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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토크

임재범 “신비주의라뇨? 그동안 좋은 아빠로 행복한 시간”

by 신사임당 2011. 5. 6.
요즘 <나는 가수다>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임재범씨 기사입니다.
지난해 상반기에 했던 인터뷰인데 다시 한번 꺼내 봤습니다





게재일자 2010년 3월31일

추노’ 주제곡으로 주목 가수 임재범
ㆍ돈 잘 벌고 싶지만 인기 영합은 싫어… 편한 마음으로 노래하며 사는 게 꿈



가수 임재범(48)은 세상과의 타협을 거부하는 것처럼 보인다. 돌연한 잠적과 오랜 은둔으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고 일체의 인터뷰도 피해왔다. 25년간의 가수생활 중 무대를 떠나있은 적이 더 많다. 해서 ‘방랑가객’ ‘음유시인’ ‘기인’으로까지 불렸다. 상당기간 이렇다 할 활동이 없던 그가 최근 종영된 드라마 ‘추노’ OST를 통해 대중들의 감성을 적시고 있다. 여전히 호소력 짙은 음색, 감성을 자극하는 그 목소리다. 오는 5월 오랜만의 단독콘서트도 준비 중인 그가 모처럼 입을 열었다.

지난 26일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의 눈빛은 아이 같았다. 크고 맑은 눈망울엔 선한 웃음이 가득했고, 언제 터질지 모르는 익살스러운 표정과 말투는 상대가 누구라도 이내 무장해제시킬 수 있을 만큼 유쾌했다.


 

-정말 오랜만인데 어떻게 지냈습니까?

“살림도 돕고 딸 아이도 키우면서 평범한 남편, 아빠의 삶을 살았아요. 음악도 많이 잊고 있었죠. 아빠로서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들은 전혀 경험해보지 못했던 시간들인데 정말 새로웠고 행복해요. 오랜 기간 육아에 집중하다보니 이젠 상담도 할 수 있을 정도가 됐습니다.”

-안 그래도 교육에 관심 많은 세상인데 좋은 아빠 되는 법을 알려주신다면?

“전 아이들은 자라면서 땅을 밟고 자연과 벗하며 놀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세상이 어떻게 생겼는지 보고 느끼게 해주는 거죠. 자신보다 뛰어난 사람이 돼야 한다는 우리 세대의 강박관념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싶었어요. 올해 초등학교 2학년인데 사교육이라면 교회에서 하는 공부방에 보내는 정도입니다.”

-워낙 외부와의 접촉을 꺼리다보니 신비주의라는 이야기도 많은데요.

“신비주의를 의도했다면 바보같이 살진 않았겠죠. 전 어려서부터 소꿉장난, 인형놀이하면서 혼자 지냈어요. 그러다보니 외부와의 소통이 부족했죠. 외로움은 쌓이고 답답함을 해소할 통로와 방법은 모르고. 그렇게 살아오다가 만난 게 음악이었습니다. 이거다 싶어 저의 모든 것을 쏟아부으며 음악을 들었죠. 덕분에 학교와는 점점 멀어졌지만…. 단순히 음악이 좋았던 거예요. 직업으로 삼게 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고.”

-1990년대 초반 솔로 1집을 내고 큰 호응을 얻은 뒤 갑자기 산으로 들어갔습니다.

“그 음반이 성공한 뒤 갑자기 저를 찾는 곳이 많아졌어요. 그런데 그런 제 모습, 그런 자리를 감당못하겠더라고요. 당시 ‘토요일 토요일은 즐거워’라는 가요프로그램에 나간 적이 있는데 그 후 제가 알려지고 사람들이 알아보기 시작했어요.

단지 음악을 좋아하는 것뿐이었는데 ‘이게 아니다’ 싶은 두려움이 몰려왔지요. 훌쩍 강원도 오대산에 들어갔어요. 다들 미쳤다고 했는데 전 제정신이었습니다. 책 읽고 장작 패고 텃밭 가꿔 대파도 심고…. 1년쯤 지났나? 갑자기 바다가 보고싶어지더라고요. 가까운 경포대에 갔다가 모래사장에서 쉬고 있는 사람들을 보니까 사람들도 그리워졌죠. 후배한테 전화했다가 바로 그 친구한테 이끌려 서울로 왔습니다.”

-80년대 록그룹 시절 활동이 궁금합니다.

“그 시절은 잊을 수 없는 첫사랑 같은 거죠. 시나위, 외인부대, 아시아나…, 도균(기타리스트 김도균)이랑 영국에서 했던 록밴드 생활도 행복했던 시절이었지요. 이후 솔로 내고 형식적인 방송활동을 할 때와 비교하면 수입 없고 불안하던 그 시절이 더 좋았어요.”

-영국 활동은 어떻게 하게 됐나요?

