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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토크

토토가는 사랑입니다 ㅎㅎㅎㅎㅎ

by 신사임당 2015. 1. 4.

1주일을 기다렸다가 본 토토가

역시 어제도 무한감동, 무한추억에서 헤엄치며 즐거워하며 보냈습니다.

 

시간의 경계를 순식간에 허무는

음악으로 하나된 순간들...

아마 간만에 하나된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잡설은 줄이고

저번에 이어 각종 기사들로 그 시절의 추억을 들춰봅니다.

 

 

 

 

 

2000년 5월17일 동아일보

 

팝콘같이 아무 부담없는 이미지의 6년차 3인조 혼성 트리오 ‘쿨’이 최근 1년 만에 신보 5집 ‘cool5’를 내자마자 또다시 돌풍을 몰아 오고 있다. 타이틀곡 ‘해석 남녀’는 발매 3주 만에 이미 각종 판매량 순위 집계 1위에 올랐다. 음반 판매량과는 별도로 팬들의 반응을 체감할 수 있는 방송사 가요순위 프로에서도 이미 10위권 안에 진입했다.홍일점 유리(보컬)와 이재훈(메인 보컬), 김성수(래퍼)가 1995년 결성한 ‘쿨’의 코드는 “무게 잡지 말고 한번 놀아보자”다. ‘해변의 여인’ ‘미절’ 등의 히트곡으로 이어져 온 이런 코드를 5집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동료나 후배 댄스 가수들이 앨범을 낼 때마다 유행에 맞춰 테크노나 힙합적 요소를 섞어 시류를 좇지만, ‘쿨’은 언제나 경쾌한 비트의 ‘무념(無念) 댄스’내지 ‘바캉스 댄스’를 고집한다. 자연스레 가사에 부담스런 메시지는 없다.
대신 별다른 은유없이 온통 직설화법으로 무장한 말초적 가사로 젊은 남녀의 일진일퇴(一進一退)식 ‘소꿉장난 사랑’을 장난스레 노래한다. 가사에 부담없기로는 파워 듀오 ‘클론’도 빠지지 않지만, ‘쿨’은 이보다 더 가볍다. “여자가 없는 세상/그건 종말일거야/…코 꼈어 코 꼈어 제대로 코 껴버렸어…/”(‘해석 남녀’ 중) “통통한 나의 여자친구 살좀 빼랬더니/ 갈수록 가슴 살만 빠지고/ 이러면 안되겠다 싶어 다시 먹였더니/ 그나마 없던 배만 나오더랍니다…”(‘Calorie’ 중).
가요계는 ‘쿨’의 경쟁력으로 솔직함과 건전함, 그리고 팬들과 항상 눈높이를 맞춰온 점을 꼽는다.
KBS2 TV ‘뮤직 뱅크’의 기획자인 경명철 주간은 “힙합 등이 해외교포 등에 의해 수입되면서 본토에서 ‘직송’됐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 스스로 검증하지 않은 메시지 등을 담는데 비해 이들의 음악은 철저히 우리 젊은 세대의 감성에 발을 딛고 있다”고 말한다.
게다가 지난해말 KBS2 ‘입심 자랑 프로그램’인 ‘서세원쇼’의 최종 결승까지 올라갈 정도의 말솜씨 덕분에 1년 간의 공백 기간 중에도 SBS ‘기쁜 우리 토요일’에 고정 출연하며 시청자들의 시선에서 좀처럼 멀어지지 않았다. 이재훈은 “음악적 형식은 조금씩 변하겠지만, 팬들과 함께 호흡하는 일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우로 데뷔했던 이정현 초기 모습.

 

 

 

 

 

이거 무슨 드라마인지모르겠습니다.... 주연배우가 이병헌 최지우 류시원 이정현 신민아.....

 

이 영화 기억하시죠.. 광주학살을 다뤘던 장선우 감독의 영화 <꽃잎>

 

 

2000년 1월7일   문화일보

 

