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은의 잼있게 살기

 

 

 

2달전 썼던 칼럼입니다.

피노키오, 힐러 방송을 앞두고 썼던 것인데

칼럼을 떠나 이 드라마가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지는 사실 궁금했습니다.

그전에  일반인에겐 관심도 없는 기자세계가 나오는 드라마는

하나같이 실패했으니까요.

 

다른 직업인들이 보기에도 자신의 직업묘사에 대해 오글거림을 느낄 수 있겠지만

기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워낙 이상하게 그려지고 오글거리는 경우가 많아서 보기가 힘들지요.

피노키오는 그나마 리얼리티를 많이 살렸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디테일한 부분에서 여전히 오글거리긴합니다

 

 

 

 

얼마전 중학생들을 만나 진로관련 강의를 한 적이 있는데

이 친구들이 피노키오를 열심히 봐서인지

정말로 마와리를 도는지, 그런게 있는지, 이상한 용어들을 쓰는건지 물어보더라구요,.

사실 제 친구들도 물어보는 것을 보니

중학생만 궁금한 질문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일상생활에서 전혀 만날 수 없는, 

추론하기도 힘든 듣도보도 못한 용어들이니

거리감이 느껴지는 것은 당연할 것 같습니다.

 

드라마에 나오는 속칭 기자용어 설명서도 인터넷에 떠돌더라구요.

 

마와리 야마 풀 킬 물먹다 등등.

일본식 용어가 많습니다.

 

마와리사쓰마와리의 줄인말이죠. 

일본에서도 쓰는 말이라고 하는데 경찰서를 돈다는 겁니다.

한자의 살필 찰 -일본식으로 읽으면 사쓰

          돌 회- 마와루의 명사형인 마와리

이 둘을 합쳐 사쓰마와리라고 하고

수습기자들이 경찰서를 돌며 사건사고를 챙기는 것을 말하지요.

수습때야 마와리 도는 것이 일입니다.

그렇다고 수습이 끝나서 사회부에 배치된다고 마와리를 안도는 것은 아닙니다.

그때부터는 본격적인 사쓰마와리가 되는 것입니다.

같은 뜻이긴 하나

마와리는 동작의 의미라면 사쓰마와리는 신분의 의미라고나 할까요.

수습을 사쓰마와리라고 하지는 않습니다.

그냥 수습이죠. 마와리 돌아야 하는 수습!!

수습 떼고 사회부에 남는 경찰기자들은

영예로운(?) 이름, 사쓰마와리로 불리는 거지요.

절차와 격식이 있는 건 아니지만 통례적으로 그렇다는 겁니다.

 

마와리가 나왔으니 세트로 따라다니는, 빠질 수 없는 용어가 또 있습니다

바로 '하리꼬미'.

이건 경찰서 붙박이 근무입니다.

그게 그건데 마와리를 밤늦게, 새벽에 돌다 보면 사실상 집에 갈 수 없습니다.

그냥 경찰서에서 먹고 자고 씻고 하는 겁니다.

그렇다면 하리꼬미는 좀더 강제적인 의미가 부여됩니다.

어차피 마와리 돌면서도 집에 잘 못가는데

하리꼬미는 붙박혀 있으라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뭘 잘못했거나 실수했을때

너 2주간 하리꼬미야!!!.

 

집이 가까우면 살짝 살짝 갔다올 수도 있겠지만

하리꼬미 하라면 24시간 대기하고 어디 갈 생각일랑 하지 말라는

뭐 그런 의미죠.

 

여기서 파생되는 단어로 뻗치기가 있습니다.

뻗치기는 한 곳에 붙박혀 24시간 대기하고 지켜보라는 의미입니다.

굳이 비교하자면

하리꼬미는 경찰서에서 뻗치기 하는거라고 할 수 있는거죠

그렇지만 이 때는 하리꼬미라고 씁니다.

대신 장소가 달라지면 뻗치기 한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뉴스에 오르내리는 유명인의 집 앞이나 뉴스의 소스가 될 만한 사람이 나타날만한 길목에서

붙박혀 지키고 있는 것이 뻗치기인거죠.

