게 됐던 거예요."
-초등학교때 친구들 다시 만나면 많이 놀라지 않아요? 네가 이런 면이 있었냐며...
찬혁 "친구들은 오히려 '난 네가 그럴 줄 알았어' 이래요. 제가 방송에서 더 많은 끼를 발휘할 수 있는데 자제하고 있다고."
-의왼데요. 학창시절에 조용했을 것 같은데.
찬혁 "저희들은 친구들 앞에선 무아지경으로 놀고 그 쪽(?)으로 존재감을 발휘했어요.
한마디로 나대는 애들이었어요. 수현이랑 저 둘 다 "
-그럼 그렇게 재미나게 지내다가 몽골로 가야하는게 무지하게 싫었겠네요.
찬혁 "친구들과 헤어지는건 싫었죠. 그래도 그땐 부모님께 무조건 충성이었어요."
-아버지가 선교사로 가셨는데, 원망스럽지는 않았어요?
수현 "지금 시간이 지나고 보니 정말 감사한거죠."
찬혁 "지금은 그런데 그땐 좀 힘들었어요. 우리는 왜 이럴까 싶었고요. 선교사로 활동하면서 적은 후원금으로 생활을
했어요. 아무 반찬 없이 간장으로만 밥을 비벼먹었던 적도 있었고요. 원망은 아니었는데 그냥 우린 왜 이럴까 하는
생각은 했었죠."
수현 "전 안 그랬어요. 그냥 간장에 밥 비벼서 마른김 싸먹으면 맛있어서 좋아했거든요."
찬혁 "할아버지 할머니한테는 비밀로 하고 살았죠. 그래서 이번에 저희 책 (목소리를 높여 high)을 보고 많이 우셨대요.
그렇게 힘들게 사는 줄 몰랐다면서. 몽골에서 할아버지 할머니랑 전화하면 학교 잘 다닌다고 하고 공부도 잘한다고
그렇게 말씀드렸거든요."
-만일 몽골을 가지 않았다면 어땠을까요.
찬혁 "아마 지금 친구들처럼 고3이라 열심히 대입준비를 하고 있겠죠. 기타도 잘 못쳤을 거고. 친구들이 저보고 부럽다고 해요.
그런데 1년전에 케이팝스타에 나가기 전에는 제가 그친구들을 무지하게 부러워했어요. 전 그때만해도 꿈이 없었는데
친구들은 꿈을 찾아 목표를 정하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었으니까요."
-기타를 처음 잡은건 언젠가요?
찬혁 "중학교 때부터였어요. 아빠가 하는걸 보고 그냥 띵가띵가하는 수준? 코드도 잘 못잡았어요. 그런데 곡을 만들어보기
시작하면서 연습하다보니 많이 늘더라고요."
-작곡을 시작하게 된 것은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특별히 가수를 꿈꾼 것도 아니었는데.
찬혁 "그냥 재미있었어요. 뭔가를 하면서 재미를 느끼는게 가장 큰 이유가 되잖아요. 그런데 작곡가가 되어야겠다, 이걸
직업으로 삼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건 아니에요. 작곡이 직업이 되는건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
수현 "그땐 몰라서 그랬는지 여튼 작곡가 이러면 약간 백수같은거(?) 그런 개념인 줄 알았어요."(일동 폭소)
찬혁 "그런데 곡을 쓰면서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난 다른 일, 다른 길은 찾기 힘들겠다,
이게 나에게 가장 맞는 일이겠다 했던거죠. 뭐니뭐니해도 재미있으니까요."
-노래 잘한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죠?
수현 "어릴 때부터 많이 듣긴 했는데 진짜 잘해선지 그냥 하시는건지 몰랐죠. 그런데 노래도 노래지만 목소리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시더라구요. 오디션 나가기 전에 아빠가 보컬 트레이너가 계셔서 그 분한테 레슨을 받은 적이
있어요. 두어번 갔는데 그 분이 못 가르치시겠다고 하는거예요. 왜 그러냐고 하니까 제 목소리의 색깔이 워낙
희소성이 있어서 이걸 함부로 건드리면 안될 것 같다고 하셨어요. 그 때 '뭐야, 나 지금 버려진건가... ' 했어요.(웃음)"
찬혁 "정말 잘한다고 칭찬해주는게 중요한 것 같아요. 저희도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 잘생겼다, 예쁘다 하셔가지고
저희는 TV에 나오기 전까지 우리가 잘생기고 예쁜 줄 알았어요. 그런데 막상 현실에 부딪혔을 때 그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도 오히려 오랫동안 쌓여 온 자신감이 있으니까 괜찮아요."