그는 미확인 비행물체(UFO)처럼 우리 곁에 날아왔다. 너무도 색다른 유형의 스타일과 모습이 그토록 낯설면서도 동시에 매력을 인정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사실이다.그가 만든 앨범의 제목도 ‘나와 함께 내 별로 가자(Let’s go to my star:그녀의 앨범 제목)’고 은근하게 속삭이고 있다.아니다.그는 타임머신을 타고 불시착한 듯한 느낌도 준다.그가 보여주는 패션, 음악과 춤 또한 과거의 것인지 미래의 것인지 분명치 않기 때문이다.첨단의 테크노 음악에 국악풍의 아쟁과 꽹과리 소리가 가미되었고(그 유명한 음악 ‘와’에는 아쟁 연주, ‘GX 339-4’에는 꽹과리 소리를 넣었다), 리듬과 속도에 따라 움직이는 사이보그적 춤에 태극권법의 동작, 부채와 도포자락의 너풀거림을 접합시켰다.누군가는 80년 광주에서 잃어버린, ‘꽃잎’ 같은 그 소녀가 맞다고 주장했다(사실 그는 96년 장선우 감독의 영화에 깜짝 발탁됐던 주인공이다). 어쨌거나 그가 발산하는 매력은 거부할 수 없는 힘으로 다가섰고,금기를 무시한 전략은 현재까지는 주효한 듯 보인다.
과연 여릿한 몸매에서 뿜어져 나오는 카리스마와 파워는 섬뜩하리만큼 강력했다. 목소리는 김건모와 비견할만하다든지 문화적 충격으로 보자면 ‘제2의 서태지’가 아니겠느냐고 떠드는 평론가들의 말도 과장이 아니다. 10대 영화배우에서 가수로 전업한 뒤 폭발적인 인기와 함께 ‘N세대의 새로운 우상’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이정현은 이렇게 말한다.“나를 규정하지 말아달라. 나는 나,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뿐이다.” 남의 시선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나하고 싶은대로 하는, 오직 내가 세상의 중심이라고 주장한다는 점에서 그는 충분히 N세대의 전형이다.
-가장 보여주고 싶었던 이미지는 무엇이었나요?
“외계인 이미지였어요. 지구인들에게 ‘나의 별’로 같이 떠나자고 하는 거죠.”
-그 별에서도 제일 중요한 문제는 다소 통속적인 ‘사랑과 배신’인가 봐요. ‘와’나 ‘바꿔’의 가사, “이미 난 네 여자야” “사랑했으니 책임져” 등은 다소 구태의연해요. 멜로디와 리듬은 최첨단 테크노인데, 가사는 트로트, 뭔가 어색하지 않나요? “담고 싶은 내용이라면 뭐든 담는 거죠. ‘와’나 ‘바꿔’에는 사랑 메시지를 담은 거구요. 가사는 마음에 들어요. 중요한 건 리얼리티인데,그 가사는 리얼하다고 봐요. 그리고 타이틀 곡인 경우 쉬운 가사가 좋죠. ‘GX 339-4’ ‘I Love X’ 등은 사회비판적인 내용을 담았죠.”
-‘와’같은 곡은 테크노를 흉내낸 댄스음악일 뿐이라는 말도 있는데….
“어쩔 수 없이 대중적인 곡을 타이틀로 내세웠죠.제가 테크노를 접한 건 4년 전 유럽에서였죠. 유럽의 경우 테크노가 처음엔 유행처럼 왔다가 몇년 뒤에는 정착이 돼서 클럽마다 테크노 음악이 나오고 있고, 미국도 비슷해요. 제가 음반을 준비할 때쯤 우리나라에도 테크노 바람이 조금씩 불고 있더군요. 그게 음악 장르로 자리잡으려면 좀더 대중적이고 쉬운 곡부터 들려줘야겠다고 판단했어요.”
-쉽다고 좋은 건가요?
“마니아들 입장에선 비판적이겠지요. 저는 인도 음악, 쿠바 록, 동유럽 음악, 아프리카 음악도 즐겨 듣지만 외국에 나가야 접할 수 있죠. 마니아들은 인터넷에서 다운받아서 듣는다거나 해서 여러 음악을 접할 수도 있겠지만, 나머지 90%의 사람은 그러지 못해요. 그게 우리나라 현실이죠.”
-테크노의 전도사 역할을 자청했군요.
“원래 처음 녹음할 때는 오리지널 테크노 음악이었는데, 모니터 결과 사람들이 못 받아들인다는 걸 알았죠.대부분 반응이 ‘이게 뭐야?’하더군요.저도 사실 이번 음반에 만족은 못해요. 50점짜리 음반이라고 생각해요. 그래도 ‘GX 339-4’, ‘Ca tient moi’ 같은 곡은 제 색깔이 분명한 곡이어서 마음에 들어요.”
-음반 판매량도 40만장이 넘었고, 가수로서도 이 정도면 성공했다고 할 수 있는데, 영화·드라마·광고·DJ까지 손을 대는군요.
“다 열심히 하고 싶어요.왜 그러느냐고 묻는다면 제 욕구 충족 때문이겠죠.”
-한달만에 PCS016·태평양화학·롯데제과 등의 CF에 출연, 광고 개런티만 5억원 넘게 받았다던데.
“연예인을 돈 벌기 위해서 하지는 않죠. 돈과 상관 없어요. 그냥 좋아서 하는 거죠.당신도 엄마 좋아하시죠? 제가 엄마 좋아하는 것처럼 이 일이 좋아서 하는 거예요.”
-스타가 된 느낌이 어때요?
“‘난 스타다’는 생각 안 해요. 제게 스타라는 자리는 중요하지 않아요. 하고 싶은 일을 얼마나 열심히 하느냐가 중요하죠.”
-섹시하다는 말 들으면 무슨 생각이 드나요? 그 문제를 여성의 성상품화 문제와 연관시켜 생각해본 적 있나요?
“전혀 없어요. 제가 보여주고 싶은 스타일의, 입고 싶은 옷을 입을 뿐이죠. 상품화라는 말, 제가 가장 싫어하는 말이에요. 페미니즘이요? 그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죠.다만 제게 관심을 가져줘서 고맙다고만 생각해요.”
-그동안 꽤 많은 구설수에 올랐는데, 신문·방송·PC통신에 대한 불만은 없나요?
“언론에서 잘못 하면 연예인들은 상처 많이 받는 건 사실이에요. 연예인을 도구로 생각하거나 그들을 이용해 신문을 판다거나 하는 것,나쁜 일이죠. 하지만 신경 안 써요.”
-앞으로의 계획을 들려주세요.
“새 뮤직 비디오를 구상중이에요. 한 순진한 여자가 바람둥이 남자에게서 버림받은 후, 그 남자를 죽이는 내용인데, 청순 가련하고 착한 여자와 도발적이고 무서운 악녀, 그 양면성을 연기해 보려구요. 2집은 5월쯤 낼 예정인데, 제가 만든 곡을 더 많이 넣을 생각이에요. 테크노·R&B·힙합 다 좋아하지만, 장르를 다 떠나서 그때그때 제가 하고 싶은 거 할래요. 어느 하나를 고집하고 싶진 않아요. 대중성보다는 음악성을 향상시키는 데 더 신경 쓸 거구요.”


