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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토크

90년대 스타의 산실이던 CF

by 신사임당 2014. 3. 27.

80년대만 해도 배우로 활약하던 스타들이 광고를 장악했지만 90년대 들어서 감각적인 영상의 CF가 발달하면서 대중들의 포커스도 CF 모델에게 집중됐습니다. 그러다보니 CF 모델 출신으로 스타가 돼 연예계에 진출하게 되는 사례가 90년대 초중반부터 급증하기 시작합니다. 

요즘은 대형기획사에 들어가 아이돌이 되면서 연기로 데뷔하고 CF를 꿰차는 것, 혹은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연예계에 발을 딛는 것이 일반적인 코스가 됐지만 90년대는 CF 모델로 발탁되는 것이 스타가 되는 꿈의 통로였습니다. 


이영애씨 외에도 대표적인 CF 출신 스타는 배우 이정재씨와 심혜진씨입니다. 심혜진씨는 90년대 초반 코카콜라 광고에서 도회적이고 시크한 모습으로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정재씨는 1994년 크런키라는 초코바 모델로 스타덤에 올랐죠. 이후 신세대 트렌디 드라마와 모래시계 등을 통해 톱스타로 성장했습니다. 

이영애씨 역시 90년대 투유초콜릿 CF에서 유덕화의 상대역으로 데뷔했습니다. 참, 그러고 보니 80년대 후반~90년대 중반까지 외국인 배우들이 모델로 꽤 등장했습니다. 주윤발, 왕조현, 유덕화, 멕 라이언, 소피마르소, 샤론 스톤 등등... 주윤발과 왕조현은 음료였고 멕라이언은 샴푸, 소피마르소는 비누, 샤론스톤은 주유소 였던 것 같은데  확실치는 않습니다.



             투유 광고에서  이영애

                  산소같은 여자... 마몽드 광고에서 이영애


지금은 월드배우인 전도연씨 역시 CF 모델 출신입니다. 91년 초코하임, 미니쉘 등의 CF로 데뷔했고 이후 <우리들의 천국>이라는 드라마로 연기를 시작했지요. 


그리고 이종원씨는 리복모델로 나와 역시 수많은 여심을 사로잡았습니다. 미하일 바리시니코프가 주연했던 영화 <백야>의 오프닝 장면에 나오는 의자 넘어뜨리는 안무를 차용했던 이 광고는 당대에 볼 수 없던 신선하고 고혹적인 영상미와 구성으로 충격을 줬었죠. 동네 방네 남자애들마다 의자 위에 올라가 등받이를 눌러 쓰러뜨리는 짓꺼리들을 하느라 다치고 깨지고 의자는 굴러다니고,,, 아주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지금은 세상을 떠난 고 최진실씨도 CF가 낳은 스타였죠.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이에요'라는 말을 유행시키며 대중들에게 눈도장을 찍은 뒤 광고계의 살아있는 전설이라 불릴만큼 맹활약했습니다. 


요즘은 없어졌지만 90년대만해도 방송사마다 공채 탤런트를 뽑았습니다. 그런데 탤런트로 뽑혀도 한동안 단역을 맡거나 오랫동안 빛을 못보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는데 CF는 얼굴이 알려지기만 하면 바로 브라운관이나 스크린의 주연을 꿰찼던거죠. 

그래서 그땐 장래희망난에 'CF 모델'이라고 쓰는 10대들도 꽤 많았습니다. 


CF 중에서도 전통의 최강자는 화장품 모델입니다. 미모와 스타성을 겸비한 최고의 톱스타를 인증하는 길은 예나 지금이나 화장품 모델이니까요. 원래부터 여배우가 독식하던 장르였고 요즘은 여기에 아이돌 스타들이 추가된 정도입니다. 

화장품 중에서도 국내 1위인 아모레퍼시픽, 즉 예전으로 하면 태평양은 그 모델의 변천사를 보면 한국 대중문화의 미인상과 대중들의 취향 변천사를 읽을 수 있습니다. 

태평양 화장품 모델로 활동하며 톱스타로 부상한 대표적인 경우는 이영애씨와 함께 그보다 앞선 황신혜, 옥소리씨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이영애씨 이후엔 김지호씨였죠. 아, 지금와서 하는 말이지만 90년대 중반 김지호의 인기는 지금 김태희 전지현 합쳐놓은 정도였던 것으로 체감됩니다. 모든 CF와 드라마, 쇼프로그램은 그가 싹쓸이했으니까요. 그 뒤는 이나영씨가 이었습니다. 



          라네즈 광고모델로 출연한 김지호.  장자크 아노 감독의 영화 <연인>을 본 따 만들었음. 


  풋풋함이 돋보이던 10대 소녀모델 김민희. 엔시아 광고에 출연한 모습.

                           지금은 없는 브랜드 탐스핀 모델로 활약했던 옥소리씨

                           같은 브랜드 모델이던 황신혜씨. 정말 고혹적이네요. 

                           2000년대 초반 라네즈 모델로 활약하던 이나영 

 

배우 김민희도 코리아나화장품 엔시아 모델로 대중들에게 발탁됐습니다. 90년대 후반 N세대의 등장과 함께 그들을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부상했습니다. 전통적인 미인상이라기보다 개성있고 신세대적인 매력을 지닌 이 여고생(당시)에게 많은 광고주들이 구애를 했던 것으로 기억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