 

하리꼬미하고 있는 수습 아무개를 불러 모씨 집 앞에서 뻗치기를 시키는... 뭐 그런 식입니다.

 

드라마에 보니 라인도 등장하던데

서울시내 경찰서를 나눈 취재구역입니다.

강남라인, 동대문라인, 관악라인, 마포라인 이런 식으로 말입니다.

한 라인에는 2, 3개의 경찰서가 있고 종합병원, 대학, 시민단체 등 취재해야 할 대상들이 있어서

그 라인 담당자가 챙기는 겁니다.

사회부 경찰 취재구역에 한해서는 라인이라는 말을 주로 씁니다만

일반적으로 기자의 업무영역을 이야기할 때는 나와바리라는 말을 더 자주 씁니다.

조폭 용어와 같지요.

우리 나와바리를 건드려 어쩌구 하는 대사들을 영화에서 들으신 기억이 있으시죠...

 

여하튼 기자들은 내 나와바리는 뭐다... 이런 식으로 말을 많이 합니다.

어떤 기자의 업무영역 혹은 출입처를 물을 때

출입처가 어디냐 라든가

무엇을 담당하느냐 가 정석이겠지만

나와바리는?

어디 나가냐?

어디 출입이냐?

는 식으로 자주 묻지요.

출입처를 바꾸는 것을 나와바리 조정이라고  말합니다.

당사자가 바꾸는 것이 아니라 데스크가 바꾸는 것이죠.

부서장이 갖는 부서내의 인사권인셈입니다.

"이번 주에 나와바리 조정한다" 고 데스크가 이야기하는 겁니다.

 

야마는 주제라는 것을 아실테고...

도 드라마에서 설명이 됐더라고요.

취재한 내용을 공유하는 것이죠.

 

마와리 돌 때 그런 유혹을 많이 느낍니다.

좀 더 눕고 싶고 좀 더 자고 싶을 때

구워 삶은, 혹은 친한 다른 수습에게  풀받아서 그걸 일진에게 보고하는거지요.

풀. 정말 좋은 제도입니다. ㅎㅎ

마와리 돌 때 아니더라도 공식적인 큰 행사 등에서 

공동취재단을 구성해 대표자가 들어가 취재한 뒤 공유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때 공동취재단을 풀 기자단이라고 말 합니다.

 

이라는 말도 많이 쓰는데 말그대로 Kill 입니다.

취재를 했으나 얘기가 안되어서 버리는 거죠.

하지만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킬했다가

정말 '비 킬드' 상황에 처하는 경우.... 많습니다

 

 

바이스는 각각 사건팀 지휘, 부지휘를 의미하는 것이고

1진말진도 말 그대로 선임자와 막내기자를 말합니다.

1진, 2진, 3진, 말진.

말진은 같은 업무를 공유하는 팀에서 막내를 말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신문사내에서 어린 기자를 지칭하는 말로 잔바리가 있습니다.

연차 어린 후배 기자들을 통칭해 잔바리라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쓰는 쫄따구에서 좀 더 어린, 잔챙이 급들에 국한해 쓰는 말이라고 보면 됩니다.

 

특종과 낙종을 일컫는 용어도 있습니다.

영어의 스쿠프가 특종이지만

신문사에서 절대 스쿠프라는 단어 쓰는 경우 없습니다.

역시 일본식용어, 도꼬다이가 있지요

흔히 기사 앞에 단독이라고 붙어 있는 기사를 보실텐데

단독, 나만 쓰는 것, 특종을 말하는 것입니다.

 

낙종역시 낙종이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물먹은거죠.

그런데 물먹는 거면 괜찮습니다.

반까이 할 수 있으니까.

 

아놔, 정말 끝도 없네요.

여기서 반까이는 만회한다는 뜻입니다.

 

어쨌든 물먹으면 반까이 하면 된다지만

도꾸니끼는 정말 깊은 내상을 입습니다.

반까이가 힘든거죠.

뭔지 아시겠습니까?

나만 물먹은 거죠. 다 썼는데 나만 못 쓴.... (상상하기도 싫네요)

 

조지다 빨다는 어감에서 느껴지실테고

또 자주 쓰는 말로 가께모찌도 있습니다,

두 세개 출입처를 동시에 겹쳐서 맡는다는,

대략 정신없는 상태에 놓여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닥 좋지 않은 뜻이긴 한데 우라까이라는 말도 자주 쓰지요.

