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은의 잼있게 살기

 

연수하는 남편을 따라 미국에 1년간 머물렀던 것이 벌써 5년전입니다.

2008년 여름부터 2009년 여름까지였으니 벌써 가물가물 잡힐듯 말듯한 기억이 되고 있네요.

30개가 넘는 주를 여행할 정도로 틈만 나면 돌아다녔는데

그렇게 추억만으로 배를 채우며 흥청망청 보내다보니 한낱 환상이었던 듯, 내 기억이 아니었던 듯

서글퍼 지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이라도 다시 그 때를 정리해보며 새로운 꿈을 키워봐야겠습니다.

그나마 다행히 제가 다니면서 조금씩 끼적여놨던 것들이 곳곳에 남아 있긴 하네요

그것들을 바탕으로 기억을 되살려보겠습니다.

 

미국, 정말 엄청난 자연으로 축복받은 나라임에 분명합니다. 예전에 어디선가 들은 말인데

미국 여행은 신의 솜씨를 보기 위해 유럽여행은 인간의 솜씨를 보기 위해서라고 하더라구요.

고대문명의 발상지이자 각종 건축물, 예술품이 넘쳐나는 유럽이나 중동과 달리 미국은 짧은 역사 때문에

뾰족히 내놓을 유적지는 없지만 자연 그 자체만으로 보는 이들은 압도할만큼 장대합니다.

 

요건 시작에 앞서  참고로 제가 2008년 말 라스베가스 가는 길에 탔던 US airway에서 봤던

책자에 소개된 곳입니다.

Tripadvisor가 선정한  미국과 유럽에서 가장 추천할만한, 인기있는 무료 여행지랍니다.

 

 

미국 1. 벨라지오 분수쇼 라스베가스
     2. arlington national cemetery  버지니아
     3. waimea canyon , Kaui Hawaii
     4. Golden gate bridge  샌프란시스코
     5. Angel‘s landing ,    Zion national park Utah
     6.  USS arizona memorial  ,  Honolulu  hawaii
     7.  Pacific coast highway,    Route1, CA
     8.  US Holocaust memorial museum... 워싱턴 DC
     9.  the freedom trail,   Boston
    10.  central park,    New york city

유럽  1. 판테온  로마
      2. 내셔널갤러리  런던
      3. Museum of the Jewellery Quarter   버밍햄 영국
      4. 노트르담 성당    파리 
      5. cathedral of ST. Michael and st. Gudula,   브뤼셀
      6. Duomo, Cathedral of santa maria del fiore    피렌체
      7. Retiro Park   마드리드
      8. 웨스터민스터사원   런던
      9. St Mark’s basilica   베니스
     10. The Giant‘s Causeway ,   Bushmills Northern Ireland.

 

 이중 몇곳을 가보셨나요.

 저는 이중 먼저 미국편의 7번, 퍼시픽 코스트 하이웨이와 샌프란시스코를 소개하겠습니다.

 2008년 겨울 네바다와 캘리포니아를 두루 도는 여행을 했었는데  여행중 샌프란시스코에서 LA까지

이 길을 이용해 내려왔습니다.

퍼시픽 코스트 하이웨이, 일명 캘리포니아 1번국도라는 이 길은 자동차 여행자들의 로망입니다.

구석구석을 달리며 대륙의 광활함을

만끽하는 재미와 짜릿한 흥분은 지금 생각만 떠올려도 가슴이 벌렁벌렁 하다는... 아 가고 시퍼라...

 

얼마전 휴가로 샌프란시스코를 간 후배에게 이것저것 늘어놓으며 여기저기 가보라고 잔소리를 해댔지요. 

그 이야기하면서 얼마나 마음이 싱숭생숭하던지.

서부 전체를 돌기 힘들면 짧은 휴가로 이 지역을 방문할 때라도 1번 국도 드라이브는

반드시 해 보시길 추천합니다.

 

시애틀부터 샌디에고까지 죽 이어서 볼 수 도 있겠지만

컴팩트하게 보려면 샌프란시스코에서 엘에이 까지도 충분합니다. 

위에서 내려오는 것과 올라가는 것 둘 중에 선택해야 한다면 당연히 위에서 내려오는 코스를 선택하는게

좋겠지요. 하행선이 바로 바다와 접해 있으므로 아찔한 스릴을 만끽하면서 환상적인 해안의 모습을 즐길 수 있습니다. 차를 돌리거나 길을 건너지 않고 바로 바로 차를 세우면 바다니까요.

