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스타토크

이영애의 활동 재개를 기대하며

by 신사임당 2014. 3. 27.

이영애는 신비주의 이미지를 갖고 있는 대표적인 배우입니다. 요즘은 배우들, 특히 여배우들이 토크쇼나 예능 등에 출연해 인간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자신의 이미지를 전복시키는 사례를 종종 볼 수 있습니다. 보는 시청자는 일종의 쾌감을 얻고 그 배우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하게 되며 배우는 자신의 이미지를 확장하면서 대중과의 접점을 넓힙니다. 

그런데 이영애씨, 그리고 활동시절의 심은하씨는 배우로서 만나는 모습 외에 대중들과 접점의 여지를 거의 갖지 않았던 배우들로 꼽힙니다. 

그런 점에서 최근 한 다큐멘터리를 통해 일상을 공개하고 삶의 모습을 보여준 이영애씨의 모습은 무척이나 신선하고 반가웠습니다. 

얼마전엔 대장금 2 출연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니, 드디어 배우로서의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과 설렘도 생깁니다. 



                  1992년 모델로 활동하던 당시 레이디 경향에 실렸던 사진입니다. 



이영애씨는 최근 10년간 배우로 활동하지 않았습니다. 2005년 영화 <친절한 금자씨>가 가장 최근작입니다. 그 사이 결혼해 쌍둥이를 출산하고 주부로서, 엄마로서의 삶에 집중해 왔다고 하지요.


이영애씨는 1990년 투유초콜릿 CF를 통해 데뷔했습니다. 이후 화장품 광고에서 산소같은 여자라는 카피로 일약 스타의 자리에 올랐죠. 

말 그대로 이슬만 먹고 살 것 같던 그가 처음으로 연기에 도전했을 때가 아마도 1993년 방송됐던 드라마 <댁의 남편은 어떠십니까>일 겁니다. 

여기서 그의 극중이름이 '도도희'였습니다. 그런데 데뷔작이라 그런지 몰라도 무척이나 튀고 불편했던 기억이 나네요. 드라마의 전체적인 분위기나 다른 출연자들과는 전혀 다른, 하이톤의 쟁쟁거리는 목소리에 도무지 적응이 되지 않았다는... 

당시 이 방송을 한 다음날 학교에서 친구들끼리 만나면 도도희 연기 봤냐며, 뒷담화 하느라 수다시간의 절반을 보냈을 정도였습니다. 



                           댁의 남편은 어떠십니까 의  도도희로 분한 모습





                               아래 2장은 화보 사진입니다. 95년이니 20년 전이네요.


그래도 아스팔트 사나이, 서궁, 의가형제 등을 거치며 배우로서 안착해갔습니다. 서궁이라는 드라마에선 광해군시대의 상궁 '개시' 역할을 했죠. 장희빈이나 장녹수만큼은 많이 다뤄지지 않았지만 사극에서 요부이자 악녀로 종종 등장했던 캐릭터입니다. 여튼 이 드라마를 보던 그 당시 너무나도 미모로운 얼굴의 그녀가 하던  악역 연기가 몹시 그로테스크하게 느껴졌던 기억이 납니다. 



                              아스팔트 사나이 

                      파파... 배용준씨와 함께 출연했네요. 



                        내가 사는 이유

                             로맨스. 여기서 이경영씨가 상대역이었던 것으로 기억납니다..


                                                        애드버킷 


                                          파도 



                                        초대 


                           동기간 


드라마 <파도>에서 강인하고 순박한 여주인공을 연기하며 그는 폭넓은 대중을 아우르며 사랑을 받았던 그는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 <불꽃>에서 파격적인 연기를 보여주기도 했었습니다. 당시 이 드라마에 방송작가역을 맡았던 이영애의 친구로 배우 장서희, 김나운이나왔는데 세명이 모였을 때 치고받던 대사는 김수현식 속사포 대사가 펼칠 수 있는 최절정의 향연이었던 것으로 기억나네요. 

