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은의 잼있게 살기
카라 사태가 걷잡을 수 없는 진흙탕 싸움으로 번질 조짐입니다. 

다섯명의 카라 멤버가 다시 모여 활동해주기를 바라는 팬들 입장에서는 안타깝고 답답하기 그지없는 상황이네요. 전속계약 해지를 요구한 세 멤버와 소속사 DSP 사이에 합의점을 찾는다고 나섰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합의점을 찾는다거나 화해를 모색하는 기운은 없습니다. 
게다가 소속사와 아티스트를 둘러싸고 연예계의 질서와 신뢰를 해칠 것으로 우려되는 소문도 무성합니다. 쉽게 말해 전속계약된 가수들을 다른 곳에서 불순하게 접근해 빼가는 방식으로 시장 질서를 흩트리고 있다는 거지요. 

예전에 특정 연예인을 두고 기획사간, 혹은 연예인과 소송을 벌이는 것도 이런 문제가 불거졌던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어쨌든 이번 카라 사태는 처음엔 기획사와 소속 가수간의 불화로 비춰졌다가 배후세력이니 뭐니 하는 식으로 확대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25일에는 연예제작자협회가 격앙된 어조의 보도자료도 보내왔습니다. 카라 멤버들의 이탈을 부추긴 배후 세력의 명단을 확보했으며 이 배후세력 중 한 명이 카라 멤버 한명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내용을 입수했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이들은 또 그 문자내용을 디지털 카메라로 찍어 증거화면으로 보내왔습니다. 관계자의 이름과 전화번호도 선명히 나와 있고 일 잘하는 매니저들과 차량 다 준비되어 있다는 메시지가 그대로 찍혀 있는 것을 보면 뭐가 맞는건지 혼란스럽습니다. 

며칠전부터 배후인물이 있다는 소문은 무성했지만 카라의 세 멤버는 그런 주장에 대해 들은 바 없다며 일축했으니까요. 시간이 지나고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면 뭔가는 밝혀지겠지만 카라 멤버들이 언제까지 이런 일을 겪어야 할지, 또 어떤 그룹에서 이런 일이 발생할지 안타깝고 걱정스럽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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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화니 배후세력이니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본질은 기획사와 소속가수간에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된 근본적인 구조와 원인에 있습니다. 외부적인 유혹의 강도와 상관없이, 그 유혹은 계약 당사자간의 근본적인 약점, 즉 구조적으로 연결고리가 약한 부분을 파고들어 분란을 일으키게 마련이니까요.


그렇다면 구조적으로 연결고리가 약한 부분은 무엇일까요. 

이번 카라 건도 그렇고 앞서 동방신기도 종류는 좀 다르지만 전속계약을 둘러싼 갈등에 기반했다는 점에서는 비슷한 문제로 볼 수 있습니다. 동방신기 당시부터 노예계약이니, 배은망덕이니 하는 살벌한 말들이 따라붙고 있지만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잘못으로 몰아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인터넷 상에는 단편적인 한쪽의 말만 듣고 상대를 비난하는 격렬한 대립의 글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만 이런 갈등은 문제의 본질을 왜곡시키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연예산업이 급속도로 확장되면서 그 경제규모는 늘어났지만 이를 받치고 있는 계약관계나 산업구조, 참가자들의 정서는 규모의 발전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구조는 이렇습니다. 가요제작자들은 가수 지망생이나 연습생을 대상으로 많은 투자를 합니다. 그렇지만 이들이 뜬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소녀시대, 빅뱅, 2PM, 카라 등의 성공은 수많은 경쟁률을 뚫고, 아주 낮은 확률을 극복하고 일궈낸 극소수의 성공사례일 뿐입니다. 
제작자 입장에서는 여러 명, 혹은 여러 팀의 가수를 키우지만 말 그대로 성공을 담보하기란 어렵습니다. 그리고 설혹 떴다고 하면 그때부터 그동안의 투자에 대한 ‘회수’가 이뤄져야 합니다. 뜨고 나면 막말로 ‘돌릴 수 있는 데까지 돌려 투자금을 회수’합니다.
무리한 스케줄과 살인적인 일정이 ‘뜬’ 가수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이돌 가수들 간간이 인터뷰할 때보면 잠은 하루 2, 3시간, 그것도 차에서 자요. 이런 말들이 나오는 것은 다 살인적인 스케줄 때문입니다. 가요제작도 기업이라고 보면 기업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어찌보면 당연하다고 여겨질 수 있는 정서겠죠. 

