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은의 잼있게 살기

폭염이 절정을 달리던 8월 중순, 다행스럽게도 딱 맞춰진 휴가.

덕분에 전력난에 시달리던 서울을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원래 계획은 2006년 처음 시작했던 남도 맛기행 최종편을 찍을 계획이었으나

(해남, 강진 땅을 밟아보지 못했다는)

이 더위에 혼자 죽어라 운전해야 하는게(남편은 운전 면허가 없습니다) 급히 제주도로 바꿨습니다.

 

선선하고 시원한 계절이라면 올레길도 걷고 오름도 쉬엄쉬엄 다니고 야외에서 할 수 있는 각종 액티비티를 시도해 볼 수 있겠지만

해갈이 절실한 제주도의 폭염속으로 들어가야 했던지라 새로운 계획을 세웠습니다

이름하여  폭염을 극복하며 제주의   자연과 멋을 즐기는 것.  바로 숲길 투어 입니다.

그전에 절물휴양림에서 제주도민들이 폭염을 피해 더위를 식히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는지라 대략 숙소와 동선을 고려하여

인터넷 정보를 모아 코스를 짰습니다.

워낙 숲길과 휴양림이 많아 뭘 골라야 할지 고민스러웠는데 몇몇 코스를 정한 뒤 최종 낙찰은 현지에서 만난 택시기사님과 식당 사장님, 그리고 숙소 직원분들께 조언을 구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정한 곳들은  *교래휴양림 *절물휴양림  *에코랜드  입니다.

시간이 안돼서 못 간 사려니숲길도 괜찮다고 하니 나중에 가시는 분들은 참고하시길...

기본적으로 이들 휴양림은 나무가 울창한 숲길이라 한낮에도 그늘이 시원하게 만들어지는 곳입니다

 

*교래휴양림

택시기사분이 알려주신 곳이었습니다. 절물휴양림 많이 가보셨냐고 여쭤봤더니 절물은 관광지 느낌이 좀 나고 교래휴양림이 원시자연에 가까운 숲길을 걸을 수 있다면서 추천해주시더라구요.

화산 폭발로 인한 제주 특유의 숲 지형인 '곶자왈'이 잘 보존되어 있는 곳이라고 했습니다. 에코랜드와 바로 마주보는 곳에 위치한 이곳의 입장료는 1인당 1000원.

산책로는 2시간 반짜리 오름산책 코스와 40분  정도 걸리는 곶자왈 생태체험 코스가 있습니다. 저희는 곶자왈 생태체험 코스를 선택했습니다. 함몰지와 돌출지가 계속 이어지고 터널을 이룬 크고 작은 나무들이 자라는 곶자왈 코스는 마치 영화 쥬라기 공원의 한 장면속으로 들어온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바닥에는 커다란 잎을 펼치고 있는 온갖 종류의 고사리가 자라고 있고 꾸지뽕, 쥐똥나무, 동백에 각종 이름 모를 풀과 나무들이 원시 밀림의 신비로운 모습을 그대로 품고 있었습니다. 등산길이 나 있지만 인공적인 느낌이 강하지 않아 마치 자연과 한 몸이 되는 듯한 느낌이 좋았습니다. 중간중간에 '뱀 주의.  정해진 등산로가 아닌 곳으로 가지 마세요'라고 씌어 있던 팻말은 정말이지 오싹했습니다. 등산로로 다니면 아무 문제 없겠지만 괜히 앞뒤 살피게 되고 나뭇가지 위에 뱀이 있지나 않은지... 겁을 잔뜩 집어 먹을 정도로 자연속에 푹 담가진 느낌이었습니다.

##유모차 이용 불가. 65세 이상 어르신 중하 난이도.  아래 화면 보시면 짐작 오시죠?