이후에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봄날은 간다> <친절한 금자씨> 드라마 <대장금> 등을 통해 지금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그 톱스타 이영애로 자리매김하게 되지요. 



                          드라마 불꽃. 여기서도 양미경씨와 함께 나왔습니다. 


                        공동경비구역 JSA

                   공동경비구역은 베를린영화제 경쟁부문에 올랐죠.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이건 유지태의 대사였죠. 영화 봄날은 간다


                          영화 선물. 이정재와 함께 출연했습니다. 


                2002년 헤라 광고.  지금이랑 미의 기준이 많이 다른듯. ㅋ 하긴 10년이 지났으니...


                                   영화 친절한 금자씨.



                                    대장금 성공 뒤 중국에서 가졌던 앙드레김 패션쇼. 

                                   이서진 저 비주얼 어쩔... ㅠㅠ



                            2006년 휘센 광고.  지금 보니 엘사같네요. ㅋㅋㅋ

                 

        결혼 후 남편과 함께 농구장을 찾은 모습 


                                        화장품    후 광고모델로.

쌍둥이를 출산하고 병원에서 퇴원하는 길에 찍힌 사진... 

스타의 삶이 많이 힘들어 보이긴 합니다. 



주요한 시기마다 가졌던 그의 인터뷰를 몇개 소개합니다. 


데뷔 이후 몇년간 CF 스타로 활약하면서 그는 '산소같은 여자'로 통했습니다. 내로라하는 여배우들이 화장품 모델로 활동하던 1990년대 중반 그는 특별한 연기활동 없이 CF 모델만으로도 가장 돋보이는 모델이었죠. 


세계일보 1994년 1월9일  


현재 활동중인 화장품모델 중 가장 돋보이는 모델은 (주)태평양 마몽드의 이영애씨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화장문화연구소」는 최근 헤어디자이너 메이크업아티스트 피부관리전문가등 미용전문인 4백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조사결과 가장 인기있는 화장품모델로 이씨를 총 응답자 3백36명 중 84명이 지목,25%의 지지를 얻었다.

「산소같은 여자」라는 광고문구로 유명해진 이씨는 지난해 가을 「밍크브라운」색조를 유행시키면서 더욱 주목을 끌었다.2위는 57명이 지목한 인기텔런트 채시라.코리아나화장품의 전속모델로 깨끗한 이미지가 돋보였다는 평이다.3위는 한불화장품모델로 활동하고 있는 패션모델 진희경씨로 모델다운 분위기연출이 돋보였다는 평이다. 이밖에 한국화장품과 계약을 맺은 탁구선수 현정화,에바스화장품의 모델 바이올리니스트 유니스 리도 관심을 끌었다.




문화일보 1999년 4월23일 

탤런트 이영애(28)에게 연기란 화장품 모델을 하며 얻게 된 ‘산소같은 여자’라는 판에 박힌 수식어 이미지를 지워나가는 지난한 작업이었다.93년 SBS TV ‘댁의 남편은 어떠십니까’에서 유부남을 사랑하는 커리어우먼 도도희역으로 연기데뷔한 이영애는 6년에 걸쳐 CF스타에서 연기파배우로 탈바꿈하기 위해 물불안가리고 숱한 배역을 소화해냈다.

흐트러진 술집작부 정애숙(MBC ‘내가 사는 이유’)에서 신세대 패션디자이너 오은지(MBC ‘사랑과 결혼’),내과전문의 차민주(MBC ‘의가형제’),푼수기와 도도함을 겸비한 노처녀 지숙(SBS ‘로맨스’)역을 차례로 연기하며 초기에 대리석같이 청초한 얼굴 하나 믿고 연기자가 됐다는 세간의 평을 불식시키고,바야흐로 한창 연기에 물이 올랐다는 평을 듣고 있다. 그녀가 가장 듣기 좋아하는 말이 “연기 잘한다”는 것.

올해 중앙대 연극영화과 대학원을 수료하고 올연말 목표로‘연기론’석사논문을 틈틈이 준비중이다.논문제목은 독일의 브레히트와 러시아 스타니 슬라브스키의 연기연출론 비교연구.

