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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토크

연예인과 대학입시

by 신사임당 2010. 11. 17.
벌써 수능 날이네요. 

올해 수능을 보는 수많은 수험생들이 있겠지만 머릿 속에 언뜻 떠오르는 수험생은 DJ DOC의 김창렬씨입니다. 
몇달전 DJ DOC의 새 음반이 발매된 뒤 이들을 인터뷰하기 위해 KBS 뮤직뱅크 대기실을 찾았던 적이 있습니다. 거기서 말은 이하늘씨가 도맡아 했고 엉뚱한 이미지의 정재용씨는 옆방에서 놀러온 노라조의 조빈씨, 개그맨 한민관씨와 엄청 수다를 떨고 있었더랬습니다. 

분장팀, 댄스팀, 매니저들까지 더해져 좁은 대기실은 정신없었는데 한구석에서 김창렬씨가 열심히 문제지와 씨름하고 있었습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그 옆엔 앳된 얼굴의 과외선생님도 함께였습니다. 그때가 검정고시 시험을 며칠 앞둔 금요일이었습니다. 
김창렬씨는 초치기하며 공부하고 있다고 했고 시험을 앞두고 좀 떨린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무슨 문제를 푸는가 슬쩍 봤더니 고려시대 무신의 난에 관한 문제였습니다. 

옆에 앉은 과외선생님은 서울대 1학년생이라고 했는데 김창렬씨가 표시해 둔 부분을 설명해주고 있었고 김씨 역시 설명을 들으며 필요한 부분을 메모하고 있더군요. 
당시 김창렬씨는 방송을 통해서 “아들에게 당당한 아버지가 되고 싶다”면서 고졸 검정고시를 보겠다고 밝혀 많은 이들의 박수와 격려를 받기도 했지요. 그는 또 나이들어 공부하는게 부끄러웠는데 막상 검정고시 시험장에 들어가보니 훨씬 나이많은 어르신들이 많아 용기내서 열심히 살겠다는 각오를 다질 수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렇게 공부해서 당당히 합격통지서를 받았고 이번엔 수능시험에 도전한다고 하니 좋은 결과를 얻기를 바래봅니다. 그래서 그런지 김창렬씨는 수능을 통해 국민들에게 용기를 주는 연예인 1위에 선정되는 영예를 안기도 했습니다

 



일전에 인터뷰했더 가수 보아는 예전부터 인터뷰할 때마다 대학에서 심리학을 공부하고 싶다는 말을 빼놓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올해 물어봤을 땐 대학에 대한 생각이 별로 없다고 대답하더군요. 
중학교 2학년까지 다니다가 활동 때문에 학업을 잇지 못했지만 그는 영어, 일본어 등 줄곧 언어공부에 매달려왔다고 설명했습니다. 그 때문에 대학 공부에 대한 생각이 점점 줄어들었다는 이야기겠지요. 

모르죠. 또 얼마 후에 공부하고 싶은 분야가 생긴다면 수능장에 들어서는 보아의 모습을 볼 수도 있겠죠. 아마 그때는 일본에서도 팬들이 보아가 시험보는 모습을 보겠다고 몰려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연예인들의 수능시험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요즘은 큰 이슈가 되고 있지는 않습니다만 대략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연예인들의 대학입학을 두고 특례논란이 많았습니다. 
특정 분야에 뛰어난 재능이 있으면 대학이 재량껏 선발할 수 있는 제도가 있기 때문에 입학하는 과정도 일반 수험생들과 비교했을 때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평이한 편이죠. 수능을 본다고 하지만 요식행위에 그친다고 보는게 일반적인 인식입니다. 
또 그렇게 대학을 들어가지만 학업이행은 불성실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 때문에 특정 연예인이 수업을 열심히 받고 학교 생활을 잘하고 있는 것이 뉴스거리가 될 정도지요. 


연예인 특례입학 '고질적 논란'

연예인 특례입학과 관련해 특히 논란이 됐던것은 10년전쯤 유진씨의 사례를 꼽을 수 있습니다. 

SES멤버였던 유진이 당시 고려대 서양어문학부에 합격했을 때 당시 PC통신 등에는 이를 두고 비판하는 글들로 들끓었습니다. 연예관련 분야라면 이해한다고 쳐도 전혀 관련없는 분야라는게 주된 원인이었죠. 

대학 입장에선 이미지 개선, 홍보효과 등을 동시에 노려 연예인을 뽑는 것이 정례화됐습니다. 특히 연예인들이 많이 가는 특정대학 특정학과가 손에 꼽힐 정도지요. 이 때문에 소위 명문대 출신 연예인들의 ‘학벌’이 필요 이상으로 부각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90년대 이전만 해도 이같은 제도도 없었고 연예활동을 하면서 공부를 하는 것이 힘들었던데다 연예활동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높지 못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 때문에 대학을 졸업한 연예인을 ‘학사연예인’이라고 칭하며 특별한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했습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새내기 대학생 문근영의 자는 모습 사진이 인터넷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공부하다가 피곤했는지 이어폰을 귀에 꽂은 채 곤히 잠든 문근영. 그야말로 ‘톱스타 문근영’이 아닌, 공부하는 여느 대학생의 모습과 다를 바 없이 순박한 모습이다. 사진의 촬영시기나 장소, 촬영한 사람 들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주변정황으로 봐 지난달 말쯤 치러진 대학교 중간고사 기간 즈음으로 여겨진다. 수업이 끝난 강의실에서 따로 남아 공부하다가 피곤에 잠깐 잠든 듯하다.

중요한 것은 진정성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특별한 재능을 가졌고 그만큼 인정받아 남들보다 쉽게 들어간 대학이라면 그렇게 주어진 상황에 감사할 줄 알고 혜택을 입었음을 알아줬으면 좋겠네요. 

이미 연예인으로서 누리는 지위와 혜택을 포기하고 나눠주라는 건 아닙니다. 그들과 똑같이 대학입시라는 틀 안에서 경쟁해야 하는 수많은 평범한 수험생과 파릇파릇한 청춘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주지는 말아줬으면 하는 바램이죠. 

그렇게 입학한 대학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성실한 모습을 보여달라는 겁니다. 그 연예인이 아니었으면 합격할 수 있었을 누군가를 대신해 말입니다. 

배우 문근영씨는 입학전 특혜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지만 입학 후 충실하게 출석하며 수업을 열심히 받는 모습을 보이며 이같은 논란을 잠재웠습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연예인들을 캠퍼스나 강의실에서 보기란 쉽지 않습니다. 

잠잘 시간도 없이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하기 때문이라는 핑계지요. 그런 모습을 보면 일반인들은 단지 대학을 이미지 제고나 군대 연기용으로 이용했다는 생각밖에는들지 않을 겁니다. 유령대학생이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고 시사프로그램에도 심심찮게 소재로 등장하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이렇게 된다면 앞으로 연예인 특기자 전형을 없애자는 주장이 나올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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