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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토크

연예인과 정치, 그리고 '탄압'

by 신사임당 2011. 7. 27.
올해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키워드 중 하나가 '소셜테이너'입니다. 사회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드러내고 참여하는 엔터테이너를 소셜테이너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찬반논란은 지속되고 있습니다. 연예인이기 이전에 건전한 상식을 가진 사람으로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자신의 정치적 견해와 의견, 사회활동은 자유입니다. 반면 대중적인 영향력이 큰 사람들인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것은 그 반대의 의견입니다.
물론 논란이 있을 수 있습니다. 찬성할 수도 있고 반대할 수도 있고 특정 행동을 하는 연예인들에 대해 호불호의견을 분명히 할 수 있습니다. 그것 역시 대중의 개인적인 자유이니까요.
 

그렇지만 문제는 비열하고 폭력적인, 비합리적인 압박입니다. 연예인들이라면 출연정지라는 것이 가장 치명적인 탄압일 수 있을 것입니다. 군사정권이나 언론의 자유가 없는 독재정권, 냉전 광풍이 휘몰아치던 옛날 옛적 이야기가 아니라 G20 정상회의도 개최하고 동계올림픽도 유치한 ‘선진일류국가’의 유력한 후보국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과거 이야기들을 살펴볼까요.

전두환에 이어 집권한 노태우 정권, 6공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동아일보]|1992-02-15
14대총선에 무소속이나 야당후보로 출마하려는 인사들에 대한 당국의 「정치탄압」여부가 총선전초전의 최대 관심사로 부각됐다. 출마예상자들이 느닷없이 출국하거나 감시 미행 협박당했다고 주장하는 사례는 늘고 있으나 진상규명은 제대로 되지 않고 의혹만 부풀어가고 있는 양상이다.

▷이주일◁
이씨는 그동안 SBS TV 「현장쇼 주부만세」의 진행을 맡아왔는데 최근 SBS측으로부터 정치와 진행자중 택일할 것을 요구받았다고 한 측근이 전했다. 또 SBS측이 이씨에게 「자니윤 이야기쇼」에서 자니윤씨과 더블MC를 맡아 달라고 한달간 섭외해 왔는데 2주일전 이씨가 이를 받아들여 출연키로 했으나 이튿날 SBS로부터 출연취소통보를 받았다는 것.
이씨 측은 이씨가 경영하는 야간업소에 『불순분자가 있다』며 수사관이 조사를 하거나 이씨 사무실앞에 주차한 차량의 번호를 적어가는등 무형의 압력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또 지난 8일 올림픽 역도경기장에서 열린 명지대생 정태수군의 백혈병 수술비마련을 위한 공연에서 이씨는 동원된 것으로 보이는 「주먹」들로부터 야유와 달걀세례를 받았다.
이씨 사무실에는 「재경고성군민회」라는 간판이 걸려 있고 이씨가 회장을 맡고 있으나 사실은 이 간판자체를 민자당측이 걸어놓은 것인데도 요즘에는 이씨가 고향인 고성에서 출마하기 위해 군민회를 만들었다고 역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경기 구리시에는 사무실도 개설하지 않았는데 마치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는 것처럼 루머를 퍼뜨리고 있다는 것이 이씨측의 이야기다.

▷강부자◁
탤런트 강씨는 13년간 진행해온 KBS2라디오 「안녕하세요 황인용 강부자입니다」에서 밀려났다.
강씨는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과의 친분 때문에 발기인으로만 참여했고 정치할 생각도 없는데 도중하차까지 시키는 것은 지나치지 않느냐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이와 관련, 연예계에서는 서울 중랑갑에 민자당후보로 공천까지 받은 탤런트 이순재씨는 MBC TV 주말극 「사랑이 뭐길래」에 별탈없이 출연하고 있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순재씨는 되고,이주일씨는 안되고/정치활동과 연예인의 자유
[한겨레]|1992-02-18

텔리비전에 나오는 이주일씨의 얼굴은 바보스러우면서도 친근감을 준다. 그러나 며칠 전 가족과 함께 갑자기 홍콩으로 떠난 뒤 기자들을 만난 그의 표정은 안쓰러움을 느끼게 한다.
텁수룩한 수염에다 깊은 고민의 흔적이 깃든 그의 얼굴은 이 나라 정치의 희극과 비극을 아울러 보여주고 있다.이주일씨는 홍콩으로 떠나기 전에 그가 경영하는 유흥업소와 자선공연장에서 세무·보건위생관리들과 정체불명의 청년들에게 시달림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기관원’이라는 사람들이 업소에 몰려와서 손님들의 이름과 직업을 묻기도 하고 공무원들이 ‘위생검열’이라는 구실로 구석구석을 뒤지기도 했다는 것이다. 이주일씨가 홍콩에서 한국 기자에게 말한 내용은 더욱 놀랍다.
“우리나라의 정보기관은 참 잘돼 있다. 20년전 1천7백원의 외상값이 있던 것도 알고 있다니,아마 소주와 떡볶이 값이었던 모양이다.나도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이번에 돌아가면 갚겠다.”


