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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똥통신

영화보며 잡생각... 리스본행 야간열차

by 신사임당 2015. 3. 6.

 

인터넷에, SNS에 흘러 넘치는게 리뷰입니다.

영화리뷰, 음악리뷰, 북 리뷰, 각종 컨텐츠에 대한 리뷰.

유려한 문체, 날카로운 시각으로 멋들어진 글을 쓰는 분들이 너무 많은지라

그런 것들을 보면서

나도 리뷰 써봐야겠다는건

언감생심 꿈도 안꿉니다.

아예 엄두를 내지 않지요.

 

그런데 요즘은 기억이 하도 깜빡거려

불과 몇달전에 본 내용도 기억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라

음악이든 영화든 책이든

그저 건조하고 덤덤하게,

그냥 토막토막 드는 생각들을

잊어버리지나 말자는 생각으로

주절대 보려구요.

 

그저 즉물적으로, 1차적으로.

보고 나서 아, 재미있다, 혹은 아놔 재미없다..

이걸로 끝나는게 아니라

뭐라도 한마디 깨닫고 느꼈다면

그걸로 충분한거죠.

 

그래서 영화든 드라마든 책이든간에

나를 다짐시키는 그런 생각들을 찾아 간직해 보려구요.

어차피 유려한 리뷰를 보기 원하는 분들이

이 공간에 들어오는 것은 아니실테니.

그저 솔직하고 자유롭게, 혹은 황당하게 떠오르는 생각들을

그저 편하게 나눠봤으면 좋겠어요.

 

우선 밝힙니다. 스포 있습니다.

영화는 <리스본 행 야간열차>입니다.

이 영화를 보고 제일 강하게 머릿속을 사로잡는 생각은

 

****과연 우리나라에도 카타리나 멘데즈 같은 사람이 있을까... 입니다.

 

생뚱맞기 이를데 없네요.

 

간략한 영화 내용부터 나갑니다.

 

 

 

 

스위스 베른의 고등학교에서 역사? 고전문헌? 뭐 이런 과목을 가르치는 교사 그레고리우스가 주인공입니다.

배우는 제레미 아이언스. 부인과는 이혼하고 매일 학교와 집을 오가는,

심지어 집에서 혼자서 테이블 자리를 번갈아 왔다갔다하며 체스를 두는, 루틴한 삶을 살고 있는 중년 남자입니다.

그가 출근길에 다리 위에서 자살하려고 하는 여성을 보고 그녀를 구하지요.

비도 오고 을씨년스러운 날씨에 철제 다리에 올라가 아득한 잿빛 물을 바라보는 아찔한 상황.

극적으로 구조합니다. 아, 여자는 정말 예쁩니다.

갈 곳 없어 보이는 그 여자를 데리고 교실에 들어갑니다. 학생들 옆에요.

그런데 이 여자가 축축하게 젖은 빨간색 코트를 남겨둔 채 사라집니다.

창으로 내다보니 여자가 휘적휘적 운동장을 가로질러 어디론가 가지요.

뭐에 홀렸는지 그레고리우스도 빨간 코트를 들고 교실문을 황급히 나섭니다.

하지만 그녀의 흔적은 찾을 수 없고... 그녀의 코트 안에 작은 책 한권, 그리고 그 책에 꽂혀 있는 기차티켓.

15분 후에 리스본으로 출발하는 열차표입니다. 그레고리우스는 그대로 역으로 달려가 기차에 올라탑니다.

모든 것을 뒤로한 채 그냥 가는겁니다.
이 영화는 액자식구조라고 하나요. 현재의 이야기속에 과거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기차에 올라탄 그레고리우스가 여자의 옷 주머니에서 나온 책을 읽습니다.

그 책의 저자는 삼십여년전 포르투갈 카네이션 혁명 당시 세상을 뜬 아마데우 프라두.

그의 이야기에 빠져든 그레고리우스는 아마데우의 흔적을 찾아갑니다.

그렇게 삼십여년의 시간이 서로 교차되며 현재의 그레고리우스가 과거의 아마데우의 삶을 짚어봅니다.

 

 

 

 

 

 

 

포르투갈 카네이션 혁명. 포르투갈은 유럽국가 중 우리에게 비교적 덜 친숙한 나라죠.

영국이나 프랑스, 이탈리아에 비해 많이 여행을 가는 것도 아니고.

저 역시 수도가 리스본이고 축구 잘하는 나라.

루이스 피구를 비롯해 호나우두, 그리고 전설의 축구영웅 에우제비오 정도 생각납니다.

그리고 브라질을 식민지로 삼아서 브라질이 포르투갈어 쓴다는 것. 마카오도 식민지로 뒀다는 것. 

또 언뜻 떠오르는 것은 유럽에서 비교적 못사는 나라라는 것.

영화 <러브 액추얼리>에서 콜린 퍼스가 머무르는 남프랑스 별장에 ㅅㆍㅇㅂ

 서 가사일을 도와주던 도우미 아가씨도 포르투갈 출신이었습니다. 직접적으로 묘사되진 않았지만 유럽지역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사람들중 포르투갈 출신이 많은것 같은 느낌?? 

말도안통하는 이 아가씨에게 사랑을 느끼고 매주 포르투갈어 학원에 다니면서 결국 사랑을 얻지요.

다른 분들도 대체로 이정도실듯.


 위키에서 포르투갈 카네이션 혁명을 찾아봤습니다.