가수 입장에서 볼까요. 

연습생, 혹은 지망생때는 뭐든 다 할 것 같습니다. 뜨기만 하면, 스타만 될 수 있다면 모든 것을 감수하겠다는 각오로 달려듭니다. 때론 불속으로 달려드는 나방처럼 무분별한 마음을 먹을 수도 있고, 그 때문에 불미한 일들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뭔가를 이루고 싶은 욕망, 그리고 그것을 얻을 수 있다면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걸어보겠다는 마음 역시 인지상정입니다. 그렇게 기획사의 투자와 본인의 땀과 노력이 투입되고 오랜 시간이 지나도 별 볼 일 없이 사라질 수도 있고 운 좋으면 인지도 있는 가수로, 스타로 성장할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죠. 속칭 뜨고난 뒤 입니다. 잘나가다보니 스케줄은 많아지고 몸은 피곤해지지만 초기에 정해졌던 계약 때문에 자신의 입지와 대우 사이에서 오는 괴리에 불만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그러다보면 생각이 달라지기 쉬운 거죠. 이같은 부분의 불만이 쌓이면서 더 좋은 조건에 마음이 쏠리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닐까 싶습니다.



가요 제작자들도 이같은 문제의 가능성을 잘 압니다. 그 때문에 안전장치로, 보험조로 장기계약을 요구하는 것일겁니다. 막대한 비용을 투자해 기껏 띄워줬는데 배신당하는 일이 없기 위해서죠. 

그 입장 역시 충분히 이해가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기획사들이 신인 하나 띄우려면 처음에 방송에 집중적인 투자를 합니다. 일종의 홍보비용인건데 1년에 2~3억씩은 우습게 들어간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이야기입니다. 가만히 보면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인 모험사업의 전형입니다. 가수나 제작자 모두 엄청난 리스크를 안는 것인데 희한하게도 그 숫자는 자꾸 늘어갑니다. 
스타를 꿈꾸는 가수 지망생도 점점 많아지고 가요 제작자들도 늘어납니다. 오죽 하면 요즘은 연예인 하겠다는 소리 안하는 자식이면 효도하는 줄 알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겠습니까.

이렇듯 늘어가는 것은 한방, 즉 대박을 위해서죠. 가요제작자들 사이에 떠도는 이야기 중에서는 거듭되는 실패로 자살 직전까지 갔다가 마지막에 대박을 쳐서 그동안의 실패를 모두 보상받았다는 류의 전설같은 내용들이 꽤 있습니다. 
하긴 가장 큰 기획사라는 SM조차도 소녀시대의 성공 이후에야 본격적으로 흑자를 내기 시작했다는 증권사의 보고서가 나오기는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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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이같은 갈등과 분쟁의 씨앗은 막대한 초기 투자비용과 대박을 향한 욕망, 방송 중심의 가요 흥행 구조와 음반 및 음원산업구조 등이 복합된 문제라고 해야할 것 같습니다. 
가수 지망생들도 넘쳐나다보니 불합리해 보이는 계약관계도 쉽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표준계약서 등 전속계약에 있어서도 공정하고 합리적인 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고 현재의 가요 흥행구조도 개선되어야 할 여지가 많습니다.

기획사들도 가수들을 돈벌이 수단만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요즘 유행하는 ‘상생’ ‘동반’의 시각으로 바라봐줬으면 좋겠습니다. 
방송사 역시 기획사에서 만들어 세팅해주는 아이돌가수를 공급받는데 그치지 말고 다양한 음악콘텐츠 발굴에 나서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음악산업 구조도 특정 주체에게만 과도한 리스크나 수익이 집중되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주체들이 합리적인 과실을 나누는 형태로 개선되었으면 좋겠네요.
아울러 대중들도 수동적으로 음악을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음악을 찾아 들으면서 대중음악계가 풍성하게 자리잡을 수 있도록 받쳐준다면 얼마나 더 좋을까요.
딴 이야기 같지만 결국 음악하는 사람들이 즐겁게 음악하고, 음악하는 것 만으로도 먹고 사는 분위기가 자리잡는다면, 거기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