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은의 잼있게 살기

얼마전 만난 김제동씨는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연예인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받아야 하는 것들이 있지만 그게 상처받을 때가 많다고요. 그러면서 자신이 수양이 덜 됐는지 모르겠지만 욱하는 마음이 생기고, 또 그것 때문에 자책감이 든다는 것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거죠. 혼자서 공원을 산책하거나 산에 오를 때 한적한 벤치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답니다. 

그런데 어떤 아이엄마가 아이를 데리고서 자기 앞으로 바싹 오더라는 거죠. 김제동씨 딴에는 흠칫 놀라 인사라도 하려고 일어서려는데 아이 엄마가 김제동씨를 향해 손가락을 가리키며 아이보고 그러더랍니다.
“봐. TV에서 봤지? 본 사람이지?” 이러면서 아이한테 신기한 것 보여준다는 식으로 한참을 번갈아보더니 아이를 데리고 그냥 휙 가버리더라는 겁니다.

어정쩡하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황당했던 김제동씨는 순식간에 동물원 원숭이가 된 기분이었다고 하네요. 그러면서 덧붙입니다.

“제가 이런 행복한 일을 하고 있는게 누구 덕분인지 알고 있지만, 기본적인 인간에 대한 예의는 지켜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런 생각조차도 제 욕심이 과한거죠?”

 
황당한 경우는 술자리에서도 종종 있다고 합니다. 지인들과 술자리에 있는데 옆 테이블에서, 혹은 지나가다가 한번 치면서 자기 자리로 와서 술 한잔 하라고 과도하게 요청하거나 시비조로 일행과의 대화를 끊어 놓는 경우지요. 어떨 때는 자신도 술기운에 속에서 욱하고 치밀어 오르지만 참자 하고 참을 인자를 그자리에서 백번 천번 새긴다고 하더군요.

 
이같은 경험은 다른 연예인들도 종종 겪는 일이라고 합니다. 인터넷 댓글이야 접속하지 않고 안보면 그만이라지만 생활인으로서 어쩔 수 없이 부딪혀야 하는 오프라인의 공간에서는 고스란히 자기가 감내해야 하는 몫이라는 거지요.

 
최근 인기를 얻기 시작한 신인급의 한 연기자는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함께 출연한 드라마 출연자들과 술자리를 가지고 나오는데 길에서 한 남자가 피투성이가 되도록 얻어 맞고 있더라는 겁니다.
깜짝 놀라 다가가서 말리려는데 매니저들이 뜯어 말리며 “저런데 잘못 연루됐다가는 말려도, 구해줘도 우리가 뒤집어 쓴다. 무조건 모른척 하는게 상책”이라고 말했다는군요.
그는 결국 몰래 112 전화를 걸어 경찰에 신고했다고 했습니다.

 
비도덕적인 일이나 물의를 빚는 일, 예를 들면 병역면제나 폭행, 사기, 도박, 학력위조, 뺑소니, 음주운전 등과 같은 지탄받을 만한 일은 두번 말할 것도 없지만, 일상적인 상황에서도 연예인은 시비와 구설수의 대상이 됩니다. 돈 많이 벌면 놀고 먹으면서 쉽게 번다고, 심지어 남자친구나 여자친구와 헤어져도 이러쿵 저러쿵 말들이 많습니다.
상대가 독하게 마음을 먹거나 상대에게 상처를 준 경우(보통의 연인 사이에서 있을 수 있는)는 인터넷 등을 통해 사회적 매장에 가까운 폭로가 이어지기도 합니다. 뭘 하든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욕과 비난과 조롱 등의 구설수가 따르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연예인은 축복과 천형을 동시에 받은 삶인지도 모릅니다. 대중들의 기대와 사랑, 상대적 화려함 이면엔 까딱하면 나락으로 떨어지는 천길 낭떠러지가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더 조심하고, 더 삼가고, 더 감수하고, 더 참고, 더 책임있는 삶을 살아야하는 것이 연예인이 되려는 이들이 먼저 새겨야 할 각오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대중적 이미지가 생존의 기반이자 존재의 이유이기 때문에 자연인으로서의 모습과 보여지는 이미지가 분리되기 힘들다는 것이 연예인의 본질일 수 있다는 겁니다.



예전에 만났던 고현정씨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난 연예인이 ‘가십’ 없는 건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해. 연예인은 사람들이 보고 즐기라고 있는 존재들이야. 우리를 보면서 사람들은 위로와 재미를 얻는 거야. 삶의 지표나 방향을 잡으라고 있는 존재가 아니지.
연예인에게 ‘가십’이 없다? 그리고 그 ‘가십’을 봉쇄해버린다? 그건 연예인으로선 직무유기야. 우리가 성녀처럼, 대통령처럼 취급받고 싶어한다면 그건 정신병자야.
연예인은 무대에 선 광대고, 객석에 앉은 대중은 귀족이지. 우린 돈과 시간을 투자한 관객들을 어루만지고 즐거움을 줘서 보내야 하는 거야. 난 어떤 질타나 비판을 받는다고 힘들어하는 후배들 보면 막 야단쳐. 누릴 것 다 누려놓고 몇 분의 일도 안되는 질타를 갖고 사네 못사네, 힘들어 죽겠네…. 그렇게 완벽하고 싶으면 아예 숨어 살아야지. 질타도 관심이거든. 견뎌야지.”

 
요즘 청소년들 둘 중 하나는 연예인이 되고 싶다고 하네요.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화려함. 공부에 눌려 사는 어린 친구들 입장에선 동경스럽고 좋아 보일 수 있겠지만 모든 것은 겉보기와 같지 않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해 봤으면 합니다.

뭐 어린 친구들 뿐인가요. 나이들어서도 평생 그 평범한 이치를 깨닫지 못하고 살면서 번뇌하는 우리네 인생이 부지기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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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개똥이 2010.11.25 20:37  링크  수정/삭제  답글

    음 정말 좋은 글이군요. 고현정씨 쨩 프로!!! 멋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