이영애는 이번 주말부터 내면에 정열을 간직하지만 불우한 환경에서 자라 사랑을 갈무리한 채 사는 고독한 이미지의 처녀가장이라는 복합적 캐릭터로 시청자에게 새롭게 다가선다.

24일부터 방영될 SBS 새 주말극장 ‘파도’(김정수 극본,김한영 연출)의 여주인공 나윤숙역을 맡은 그녀는 “앞으로 6개월 가까이 ‘파도’의 흐름에 몸을 맡긴 채 편하고 부담없이 연기하겠다”고 은근히 자신감을 과시했다.

‘파도’의 윤숙은 어릴때 동생과 함께 어머니로부터 버림받아 타인에게 쉽게 마음의 문을 열지 못하는 가난한 여대생. 병든 할머니를 떠나 서울에서 고학하며 교사의 꿈을 키우지만 학비를 벌기 위해 휴학하고 술집에 나가게 된다.

“다소 무거운 분위기의 서민드라마라 리얼리티를 살리는 내면 연기가 필수적이에요. 윤숙은 고독한 여자지만 내면에는 부끄러움을 잘 타는 소녀다운 순수함과 깨끗한 심성을 지니고 있어요.” 첫사랑 영준(이재룡 분)을 둘러싸고 대학 친구인 수정역의 왕희지와 펼치는 사랑쟁탈전과 복수극,억척스런 처녀 옷장사로 오랜만에 브라운관에 얼굴을 내미는 신은경 등과 펼치는 연기대결도 색다른 재미를 선사할 것같다.

‘파도’는 바위에 부서져 하얀 포말로 산화한다. 이영애가 연기할 윤숙은 파도처럼 밀려드는 첫사랑의 불꽃을 지펴내는 쉽지않은 배역. 이영애가 이 드라마로 새 연기영역을 개척할지 지켜볼 일이다.‘



동아일보 1999년 5월5일


‘산소같은 여자’와 술집 작부.둘다 탤런트 이영애의 이미지다. 마치 딴 사람처럼 서로 닮지 않았다. 마치 극과 극이 겹친 듯하다.

그는 91년부터 9년째 같은 화장품의 CF에 전속모델로 출연하고 있다.

‘산소같은 여자’라는 광고 문구 아래. 여성 연기자의 인기와 나이, 이미지에 가장 민감하다는 화장품 CF업계에서도 드문 일로 꼽힌다.

반면 97년 방영된 MBC ‘내가 사는 이유’의 술집 작부 애숙은 그에게 새로운 연기체험의 기회를 주었다.

촌스러운 화장에 “야 임마”같은 거친 말을 내뱉지만 사랑이, 사는 게 뭔지 알았던 70년대 ‘순정파’ 작부였다.

“CF는 나를 키웠지만 또 힘들게도 했습니다. CF의 고정적 이미지를 벗어나 연기자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 무던히도 몸부림쳤죠. 그러다가 만난 ‘사람’이 애숙이죠. 카메라 앞에 서는 게 두렵다가 어느 순간 연기의 즐거움을 느끼게 됐으니까요.”

공교롭다. 요즘 SBS 주말극 ‘파도’(밤8·50)에 여주인공 윤숙으로 출연중인 그의 ‘드라마속 운명’이 연기인생과 비슷하다.

낮에는 화장기 하나없는 맨 얼굴의 여대생이다.

그러나 밤에는 학비와 할머니의 치료비를 위해 립스틱 짙게 바르고 술을 따르는 룸살롱 호스티스로 살아간다.

“윤숙이라는 인물에 대해 듣는 순간 놓치면 안된다는 생각에 초조할 정도였습니다.

드라마는 많지만 성격의 변화가 뚜렷해 내 연기력을 키울 수 있는 배역은 흔치 않아요. 낮과 밤을 오가면서 시청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하나의 인물로 완성해야죠.”