■왜 지금 테크노인가
가수 이정현이 보여주는 테크노의 유행.그것을 두고 사람들은 세기말적 현상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테크노는 새 밀레니엄에도 지속되고 있다.그렇다면 테크노는 오히려 새로운 세기의 징후로 보는 것이 옳을지도 모른다.
지금의 테크노 문화는 우울한 절망, 알 수 없는 공포, 끈적한 퇴폐의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그것보다는 몰입과 속도감, 사이보그적 문화를 경험해 보려는 욕망, 무한한 변화를 시도하는 다양성 등을 특징으로 한다. 그것은 자신의 세계에 몰입하고 빛의 속도로 사이버공간을 누비길 바라며 미래 지향적인 네트워크 세대의 특징과 닮은 구석이 있다.
또한 밤새 자유롭게 춤추고 노는 레이브 파티에서는 새로운 유희 문화와 소통의 방식을 발견할 수도 있다. 심장에 직접 와닿는 비트를 즐기며, 언어적 가식으로부터 벗어난 솔직한 몸부림으로 자유를 숨쉬고 소통하는 것이다.
테크노 음악 열풍은 ‘테크노 전도사’ 이정현에게 상당부분 빚을 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세기를 넘는 테크노의 진군. 독일그룹 666의 테크노 댄스곡 ‘Amokk’과 ‘도리도리춤’의 폭발적인 유행이 식상해질 무렵, 이정현의 테크노는 그 빈자리를 부족함 없이 채워줬다.
그렇다면 그의 테크노는 유행을 따라 급조된 게 아니라 이미 몸으로 익히고 즐겨 왔던 ‘진짜’를, 그녀만의 독창적인 ‘끼’로 새롭게 해석한 테크노를 보여주고 싶다는 의욕이 반응을 얻은 것이다.
왜 사람들에게 이정현은 무슨 매력을 갖고 있다고 보는가 물어보면 대부분의 답은 “이정현 싫어하는 사람도 있나?”였다. 다들 이유는 달랐다. 개성과 자기 연출력, 신들린 듯한 눈빛과 춤실력, 자유로움과 ‘끼’의 소유자다. 스타시스템에 의해 만들어진 인형 같은 모습이 아니라 거침없는 자기 표현으로 스스로를 만들어냈다. 작고 깡마른 몸매지만 섹시하며, 힘 없고 약한 여자지만 독하고 강한 힘을 보여준다 등등….
사람들은 각자 그녀에게서 자신이 보고 싶은 면만을 뜯어보고 있었다. 그것은 이정현이 많은 사람의 다양한 콤플렉스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존재라는 의미이다.
“영화 ‘꽃잎’의 주인공 소녀였다는 점에서 이정현에게 가산점을 주게 된다”평가도 있다.따라서 이정현은 ‘입으로만 자유로운’ 얼치기 엄숙주의자들인 386세대는 물론 그 이전의 세대들인 475세대들의 경우와도 구분되는 유형의 사람이다.
이정현이라는 스타는 우리들의 콤플렉스가 만들어낸 허상인지 모른다. 그의 말대로 스타 이정현은 없다. 하고 싶은 일을 할 뿐이라는 콤플렉스 없는 당돌한 그만이 실체이다. 어쨌거나 그에게 자신의 욕망을 불순하게 기탁하던 모든 이들이 “제 음악을 들으며 다 춤을 췄으면 좋겠어요”라는 이정현의 말을 따른다면 어떨까 싶다. 그리고 “정현 언니 예뻐요”라고 외치는 소녀들이 이정현에 대한 어른들의 각별한 관심의 정체를 감지했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그 속에서 ‘세대와 시대를 넘는 문화 소통’이라는 메시지를 읽어낼 수 있겠다는 생각 때문이다.

 

2000년 2월7일    경향신문

 

