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TV토크

시상식 보다가 잡생각 하다가

by 신사임당 2011. 1. 2.

연말 시상식을 보다가 문득문득 잡생각들이 떠올랐습니다. 
전체적으로는 일관성 없는, 그냥 단편적인 생각의 나열에 불과합니다.

기본적으로 방송사의 시상식은 한해동안 수고하고 자사 프로그램 발전에 많은 도움을 준 출연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기는 합니다. 그래서 뭐니뭐니해도 시청률이 많이 나오고 화제가 됐던 프로그램 출연자들이 그 주요 대상이 되는 것이긴 할겁니다.
 
한해를 마감하는 시상식 자리에서 든 생각은 지난해 초 각사가 던진 출사표였습니다. 올해 이러저러한 프로그램이 나올테니 기대해달라는홍보를 가열차게 전개하며 많은 시청자들을 기대감에 부풀게 만들었죠. 얼마를 쏟아부었고, 최고의 톱스타 누가 나오고 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지난해 초, 또 방송 직전 대대적으로 나섰던 홍보방송과 관계자들의 기대감이 갑자기 오버랩되면서 씁쓸하고 쓸쓸한 생각이 들었던거죠.

 
수많은 드라마와 연기자가 호명되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던 지난 시상식 동안 기억조차 되지 않았던 드라마들이 몇 있습니다. MBC <로드넘버원> <개인의 취향> <장난스런 키스> <김수로> <즐거운 나의 집> 등인데요. 이들 작품은 수백억원의 제작비, 오랜만에 출연하는 톱스타 등을 내세웠던 드라마였습니다. 그러나
시청률이 받쳐주지 못하면서 이내 기억에서 사라져버리고 말았습니다. 대본과 연출력, 연기력, 혹은
대진운 등 다방면에서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지 못하는 나름의 이유는 있었을겁니다.

김수로/,mbc제공

로드넘버원/mbc제공



 
반대로 앞서 거명했던 이 드라마가 흥행에 큰 성공을 거뒀다면 시상식은 또 이 작품에 출연한 출연자들이
싹쓸이를 했을테지요. 어쨌거나 본인의 노력 여부와는 상관없이 ‘운빨’이 더 크게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SBS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받은 고현정씨의 수상소감 중 그런 말이 있었죠. 시청률이니 뭐니 어쩌고 해도
작품에 임해서 연기하는 배우들은 진심을 담아 노력한다, 그러니 시청률 갖고 이 배우가 어떠니, 저 배우가
어떠니 이야기하지 말아 달라는 그런 내용 말입니다. 듣는 순간 또 인터넷에서 저 이야기 가지고 갑론을박
벌어지겠구나 싶었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그런 자리에서 소신있게 해볼 수 있는 소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저 내가 이런 자격 없는데 하는 식으로 시작해서 끝나는 천편일률적인 소감을 듣는 것 보다는
오히려 그렇게 관심이 집중되는 자리에서 드라마의 제작현실이나 다른 힘든 상황에 처한 배우들을
대변해줄 수 있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한회당 수천만원씩 출연료를 받는 스타가 뭔 투정이냐, 오만한 발언이라는 비난도 있을 수 있겠지만 고현정씨의 이야기는 작은 배역의
이름없는 배우의 입장에서 한 말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또  KBS를 보면서 든 생각은 <제빵왕김탁구>같은 드라마가 1년에 너댓편만 나와줘도 좋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제빵왕 김탁구는 드라마 제작발표회부터 썰렁했습니다. 별로 얘기 안될 것으로 본 기자들도 이 작품을
등한시했기 때문에 인파도 덜 했고 관심도 제대로 못받았습니다. 상대 드라마에 비해 라인업이 약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탄탄한 대본과 짜임새있는 연출, 중견 연기자들의 안정감있는 연기 등이 시너지효과를
발휘하며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단기간내 시청률을 높이고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대증요법으로 톱스타 캐스팅만한게 없다는게
제작현장에 통용되는 상식입니다. 종편이 출범하면서 이같은 경쟁은 더욱 심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안그래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달리고 있는 톱스타의 출연료는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겠죠.
그렇지만 김탁구같은 드라마가 더 승승장구하고 많이 나온다면, 톱스타가 능사가 아니라는 상식이
확산된다면 자연히 이런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까합니다.

 
심술스럽긴 하지만 전 개인적으로 방송전부터 너무 톱스타만을 시끌벅적하게 내세우는 드라마는 시청률
좀 안나왔으면 하는 바램을 종종 가진 적이 있습니다. 혹, 그런 경험들 없으신가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