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선영씨에 대해선 예전에 한번 포스팅을 한 적이 있습니다.
아직 만나기 전이었던터라 이곳저곳에 나왔던 인터뷰를 찾아보면서
배우 김선영을 만나기 위한 준비작업을 했었죠.
그 포스팅은 여기로...
그리고 드디어 드라마가 끝난 뒤 그를 만났습니다.
아래링크는 신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그리고 그와 나누었던 대화의 전문을 여기 풀어놓습니다.
케이블 역사상 최고 히트작에 등극한 <응답하라 1988>. 전작과 마찬가지로 여주인공의 남편찾기가 드라마의 주된 축의 하나였지만 이번 시리즈에선 오히려 중년의 로맨스가 더 부각됐다. 선우엄마와 택이아빠의 러브라인이 드라마를 이끄는 동력의 하나로 떠오른 이유는 선우엄마를 연기한 배우 김선영(40)이 보여준 발군의 연기력 덕분이다. 흥도 많고 웃음도 많은 털털한 아줌마. 하지만 속 마음은 여리고 눈물도 많았다. 지난 26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나 그와 90분가량 이야기를 나눴다.
-6개월 넘게 촬영에 매달리지 않았나. 무척 허전할 것 같다.
“엄청 슬프다. 이젠 더 이상 선우엄마로 살지 못한다는게 예상보다 훨씬 힘들다. 그래서 끝났다는 생각 하는 것 자체를 피하는 중이다. 함께 촬영했던 사람들과도 심하게 정이 많이 들었다. 맨 마지막에 쌍문동 언니들 붙잡고 우는 건 카메라가 준비도 안된 상태에서 터져나왔다. 아, 그 생각하니 다시 눈물난다. ”
-촬영 과정도 정말 재미있었나 보다.
“일이라기 보다 그냥 좋은 사람 만나서 이야기하고 수다떨고 노는 것 같았다. 매번 놀러가는 것 같았지. 진짜 소중하고 재미있었다.”
-극중 딸, 진주가 눈에 밟히겠다.
“당연하다. 6개월동안 내가 끼고 키우다시피 했다. 내 딸이랑 동갑이니까 마음이 더 가더라. 촬영 끝나고 보내놓고 나니 어찌나 섭섭하던지. 보고 싶어서 영상통화도 여러번 했다. 설이 부모님 전화에 내 부재중 통화가 여러번 찍혔을거다. 그분들 입장에선 ‘왜 자꾸 우리 딸한테 집착하지’ 이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다.”
-이번 드라마가 배우 인생 최고의 기회가 됐다.
“고정으로 출연한 드라마가 이번이 4번째다. 그런데도 이렇게 주목받을 수 있는건 기적이고 너무 감사한 일이다. 정말 많은 배우 중에 나에게 이 역할이 주어진거니까. 이 역할은 누가 해도 주목받을 수 밖에 없는 역할이었다.”
-어떻게 캐스팅됐나.
“신원호 감독님이랑 이우정 작가님이 <꽃할배 수사대> 보시다가 저 일반인 누구냐, 저 아줌마 되게 웃기다 그러셨더다라. 그러면서 또 <국제시장>을 봤는데 거기에도 내가 나오니까 ‘저 아줌마 또 나온다’고 알아보셨단다. 그렇게 눈에 익다보니 나를 잘 봐주신 것 같다. 미팅 갔다가 그 이야길 들었다. 처음엔 미팅 가면서 나를 알고 있을까 궁금했는데 그 이야길 하시더라. 정말 놀랐고 기분이 좋았다. 솔직히 이 역할을 보면서 ‘이게 웬 떡이냐’ 싶었다.”
-왜 캐스팅했는지 궁금하지 않았나.
“예전에 연극하면서 연출선생님께 그런 질문을 했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작품을 하면서 나도 모르게 내가 그 이유에 매이고 있더라. 그래서 그 이후론 절대 물어보지 않는다. 내 생각엔 그냥 내 안에 있는 또 다른 면들을 봐주신 것 같다. 나보다 나를 더 잘 안다고 할까. 나도 모르는 내 특징을 읽어내신거지.”
-특정 배역을 그렇게 오랫동안 한다는게 다른 작품과는 상당히 느낌이 다를 것 같다.
“연극을 할 때도 이렇게 오랫동안 한 배역을 연기한 적이 없다. 김선영이라는 인물이 풀어가는 이야기가 다 내 이야기 같더라. 극중 선영이가 힘들어하는 장면에서 이적이 부른 ‘걱정말아요 그대’가 흘러나오지 않나. 심지어 그 노래만 들리면 한번도 만나본 적 없는 이적씨가 나를 다독여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
-극중 선영이는 흥도 많지만 무척 결이 고운 여자였다.