'바꿔 바꿔 모든 걸 다 바꿔/ 바꿔 바꿔 세상을 다 바꿔…'. 현란한 조명을 받으며 갑옷을 입고 무대를 휘젓는 이정현. 아마 무대에서 내려와서도 넘쳐나는 '끼'로 1분도 가만히 있지 못할 게다.그러나 저녁 8시 MBC 라디오 '클릭!1020' 생방송 스튜디오에 들어서는 순간 긴 생머리를 늘어뜨리고 앉아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진행하는 이정현을 보고 깜짝 놀랐다. '테크노 전사'는 온데간데 없고 이제 스무살에 접어든 참한 아가씨가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채 2분을 넘기지 못했다. 빠른곡을 소개하고는 앉아서 테크노 춤을 춰대고 초대손님과 얘기할 땐 웃음을 참지 못해 테이블을 두드려댔다. 어째 이상하더라니!
4.13 총선이 다가오면서 이정현 노래 '바꿔'는 인기가요가 아닌 세상을 바꾸자는 '혁명가'가 돼버렸다. 총선 출마 예정자들이 앞다퉈 이정현의 노래를 선거 로고송으로 사용하기 위해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이정현은 이같은 현상이 신기하고 재미있을 뿐이다. 지난 한주는 각 방송사 보도국에서 집중적으로 인터뷰를 요청해와 어리둥절했다.
"'바꿔'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속이 후련했어요. 아주 시원했죠. 원래 사회적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만들어진 곡이에요. 처음부터 시련의 상처를 분풀이 하려는 노래가 아니었던거죠"
이정현은 "이틀전에야 정치권에서 아무런 사전협의 없이 '바꿔'를 비공식적으로 사용한다는 것을 알았다"며 못마땅해 했다. 이 노래의 작곡.작사가인 최준영씨는 "여야 할 것없이 연락해와 정신이 없다. 개인이 판단할 문제가 아니어서 한국가요작가연대측에 권한을 일임시킨 상태"라고 말했다. 작가연대가 총선시민연대와 함께 하면서 일단 낙선운동 인사들은 사용하지 못하게 됐다. '바꿔'는 지난 여름 IMF 상황이 여전한 가운데 늘어나고 있는 해외여행객과 백화점소비를 지켜보며 '이래선 안된다. 생각을 바꾸고 세상을 바꿔야 한다'는 뜻에서 만든 곡이다.
그가 정말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일까. 입시제도.왕따.TV문화…. "우리 프로에 사연을 보내는 10대 중에 '왕따' 문제로 고민하는 학생들이 많아요. 저 학교 다닐 때와 불과 2∼3년밖에 차이나지 않는데 더 심각해졌어요. 입시제도도 반드시 바뀌어야 해요"
또 'TV문화'를 비난하고 나섰다. "지금은 모든 것이 TV 입맛대로 포장돼 규격품처럼 진열되고 있어요. 저부터도 반성해야죠.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이나 가수, 팬 모두가 바꿔야 한다고 생각해요. 일본만 하더라도 가수가 새음반을 낸후 콘서트에서 팬들 만날 준비를 하고 팬들도 기꺼이 찾아가죠. 우리는 TV를 통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잖아요"
자신의 콘서트는 3집 앨범을 낸 후 한번에 확 터뜨릴거라고 말했다. 올림픽경기장 같은 대규모 콘서트장에서 하고 싶단다. 이정현의 콘서트가 궁금해졌다. TV에 출연할 때도 자신의 무대를 직접 설계한다는데 콘서트를 한다면 아마 스태프들이 엄청 고생할게다.
지난해 10월 이정현은 MBC '음악캠프' 무대로 가수 데뷔했다. 물론 무대장치.특수효과.조명.카메라 워킹까지 계산해 밑그림을 그려왔다. 담당 PD는 물론이고 관계자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19살 이정현의 설명을 들으며 최대한 반영했다. 이정현은 그런 식이다. 큰 공안에 앉아 객석에서부터 굴러 무대에 등장하는 등 특이한 무대를 스스로 연출한다. 다른 가수들의 항의가 쏟아졌다. 그러나 제작진은 "지금까지 자신의 무대를 이렇게까지 준비해 요구하는 이가 아무도 없었다"며 말문을 닫게 했다.
밤 9시가 넘자 스튜디오에 이휘재가 나타났다. 일순간 이정현이 긴장했다. 이휘재는 갑자기 문을 열고 "이정현은 가무단 같다"며 소리치고 달아났다. 생방송으로 청취자들도 이 소리를 고스란히 들었다. 매일 생방송에 맞춰 허겁지겁 스튜디오로 달려오다 보니 별난 머리스타일에 별난 의상을 입고 있을 때가 많다. '별이 빛나는 밤에' 진행자인 이휘재는 이정현의 이런 모습을 보고 놀리곤 한다. 초대손님으로 앉아있던 김종서와 유승준이 옆에서 키득거렸다.
방송 시작전 이들에게 이정현에 대해 물었다. 유승준은 "정현이요, 욕심이 너무 많아요. 저보다 욕심 많은 사람은 처음 봤어요"라고 말했고 김종서는 짧게 "가장 돋보이는 화려한 엔터테이너"라고 답했다.
방송동안 이정현은 최근 미국에 다녀온 김종서에게 서태지의 근황을 끈질기게 물었다. 서태지와 김종서의 친분으로 봐서 두 사람이 만났으리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종서는 끝까지 대답하지 않았다.
이정현은 서태지와 인연이 있다. 영화 '꽃잎' 오디션에 응시한 것도 이정현의 서태지 노래 부르는 모습에 반한 담임 교사가 적극 권해서였다. 사석에서 이정현의 '필승'을 들어본 이들은 혀를 내두른다.
밤 9시55분. 방송이 끝나기만을 기다리던 이정현의 로드매니저가 얼마전에 용산전자상가에 다녀왔다고 귀띔했다. 컴퓨터와 연결된 최첨단 천체망원경을 주문해놓았단다. 별보기 취미가 괜한 말은 아니었다. 게다가 요즘은 이정현이 별이 잘 보이는 산 속으로 이사가겠다고 우기고 있어 앞으로 수송하기가 힘들거라며 걱정했다. 이정현은 이달말부터 라디오 진행을 제외하고 모든 활동을 접는다. 빠르면 5∼6월 2집 음반을 발표한다. '와' '바꿔'에 밀려 빛을 보지 못한 발라드 곡을 선보일 예정이다. 방송이 끝난 후 바삐 나가는 그에게 물었다. 세상을 다 바꿔도 정말 바꾸지 말아야 할 게 있느냐고. "웃음이요, 행복하게 웃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어요". 활짝 웃고난 후 토끼처럼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졌다.

 

 

1998년 6월 8일   국민일보

 