널리 알려진대로 이주일씨는 통일국민당의 발기인으로 참여했으며,경기도 구리시에서 14대 총선에 출마하라는 권유를 그 당과 친지들로부터 강하게 받았다고 한다.
국민당과 현대그룹의 관계나 이주일씨의 정치적 성향을 따지기 전에 그가 피선거권을 가진 국민임을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따라서 그는 뜻이 있으면 국회의원 선거에 나갈 권리와, 정치활동을 할 자유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최근 그의 주변에서 벌어진 사건들은 권력과 정보기관들이 그의 권리와 자유에 대해 노골적으로 또는 음험하게 탄압을 가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이주일씨는 홍콩에 간 직후 “내가 모든 사실을 털어놓는다면 세상이 발칵 뒤집힐 것”이라고 말했다가 나중에는 “외부압력을 받은 바 없다”고 고쳐 말했다고 한다.

어긋나는 이 두 진술 사이에 어떤 비밀과 고민이 있는가는 미루어 짐작할 수밖에 없다.

이주일씨의 느닷없는 출국이 정치권에 뜨거운 논쟁을 일으키고 있던 시간에 민자당의 공천으로 서울 중랑갑구에 출마할 예정인 탤런트 이순재씨는 <문화방송>의 토·일요 연속극 <사랑이 뭐길래>에서 맹렬한 ‘활약’을 하고 있었다.
이 연속극에서 보수적이고 완고한 남성 제일주의의 가장 겸 기업 경영자로 나오던 그는 최근에 며느리가 혼수로 가져온 대형 텔리비전을 양로원에 선뜻 기중하고, 자린고비 같은 생활 태도를 합리적으로 바꾸는 너그러운 인물로 변신했다.

이순재씨가 그 연속극에서 정치활동을 하는 것은 분명 아니다. 그러나 그는 연기자로서 일하는 시간이 지나면 지역구에 가서 직·간접으로 선거운동을 할 것이 틀림없다.
이 나라 텔리비전 방송의 역사상에서 가장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사랑이 뭐길래>에서 그가 사용하는 전파는 어김없이 그의 지역구에도 날아간다. 이것은 곧 간접 선거운동의 효과를 낼 것이다.
정치와 언론매체의 상관관계는 너무나 깊어서, 어떤 정치인이 텔리비전에서 누리는 이점은 그대로 현실정치에서 이익으로 돌아온다. 따라서 방송사와 선관위는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기 위해 특정 연기자들의 출연에 제약을 가하거나 경쟁자에게도 형평에 맞는 배려를 해야 마땅하다.

연예인들의 정치활동에 관해 우리는 현 정권이 지나치게 편파적이고 불공정하다는 사실을 다시 상기시킨다.
13년이나 한국방송공사의 라디오프로를 진행하던 강부자씨가 신생 정당의 발기인으로 이름을 건 직후 출연 정지 통고를 받은 것이 그 증거이다.
그러나 지난해 광역의회 선거에서 민자당 후보로 나가서 당선된 가수 이선희씨와 탤런트 한인수씨에게 방송 출연 정지나 제재가 가해진 적은 없다. 집권세력의 본질은 이런 데서도 너무나 뚜렷이 드러난다.
 



이 시대는 문민정부가 들어서기 전, 아직 군사정권의 연장선상에 있던 시절입니다.
집권여당을 지지하는 연예인과 야당을 지지하는 연예인에 대한 차별은
누구나 상식으로 받아들이던 시절이었고
이에 대한 문제제기는 극소수의 목소리였던 것 같습니다.
대학가 대자보에서나 이같은 이야기를 볼 수 있던 시절이기도 했습니다.

아래는 2000년대 초반 미국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연예인들의 활발한 사회참여가 오랜 전통이 돼 온 미국에서 뭔일인가 싶기도 하겠지만 
당시 이같은 뉴스가 신문의 국제면을 오르내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2003년..미국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으로 평가받는 부시 시절이지요.
 

[경향신문]|2003-03-07

미국에서 이라크 전쟁 반대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곱지 않은 시선이 위험수위에 다가서고 있다. 매카시즘 시대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미국 최대 배우 조합인 ‘영화배우조합(SAG)’은 4일 "이라크 전쟁에 반대하는 배우들이 탄압받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면서 "이는 영화산업의 암흑기였던 매카시즘 시대의 악령을 떠올리게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은 "공인이 자신의 시각을 용감하게 표현했다는 이유로 직업적인 불이익을 당해야 한다는 생각을 개탄한다"면서 "어떤 블랙리스트도 다시 등장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라크전 반대에 앞장서고 있는 인기 연예인에게 협박성 e메일이 쇄도하고 이들의 음반과 영화를 보이콧할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백악관을 무대로 한 NBC방송의 인기 드라마 ‘웨스트 윙’에 가상의 대통령으로 출연하고 있는 반전운동의 기수 마틴 신은 이번주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혐오성 메일을 수없이 받았다고 말했다.

