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은의 잼있게 살기

 

 

기쁘네요. 무한도전에 ‘혁오밴드’가 라인업에 딱 오르면서 실시간 검색어는 물론이고 차트까지 휘리릭 차지하고 있습니다. 뿌듯하기도 하고요.
제가 혁오를 인터뷰했던 것은 5월말이었습니다. 기사는 지난달 초에 나갔습니다.
이들을 인터뷰하겠다고 결심한 것은 5월 23일 서울 재즈페스티벌 첫날 공연을 보고서지요. 그 전부터 간간이 20대 여성들 사이에 이들에 대한 입소문이 나 있던터라 궁금한 밴드이긴 했습니다. 재미있는 신예로구나... 했는데 서재페에 가보고는 그만 입이 딱 벌어졌지요. 첫날 라인업으로 오른 이들의 공연 시간은 오후 1~2시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아마 2시 정도였을라나... 여튼 그 내리쬐는 뙤약볕 아래 서 있는 줄이 어마무시했습니다.
도대체 뭔데? 싶었죠.
원래 이런 페스티벌에선 오후, 밤으로 갈수록 지명도 높은 인기 아티스트가 배치되게 마련이죠. 혁오처럼 신인밴드는 2시에 공연하는 것이 특별히 이상할 건 없습니만 이렇게 늘어선 기나긴 줄이 호기심을 자극했습니다. 남자들도 간간이 보였습니다만 상당수가 20대로 예상되는 발랄한 여성들이었습니다. 같이 줄을 서서 들어갔습니다. 무대에 오른 4명의 멤버. 혁오밴드의 보컬이자 리더인 오혁. 민머리에 분홍색 바지 차림으로 오른 그를 봤을 때 좀 깬다는 생각이 들면서 귀엽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카리스마가 있어보이지도 않았고, 비주얼이 눈에 확 들어오는 것도 아니고. 이전에 노래를 몇번 들었을 때 목소리와 곡의 분위기가 독특하다는 느낌이 들어 한번 보고 싶다는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20대 여성들이 열광할만한 것인가... 에는 여전히 의문이 있었지요.
공연이 시작하고 이들이 인사를 하는데 말도 잘 못합니다. 소심하게, 버벅거리며, 수줍은 듯.  지난해만 해도 이 페스티벌 구경오고 싶었는데 티켓값이 너무 비싸서 못 왔다, 그런데 올해는 이 무대에 설 수 있게 되어 좋다며... 이렇게 이야기하는데 푸훗하고 웃음이 나더라고요. 한쪽에선 꺅꺅 거리는 목소리가 들리고.
뭐라고 설명할 수 없는 이 순진함과 귀여움? 그리고 공연에서 이어지는 예의 그 독특한 목소리와 분위기... 현장의 반응은 뙤약볕 이상 뜨거워졌지요. 현란한 무대매너도, 카리스마도 없는데, 그저 자신의 음악에 취해 열심히 노래하는 이 친구들 모습에 빠져들게 되면서 희한하게 멋있더라구요.
다행히 그 다음주 요청했던 인터뷰는 바로 성사됐고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이들을 만났습니다.
리더이자 곡을 만드는 오혁과 드럼 이인우, 임동건(베이스), 임현제(기타) 4명으로 이뤄진 밴드 혁오와의 이야기입니다. 주로 답변은 오혁이 많이 했습니다. 질문을 받고 생각을 정리하며 찬찬히 말하는 스타일이었죠.

 

 

 

*서재페 무대 보니까 대단하던데요. 돈없어 못들어가던 페스티벌이었는데 불과 1년사이에 주인공이 돼서 환호받게 됐어요. 갑작스러운 변화에 적응이 되나요?
오혁=재미있기도 하고 책임감, 부담감 같은 것도 느껴요. 양날의 검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관심을 많이 받고 피드백도 활발히 오는게 좋다는 생각도 들고 재미도 있지요. 한편으로는 우리가 한 것들에 비해, 우리가 이 정도로 뭔가를 받을 준비가 되어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이 밴드는 어떻게 만나게 된건가요.
임헌제=원래는 혁이 혼자서 하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앨범 작업 때문에 혁이가 인우를 만났고 그렇게 알음알음 저희들도 다 연결됐어요.
오혁=녹음을 하려고 세션을 구하고 있었어요. 아는 형의 소개로 한명씩 만나게 됐죠. 동건이는 중국에서부터 알던 누나의 남자친구라 연결이 됐고.