 

 

휴대폰으로 넘 허접하게 찍은 사진 ㅠ

 

 

 

교래자연휴양림 홈페이지(http://www.jejustoneparkforest.com/index.php)에서 퍼온 잘 나온 사진

 

 

 

*절물휴양림

숙소로 머물렀던 한화콘도에서 걸어가도 되는 거리에 있습니다. 콘도 로비에서 15분 정도 걸으면 되는 곳이지요. 절물휴양림은 절과 물이 있어서 만들어진 이름이라는데 이곳엔 유명한 삼나무숲길과 다양한 숲 산책로가 마련돼 있습니다. 삼나무숲길과 짧은 코스인 생이소리길은 산책을 위한 데크가 만들어져 있습니다. 유모차를 이용해서도 다닐 수 있을 정도로 산책코스가 잘 닦여져 있습니다. 특히 삼나무 숲길은 들어서는데 상당히 시원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지요. 산책 데크 옆  삼나무 사이에는 곳곳에 평상이 놓여 있었습니다. 여러 분들이 이곳에 앉아 잠을 자거나 책을 읽으며 더위를 피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곳 관리하시는 분 이야기를 들어보면 하루 입장료 1000원 내고 들어와 하루 종일 쉬다 가는 주민 분들이 많다더군요. 생이소리길 역시 데크가 놓여 있어서 유모차들도 다닐 만합니다. 그리고 숲 틈새로 전해지는 바람이 어찌나 시원하던지... 마치 뜨거운 사막 사이를 뚫고 샘물이 솟아나는 느낌이랄까요.

휴양림 내의 절물오름을 오르는 코스에는 전망대가 있지만 우린 햇볕에 나가기 싫어 패쑤...

3시간 반짜리인 최장 산책로는 장생의 숲길 코스입니다. 이 역시 숲이 그늘을 이루고 있는 환상의 산책로이지요.

보통 1시간 산책 코스로는 삼나무 숲길을 거쳐 목공예 야외 전시장과 약수터 등을 지나는 생이소리길 정도가 좋습니다.

 

 ##유모차 이용 OK, 하이힐 신고도 산책하기 좋음.  

 

 

왼쪽부터 삼나무 숲길, 생이소리길, 장생의 숲길 /절물휴양림 홈피에서 퍼옴

 

 

*에코랜드

생각도 않고 있다가  택시 기사분의 추천으로 리스트에 넣었던 곳입니다. 별거 아닐거라 생각했는데 아기자기한 재미와 자연을 즐길 수 있는 곳입니다.

유모차 연령대에도 마춤하고 초중고생, 성인들까지 전가족에게 적합한 공원입니다. 기차를 타고 4개의 기차역을 가며 원하는 곳에 내려 즐기고 산책할 수 있도록 꾸며진 테마파크라고나 할까요. 에코브리지 역에 내리면 호수위에 놓여진 수상 데크를 따라 산책코스가 나옵니다. 중간 수상카페에는 제주감귤, 백년초 등으로 만든 아이스크림과 음료, 과자, 초콜릿 있습니다. 100이면 99명 정도 사먹는... 감귤아이스크림이 개인적으론 더 나은듯. 백년초는 단맛이 넘 강해서요.. 이 곳에서 걸그룹 카라가 화장품 CF를 찍었다고 하네요.  

두번째 역인 레이크사이드 역 근처에는 토피어리 작품과 돈키호테 풍차, 대형 함선이 있습니다. 아이들은 신난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는데 쨍쨍 내리쬐는 햇볕속에서 잘도 뛰어 놉니다. 몇집과 함께 가서 애들 잔디밭에 풀어놓고 엄마들은 그늘에 앉아 몇시간 놀 수 있는 곳입니다.

세번째 역인 피크닉 가든역에 내리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잇습니다. 아이들 놀이터인 키즈타운이 있고 근사하고 시원한 산책로도 있습니다. 이니스프리에서 나온 화장품 제주화산송이 모공마스크라고 아실텐데 그 재료인 화산송이로 깔려 있는 산책로입니다. 중간에 무인 카페, 맨발로 화산송이를 밟아볼 수 있는 맨발공원이 있지요.  산책로는 10분 정도의 짧은 코스와 40분 정도 걸리는 코스가 있습니다. 전체가 숲 터널로 연결되는 것은 아닌데 느적느적 시원하게 걸을 수 있습니다. 40분코스의 산책로 중간에 작은 휴식처가 있는데 얼음물 같이 찬 연못이 있어 이곳에 발을 담그며 쉴 수 있습니다. 지하수 약수도 있어 빈물통을 시원하게 채운 뒤 남은 산책로를 걸어가면 됩니다. 역시 전 구간 유모차로 다닐 수 있지요.