애착이 많아서일까. 스튜디오에서는 종종 분장과 의상을 둘러싸고 ‘신경전’이 벌어진다. 연출자(김한영PD)는 윤숙이 어쩔 수 없이 밤거리로 나온 인물이므로 70년대풍의 ‘촌티’패션을 해야 한다지만 이영애의 생각은 다르다.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귀동냥을 했더니 요즘 룸살롱 아가씨들은 화장을 촌스럽게 안한대요. 단정하면서도 자연스러운 느낌이 좋은데….”

이영애는 “내가 꼭 듣고 싶은 것은 ‘CF모델 출신 누구’가 아니라 그냥 연기자라는 말”이라며 ‘파도’에서 그 소원을 이루고 싶다고 했다.


 비슷한 시기에 이뤄진 인터뷰라 그런지 내용은 대동소이합니다. 


 요 아래는 <친절한 금자씨> 개봉 당시 인터뷰입니다. 


맥스 무비  2005년 7월26일 


그녀는 자신을 잘 잃어버린다. 지적이고 냉철한 수사관에서, 매력적이지만 이기적인 이혼녀로,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던 그녀가 금자로 또 한 번 자신을 잃어버린다. 그녀는 또한 자신을 잘 잃어버리지 않는 배우이기도 하다. 관객들은 늘 ‘이영애의 영화’를 보고 싶어한다. 다양한 영화 속에서 새로운 그녀를 찾아내고, 상영 시간 내내 그녀에게 중독되어간다.


한 배우에게 있어 13년의 시간을 경험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물리적인 시간을 거스르는 몸이 만들어내는 제스처와 표정과 말의 미묘한 변화는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친절한 금자씨>의 주인공 금자가 된 이영애는 ‘온전히’ 하나의 몸으로 이 시간여행을 감당해냈다. 이 모든 것은 이영애 그녀 자신의 도약일까? 아니면 박찬욱 감독의 신기한 마술일까? “금자는 겉도는 것 같으면서도 그 안에 있고, 그 안에 있으면서도 겉도는 것 같아요. 그게 <친절한 금자씨>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색깔 중의 하나이고요. <대장금> 끝나고 금자를 하니까 이름에서도 연결성이 있는 것 같고 왠지 그래서 더 잘 될 것 같기도 하고 그래요.(웃음)” 

<친절한 금자씨>의 개봉을 앞둔 이영애가 달라졌다. 이제는 아무도 이영애에게서 ‘천의 미소를 지닌 CF 모델’을 기억하지 않을 것이다. 그건 너무 옛날 이야기이다. 자신의 연기 영역이 어디까지인지 실험해 보고 싶었다는 이영애는 <친절한 금자씨>가 운명과도 같은 작품이었다고 말한다. “1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까지 연기하는데, 그 세월의 흐름을 어떻게 보여줄까 고민했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한 커트도 빠지지 않고 책임져야 한다는 사실도 부담스러웠고요.”

보통 멋진 여자와 대단한 여자는 일치하지 않는 법인데, 그녀에게서 우리는 완벽한 일치를 발견할 수 있다. 배우로서 거울과 같은 존재가 되어버린 이영애는 어떤 배역이라도 천연덕스럽게 소화해 낼 수 있는 ‘탄탄한’ 연기력을 가지고 있다. 완벽한 사람은 훌륭하게 보일 수는 있으나 매력적으로 느끼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영애에겐 완벽한 아름다움과 더불어 ‘느슨한’ 아름다움이 있다. “뿌리 깊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어떠한 역경과 고난 속에서 흔들리지 않고 정진해 나가는 것, 그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고 생각해요.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늘 ‘한결’ 같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박찬욱 감독의 신작 <친절한 금자씨>는 산소처럼 늘 곁에 있어 몰랐던 그녀의 진가를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성격파 배우로서 다양한 각도와 에너지를 가진 배우라는 평가를 받고 싶어요. 계산하는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 차별점을 지니고자 해요. 이번에는 어떤 연기를 보여줄까 라는 궁금증과 기대감을 주는 연기자가 되고 싶어요. 누구 하면 정형화된 연기가 아니라.” 