 

 

*보면 다들 색깔이나 했던 음악이 다르거든요. 음악적으로 한데 뭉친 공통분모가 뭔가요.
(임현제는 지미 헨드릭스에 빠져 중학교 때 기타를 배우기 시작했고 서울예대 실용음악과에 수석으로 입학했다. 임동건은 고교때까지 메탈밴드에서 활약했고 이동건은 초등학교때부터 드럼을 쳤다)
오혁=재미있는 것을 멋있게 하자는 생각이 똑같았어요. 네 명의 공통분모였죠.
임현제=처음 모였을 때는 공통분모라고 할만한게 없었어요. 그런데 혁이의 음악이 좋았고 그가 제시하는 것들을 우리가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면서 함께 할 수 있었어요. 저는 기타를 전공했고 연주 외에는 생각을 안했거든요. 밴드를 하게 되디라고는 생각도 못했죠. 그런데 혁이의 목소리나 작·편곡적인 부분에서 뭔가 끌리는 것이 매력이 넘치더라고요. 그런 부분에서 많이 움직였어요. 하면 재미있겠다 싶었고 잘 될 것 같았죠. 이상하게 기대감이 생기더라고요.
 
*처음 만난 시기가 언젠가요?
오혁=지난해 5월쯤 다같이 처음 모였던 것 같아요.

 

 

*넷이 다 1993년생 동갑이라 더 빨리 친해졌겠어요.
오혁=처음엔 좀 서먹서먹했죠. 그러다가 저희가 지난해 광주 비엔날레에 사운드 퍼포머로 참여하게 됐어요. 그 작업을 하면서 함께 술을 마시고 그러면서 많이 친해졌어요.

 

 

*이번 앨범 제목 22는 나이를 의미하는건가요? 지난해 데뷔앨범은 20이라고 했었고.
오혁=처음에 20으로 데뷔 앨범을 낸 것은 단순한 이유였어요. 제가 19, 20, 21세때 쓴 곡들이었거든요. 그곡에 들어가 있는 감정적인 메타포가 주로 스무살에 느꼈던 감정들이었어요. 그런 것 위주로 앨범에 담았어요. 그래서 자연히 20이 된거고. 20으로 내고 나서 보니까 앞으로 앨범을 숫자로 가는 것도 괜찮겠다는 아이디어가 생겼어요. 20이란 숫자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숫자거든요. 무한대의 느낌을 주고 뭐든 시도하고 뭐든 용서받을 수 있을 것 같았죠. 가장 많이 주목받고 가장 많은 경험을 하는 시기가 20대 중에서도 스무살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20으로 간거죠. 그 숫자가 제시하는것이 나이, 그리고 그것이 시간의 흐름을 제시하는 것이기도 하잖아요. 시간의 흐름 선상에서 우리의 생각과 감정이 음악으로 나오는 것이고. 앞으로도 계속 시간의 흐름 선상에서 우리를 바라볼 수 있으려면 앨범의 주제를 나이 즉 숫자로 가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중에 아카이브로 만들어봐도 좋을것 같아요.

 

 

*그럼 다음엔 23, 24 이런식으로?
오혁=네. 아마 올해 23이 나올거예요.

 

 

*왜 밴드 이름이 혁오인가요.
오혁=오혁을 영어로 하면 혁오거든요. 거기서 그냥 쓴거예요. 원래 혼자 음악하고 있을 땐 원맨밴드 이름으로 상관 없었는데 이 친구들 만나 밴드 이름을 고민했어요. 오랫동안. 오일머니, 젖동냥, 더 셔츠, 웨스턴 등등. 여러가지 고민하다가 그냥 혁오를 쓰면 어떻겠냐고 했죠. 음악이랑 이미지랑 잘 맞을 것 같았고. 녹음 끝날 때 까지 대체할만한게 없었거든요. 그래서 계속 시간 끌기도 애매했고.
그렇다고 혁오를 오혁 개인의 밴드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그건 아니에요. 아마 이것도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문제라고 생각해요.