 

##전세대를 아우르는 가족단위, 유모차 부대, 연인들의 코스... 뭐 다 좋습니다.

 

 

 

 

 

에코랜드 테마파크 홈피에서 퍼온 사진... 실물보다는 못 나왔음.

 

 

3박4일 코스에서 이 3가지 숲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제법 여행의 상당부분을 차지합니다. 걷고 쉬고, 구경하다 또 먹고 걷고...

 

숲길을 걷는 중간중간 끼워넣었던 코스는 오설록과 이니스프리하우스,  감귤박물관, 농업생태원, 그리고 서연의 집 카페 입니다.

이중 오설록과 이니스프리하우스는 중학생인 딸아이도 아주 좋아했던 코스입니다. 예전 아이가 유치원다닐때 오설록을 찾았습니다. 그 땐 이니스프리가 없었구요.  볼 것도 아기자기하게 있고 먹을것도 많아 어린 자녀를 뒀다고 해도 충분히 가볼만합니다.

이니스프리는 화장품 브랜드이니만큼 직접 비누만드는 체험하는 코너도 있고 다양한 화장품도 테스트해 볼 수 있어 여자라면 노소를 막론하고 좋아할만하니 추천함다... 음료나 팥빙수를 비롯해 간단하게 요기할 메뉴도 많습니다.  여기 빙수가 세숫대야 같은데 나오는데 어찌나 큰지... 팥빙수 눈꽃도 맛있구요..

강추 메뉴는 수제소시지 핫도그 입니다.   감귤로 빚은 쫀득 말랑한 핫도그빵에 제주산 돼지로 만든 큼직한 수제소시지.  음.... 정말 맛납니다.

서연의 집 카페는 뭐랄까... 한마디로 남극 빙하 위에 옹기종기 앉아 있는 펭귄떼를 보는 느낌이랄까. 밖에도 안에도, 1층에도 2층에도, 서연과 승민이 함께 누웠던, 바다가 보이는 2층 테라스에도 사람들로 그득그득.... 걍 사람에 질려서 이리저리 보다나와버렸다는...

사람들 안붐빌 때면 좀 다른 느낌일 수도..

어쨌든 영화에서 봤을 땐 해안도로변에 한적하게 있는 집같았는데 막상 보니 집 앞 도로는 도로라기보다는 그냥 차 한대 겨우 지나다닐만한 시멘트 포장도로입니다. 그리고 주변은 그냥 민가들. 영화에선 이웃 집들과 잘 어우러진, 동네에 새로지은 집 같았는데 현장에서 보니 시골 마을에 톡 도드라진 건축물이라는 생각이..

아마 주변에 차들이 너무 무질서하게 주차돼 있고 사람이많아서 그렇겠죠. 몇년 지나고 그렇게 주변 경관과 함께 살아가는 시간이 길어지면 영화에서 봤던 그런 따뜻한 느낌을 주는 집으로 자리잡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실 영화에서 봤던 장면에 등장한 건축물이나 자연경관을 실제 보면 기대와 환상을 따라주지 못하는 경우가 가끔씩 있지요. 밀폐된 공간에서, 그것도 거대한 스크린 앞에서 몰입하는 것은 그 자체로 환상과 감동을 받기 위한 준비인겁니다. 비엔나 알베르티나 미술관도(비포 선라이즈, 선셋 시리즈에 나오는 그곳 말입니다) 앞에 갔더니 말똥에 노숙자에... ㅋ

 

 

관광 겸 쇼핑겸 해서 가볼 곳은 제주시 동문시장, 서귀포시 올레시장입니다. 숙소에 따라 편하게 이용하심 될 듯해요. 전 서귀포 올레시장에서 회를 떠다 먹었습니다. 흑돔, 황돔 이렇게 해서 4만5천원에 3식구가 실컷 먹었습니다. 올레시장에 모닥치기라는 유명한 분식점도 있어요.