다른 기사를 요약하거나 내용을 좀 비틀거나 짜집기 해서

기사 형태로 만들어내는 것을 말합니다.

 

쪼찡개찌도 있습니다.

쪼징은 쉽게 말해 아부하는 것,

개찌는 시비걸고 토다는 것입니다.

기자업계엔 이런 경구도 있습니다.

 

쪼찡앞에 장사 없고 개찌앞에 군자없다.

 

아무리 대범한 척 해도 아부 앞엔 허물어지기 마련이고

아무리 군자인 척 해도 시비거는데는 짜증을 낼 수 밖에 없다는.. 뭐 그런 말이지요.

 

법조라는 말은

검찰과 법원을 취재하는 업무영역으로 법원 검찰 출입기자를 통칭하지요.

거물을 수사하고 소환하고 뭔 이야기를 했고

어떻게 처리되고..

 

피말리는 취재경쟁이 벌어지는

가장 살벌한 나와바리이기도 합니다.

그나마 술없이 부지하기 힘들어

하루 평균 폭탄주도 여러잔 걸쳐야 하는 곳입니다.

일주일에 기자들이 쉬는 날이 토요일인데

사건 터지면 법조에는 해당없는 경우가 많지요.

 

매일 물먹고 물먹이는 경쟁이 치열한 곳이라

몸과 마음이 피폐해지는데다

사생활 파탄이 보장되는

어둠의 골짜이기도합니다.

한번 발 담그면 아무도 오려하지 않아 탈출이 쉽지 않고

이곳에 발 담궜던 전력은

마치 이마에 찍힌 낙인처럼

인사때마다 끌려올 가능성에 바들바들 떨어야 하는

무시무시한 나와바리지요.

 

이쯤에서 마무리 하려고 보니 또 다른 단어가 생각나는데

총맞는다는 말도 있습니다.

이 말은 내 일은 아닌데 해당 업무 담당자의 유고로 그 일이 내게 떨어졌을 때 총맞았다고 합니다.

또 큰 사건이 발생했을 때 여러부서에서 사람들을 모아 그 일에 대처해야 할 경우가 많습니다.

불특정 다수 중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 발생했을 때 굳이 내가 재수없게 그 일을 하도록 걸리는 경우에도 이 말을 쓰기도 합니다.

 

그러고 보니 밑도 끝도 없는 출처 불명의 용어가 기자들 사이에서 정말 난무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바른말, 글을 쓰자면서

이런 말을 쓴다는 것이 상당히 모순적이네요.

 

중요한 것은 어떤 말을 쓰던 간에

기자는 반드시 사실을 좇아야 하고 이를 확인해야 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1진이 수습을 얼토당토 말도 안되는 것 같은 고된 교육을 시키는 것도,

끊임없이 깨고 조지고 볶아대는 것도

 

편견과 고정관념, 관성에 젖어 대충 대충 넘기는 일상의 일을

뒤집고 확인하고 따져보는 습관을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사소한 팩트의 차이와 그것을 확인하지 않은 잘못은 엄청난 결과의 차이를 만들어내니까요.

 

몇년전 인터넷에 돌았던 우스개 '일진놀이'를 소개하며 마무리하겠습니다.

연합뉴스 기자의 사례라고 알려졌는데

사실여부는 정확히 모르겠습니다.

고된 수습 생활을 자조적으로, 살짝 과장해 쓴 글이긴 합니다만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최근 몇년 사이 이같은 수습 교육 방식이 시대에 뒤떨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요즘은 다소 변화되는 부분이 있다고 하나(잘은 모르겠네요,, 저도 꼰대에 가까운 연배라..ㅠㅠ)

계속 고민해봐야 할 부분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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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가 담당하는 oo 라인에는 A, B, C 3개 경찰서가 있다. A 경찰서에는 성역과 같은 1진 기자실이, C 경찰서에는 돼지우리와 같은 2진 기자실이 자리한다. 지난 주말에는 집에 가지 못했다. 휴일에도 경찰서를 지키던 불우한 수습기자 다섯은 피자 2판을 시켜두고 ‘’일진놀이‘’를 한다.