 

 

*혁오와 오혁의 자아가 다른가요?
오혁=달라요. 오혁은 오혁이고 혁오는 오혁이 있는 밴드죠. 혁오는 제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 중 하나이지만 저만의 것은 아니거든요. 혁오를 통해 풀지 못하는 음악적 욕구나 소통에 대한 컨텐츠를 뽑아낼 수 있는 통로는 개인 오혁이고요.

 

 

*지금 소속사 두루두루 amc와 만난 것은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오혁=우연히 여기 대표님이 저희공연을 보셨어요. 그리고는 페이스북 메시지로 연락을 주셨죠. 한번 보고 싶다고. 저는 한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였고 이쪽에 관련 인프라에 대해서도 하나도 몰랐어요. 그러다보니 처음엔 경계했죠. 댓가도 없이 도와준다고 하니까. 중국에서 오랫동안 있다가 혼자 나온거거든요.

 

 

*앨범 20과 22 사이의 변화가 눈에 띄어요. 20이 주로 영어 가사였다면 이번엔 영어 가사가 줄었고 분위기도 그 때에 비해 훨씬 여유로워진 것 같아요.
오혁=20과 22 사이에 많은 부분이 달라졌어요. 그땐 저 혼자 한 것이고 지금은 멤버들과 같이 했어요. 그러다보니 사운드나 질감에서도 많은 차이가 있는 편이죠. 4명이 내는 4가지 소리가 섞여 있고, 편곡도 모두 함께 진행했어요. 이전에는 스무살짜리가 봤던 사랑에 대한 감정,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 등을 나열하는 식이었거든요. 이번엔 사실상 우리 4명이 만나서 함께 낸 첫 앨범이에요. 그 사이에 느꼈던 감정들의 변화, 인간관계에 대해 느끼는 다양한 감정들을 많이 담았어요. 

 

 

*노래 제목이 특이해요. 와리가리
오혁=오고 가고의 의미예요. 어릴 때 중국에서 했던 놀이에요. 공을 주고 받으면 중간에서 술래들이 공을 빼앗아 가는 건데 희한하게 신당동에 살았던 다른 멤버도 어릴 때 이 놀이를 했다고 하더라고요. 의미상으로는 왔다갔다한다는 의미인데 인간관계에 대한 회의를 담았어요. 쉽게 다가오고 떠나가고, 익숙해지면 떠나가고. 인간관계가 이런 것들의 반복이잖아요. 어릴 때 와리가리 놀이를 했는데 나이를 먹어서도 계속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사가 스무살이라고 생각하기에는 너무 건조하고 관조적이고 덤덤해요. 나이를 훨씬 많이 먹은 사람같달까. 그럴 이유가 있었나요?
오혁=환경적인 영향도 없지 않은 것 같아요. 제 성향도 많이 반영되고. 중국에서 오래 살면서 외로움을 많이 탔어요. 원래 낯가림이 심한 편이고 친구를 잘 사귀는 편도 아니고. 또 표현하는 것보다는 담아두는 성격이거든요.  그런 점들이 가세해서 가사로 녹아나는 것 같아요.
임현제=제가 보기에 혁이는 조심성이 많은 친구예요. 새로운 것들을 겪거나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 항상 최악의 경우를 생각하고 대처하고 시작하는 것이 이 친구의 습관인 것 같아요. 그래서 이런 스타일이 많이 나타나는 게 아닐까.
오혁=사물을 보는 것이 회의적인 편이죠. 밝은 면을 보려 하기 보다는.

 

 

