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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똥통신

또다시 쯔위 사태가 벌어진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by 신사임당 2016. 1. 20.

 

 

쯔위 사태를 바라보는 국내 연예기획사들의 속내는 착잡하다. 늘상 연예인이 관련된 사건사고에 노출돼 있었고 이를 관리하는 것이 주된 업무의 하나였던 연예기획사들은 “또 이런 일이 생기면 어떡하나”하는 걱정에 휩싸여 있다.
 

이번 일은 연예계에 늘상 발생하는 사건사고로 묶기엔 차원이 다르다. 예측해 통제하고 철저히 준비한다고 피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전혀 의도치 않았던 정치적 상황에 휘말렸고 이를 의도적으로 악용하고 부풀린 외부 요인들에 의해 과도한 피해를 입었다. 문제는 우리나라가 발딛고 있는 현실 상 이런 일이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연예기획사들은 대부분 글로벌 진출을 꿈꾼다. 국내에서 어느 정도 기반을 다졌다면 적어도 중국과 일본으로 입지를 확장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한국과 중국, 일본이 모여 있는 동아시아는 어떤 곳인가. 오랫동안 쌓여온 역사적 은원 위에 역사적, 정치적 갈등과 영유권 분쟁 등 첨예한 이해관계가 맞서고 있는 곳 아닌가. 이곳을 무대로 활동한다는 것은 언제든 의도치 않은 상황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전에 카라가 일본의 한 예능 프로그램에 나가서 김치를 기무치라 발음한 것을 두고 국내에서 논란이 됐던 적이 있다. 또 일본에서 독도문제에 대한 입장 표명을 요구받으면 어떻게 할거냐는 질문에 대답을 회피했다고 욕을 먹기도 했다. 이는 아주 단편적인 사례다. 당시 이 일들이 엄청난 파장으로 연결됐던 것은 아니지만 누구나 이같은 입장에 처한다면 난감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 큰 파장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사안이 된다. 운좋게 지금까지 별 문제에 연루되지 않고 잘 지내왔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앞으로도 이같은 이슈에 연루되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 있을까.
 

 

앞서 말했듯 이번 사안은 도덕적 물의를 빚거나 자기관리가 잘못된데 따른 문제도, 당사자의 실수도 아니다.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이같은 일에 국내기획사들은 어떻게 대응을 해야할까. 그 답은 박진영이 이끄는 JYP가 보여준 행동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JYP는 문제가 불거진 13일 웨이보를 통해 공식 입장을 처음 밝혔다. “쯔위를 포함한 본사는 중국을 적대시하는 어떤 발언과 행동도 하지 않았다. 쯔위는 16세에 불과하며 그의 나이와 교육수준을 고려했을 때 정치적 관점을 논하기 이르다. 진실이 확실히 밝혀질때까지 쯔위의 중국활동을 연기하겠다”고 말이다.
그런데도 반발이 거세지자 이튿날 다시 웨이보에 글을 올린다. “쯔위는 어떠한 대만독립적인 발언도 한 적이 없으며 대만독립을 지지한다는 여론도 사실이 아니다. 회사 아티스트 관리가 부족함이 있었다면 죄송스럽다.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미연에 방지하겠다”고. 그리고 15일. 결정적인 ‘문제의’ 동영상을 올리고야 만다. 초췌한 쯔위를 카메라 앞에 세워 허리숙이며 죄송하다는 그의 모습을 내보냈다. 박진영 대표도 “상처받은 중국 팬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사과문을 올렸다. 
아마 중간에 대만 선거가 없어 국면전환이 이뤄지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점입가경인 JYP의 사과 수준은 어디까지 갔을까 궁금하다. 며칠 더 갔더라면 아마 간과 쓸개까지 다 빼줄 태세로 보였다.
 

 

해당 국가의 역사와 문화는 존중해야 한다. 그건 전세계 어딜 가더라도, 어느 누구를 만나더라도 일관성있게 지켜야 할 가치다. 중국이 큰 시장인 것은 분명하다. 이번 후폭풍으로 중국에서 발생할 손실도 클 것이다. 그렇지만 아무리 눈앞의 이익이 크더라도 아닌건 아닌거다. 글로벌 무대에서 활동하는 기업들이 당장의 손실이 있더라도 이미지와 대중적 신뢰도에 신경을 쓰는 것은 장기적 관점을 갖고 사안을 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JYP의 태도를 보면 지켜야 할 가치보다 눈앞의 이익에 굴복한 느낌이 크다. 

 

 JYP는  “쯔위를 포함한 본사는 중국을 적대시하는 어떤 발언과 행동도 하지 않았다. 어떤 지지발언도 한 적이 없고 사실이 아니다. 의도치 않은 부분을 정치적으로 과잉 해석하고 문제삼는 부분은 안타깝다”는 수준에서 입장 표명을 끝냈어야 한다. 사안을 왜곡하고 허위사실을 팩트인양 호도한 부분에 대해선 단호하게 대처했어야 한다.  오해의 여지를 산 데 대한 최소한의 도의적 책임을 느낀다면 "오해의 여지가 있을 수 있는 부분을 미처 생각지 못하고 양국간의 민감한 부분을 헤아리자 못한 부분에 대해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정도였다면  괜찮지 않았을까.  
 

 

 

 

 

명백히 잘못이 없는 쯔위를 제물로 내세운 것은 별도의 사과와 책임통감이 필요한 부분이다. 사실 만 16세 소녀를 둘러싸고 방송사와 소속사가 벌인 책임전가는 목불인견이다. 쯔위는 이제 고작 데뷔한 지 4개월됐다. 상식적으로 국내 연예환경을 생각했을 때 그 정도 경력의 연예인이라면 공식적으로 참석하는 자리와 그곳에서 하는 행동과 말, 심지어 메이크업과 옷차림, 표정까지 주도면밀하게 기획사나 제작진의 준비와 디렉션 하에 연출된다. 난다 긴다 하는 사람들조차 말실수와 의도치 않은 상황으로 오해를 받고 구설수에 휩싸이는 곳이 연예계 아닌가. 하물며 이제 막 발걸음을 뗀 연예인이라면 골방에서 이뤄지는 철저한 사적 행동 아닌 다음에야 공개되는 장에서 자유는 없다. 이건 인권문제와는 또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이런 상황에서 방송을 제작하고 콘티를 짜고 소품을 준비한 것은 방송사다. 그 프로그램 출연을 결정하고 진행한 것은 소속사다. MBC는 “공식적인 입장은 JYP로 일원화하기로 했다”고 책임을 전가했다. 소속사가 내놓은 사과의 뉘앙스는 “천둥벌거숭이 같은 어린 애가 한 실수였고, 우린 그것을 제대로 몰랐던데다 관
리를 못했다”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중국이나 대만 네티즌들과의 문제는 잦아들지 모른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서 JYP가 보여준 대처는 또다른 분란을 일으킬 불씨를 낳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