이영애 라는 ‘배우’는 본인의 광기, 즉 예술혼과 이성을 유감없이 내뿜는 이 시대 최고의 ‘미녀’라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게 느껴진다. 영화 속에서 그녀가 아무리 추한 의상을 걸쳐도 내 눈에는 그 속에 감춰진 미의 실체가 투영돼 보인다. 이것은 비단 나만의 생각일까? 모름지기 영화배우란 늘 대중과 함께 있어야 하고, 그들의 사랑을 받아야 한다. 때론 귀찮기도 하고 부담스럽기도 하겠지만 그런 모든 상황들이 영화배우에겐 행복한 비명을 자아내게 한다. 재능과 의식을 두루 갖춘 배우가 궁합이 상통하는 감독과 만났을 때, 대중들은 자기의 구미에 딱 들어맞는 ‘대리인’을 제대로 만난 것 같은 기쁨과 즐거움을 얻게 된다. “모든 영화나 드라마가 기승전결이나 육하원칙을 꼭 제시해야 되는 것은 아니잖아요. 기존 영화의 흐름이나 구도를 떠나서 <친절한 금자씨>를 바라봐 주셨으면 해요. 영화는 ‘이래야 해’ 그런 고정관념을 버리는 순간 새로운 영화체험을 하실 수 있을 거예요.”

여자의 아름다움은 보는 이들을 즐겁게 하기 때문에 미덕이 될 수 있다 했던가. 이영애의 미덕은 그 아름다움을 많은 이들에게 보고 느낄 수 있게 하는 데에 있지 않을까. 그녀는 배우로서의 천부적인 끼와 재능을 타고 났다. 이 세상 아무나 할 수 있는 역할 보다는, 이 세상에서 자신 밖에 할 수 없는 역할에 더 끌린다고 말한 그녀는 ‘복수’라는 단어를 ‘스스로 행복하고 잘 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금자의 성격처럼 그녀가 정의한 ‘복수’라는 단어의 뜻 또한 남달랐다. 

어떠한 숨겨진 묘책도 없고, 그리하여 기대할 어떠한 반전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친절한 금자씨>가 서스펜스를 주는 것은, 금자 앞의 모든 관계들과 예측 가능한 상황들이 전적으로 그녀에게 달려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금자는 모든 상황들의 결정권을 쥐고 있다. 개미 한 마리 죽여 본 적이 없을 것 같은 그녀의 입에서 “너나 잘하세요” 같은 문장이 새어나올 때 관객들은 참을 수 없는 쾌감의 전율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박찬욱 감독님은 배우가 자신의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오히려 싫어하세요. 서로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일치된 결론에 다다르는 순간 굉장히 상쾌해져요.”

“캐릭터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다면 시작하지도 않았을 거예요. 고민이 있었다면, 개인적으로 나의 이미지를 좋아하는 팬들에게는 실망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이었어요. 하지만 배우로서 발전하는 나의 모습을 보아왔고, 또 좋아하셨던 분들이라면 분명 좋아하실 것이라 생각하고 있어요.(웃음)” 

<친절한 금자씨>는 그녀 속에 자리하고 있던 또 다른 매력을 발견하게 하고, 배우로서 그녀가 한층 더 단단하게 자리매김했음을 지켜볼 수 있는 ‘기쁨’을 주는 영화다. <친절한 금자씨>에서 또 하나의 새롭고 멋진 여성 캐릭터를 완성해내는 데 성공한 그녀는 이번 작품을 통해 관객들 곁에 한결 가까이 다가선다.

“매 작품마다 변화된 ‘이영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제가 가장 잘 소화해 낼 수 있는 색깔이 있기는 하지만 항상 그것만 하고 싶지는 않아요. 일단 재미가 없거든요. 어떤 사람이더라도 변신할 수 있는 특권을 지닌 배우가 어떤 이미지에 얽매인다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잖아요.” 그녀는 위험한 캐릭터들로부터 ‘흥분’을 얻고 즐거움을 만끽하는 배우다. 카메라 앞에 선 그녀의 움직임을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변화무쌍. 그녀의 움직임은 너무 아름답고 역동적이다. 