90년대 중반부터 소위 ‘1318세대’(중1부터 고3까지 해당되는 13세부터 18세 사이의 세대)가 선호해 왔던 힙합이 요즘은 각 분야에서 새로운 트렌드를 지칭하는 이름으로 등장하고 있다.TV광고 TV드라마 영화 패션 상업미술에 이르는 힙합 문화는 더이상 음악용어가 아니다.더이상 음악에 한정되지 않고 여러 분야에 걸친 신세대 문화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기성세대에게는 TV뉴스에도 종종 등장하며 날로 대중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힙합’이라는 용어가 낯설기만 하다.백화점에 진열된,벨트 없이는 흘러내릴 듯이 넉넉한 허리사이즈와 항공모함 같은 신발 밑으로 질질 끌리는 길이의 통바지가 힙합바지라는 걸 알고 있다면 그래도 ‘시대에 덜 뒤떨어진’ 편이다.
젊은 세대의 문화를 지배하고 있는 힙합이 ‘공식적’으로 등장한 것은 기성세대를 당황케 하며 신세대 신드롬을 일으킨 서태지와 아이들의 노래를 통해서였다.92년 미국의 10대 가수였던 ‘뉴키즈 온 더 블록’이 한국을 찾아와 ‘사망사고’까지 일으키고 난 후 엄격하게 통제됐던 청소년들에게 ‘깃발’을 쥐어준 서태지와 아이들은 그들의 히트곡과 더불어 미국의 힙합문화를 빠른 속도로 전파했다.
은퇴 직전에 발표했던,갱스터힙합을 표방한 노래 ‘컴백홈’ 이전에 무려 2백만장을 넘게 판매한 앨범의 타이틀곡이었던 ‘하여가’에서 힙합음악과 힙합패션을 눈과 귀에 익도록 만든 인물이 서태지와 아이들이다.
서태지와 아이들,현진영,와와를 통해 힙합이란 음악 장르가 국내 대중음악에 도입된 이후 이들의 팬이었던 HOT,젝스키스,OPPA에 이르는 청소년 스타들은 자연스럽게 힙합문화를 계승하고 있다.
힙합그룹으로 알려져 있는 지누션은 ‘개솔린’이라는 데뷔곡을 통해 세계 최고라는 미국 출신 힙합댄서들을 뮤직비디오에 출연시켜 ‘정통 힙합’을 보여주기도 했다.듀스,업타운도 힙합그룹이며 전형적인 대중가수 DJ DOC도 힙합을 추구한다.이처럼 힙합은 대중가요에 주류 장르를 형성하고 있다.
TV에 나오는 댄스그룹들에게서 시작된 힙합은 최근들어 언더그라운드 밴드들에게도 ‘전염’되고 있다.정통록을 추구하는 밴드와 갈등을 일으킬 만큼 증가추세에 있는 언더그라운드 밴드들은 주로 대학가의 클럽이나 카페 무대에 서는 인디록 출신이다.이들은 힙합클럽으로 무대를 옮겨 새로운 문화 트렌드에 속속 편승하고 있다.
인디록밴드 무대의 실내장식을 바꾸고 문을 연 힙합클럽은 대학가와 힙합의 ‘본거지’로 알려져 있는 압구정동에 밀집해 있다(얼마 전까지 강남은 ‘힙합’,강북은 몸에 딱 맞는 ‘비틀’패션으로 구분되기도 했다).팝칼럼니스트 이종현씨가 경영하는 홍익대앞의 마스터플랜이란 힙합클럽은 주말마다 언더그라운드 힙합밴드의 주말공연을 개최하기도 한다.
언더그라운드 밴드들이 힙합에 매력을 느끼는 이유는 이 장르가 사회주변의 규제나 간섭 등 억압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록의 정신과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
힙합은 뉴욕 할렘가의 흑인들 사이에서 시작된 것인 만큼 인종차별과 낙후된 환경에서 비롯된 불안한 삶 속에서의 분노·한탄을 담은 노랫말이 주종을 이룬다.이런 ‘저항적인’ 성격 때문에 록밴드 출신의 서태지는 획일적인 교육문제,통일문제,청소년 가출문제,기성세대의 모순을 제시해 신세대들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힙합은 현대미술에도 영향을 끼쳤다.뉴욕의 지하철이나 할렘가에서 발견할 수 있는 키스 힐링의 ‘낙서’는 캐릭터 상품으로 큰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뉴욕 경찰에게 쫓겨다니면서 ‘낙서’를 해댄 키스 힐링의 ‘작품’을 상품화한 ‘키스 힐링숍’은 뉴욕의 쇼핑명소로 자리잡았을 정도다.‘낙서문화’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키스 힐링의 추종자들은 ‘그래피티 아트’란 현대미술의 한 장르를 창출해냈다.
힙합에서 ‘그래피티 아트’는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그래피티는 HOT의 2집 앨범 ‘늑대와 양’ 재킷 디자인에 사용되기도 했다.
특히 1318세대가 즐기는 힙합패션은 청바지 메이커인 스톰,T2R,펠레펠레,퀵실버를 포함해 대부분의 캐주얼 의류업체에서 생산해내고 있다.또 힙합패션에 어울리는 신발 밑창이 두꺼운 디자인이 운동화에도 적용되고 있다.
이쯤되면 힙합이 뜻 정도는 알아야 할 필요성을 느낄 것이다.힙합이란 단어는 어떤 뜻인가.
영어의 ‘HIP’은 “만세 혹은 행복이”란 단어 ‘해피’,더 나아가 최신 지식통이라는 ‘헵스터’를 의미한다.‘최신 지식통’이라는 뜻을 가진 ‘HEPSTER’라는 단어와 관련해 최근 스타일과 사고에 정통한 신세대를 의미하기도 한다.펄쩍펄쩍 뛴다는 단어 ‘HOP’은 흑인들이 히프를 퉁기면서 걷는 모습이라는 ‘설’도 있으며 ‘히피’의 형용사이기도 하다.
여러가지 의미로 해석되는 조합어 힙합은 최근 국내에서 ‘힙합 파라다이스’란 단행본을 발간한 팝칼럼니스트 이효영씨에 의해 자세히 소개되고 있다.
힙합을 “뉴욕 할렘가의 앞서가는 의식을 가진 신세대들이 즐기는 춤과 음악”이라고 해설한 이씨는 ‘힙합의 4요소’로 그래피티아트,디제잉(믹싱·스크레칭),브레이크댄싱,래핑을 들고 있다.
이 책에는 힙합 앨범 86장이 소개돼 있는데 국내에 발매된 음반은 20여장에 불과하다고 한다.이는 팝음반에 여전히 남아 있는 사전심의제로 인한 ‘판금조치’ 때문이며,기존질서에 대해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현해대는 힙합음악의 노랫말이 문제가 돼 ‘수거소동’을 일으키기도 했다.DJ DOC의 싱글 ‘삐걱삐걱’도 수거 대상으로 음반발매가 중단된 적이 있다.
국내가요 중 대표적인 힙합음악은 서태지와 아이들의 ‘컴백홈’,HOT의 ‘전사의 후예’ ‘늑대와 양’, 젝스키스의 ‘학원별곡’,DJ DOC의 ‘삐걱삐걱’,지누션의 ‘개솔린’,OPPA의 ‘애국심’ 등이다.우리나라에 알려진 미국의 힙합 아티스트로는 MC해머,사이프러스 힐,쿨리오,퍼프 대디,윌 스미스가 있다

 

1999년 4월2일   한국일보

 