“난 그동안 주로 거친 모습을 많이 연기했다. 미친 여자, 엄마를 죽이는 딸, 알콜중독자 등등. 그래서 그런 강한 캐릭터를 표현하는 것이 내 연기의 정체성인 것으로 착각하고 살았다. 누구나 다양한 모습을 많이 갖고 있는데 배우의 인생을 살다보면 나를 하나의 쓰임새로만 착각하고 살게 될 때가 많다. 그런데 내 안의 또 다른 모습을 봐주는 연출가를 만나 새로운 모습을 꺼낸다는 건 정말 감동적인 일이다. 이 작품이 그랬다. 심지어 청춘들이 주인공인 드라마에서 중년의 멜로까지 하지 않았나.”
-택이 아빠와의 로맨스가 건조하면서도 따뜻했다. 좀 더 과감한 표현이 있었다면 좋았을텐데.
“나도 키스신 잘할 수 있는데 안 먹혔다.”
-극중 김해 출신인데 사투리는 경북인것 같더라.
“내 고향이 경북 영덕 강구항이다. 거기서 19살까지 살았다. 나 대학다닐 때 드라마 <그대 그리고 나>가 엄청 인기를 끌었는데 그 드라마 촬영지가 영덕이다. 조용하던 우리 동네가 갑자기 대박나서 진짜 북적거렸다. 여하튼 김해 사투리 아니라고 댓글도 많이 올라왔는데 내 입장에서 김해 사투리를 새로 배우려니 외국어 배우는 것 같더라. 어설프게 흉내내면서 연기에 지장을 주느니 차라리 내가 쓰던 사투리를 쓰기로 했다. ”
-극중 김선영은 어떤 사람인가.
“사랑할 줄 알고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이다. 자존감도 굉장히 높다. 나는 기도 잘 죽고 자존감이 없는 편이다. 누군가가 부러우면 나는 왜 저게 없을까 하는 스타일인데 이 여자는 부러움을 솔직하게 표현하면서도 당당하게 자신을 사랑한다. 이 인물을 통해 위로받았다. 참 멋진 사람이다. 실제로 함께 연기하면서 라미란 언니도 그런 에너지를 많이 주는 사람이었다. 삶과 생활의 모습에서 정말 자존감이 많이 드러난다. 긍정적인 에너지를 많이 받았고 많이 배웠다.”
-연극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중학교때 국어 선생님이 수업의 일환이라며 연극을 준비하라고 시키셨다. <맹진사댁 경사>였나. 얼떨결에 우리끼리 준비를 하는데 너무 재미있더라. 그래서 바로 내 꿈으로 정했다. 친척 오빠가 연극영화과 가지 않아도 된다고 해서 더 자신감을 얻었다. 대학가서 연극 동아리를 가면 연기할 수 있다고. 그래서 한림대 철학과에 진학한 뒤 바로 연극동아리에 들어갔다.”
-부모님이 연기하는데 대해 반대 안하셨나.
“아버지는 연기는 집에 돈이 많고 기자나 방송국에 아는 사람도 있고 빽도 있어야 할 수 있는 거라고 하셨다. 시골 계신 어른들 입장에선 연기한다는 것이 충분히 뜬구름 잡는 이야기처럼 보이지 않았을까 싶다. 부모님이 교육자셨다.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은 없이 자랐다. 그런데 연극하면서 내가 경제적으로 많이 힘들게 사는 것을 안타까워 하셨다. 괜한 자존심 때문에 어렵다는 이야기도 안했는데 그런 모습 보면서 많이 아파하셨을거다. 그래도 간간이 무이자로 돈을 빌려주셨다.”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배우가 되는 것이 기도제목이라고 예전 인터뷰에서 이야기한 적이 있다.
“말 그대로다. 내가 하는 행동과 말, 모든 것이 다른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주면 좋을 것 같다. 세상엔 우리가 눈 돌려야 할 데가 정말 많다. 기아나 난민문제도 그렇고 인권문제도 그렇고 주변에 어려운 이웃들도 많다. 도움이 필요한 곳에 도움을 주고 나누고 베푸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라고 생각한다. 그런 꿈을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꾸고 싶다.”
-20년째 연기해 왔다. 앞으로 어떤 배우이고 싶나.
“우리의 아픔을 이야기하는 배우이고 싶다. 내 연기를 보는 사람들이 ‘나만 아픈게 아니구나’하고 느꼈으면 좋겠다. 삶은 아픔을 직면하고 겪으면서 살아내야 하는거다. 그렇게 옆에 함께 있고 싶다. 늘 아래를 보며 사는 그런 사람이고 싶다. 흔히들 많이 사랑해주세요, 관심가져주세요 이러지 않나. 뭐하러 그러나. 내가 먼저 사랑하면 되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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