떡볶이와 야끼만두와 김치전과 이런 것들을 한꺼번에 말아주는데 보기만 했습니다. 회를 먹어야 했던지라. 회를 파는 수산물 코너도 주루룩 모여 있는데 아무 정보 없이 갔던 저희는 그곳 야채가게, 과일가게 아주머니들에게 물어 '황금어장'이라는 가게에서 회를 떴습니다. 그리고 그 가게에서 알려준 우리수산에서 전복을 만원어치 사다가 라면에 잔뜩 넣고 끓여 먹었지요.

애플망고는 큼직한 놈이 하나에 만원씩이라 자잘한 것들 예닐곱개 묶어 놓은것을 만원어치 사다 먹었습니다. 정말 꿀맛이라 나중에 비행기 타기 전 공항 근처의 동문시장에 들러 큼직한 놈들 세트로 거금을 들여 샀습니다. 선물거리는 동문시장에서 사면 좋을 것 같아요. 제주초콜렛들도 4, 5개에 1만원씩이라 다른 관광전문 매장이나 편의점, 면세점 보다 훨씬 싸답니다.

 

원래 여행할 때 마다 우리 가족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먹거리입니다. 잘먹고 실컷먹고 안먹어보던 현지 것을 먹어보자는 것인데 흑돼지, 자리물회, 한치물회, 회 등 제주에서 맛볼 수 있는 것들은 물론 맛나게 먹었고 이번 여행에선 말고기도 시도했습니다.

말로만 듣던 말고기 맛이 어떨지 몰라 망설였으나 역시 현지 택시기사분의 추천으로 결심하게 됐지요. 소고기보다 훨씬 담백하고 부드럽다는... 저희가 갔던 곳은 숙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 녹산장이라는 말고기 전문점입니다.  괜히 상상만으로 비위가 상할 분도 있겠지만 막상 먹어보니 괜찮은 별미더라구요.  1인당 2만5천원짜리 코스를 시켰는데 죽, 사시미, 육회,  버거스테이크, 양념구이, 곰탕 순으로 나왔습니다. 육사시미는 생고기인데 정말 부드러우면서도 찰진맛이 아주 고소하고 좋았습니다. 육회는 뷔페 식당에 가면 나오는 소고기육회 스타일이구요 양념구이도 엘에이 갈비 양념을 해서 구웠는데 맛있었습니다. 그런데 버거 스테이크는 개인적으로 별로였습니다. 우리 식구들도 모두 별로라며 한입씩 베어문 뒤 남겼는데 나중에 따로 갈 기회가 된다면 개선이나 교체를 건의해  볼까 합니다. 말곰탕도 일반적인 소뼈로 끓인 곰탕 맛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현지 분들에게 들어보니 예로부터 말은 소와 달리 농사 뿐아니라 군사용으로 사용하는 자원이라 백성들이 잡아 먹는 것을 금기시해왔다고 해요. 귀중한 국방자산이 축난다는 거지요. 대신 상류층은 말고기의 담백한 육질을 즐겼다고 합니다. 그래서 말고기를 먹으면 재수가 없다, 병이 난다 이런 루머를 퍼뜨리는 바람에 말고기를 먹는 것이 꺼려지는 분위기가 형성된거라고 하더군요. 제주에서는 큰 잔치나 이벤트가 있을 때 추렴을 해서 말을 잡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합니다. 말의 여러 부위중 뼈가 가장 비싸답니다. 말 값의 절반 이상이라는데 말 뼈를 고아 먹으면 그 효능이 소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라는게 현지분들 이야기입니다.

예전에 카자흐스탄에서 말내장으로 만든 순대, 말젖으로 만든 요상한 음료를 먹어본 적이 있었습니다. 솔직히 그때의 인상 때문에 '말=어드벤처 푸드'라는 생각이 강했다가 이번 기회를 통해  '말=별미'로 바뀌게 됐습니다.

 

녹산장 말고기 사시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