국내 최초의 장편 만화 영화 「로보트 태권 V」. 개발독재시대의 막바지인 78년 개봉된 이 영화는 한국의 발전상을 단번에 느낄 수 있는 문화상징이었다. 앞서 나왔던 일본 TV만화영화 「마징거Z」로 구겨졌던 자존심을 회복하는 순간이었다.
그로부터 20여년. 「로보트 태권 V」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78년 영화를 만들었던 김천기씨가 자문으로 위촉돼, 새로운 버전의 만화영화로 제작중.
지난해 「말해줘」로 인기를 모았던 힙합 그룹 지누션이 미국에서 갖고 돌아온 곡 역시 다름아닌 「태권 V」. 「달려라 달려 로보트야 날아라 날아 태권 V…」김호섭이 부른 만화영화 주제곡을 도입부에 삽입한 이 곡은 복고적 분위가 물씬하다. 「태권V」의 원곡조가 곳곳에 살아있다.
양현석, 송백경이 쓴 랩에는 그러나 신세대가 보는 99년 사회상이 드러나 있다. 「멋대로 변해버린 꿈과/뛰는 그들에게 뒤쳐진 우리들의 미래를/이제는 누가 지킬까/네 거저 먹었던 생각을 토해내/멈춰 버렸던 진실이 살아나/거짓된 모든 걸 이제 버려 다 바꿔」.
IMF같은 어려운 상황이 우리들의 「위선」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표절하는 세상에 대한 혐오도 있다. 「남의 걸 베끼는 주제에 왜 떠드는 거야 왜/따라 잡는다는 것이 따라간다는 말이 되었고」.
그러면 어떻게 하자는 거지? 지누션은 이렇게 답한다. 「너를 찾고 싶나 아직 제자린가 어둠을 거둬봐/눈을 떠봐/아직 얼마나 가야 할 길이 멀었나/따라가지마/그냥 이 순간 나의 노랠 깨달아」. 노래는 이렇게 마감한다. 「달려라 달려 로보트야…」.

 

 

2004년 11월23일 경향신문

 

힙합은 저항이지만 동시에 유희다. 즐겁지 않다면 대체 왜 음악을 듣는가.3년 만에 나온 지누션의 네번째 앨범에 붙여진 이름은 '노라보세'. 5번째 곡 'Tonight'의 가사대로 '그저 오늘밤은 노세! 노세! 노세! 이 순간은 노래 못해도 돼! 못생겨서 걱정 안해도 돼! 춤 잘못춰도 돼! 마음만이 중요해!'라고 외치고 있다.
"힙합 좋아한다고 하는 사람 중에는 음악 그 자체를 즐기지 못하고 쓸데없는 논쟁에 시간을 낭비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아요. 숟가락이 있으면 밥을 떠먹으면 되는데, 숟가락이 무엇으로 만들어졌나를 생각하다가 밥도 못먹는 격이죠."
지누(33)와 션(31)으로 구성된 힙합 듀오 지누션. '노라보세'는 지누션 특유의 흥겨운 리듬과 멜로디로 가득차 있다.
대중들도 즐겁게 따라 부를 수 있는 노래들이다. '그들만의 힙합'이 아니라 '우리 곁의 힙합'이다. 타이틀 곡은 '전화번호'. 속도감 있으면서도 알아듣기 쉽게 또박또박 짚어주는 둘의 랩이 이어지고, 계단을 쉴새없이 오르내리듯 출렁이는 멜로디가 귀에 들어온다. 'Tonight'에서는 1980년대 댄스곡처럼 촌스럽게 '뿅뿅' 소리를 내는 키보드가 신나게 분위기를 띄운다.
소속사인 YG패밀리의 위용을 과시라도 하듯 전곡을 통해 세븐, 렉시, 거미, 송백경, 휘성 등이 동원됐다. 미국의 유명 래퍼 '스눕 독'과 보컬 '워렌 지'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
지누션은 '2 All my people'에서 이들의 목소리 판권을 구입해 새롭게 편곡했다. 다만 세븐의 곡으로 잘 알려진 '열정'의 리믹스 버전은 별다른 특색이 없어 그냥 세븐의 앨범에만 들어있는 게 좋을 듯하다.
션은 "힙합하면 어둡고 무거운 느낌이 많지만, 우리는 즐기고 춤출 수 있는 힙합을 하고 싶었다"며 "3집까지는 힙합의 정의를 내리기 위해 고민했지만 이번 앨범부터는 무게를 잡지 않으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지누션은 3년간 거의 다 만들어 놓은 앨범을 2번 뒤집어 엎었다. 레게풍의 음악을 하려다가, 또 멜로디가 강한 음악을 하려다가 포기했다. "음악 자체는 좋았지만 지누션의 색깔은 아닌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1년간의 미국 녹음 작업 끝에 건진 곡은 '전화번호' 1곡뿐이다.
지금 지누션은 결과물에 충분히 만족하고 있다. 엔지니어로 참여한 이는 자넷 잭슨, 제이 지, 퍼프 대디 등의 앨범을 맡았던 덕 윌슨. 션은 "덕 윌슨도 우리 사운드의 완성도에 놀랐고,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한국이라는 나라에 가보고 싶어졌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97년 데뷔한 지누션은 이른바 '한국형 힙합'의 1세대격. 이들은 "한껏 달아올랐던 힙합 붐은 2001년을 정점으로 꺼졌지만 지금까지 남아있는 친구들은 정말 힙합을 좋아한다"며 "이제 한국 힙합은 탄탄한 바닥 위에 서 있다"고 말했다.
션은 지난달 탤런트 정혜영과 결혼한 새신랑. 인터뷰 도중에 잠시 울린 휴대폰 사이로 "오빠 뭐해?" 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션은 "하루에도 수십번씩 서로 뭐하냐고 묻는 전화를 주고받는다"며 쑥스러워했다. "아직 신혼이니까 그런 것 아니냐?"고 슬쩍 딴죽을 걸자, 그는 "영원히 신혼일 것"이라며 활짝 웃었다.