수현 "전 예쁘다는 말보다는 매력있다는 말이 좋아요. 예쁜건 시간이 지나면서,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데 매력은 아니거든요.
10년 후에는 또 다른 상황이고 어떻게 될지 모르는거죠. 우린 10년 후를 노려보는 걸로..."
-부모님과 친구들 부모님 사이에 차이점이 많다고 느꼈나요?
찬혁 " 친구들 엄마아빠가 많이 부러웠어요. 보면 굉장히 자유를 많이 주시는 것 같았는데 저희는 어디 놀러간다 그러면
어디 가니, 몇시까지 노니, 누구랑 가니 등등 이런 걸 꼬치꼬치 다 물어보세요. 돈은 얼마나 들 것 같니 물어보시고
얼마나, 어떻게 쓸지 합의한 뒤에 조금 받고. 돈 쓰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해서 용돈 기입장도 다 썼어요.
그땐 그런게 답답했죠. 친구들은 자유롭게 생활하고 시간 제한 없이 노는 것 같은데 왜 우리만... 했죠.
쟤들은 참 좋아보이는구만... 하면서 말예요. 그런데 지금은 우리 부모님께 감사해요. 그땐 그게 과잉보호인줄
알았는데 저희들을 올바르게 가르치려고 하셨다는걸 나중에 알았으니까요."
수현 "많은 부모님들이 대학가라, 열심히 공부해라 하시잖아요. 그런데 전 저희 부모님이 좋은게 하고 싶은대로,
우리가 행복한 일을 하라고 하시는 거예요. 대학에 가고 싶으면 열심히 노력하고 안가고 싶으면 안가도 된다고.
그게 행복하지 않으면 안가는 것이 더 낫다고 하세요. 그러면서 우리가 원하는 것을 하며 살 수 있는 삶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해주세요. 전 그게 다른 부모님과 우리 부모님의 다른점이라고 생각해요. "
-그럼 앞으로 학교에 갈 생각은 있어요. 대학에 가서 공부하고 싶은 것이라도?
찬혁 "대학은 가보고 싶어요. 친구들과 비교해 학교를 많이 다니지 않았기 때문에 막연히 학생에 대한 로망도 있거든요.
구체적으로 뭘 공부하고 싶다기보다 그냥 막연히 대학생이 되고 싶다? 이런거요. 만일 대학에 가서 공부하게
된다면 신학도 좋고 음악을 하는데 재료로 삼을 만한 부분들을 배우고 싶어요. 굳이 대학에서 음악을 공부하겠다는
생각은 없어요."
수현 " 저 역시 가수 생활에 도움이 될만한 것들을 공부해 보고 싶어요. 언뜻 떠오르는 것으로는 패션쪽도 좋을 것 같고."
악동뮤지션이 들려주는 노래들 정말 좋죠. 백미는 노랫말입니다. 어떻게 그 나이에 이런 가사를 쓸 수 있는지.
이 아이들이 어떻게 감성을 키우며 성장해왔을지 무척 궁금했는데 짧은시간 이야기를 나눠보면서
재능을 갖고 태어나는 것이 어떤건지 보이는 듯 했습니다.
남매의 아버지는 출판사에 다니셨다는데,
그리고 아이들은 아마 그 영향을 받았는지 모르겠다고 하는데요.
물론 활자와 책을 가까이 하는 환경에 노출되는 건 중요하지만 그 이유만은 아니겠죠.
-얼음들. 이번 세월호 참사 때문에 특히 화제가 더 됐던 곡인데요. 어떤 생각으로 쓰게 됐나요.
찬혁 "어렸을 때 느꼈던 순수한 감정이나 동심을 제 자신이 좀 잃어가고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저도 내년이면 스물인데
지금의 초심을 담은 곡을 쓰고 싶었어요. 나중에 들었을 때 나를 스스로 환기시킬 수 있을 것 같아요.
내가 이런 따뜻한 곡을 만들기로 했었지... 하고 말예요."
-가사가 일상에서 많이 나와요.
찬혁 "사랑이 대중가요의 큰 주제이긴 하지만 저는 아직 사랑이야기보다는 제 나이에 맞는 경험과 생각들을
노래로 들려주고 싶어요. 사랑이란 주제는 나중에도 할 수 있으니까요.
전 예전에도 노래를 들을 때 전 연령층이 다양하게 들을 수 있는 노래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걸 지금 저희가 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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