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시상식을 보다가 문득문득 잡생각들이 떠올랐습니다.
전체적으로는 일관성 없는, 그냥 단편적인 생각의 나열에 불과합니다.
기본적으로 방송사의 시상식은 한해동안 수고하고 자사 프로그램 발전에 많은 도움을 준 출연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기는 합니다. 그래서 뭐니뭐니해도 시청률이 많이 나오고 화제가 됐던 프로그램 출연자들이 그 주요 대상이 되는 것이긴 할겁니다.
한해를 마감하는 시상식 자리에서 든 생각은 지난해 초 각사가 던진 출사표였습니다. 올해 이러저러한 프로그램이 나올테니 기대해달라는홍보를 가열차게 전개하며 많은 시청자들을 기대감에 부풀게 만들었죠. 얼마를 쏟아부었고, 최고의 톱스타 누가 나오고 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지난해 초, 또 방송 직전 대대적으로 나섰던 홍보방송과 관계자들의 기대감이 갑자기 오버랩되면서 씁쓸하고 쓸쓸한 생각이 들었던거죠.
수많은 드라마와 연기자가 호명되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던 지난 시상식 동안 기억조차 되지 않았던 드라마들이 몇 있습니다. MBC <로드넘버원> <개인의 취향> <장난스런 키스> <김수로> <즐거운 나의 집> 등인데요. 이들 작품은 수백억원의 제작비, 오랜만에 출연하는 톱스타 등을 내세웠던 드라마였습니다. 그러나
시청률이 받쳐주지 못하면서 이내 기억에서 사라져버리고 말았습니다. 대본과 연출력, 연기력, 혹은
대진운 등 다방면에서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지 못하는 나름의 이유는 있었을겁니다.
김수로/,mbc제공 로드넘버원/mbc제공
반대로 앞서 거명했던 이 드라마가 흥행에 큰 성공을 거뒀다면 시상식은 또 이 작품에 출연한 출연자들이
싹쓸이를 했을테지요. 어쨌거나 본인의 노력 여부와는 상관없이 ‘운빨’이 더 크게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SBS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받은 고현정씨의 수상소감 중 그런 말이 있었죠. 시청률이니 뭐니 어쩌고 해도
작품에 임해서 연기하는 배우들은 진심을 담아 노력한다, 그러니 시청률 갖고 이 배우가 어떠니, 저 배우가
어떠니 이야기하지 말아 달라는 그런 내용 말입니다. 듣는 순간 또 인터넷에서 저 이야기 가지고 갑론을박
벌어지겠구나 싶었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그런 자리에서 소신있게 해볼 수 있는 소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저 내가 이런 자격 없는데 하는 식으로 시작해서 끝나는 천편일률적인 소감을 듣는 것 보다는
오히려 그렇게 관심이 집중되는 자리에서 드라마의 제작현실이나 다른 힘든 상황에 처한 배우들을
대변해줄 수 있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한회당 수천만원씩 출연료를 받는 스타가 뭔 투정이냐, 오만한 발언이라는 비난도 있을 수 있겠지만 고현정씨의 이야기는 작은 배역의
이름없는 배우의 입장에서 한 말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또 KBS를 보면서 든 생각은 <제빵왕김탁구>같은 드라마가 1년에 너댓편만 나와줘도 좋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제빵왕 김탁구는 드라마 제작발표회부터 썰렁했습니다. 별로 얘기 안될 것으로 본 기자들도 이 작품을
등한시했기 때문에 인파도 덜 했고 관심도 제대로 못받았습니다. 상대 드라마에 비해 라인업이 약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탄탄한 대본과 짜임새있는 연출, 중견 연기자들의 안정감있는 연기 등이 시너지효과를
발휘하며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단기간내 시청률을 높이고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대증요법으로 톱스타 캐스팅만한게 없다는게
제작현장에 통용되는 상식입니다. 종편이 출범하면서 이같은 경쟁은 더욱 심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안그래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달리고 있는 톱스타의 출연료는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겠죠.
그렇지만 김탁구같은 드라마가 더 승승장구하고 많이 나온다면, 톱스타가 능사가 아니라는 상식이
확산된다면 자연히 이런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까합니다.
심술스럽긴 하지만 전 개인적으로 방송전부터 너무 톱스타만을 시끌벅적하게 내세우는 드라마는 시청률
좀 안나왔으면 하는 바램을 종종 가진 적이 있습니다. 혹, 그런 경험들 없으신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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