“88년 즈음이에요. 당시 음반 제작자들 사이에 머리 긴 사람들 커트해 솔로로 데뷔시키면 대박난다는 속설이 돌았어요. 저도 그래서 솔로 준비를 하는데 영국에 먼저 가 있던 도균이한테서 편지가 왔어요. 그 편지를 받고서 도전의식이 생기더라고요. 한국인끼리 팀을 짜서 활동해보자, 록으로 세계를 정복해보자고. 이태원에서 맞춘 가죽점퍼를 입고 대스타가 된 기분으로 영국행 비행기에 올랐죠. 솔로 준비 다 파하고 그냥 휙 갔어요. 저 원래 남들이 욕하는 거 신경 안 쓰잖아요. 영국사람 둘을 더해 넷이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4인조 그룹활동을 했죠. 독일 갔을 땐 한복 입고 기타 친 적도 있고…. 희한하죠? 여기 살 땐 만날 지겹다면서도 나가기만 하면 애국심이 발동되는 게.”


드라마 추노의 한 장면


-드라마 <추노>는 어떻게 보셨나요?

“드라마 시작 전에 노래를 만들면서 내용이 무척 궁금했어요. 왠지 드라마랑 노래 둘 다 잘될 것 같다는 느낌도 있었고. 대발이 아버지 나오는 ‘사랑이 뭐길래’ 이후 이렇게 몰입해서 드라마를 본 건 처음이에요(그는 이 대목에서 대발이 아버지 목소리로 ‘못난 놈’을 성대모사해 폭소하게 만들었다). 제 삶에 전생이 있다면 아마 노비, 쫓기는 노비였을 것 같다는 생각도 많이 들었지요.”

-연기를 해도 괜찮았을 듯한데….

“모르시죠? 저 음악하기 전 영화배우 선발대회에서 상도 받았는데…. 강우석 감독님 입봉작인 ‘누가 용의 발톱을 보았는가’에서 맡았던 흥신소 직원 문동식 역할이 제 데뷔작인 셈이지요. 뮤지컬 이야기 하는 분들도 있는데 대사를 못 외워서 안돼요. 내 노래도 기억 못하고 1절을 반복해 부른 적도 많아요. 그 큰 뇌에 뭐가 들어 있느냐고 놀리는 사람도 여럿이거든요.”

-결혼 당시 박박 민 머리로 화제를 모았습니다 .

“거실에 결혼사진이 걸려있는데, 딸이 그래요. ‘아빠 왜그랬어?’라고. 당시엔 제가 불교에 심취해 있었어요. 2001년 결혼을 앞두고 괜히 흔들리고 두려웠는데 심리적 안정을 얻기 위해 절에 가서 머리를 깎았지요.”

-종교적 방황도 많았습니까?

“천주교 모태신자였고. 불교에도 관심이 많았어요. 지금은 크리스찬으로, 삶의 방황을 극복하는 데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뛰어난 재능에 비해 음악적 성과는 많지 않은데.

“결혼해서 애 낳고 살아보니 내 마음대로 살았던 게 후회돼요. 가족들 편하고 풍족하게 해주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니까. 그래도 어쩌겠어요. 늦었다고 생각하지만 열심히 살아야죠. 그래도 좋아요. 돈을 벌면 좋겠지만 인기에 영합하기는 싫어요. 순리대로, 평안한 마음으로 노래하며 살고 싶어요. 예전엔 제가 노래 잘하는 줄 알았고 그게 족쇄가 됐는데 결국 모든 것은 받은 달란트라는 것을 깨닫게 됐죠. 이 모든 상황들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해요.”

-요즘 후배들은 어떻게 보시나요?

“제 딸이 아이돌그룹을 좋아해서 저도 함께 보다가 지금은 제가 더 좋아서 봐요. 2PM의 ‘Heartbeat’ 들으면서 왔는데 정말 좋더라고요(그는 이 말을 하며 ‘심장춤’을 흉내내기도 했다). 포미닛 현아도 음악 좋고…. 아쉬움이 있다면 가수의 1순위는 노래인데 노래 연습보다는 몸 만드는 일에 너무 치중한다는 인상을 받을 때가 있긴 해요. 물론 식스팩…, 부럽죠.”

그의 콘서트는 5월 1일과 2일 이틀간 연세대학교 대강당에서 열린다. 공연 타이틀 ‘산책’처럼 관객들과 편하게 소통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즐길 수 있는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대표 히트곡과 직접 선곡한 팝송을 새롭게 편곡해 들려준다.

‘상처받는 것보단 혼자를 택한거지. 고독이 꼭 나쁜 것은 아니야. 외로움은 나에게 누구도 말하지 않은 소중한 걸 깨닫게 했으니까. 이젠 세상에 나갈 수 있어. 당당히 내 꿈들을 보여줄거야.’(그의 노래 ‘비상’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