 

 

 

 

 

 

1999년 9월 6일   국민일보

 

어,이 녀석,하나도 안 변했네?!”지난해 9월,‘투 헤븐’으로 막 뜨기 시작한 조성모(22)를 만났던 한 방송 PD가 이달 초 1년 만에 다시 그를 보고 내지른 말이다.청바지에 헐렁한 티셔츠,어깨를 가로질러 맨 배낭….수수한 그의 차림새나 인사성 바른 싹싹한 성품 모두 그대로였기 때문이다.겨우 1년이 지났을 뿐이지만 그동안 조성모가 겪은 변화는 사람을 바뀌게 할 만큼 엄청난 것이었다.음악을 배우겠다고 5년 동안 작곡가 이경섭을 쫓아다니며 잔심부름을 하던 가수 지망생이 데뷔앨범을 1백13만 장이나 팔아치운 대스타로 성장했으니 말이다.
“저 변한 거 없어요.데뷔 때보다 말이 많아진 정도?전에는 인터뷰 때 사장님(GM기획 김광수 사장)이 다 하셨어요.제 인터뷰가 아니라 사장님 인터뷰였는데 이제는 진짜로 제가 하니까요”
실제로 방송 녹화 중에 만난 조성모는 평범한 인상이었다.180㎝은 됨직한 큰 키,귀엽게 속쌍거풀 진 맑은 눈이 인상적이지만 스타들만이 가지고 있는 카리스마는 찾기 힘들었다.하지만 바로 이런 평범함과 한결같음이 조성모가 꼽는 자신의 성공비결이다.
“‘투 헤븐’을 잊을 만하면 ‘불멸의 사랑’이 나오고,이 노래를 잊을 만 하니까 ‘후회’가 뜨고,그렇게 끈질겼던 게 성공했죠.거기다 특출나면 시기하는 적이 생겼을텐데 제가 외모도 그렇고 노래도 그렇고 너무 평범하니까 폭넓게 사랑을 받은 것 같아요”
2일 발매된 조성모의 두번째 앨범도 ‘끈질기고 평범하게’ 1집과 같은 색깔을 유지하고 있다.장르도 발라드인데다 이경섭,양정승 등 1집에 참여했던 스태프들이 그대로 작업을 했다.화려한 편곡이나 빈틈없는 구성 대신 감상적인 멜로디와 애틋한 가사에 의존하는 곡 분위기도 여전하다.그렇다고 1집에서 정체된 것이 아니라 조성모의 표현 대로 ‘업그레이드 됐다’.
“2집 앨범의 컨셉트 자체가 1집과 비슷한 톤이지만 성숙하게 가자는 거였어요.‘투 헤븐’보다 좋은 메이저 발라드,‘슬픈 기대’보다 나은 팝발라드,‘불멸의 사랑’보다 좋은 마이너 발라드,하는 식으로요”
타이틀곡 ‘For Your Soul’이 바로 ‘투 헤븐’과 비교할 만한 노래다.‘슬픈 영혼식’이라는 부제처럼 사별한 연인과 영혼 결혼식을 올린다는 내용의 구슬픈 발라드.‘투 헤븐’ 뮤직비디오에 이병헌,김하늘,허준호 등 스타들이 출연해 화제가 됐던 것처럼 이번에는 신현준과 최지우,정준호가 얼굴을 내밀었다.도입부에 올드팝 ‘Those Were The Days’ 연주를 삽입한 이 뮤직비디오는 홍콩관광청의 지원으로 홍콩에서 촬영됐다.‘투 헤븐’을 찍었던 김세훈 감독이 전체 연출을 맡았으며 특별히 액션신에 홍콩의 왕가위 감독이 참여했다.
‘후회’의 속편격인 ‘상처’나 마이클 잭슨의 창법을 모방한 록댄스 ‘Nightmare’도 주목할 만한 곡이다.가사가 예뻐서 조성모가 제일 좋아한다는 ‘Love Song’ 같은 발라드와 여기에 곁들여진 빠른 댄스 넘버 ‘Sweet Baby’나 ‘You&I’도 착착 귀에 감긴다.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조성모의 자작곡 ‘Rainy Dreams’.
“1집 활동을 접고 미국에 갔을 때 쓴 곡이에요.많은 사람들이 곁에 있다가 혼자 뚝 떨어지니까 너무 외롭고 힘들더라구요.따뜻한 메시지가 있는 곡을 만들고 싶었는데,감정이 복받쳐서 곡을 썼더니 슬픈 사랑노래가 됐어요”
조성모의 2집 작업은 두달 동안 진행됐다.짧은 기간에 빡빡하게 작업한 대신 집중력이 붙어 하루에 세곡을 녹음한 날이 있을 정도로 감정조절이 쉬웠다고 한다.하지만 쉬기는 커녕 제대로 잠도 못자 체중이 10㎏이나 빠졌다.
“힘든 만큼 보람도 커요.데뷔앨범 때는 작곡가가 만들어 놓은 곡에 제가 맞췄으니까 제 색깔이 없었거든요.하지만 이번에는 제 의지 대로 곡을 받았고 제 곡도 담아서 뿌듯합니다”
지난 1집 때 이미 전국투어를 가졌던 조성모는 이번에도 2집 발매 기념으로 10월16∼17일 서울 올림픽 역도 경기장에서 공연을 시작해 올해 마지막 날까지 전국 13개 도시를 도는 콘서트를 준비했다.
“저는 공연이 너무 좋아요.지난 봄에 대학교 축제를 30곳 가까이 돌았거든요.그때 내가 왜 태어났는지,왜 음악을 해야하는지 알게 됐어요.바로 무대 앞에서 내 노래를 듣는 사람들을 위로해 주고 즐겁게 하는 것이더군요”