 

2008년 12월24일. 크리스마스 이브 아침에 샌프란시스코로 들어섰습니다. 샌프란시스코에 다녀오신 분 많겠지만 저는 이곳에서 추천할만한 곳으로는 골든게이트파크를 꼽겠습니다. 뉴욕에 센트럴 파크가 있다면 샌프란시스코에는 골든게이트파크가 있습니다. 단아하고 정갈하게 잘 가꿔진 정원과 산책로, 아름다운 연못이 잊혀지지 않는 곳입니다. 비온 뒤에 촉촉함을 머금은 공원 전체가 신비로운 기운을 풍기며 사람의 마음을 품어주는 것이, 데면데면하고 지겨운 부부라도 왠지 손잡고 걷고 싶게 만들어주는 요상스러운 곳이지요.

차로 롬바르드 거리,  꽃길로 꾸며진 그 유명한 꼬불꼬불 거리도 시속 5마일 정도 속도로 천천히 내려와 보시구요. 그리고서는 39피어 근처공영주차장에 차를 세웁니다. fishman's warf, pier 39  다 근처입니다. 여기엔 워낙 관광객들이 모이는 곳이라 테마파크형의 작은 쇼핑몰과 식당, 우리식의 포장마차가 즐비합니다. 카페와 식당가에서는 이곳의 유명한 클램차우더 수프를 꼭 맛보셔야죠. 큼직한 하드볼에 담아주는 클램차우더 수프, 리고 근처에 늘어선 포장마차에서는 우리식 꽃게찜같은 돈저네스 크랩을 팝니다. 주로 중국인들이 이걸 많이 파는데 나무 망치로 딱딱두드려서 껍질이 잘 까질 수 있도록 손질해줍니다. 정말 맛납니다.

 

골든게이트 파크의 산책로

 

 

골든 게이트 파크

 

금문교 앞

 

롬바르드 위에서 아래쪽을 내려다본 모습.

 

클램차우더 수프

 

데크 위에 올라 있는 바다사자들

 

 

 

여기서 어느 정도 시간을 보낸 뒤에는 금문교 쪽으로 옵니다. 금문교 하단에 주차하는 곳이 많이 있으니 거기서 차를 세우고 보면 그동안 엽서나 달력에서 봤던 그 금문교가 뙇!!!

걸어서 금문교를 오가는 분도 있는데 쭉 달려서 금문교 북단으로 가도 뷰포인트가 있습니다.

그렇게 쭉 더가면 소살리토, 예술인과 부호들이 사는 동네가 나오지요. 그 동네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또 시간이 된다면 뮤어우즈 내셔널 모뉴먼트도 가보시길. 거긴 세계에서 가장 큰 레드우드 나무가 백빽히 숲을 이룬 곳입니다. 알카트래즈 감옥은 못가봤습니다만 좀 비쌌던 걸로 기억나네요.

 

아 참, 금문교 쪽으로 가기전,,,,아까 pier39에 차를 세운 상태에서 케이블카를 꼭 타보셔야 합니다. 두가지 노선이 있는데 pier 39 근처 정류장에서 hyde st 방면으로 가는 것을 타야 시내 구경을 하면서 갈 수 있어요. 정장을 차려 입은 여성이 달려가며 케이블카에 올라타 난간을 붙잡고 서는, 광고나 영화에서 그런 모습 보신적 있죠? 괜히 그런 사람들 보니 내가 cf의 주인공이 된 것 같더라는....

이 노선은 차이나타운을 비롯해 샌프란시스코 시내의 주요 포스트를 돌기 때문에 노선을 보며 중간에 땡기는데 그냥 내리시면 됩니다.

 

근처에 스탠포드대학도 있으니 시간이 되시면 이곳도 방문할만하죠.

 

샌프란시스코를 그렇게 하루동안 정신없이 훑었습니다. 넉넉하게 샌프란시스코에만 머무르며 쉬고 천천히 음미하면 좋겠지만 저희는 12박13일을 정해진 돈에 맞춰 광활한 지역을 다 봐야 하는 여행자였던 관계로 인텐시브 속성코스로 다녔습니다.

크리스마스 이브를 그렇게 보낸 뒤 크리스마스 이른 아침 1번 국도를 타기 위해 나왔습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남쪽으로 몬테레이까지 조금 내려오면 거기서 17마일 드라이브를 만나게 되지요.

 17마일 드라이브는 해변을 낀 드라이브 코스인데 사유지라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야 합니다. 이 안에는 그 유명한 페블비치 골프장이 있습니다. 아름다운 숲과 집, 환상적인 해변에 취해 차를 세우고 그대로 넋놓고 있으면 되는 곳이죠. 곳곳에서 조깅하는 사람들과 눈인사도 나누고 골프치는 사람들 보며 침흘리기도 하고...