일진: 보고해
수습: 서울시 B구 C1동 C경찰서 내 기자실에서 수습 5명이 피자를 시켰습니다.
일진: 피자 어디 건데?
수습: M스터입니다.
일진: P자헛, D미노, P파존스 많은데 왜 하필 M스터야?
수습: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일진: 잘 몰라? 잘 모르면 어쩔 건데? 내가 가서 취재할까?
수습: 아닙니다. 제가 더 알아보겠습니다.
일진: 얼마나 시켰어?
수습: 라지 1판, 스몰 1판해서 2판 시켰습니다.
일진: 돈은 얼마 나왔대?
수습: 4만5천여 원 나왔습니다.
일진: 음료는?
수습: 음료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일진: 없었던 거야, 없었던 거 같은 거야? 똑바로 말해.
수습: 없었습니다.
일진: 야, 넌 피자 먹을 때 피자만 꾸역꾸역 먹으면 목이 메겠냐, 안 메겠냐?
수습: 멥니다.
일진: 그런데 음료가 없어? 말이 앞뒤가 안 맞잖아. 너 이거 니가 취재한 거 아니지? 풀 받았냐?
수습: 아닙니다. 제가 직접 챙겼습니다.
일진: 그래? 그럼 음료 더 알아봐. 콜라였는지 사이다였는지도. 소스는?
수습: 예?
일진: 야, 너 2번씩 말 시킬래? 소스 말이야, 소스! 핫소스며 갈릭소스 있잖아.
수습: 소스는.. 확인 못 해봤습니다.
일진: 너 취재 제대로 안 해? 인간이 다섯인데 최소한 1명은 소스 발라먹는 애가 있지 않았겠냐?
수습: 다시 확인해보겠습니다.
일진: 토핑은 뭐뭐 올라갔어?
수습: 감자, 새우, 블랙올리브, 피망, 베이컨 들어갔습니다.
일진: 그게 다야?
수습: 네
일진: 확실해?
수습: 네
일진: 야, 너 지금 M스터 피자집에 전화해서 조지고 소비자보호원에 고발해.
수습: 예? 왜.. 왜요?
일진: 피자에 모짜렐라 치즈 안 올려주는 놈들이 어딨어. 이거 아주 고객을 엿먹이겠다는 거 아냐.
수습: 아..
일진: 아? 너 지금 나랑 폰팅하냐?
수습: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치즈도 있었습니다.
일진: 너 아까 확실하다며? 왜 말을 바꿔? 내가 쉽게 보이냐? 계속 허위보고 할래?
수습: 죄송합니다. 앞으로 똑바로 하겠습니다.
일진: 팩트 제대로 챙겨. 한번만 더 이따위로 하면 C1동에 있는 피자집 전부 돌려버린다.
수습: 네
일진: 배달원은 뭐 타고 왔어?
수습: 오토바이 타고 왔습니다.
일진: 오토바이 맞아? 스쿠터 아니고?
수습: 오토바이 맞습니다.
일진: 몇 CC 오토바인데?
수습: 제가 오토바이를 잘 몰라서...
일진: 야, 니가 오토바이 잘 모르면 기사 안 써도 돼냐? 취재를 해야 될 거 아냐. 배달원 전화번호 땄어?
수습: 못 땄습니다...
일진: 너 취재하기 싫냐?
수습: 아닙니다.
일진: 취재하고 싶은 놈이 이렇게 성의없이 하냐? 번호따는 건 기본이잖아.
수습: 네...
일진: 안 되겠다. 너 당장 M스터 피자집으로 튀어가서 배달원하고 사장 번호 알아내.
수습: 네..
일진: 30분내로 번호 따서 다시 보고해

 

여기까지 오면 ‘’뚝‘’하고 전화가 끊긴다. 다음 차례는 냅다 택시를 잡아타고 조낸 달려가는 거다. 일진놀이를 하노라니 내장이 뒤집어지게 웃기면서도 눈물이 난다. 아이들이 소꿉놀이를 거쳐 어른이 되듯 수습들은 일진놀이를 거쳐 ‘’기자‘’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