NBC방송에는 그를 출연시키지 말라는 e메일이 쇄도하고 있다. 바그다드를 방문했던 배우 숀 펜과 그래미상 시상식에 ‘전쟁 반대’라는 문구가 쓰인 의상을 입고 나타났던 가수 셰릴 크로 역시 일부에서 ‘비애국적’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전쟁을 반대하는 유명인사들을 비난하기 위해 만들어진 홈페이지에는 이들을 탈레반이라 표현하면서 이들이 출연하는 드라마나 영화, 음반을 보이콧하자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그런가 하면 평화를 염원하는 문구가 쓰인 티셔츠를 입은 사람이 쇼핑몰에서 경찰에 체포되는 어이없는 사건도 발생했다.

CNN인터넷판에 따르면 변호사인 스티븐 다운스는 지난 3일 뉴욕주의 주도 알바니 근처 소도시의 쇼핑몰에서 ‘평화에 기회를 주자’는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를 구입했다.

그는 이 옷을 입고 아들과 함께 쇼핑몰 내 식당에서 음식을 먹고 있었는데 보안요원이 티셔츠를 벗거나 나가달라고 요청했다. 이를 거부하자 경찰이 출동해 수갑까지 채워 그를 잡아갔다. 쇼핑몰 주인의 공간에서 나쁜 행동을 했다는 이유다.

다운스는 부당하다며 법원에 고소한 상태지만 유죄가 인정되면 최대 1년형에 처해질 수 있다고 CNN은 전했다.

매카시즘 전문가인 뉴욕 예시바대학의 엘런 슈레커 교수는 "이런 현상들은 마녀사냥과 블랙리스트의 전조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매카시즘은 냉전 초기인 1950년대 의회가 유명인사 320명을 좌파적이라거나 비애국적이라며 사회활동을 금지시켰던 사건으로 유명하다. 여기에는 배우 찰리 채플린과 극작가 아서 밀러, 영화감독 오손 웰스도 포함됐다.

SAG 파업을 독려하는 동영상에 출연한 마틴쉰



아래는 중국의 사례입니다

[문화일보]|2008-07-18
*샤론 스톤·리처드 기어 등 입국불허 성명

‘중국의 주권을 위협하는’ 외국 연예인의 중국 입국과 공연이 모두 금지된다.

중국 문화부는 17일 문화부 웹사이트(www.ccnt.com.cn)를 통해 “중국의 주권을 위협하는 활동에 참가한 적이 있는 예술단체나 개인의 경우 중국 입국이 허락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중국 문화부는 성명에서 공연 중 ‘국가의 단일성을 위협하는 행위’, ‘민족 갈등을 유발하는 행위’, ‘종교 정책 또는 문화 규범을 어기는 행위’, ‘외설·봉건제도·미신 등을 조장하는 행위’를 한 연예인의 입국을 금지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지난 3월 상하이(上海)콘서트에서 티베트 독립을 외친 아이슬란드 출신 가수 비요크와 쓰촨(四川)성 대지진 관련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샤론 스톤, 티베트독립 지지자인 리처드 기어 등 ‘문제 연예인’은 모두 중국 입국이 불허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의 이런 조치는 최근 티베트 독립 문제나 중국의 인권 문제가 외국 연예인들을 통해 거론되면서 ‘베이징올림픽 개최국’이라는 이미지를 반감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가수 비요크는 지난 3월2일 상하이 콘서트에서 “독립 선언! 티베트! 티베트”라고 외쳐 중국 정부와 네티즌들의 반발을 샀다. 비요크는 과거 코소보 공연 등에서도 티베트 독립을 독려하는 행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할리우드 스타 샤론 스톤도 지난 5월 칸국제영화제에서 “중국 쓰촨(四川)성 대지진은 중국의 티베트 탄압으로 인한 자업자득”이라고 발언한 뒤 지난 6월 중국에서 열린 상하이(上海)영화제의 초청명단에서 영구 제명 당하는가 하면 중국내에서 샤론 스톤의 출연 영화는 물론 광고 불매운동까지 일어나는 등 한바탕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이에 앞서 중국은 2000년 당시 중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던 대만 가수 장후이메이(張惠妹)가 천수이볜(陳水扁) 대만 총통 취임식에서 대만 국가를 부르는 정치행사에 참석했다는 이유로 중국 공연을 금지시켰다.



2008년, 2009년, 2010년 그리고 2011년.
 

대한민국은 어떻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