그녀가 출연한 작품들을 살펴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바로 연기에 대한 처절할 정도의 집착이다. ‘배우이니까 그럴 수 밖에’라고 생각해서는 그녀의 기쁨을 함께 나눌 수 없다. 우리가 한 가지 명심해야 할 것은 배우에게 연기로서 인정받는다는 것만큼 기쁜 일은 없다는 사실이다. 그것을 얻기 위해서 그들은 고생도 마다하지 않는다. 어떻게 하면 더 관객들을 즐겁게 해 줄 수 있을까 생각하고, 곤경에도 굴하지 않고 극복해 나간다. “처음부터 완성된 시나리오는 없었어요. 박찬욱 감독님과 촬영을 해가면서 만들어갔어요. 시놉시스만 보았을 때 ‘너무 강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박찬욱 감독님과 한다면 충분히 모험을 걸 수도 있고 배우로서도 욕심을 걸만 하겠다고 생각했어요.”


한국영화 사상 전대미문의 여성 캐릭터를 자기 안으로 품은 이영애는 ‘금자’라는 캐릭터에 ‘자신의 연기생활 13년’이 묻어있다고 했다. ‘천의 얼굴’을 가진 이영애가 데뷔 시절부터 해온 캐릭터들을 쭉 지켜본 팬이라면, 그녀의 변신이 낯설게만 보이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그녀에게 ‘왜 이런 역할을 이제서야 했냐고’ 반갑게 악수를 청하지 않을까. “연기할 때는 정말 자기 자신과 자기 경험 밖에 의지할 때가 없어요.” <친절한 금자씨>를 통해 이영애는 순결하면서도, 악마적인,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배우’임을 증명해 냈다. 


<친절한 금자씨>는 ‘복수의 허망함’을 묘사한 작품이다. 친절하게 그리려고도 하지 않았고, 그렇다고 불친절하게 그리려 하지도 않았다. 그냥 표현하고 있을 따름이다. 시간이 흐른 뒤, 금자의 행위가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건 전적으로 관객의 몫이다. 그녀의 방법이 옳다는 게 입증되었을 때, 그 관객은 두 번 다시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않게 될 것이다. “영화를 보시고 극장을 나가면서 금자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생각하고 얘기를 나눌 수 있으면 그걸로 이 영화는 성공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런 영화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저의 다른 면을 스크린에서 보는 경험은 낯설면서도 신기했어요.(웃음)” 자신의 이미지에 맞는 역할을 선택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것들을 포기하고 매번 색다른 역할에 도전한 그녀는 “이미지에 치중하는 소모용 스타에 머무르기는 싫다”고 했다. 영화 선택의 기준이 흥행 여부가 아닌 “내가 지금 하길 원하는 것, 내 연기 역량을 실험할 수 있는 캐릭터”라고 말하는 그녀는 역할에 자신을 맞추기 보다는 자신의 성향을 반영할 수 있는 역할을 줄곧 고집해 왔다. 


<친절한 금자씨>에서 이영애는 원없이 변신했다. 단단히 조여 두었던 나사를 전부 풀어낸 듯 표정도, 말버릇도, 몸짓도 하나같이 릴렉스해졌다. 변신의 끝을 보려고 작정이라도 한 것처럼. 그러고 보니 어줍지 않은 화학 상식으로 보건 데 물의 반이 산소인 것도 우연은 아닌 듯싶다. 무색무취의 산소. 하지만 이제 그 산소가 맛을 내고 향기를 내기 시작했다. 그것은 때로 물이 되고 다시 수증기로 모습을 바꿀 수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비가 되어 내릴 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녀가 우리 영화계에서 언제나 산소같이 소중한 존재로 남아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