그렇게 17마일 드라이브를 따라 나오면 페블비치, 카멜비치를 지나 본격적으로 1번 도로와 연결됩니다.

그리고는 해안을 타는 1번도로를 달리게 되는거지요. 정말 죽이는 광경이 몇시간 동안 놀랍게 펼쳐집니다.

이걸 뭐라고 해야하나. 딱히 떠오르지 않고 그저 죽이고 환상적이다는 말밖엔... 아 이 비루하고도 저질스러운 표현력이라니.... ㅠㅠ

 

특히 big sur라는 곳부터 san simeon이라는 곳까지 이어지는.. 자동차로 두시간 좀 안되는 거리인데요. 이곳은 마치 현실이 아닌듯, 환상여행을 하고 있는 느낌을 주는 곳이랍니다. 아놔, 도대체 환상이란 말을 몇번 쓰는거야.. ㅠㅠ

 

 

 

 

해변을 달리며 중간중간 내려서 찍었던 사진들... 그런데 이리 보니 정말 멋없이나왔다는... 이 분위기 어쩔...

 

 

 

산시메온을 지나면서 부터는 좀 내륙쪽으로 들어오게 되는데 여기서 연결되는 46번 국도를 타고 안쪽으로 들어가는 것도 색다른 광경에 눈이 즐거움을 누릴만한 길입니다.  산시메온 근처의 허스트 캐슬을 찍고 가는 경우도 있으나 우린 패쓰, 그리고 덴마크 마을이라는 솔뱅까지 주구장창 달렸습니다.

 

저 멀리 입구에서부터 빨간 지붕에 뾰족한 첨탑, 아기자기한 비주얼로 시선을 잡아 끌던 이 동네. 맛난 대니쉬 페스트리나 먹어보자며 잔뜩 벼르고 별렀건만  그걸로 끝이었습니다.

이날이 크리스마스 아닙니까. 전 한국의 크리스마스만 생각했지요. 아니 뉴욕이나 도쿄같은 대도시도 크리스마스는 시끌벅적하게 마련 아닌가요. 그런데 이 솔뱅이란 곳은 테마파크도 대도시도 아닌 그냥 조용한 마을이다보니 다들 문을 닫고 쉬는 겁니다.

오직 문을 연 곳이라고는 작은 호텔, 그리고 근처의 주유소. ㅠㅠ

대니쉬 페스트리는 커녕 물한병 못마시고 솔뱅을 떠나야 했지요.

 

 

 

이상은 썰렁하고 횡뎅그렁한 솔뱅의 모습.

 

산타바바라 해변 주차장에서 찍은 모습입니다

 

 

숙소를 LA근처의 말리부로 잡아놨기 때문에 부지런히 달려야 했습니다. 

솔뱅을 나와 삼사십분쯤 달리면 나오는 곳이

그 유명한 산타 바바라입니다.

누구때문에 유명해졌는지....아실만한 분은 아시겠죠. 바로 린다김이었죠. 재미 로비스트였던 그를 두고 국방장관이었던 분이 보냈다고 공개된 연서가 어마어마한 파장과 충격을 던져줬던... 그 편지에 '산타바라라 아침 해변의 추억'이 등장한 바람에 한때 산타바바라가 어떤 곳인지에 대한 관심이 들끓기도 했었죠.

저희 가족들이 봤던 산타바바라 해변은 석양이 눈부시게 아름다운, 단정하고 조용한 해변마을이었습니다.

산타바바라에는 다행히 음료를 파는 편의점이 문을 열었습니다. 그래도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인적없이 쓸쓸했습니다. 솔뱅에서 배신당했던터라 갑자기 허기가 몰려왔고  음료와 간단한 간식거리를 샀습니다.  산타바바라 해변의 석양을 바라보며 차가운 샌드위치를 우걱우걱 입안으로 밀어넣는데 그래도 기분은 괜찮았습니다. 산타바바라 해변 우리가 전세냈다며 약간의 괴성과 함께 해변을 달리고 구르는 퍼포먼스를 연출하기도 했지요. 딸래미가 '석양이 너무 예쁘다'며 휴대폰 카메라로 찍어대는 표정이 참 좋았던 기억도 나네요.

그리고 남편과 함께 이야기했었죠. 이번엔 어쩔 수 없이 LA쪽에 숙소를 잡았지만 다음엔 꼭 우리도 산타바바라 해변에서 아침을 맞이해보자고 말입니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