*큰새라는 곡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한국에서 청소년기와 대입제도를 거치지 않았는데도 굉장히 이곳의 정서가 많이 반영돼 있다는.
오혁=외국에서 오래 생활해서 한국의 일반적인 또래 친구들과는 여러가지 다른 환경과 과정을 밟았죠. 그 점은 있지만 그래도 느끼는 것은 비슷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청소년기에 누구나 전세계 학생들은 다 공부하죠. 자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누구라도 비슷하 것 같아요. 제가 느낀 것들이 한국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친구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더라고요.
큰새는 우연히 최근의 제 생활을 돌아보며 쓴 곡이에요. 대표님과 길을 가고 있었는데 우연히 대표님이 ‘보름달이 예쁘게 떴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리고는 하늘을 봤던거죠. 씁쓸했어요. 누군가의 이야기로 하늘을 보게 됐는데, 그렇게 하늘을 본 것이 정말 오랜만인거예요. 한달에 한번도 하늘을 볼 여유가 없이 살고 있는 현실에 대한 씁쓸함 같은 것. 제목을 큰 새로 한 것은 뱁새와 황새 이야기를 생각해서 달았어요. 어릴 때부터 제가 음악을 하고 싶어했어요. 그런데 엄마가 그런 이야기 많이 하셨죠. 예체능 쪽을 하려면 상위 1% 안에 못 들면 먹고 살기 힘들다고. 그래서 제 딴엔 열심히 했거든요. 그렇게 하다보니 여유도 낭만도 없이 살고 있는건 아닌가 하는 회의가 들면서 복잡한 생각과 느낌들을 정리해 본거예요.

 

 

 

 

*공드리는 뭔가요? 뜬금없는 제목이라. 혹시 미셸 공드리를 의미한 건가요?
오혁=맞아요. 미셸 공드리를 생각하며 만든 곡이에요. 내가 제일 좋아하는 감독이거든요. 이터널 선샤인의 한 장면을 생각하며 곡을 불렀는데 한번에 곡이 나왔어요.

 

 

*이터널 선샤인의 어느 장면?
오혁=남녀주인공이 눈쌓인 바닷가에서 눈을 헤치는 장면이 노래하는 내내 어른거렸어요. 그래서 헌정곡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어 가사노래가 1집보다는 줄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많아요. 
오혁=제가 주로 듣던 노래가 영미권 노래여서 그런지 영어가사에 익숙해져 있었어요. 처음부터 영어로 쓰는 버릇을 들여서 그런지 그게 편하기도 하고 .말하는 것은 한국어가 쉬운데 가사는 영어가 더 쉬워요. 한국어로 쓰면 왠지 발가벗겨진 느낌이 든달까. 더 직접적이어서 그런가 싶고. 한국어로 쓴다면 정말 잘 쓰고 싶어요. 프라이머리 형이랑 작업하면서 한국어로 가사를 썼는데 그 때 처음 해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기긴 하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한글 가사엔 좀 만족하나요?
오혁=아직 미숙함 많은데 하다 보면 좋아지겠다 싶다는 생각은 들어요. 내가 쓰는 멜로디 라인이 한국적 가요 스타일이 아니라 한국어로 가사를 붙이면 이질적인 느낌이 많이 들거든요. 그래서 어렵고요.

 

 

*우리나이로는 현재 23살, 앨범은 22인데 올해 나왔어요. 곡은 다 22살인 작년에 쓴건가요?
오혁=다 작년에 만든 것이에요.

 

 

*타이틀을 와리가리로 정한 이유는요?
오혁=대중들이 가장 대중적으로 즐길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우리 4명이 동시에 가장 좋아했던 곡이기도 하고. 사실 HOOKA를 타이틀로 하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으나 와리가리랑 비교했을 때 호불호가 갈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HOOKA는 무슨 뜻인가요?
오혁=의미는 없어요. 집에서 데모를 만들었는데 제목을 생각나는데로 붙인거라. 나중에 제목을 훌리건으로 바꿔보려했으나 그냥 후카가 입에 잘붙는 것 같아서 그걸로 했어요.

 

 

*기존의 밴드와는 스타일이나 어법이 상당히 다른데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나요.
오혁=우리가 모였을 때 원했던 것은 기존의, 기성방식대로 가는 패턴을 깨고 새로운 것을 개척해보자는 거였어요. 밴드신이나 한국 가요계에 대한 이해도, 지식이 없는 상태니 그럴 수 있을거라 생각했어요. 게다가 전 한국에 산 적이 없으니까 더 기존의 방식에 매이지 않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어요. 보통 밴드라 하면 밴드가 주는 이미지의 덫이나 한계에 많이 걸려 있거든요. 그런 한계와 이미지의 덫을 넘고 싶어요. 음악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표현의 양식까지 우리 음악을 나타내는 도구로 삼고 싶은거죠. 힙합이 음악의 한 장르가 아닌 생활의 양식인 것처럼 혁오 음악도 생활의 양식이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