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TV토크

대장금에서 별그대 중국 내 한류는 어떻게 될까

by 신사임당 2014. 3. 28.

경향신문 금요일자 문화면에 나간 기사는 얼마전 최근 연예계 분위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발제가 됐던 것입니다. 


중국 간 ‘한류(韓流)’ 준비 없인 ‘한류(寒流)’ 된다


김수현, 이민호 등 국내 배우들의 인기가 중국에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다보니 

국내 연예계에서 착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중국에 가면 누구라도 그정도 대우를 받을 수 있으리라는, 착각하는 분위기가 많다는 거죠. 

실제로 많은 배우들의 중국 진출이 이어지고 있고 현지에서 성공적으로 활약하고 있는 배우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중에는 이같은 분위기에 편승해 중국에 가면 무조건 몸값이 수직상승하는 줄 알고 착각에 빠진 연예인이나 관련 인사들이 꽤 많다는 것입니다. 

어마어마한 몸값을 부르고 국내에서 언론플레이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마치 십수년전 우리 제조업체들이 우루루 중국에 나갈 때처럼 

연예산업계도 그런 착각에 빠져있는 듯해 우려스럽습니다.

 





 <별에서 온 그대> 그리고 10년전 <대장금>의 성공요인을 보면 

현지에 진출하고 전략을 잘 짜서가 아니라 국내에서 먼저 성공을 거뒀기 때문입니다. 

특히 <별그대>는 실시간으로 중국에 방송되면서 국내의 신드롬급 인기도 함께 전해졌습니다. 

기본적으로 잘 만들어진 재미있는 이야기가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전세계 어디서나 보편적으로 통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때문에 중국에 진출하고, 현지에서 뭘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국내에서 좋은 드라마를 잘 만들고 연기를 잘 하는 것이 해외에서 성공할 수 있는 기본이자 유일한 방법일 듯합니다. 


그런데 이도 저도 아닌 분위기에 휩쓸려, 막말로 ‘건방’을 떠는 연예인이나 관계자들을 볼 때면 좀 많이 씁쓸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중국 정부 고위 관리조차 별그대를 언급하는 것을 보니 9년전 <대장금> 때와 비슷한 것 같습니다.

<별그대> 이상으로 큰 인기를 누렸던 <대장금>은 역설적으로 한국 드라마에 대한 규제로 이어졌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도 이런 극성스러운 분위기가 혹시 찬물을 끼얹는 것은 아닐지 한편으론 걱정되는 거죠. 물론 이전과는 달리 동영상 사이트를 통해 실시간으로 보고 있다는 점에서 방송 수입 규제 등 통상적인 조치가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리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렇지만 중국의 스케일은 규제 분야에서도 예외는 아니다보니 살짝 걱정도 됩니다. 


별그대도 엄청나지만 9년전 <대장금>이 누린 인기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습니다. 

당시 베이징에선 중국 식당들이 대장금이라는 이름의 한국 요리를 내놓는 식당을 비롯해 

대장금 관련 온갖 상품들이 유행했고 

해외 토픽난에는 웃지못할 뉴스도 정말 많았습니다. 

우한에서 관절염으로 고생하던 한 남성이 

장금이가 벌침으로 잃어버린 미각을 되살리는 치료를 하는 것을 보고 따라하다가 

심각한 후유증을 겪고 있다는 뉴스도 나왔습니다. 

또 축구광인 남편과 TV 채널 쟁탈전을 벌이던 한 여성이 대장금을 못보게 하면 

강물에 뛰어들어 죽겠다고 한 뒤 실제로 강물에 뛰어든 사건도 있었을 정도니까요. 

중국인들은 밤 10시 정도에 잠자리에  드는 것이 일반적인 패턴이었는데 

12시까지 방송되는 대장금을 보기 위해 수면습관이 바뀌었다는 뉴스도 나왔습니다.  

중국 최고위층 역시 대장금 열풍을 증명해줬습니다. 

당시 후진타오 주석은 방중했던 문희상 의원에게 “대장금을 보느냐”는 질문을 했다는 뉴스가 

나오기도 했으니까요. 

그때 후주석도 대장금을 시청한다고 했습니다. 

후 주석은 또 <사랑이 뭐길래>도 봤다고 했었죠.


중국에서 대장금과 관련해 설문조사를 했던 결과도 뉴스로 많이 보도됐습니다. 

후난성의 한 방송국이 <대장금> 출연자 중 누가 후난성에 왔으면 좋겠느냐는 질문에 

절반 가까운 응답자가 양미경씨가 연기한 한상궁을 꼽았습니다. 


중국에 한국 드라마로 처음 소개됐던 작품은 92년 방송됐던 <질투>입니다.  

본격적으로 인기를 얻기 시작한 드라마는 <사랑이 뭐길래>부터라고 합니다. 

이후 한국 드라마가 속속 소개되면서 한류라는 단어가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대장금의 인기가 봇물처럼 터지면서 한류에 대한 중국내의 견제와 반감도 노골화 됐습니다. 

이같은 흐름을 이끌었던 이들은 중국의 연예산업 종사자들이었습니다. 

성룡의 공개적인 비판이 대표적이죠. 

당시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중국 매체가 한국의 2류 스타들을 위해 너무 많은 지면을 할애한다”면서 

“할리우드와 한류에 대항하기 위해 중국매체는 중국 스타를 지지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인기 탤런트는 

“중국 방송과 매체가 한국 드라마를 옹호한다면 매국노와 다를 바 없다”며 

강한 어조로 비판하기도 했지요. 




                            대장금 당시 한상궁의 중국내 인기도 높았습니다. 상하이에서 열린 

                          음식박람회에 초대됐던 양미경씨. 


어쨌든 당시 대장금의 열풍은 아이러니하게도  

연간 수입하는 한국 드라마 편수를 제한하는 등의 규제를 낳았습니다. 

최근 별그대의 인기로 다시 이같은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한국 스타들이 중국에 와서 돈만 챙겨가는 것 아니냐는 식의 비판이 일고 있는 것이지요.


감정적으로 치우치고 이를 규제하는 것이 반복되는 것은 

두 나라 문화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아울러 문화가 산업화하고 이 시장이 어마어마하게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일련의 행태를 보면 상대를 돈벌이의 대상, 호구로만 생각하는 사고방식이 깔려 있는 것 같아 

걱정스럽습니다. 

지속가능한 한국 대중문화의 발전을 위해서는 상대국과 그 나라 문화에 대한 이해와 노력, 공존 가능한 발전방안 등을 거시적으로 논의하고 고민해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