 

카네이션 혁명. 별명은 리스본의 봄. 1974년 4월25일 발생한 포르투갈의 무혈 쿠데타이다. 40년 이상 계속된 독재정권 살라자르 정권과 계속되는 식민지와의 전쟁에 대한 반발감으로 좌파청년장교들이 주도하여 발생했다. 카네이션 혁명이란 이름은 혁명 소식을 들은 시민들이 거리의 혁명군에게 카네이션을 달아 지지의사를 표시한데서 비롯한다. 이 혁명 이후 포르투갈은 마카오를 제외한 해외 식민지에 대한 권리를 일괄 포기했으며 정권은 군부의 과도정부를 거쳐 투표에 의한 민간정부로 이양되었다.
1932년 성립된 살라자르의 독재는 40년 이상 계속되었다. 1961년 이후 포르투갈은 자신의 아프리카 식민지 앙골라, 모잠비크, 기니비사우에서 공산국가와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의 지원을 받는 식민지 반군과 전쟁을 계속했다. 자연히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경제가 낙후되기 시작했다.
1968년 살라자르 총리가 질병으로 쓰러진 뒤 마르셀루 카에타누 총리가 정권을 인수한다. 그러나 독재체제는 변하지 않았다. 수렁같은 식민지 전쟁에 위기감을 느낀 청년 장교들은 국군운동(MFA)을 결성해 체제변혁을 목표로 세우게 된다. 1974년 4월25일 새벽, 오텔루 사라이바 드 카르발류 대위가 지휘하는 리스본 MFA는 궐기해 시내의 요지를 점거했다. 카에타누 총리는 투항하고 스파놀라 장군에게 권력을 이양했다. 유혈이 전혀 없는 무혈혁명이었다. 혁명의 성공을 안 시민들이 거리에 나와 카네이션 꽃다발을 군인에게 주며 화답했다. 이후 혁명 지도부사이에 알력과 갈등, 반격과 추방 등이 반복되다가 1976년 총선, 대통령선거가 실시되고 혁명은 마침내 종결됐다.

 

 

이 혁명이 배경이긴 한데 영화속에서 그레고리우스가 좇던 아마데우의 행적은 이 혁명 성공 직전입니다.

해가 뜨기전 가장 어둠이 깊던 상황이죠. 카에타누가 정권을 유지하면서도 살라자르 체제가 유지되던 그 시절 말입니다.

아마도 1973년 이 즈음이 아니었을까... 전쟁은 계속되고 경제는 지쳐가고 독재는 이어지고...

군인들이 쿠데타를 준비하고 시민들은 레지스탕스를 조직합니다.

정권은 레지스탕스 운동을 벌이던 시민들을 무자비하게 탄압하던 상황이었죠.

혁명의 시기에 서로의 이상과 우정, 사랑, 오해로 얽힌 뜨거운 청춘 아마데우, 조르주, 에스테파니아, 주앙의 인생을

그레고리우스는 관찰자적으로 들여다봅니다.

어찌보면 피끓던 청춘들의 삶은 비극적이고 허무하달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모든 것을 바쳤던 혁명이 그런 가치가 있었는지를 이 영화가 물어보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삶의 매 순간이 얼마나 뜨겁고 간절한지, 내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나는 지금 어디 서 있는지를 돌이켜보고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가지게 하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큰 역할을 합니다.

 

다시 아까 이야기로 돌아가겠습니다.

카타리나 멘데즈는 영화 초반부 베른에서 자살하려 난간에 오른 여성입니다.

레지스탕스 당시 시민들을 무자비하게 탄압했던 비밀경찰이자 리스본의 도살자로 불렸던

멘데즈의 손녀이고요.

코트 주머니에 넣어 두었던 그 책을 통해 자신이 사랑하고 존경했던 할아버지의 실체를 알게된 뒤

자살을 하려는 것이었습니다.

영화 말미에 카타리나는 자신은 할아버지 장례식에 펑펑 울었었는데

사람들이 왜 안울었는지를 이제 알게 됐다고 말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멘데즈의 손녀라는 것 외에 어떤 잘못도 저지르지 않은 젊은 그녀는

시대와 역사에 대한 부채의식과 양심의 가책 때문에 자살하려는 것이죠.

우리의 60~80년대 역시 포르투갈과 비슷한 부분이 많아

영화를 보면서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국가가 환수한 재산을 반환받으려는 친일파 후손들은 여전히 당당하고

독립운동가의 후손들은 지금도 고통받고 

엄혹한 독재와 인간존엄성에 대한 탄압의 역사가 여전히 미화돼 있는  

고통스럽고 복장터지는 현재 우리사회에 카타리나 멘데즈 같은 양심은 만날 수 없는 걸까요...

 

또 들었던 잡생각은

그레고리우스가 처자식이 있었더라면 그렇게 홀연한 이끌림을 따를 수 있었을까 하는거죠.

아마 그래서 그레고리우스를 이혼하고 혼자 사는 남성으로 설정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또 인생사 전화위복이라는 점도. 그레고리우스가 리스본에서 자전거에 부딪혀 안경을 깨뜨리지 않았더라면

안과의사 마리아나, 그리고 그녀의 삼촌 주앙도 만나지 못했을겁니다.

그러니 어떤 상황에서도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노력하자는... 뭐 그런..

마지막으로는 나이들면 차라리 마른 것보다 퉁퉁한 것이 보기에 나을 것 같다는 겁니다.

너무 볼품없이 말라버린, 왜소하기 그지없는 제레미 아이언스 모습이 너무 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