 

 

 

 

 

 

1998년 11월13일 한국경제

 

여성로커 소찬휘(26)의 목소리엔 힘이 있다.거칠고 폭발적이다.
고음에서 한번 더 꺽어 올리며 토해내는 소리는 한여름 장대비 처럼 시원하다.
남성로커 뺨칠정도다.
그가 소화해낼수 있는 음악은 록만이 아니다.
솔 발라드 리듬앤블루드 등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그가 13일~15일 정동문화예술회관에서 콘서트(752-1608)를 연다.
지난 3월 세번째 음반을 낸 후 가져온 전국투어공연을 마무리하는 무대다.
"지난주 대전공연을 마치고 쓰러졌어요. 꽉짜인 스케줄을 소화하느라 피곤이 겹쳤던가 봐요. 하지만 라이브공연으로 승부하는 로커로서 약속된 무대를 비울수야 없지요" 그에겐 강단이 있다.
별명도 "깡순이"다.
음반을 만들 때면 제작진이 먼저 "이젠 그만하자"며 손을 내저을 정도로 노래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노래활동을 시작한 것은 고등학교 2학년 때다.
"기타를 좋아해 사설학원에서 강습받던 중이었어요. 강사가 소질이 보인다며 그룹활동을 해보라고 권한게 계기가 됐지요" 곧바로 여성5인조 록그룹 "이브"를 결성, 기타리스트로 2년간 활동했다.
이후 댄스그룹 "큐브"의 멤버로 활약했다.
96년 솔로로 독립, "헤어지는 기회"를 타이틀곡으로한 첫 음반을 냈다.
당시 인기절정의 선배가수 박미경에 비견될 정도로 부각됐다.
그만큼 가창력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곡에 대한 시비가 일어 활동을 중단해야하는 시련을 겪었다.
"솔로로 정식데뷔한 것은 지난해 두번째 음반을 내고부터라고 할 수 있어요.
댄스곡 "현명한 선택" "내가 배운 사랑"를 내면서 신데렐라란 말을 실감 했어요.
그해 7월 연 첫 개인콘서트의 열기는 지금도 기억이 생생해요" 그는 올 4월 낸 세번째 음반 "ANOTHER"로 날개를 달았다.
11곡중 9곡을 직접 써 만드는 등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재능을 발휘한 이 음반 은 댄스가수에서 로커로의 변신을 선언한 신호탄이었다.
타이틀곡 "보낼수 밖에 없는 난"은 록마니아들의 가슴을 파고들며 라이브 무대의 열기를 부풀렸다.
그는 이번 서울공연을 끝으로 당분간 외부활동을 중단할 생각이다.
4번째 음반을 내기위해서다.
"내년 3월께까지 음반작업에만 몰두할 계획입니다.
틈나는대로 기타를 치며 새곡을 준비하고 있어요"

 

 

 

 

 

 

 

 

 

1994년 3월2일  한겨레

 

최근 청소년들에게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가수 김건모(27)씨의 라이브 콘서트가 열린 1일 공연장인 서울 송파구 오륜동 올림픽 체조경기장에는 1만여명의 10대 팬들이 몰려들어 이 일대 버스정류장과 지하철역이 큰 혼잡을 이루었다.공연장 부근의 지하철 2호선 성내역과 근처 도로는 공연시작 시간을 3시간여 앞둔 오후 3시께부터 크게 붐비기 시작했으며, 특히 공연이 끝난 오후 8시30분께에는 관객이한꺼번에 빠져 나오는 바람에 이 일대에 극심한 혼잡이 빚어졌다. 그러나 공연중에 별다른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1995년 1월 8일   동아일보

 

 

「검은 가수 검은 음악」 바람의 주역 김건모씨(28)는 새해들어 영어회화를 배우느라 바쁘다. 미국인을 개인교사로 초빙해 하루 몇시간씩 함께 생활하면서 「본토발음」을 배우고 있는 것. 지난해 레게음악 「핑계」로 국내가요계를 천하통일했던 김씨가 최근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세계화」동참을 선언하고 나선 것이다.
지난해 2백만장에 가까운 음반판매를 기록하면서 TV3사의 연말가요결산행사에서 대상을 모두 차지한 김씨의 활약은 새해에도 계속되리라는 것이 가요계의 일반적 관측이다. 「일요응접실」 인터뷰를 위해 김씨와 만난 지난 5일은 마침 김씨가 회화교사와 상견례하는 날이었다.
○욕심 많으면 실패
―세계화 시대에 영어를 배우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지만 「인텐시브 코스」에 돌입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제영어는 「Whattime」 「Doyoulike김치」 수준입니다. 영어를 배워야 다른 세상을 알게 되고 생각도 넓어질 수 있다는 점을 지난 1년간 깨달았습니다. 넓게 뻗어나가기 위해 영어로 조크할 수 있는 정도까지는 배우려 합니다』
―지난해 말 「핑계」영어음반을 내기도 했는데….
『일단 홍콩등 동남아와 일본을 겨냥한 것입니다. 댄스뮤직에 관한 한 동남아에서는 한국을 더 알아주거든요. 그러나 미국에는 우리만의 독특한 「그 무엇」을 들고 나가야 하는데 아직 이르지요. 술 한병을 한꺼번에 마시면 취해버리듯이 지나치게 욕심을 내면 실패하기 쉽기 때문에 동남아를 일단 해외진출의 기지로 잡은 것입니다』
―지난해 「2등이 없는 1등」 소리를 들었을 정도로 돋보였는데 스스로 각 장르의 「통합챔피언」이라고 생각하는지.
○전자게임 좋아해
『제가 받은 각종 가수상은 작사작곡가겸 기획가 김창환씨등 주위에서 만들어 준 것입니다. 다만 얼굴이 알려져 있다는 이유로 제가 수상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지난해 하반기에는 방송에서 열심히 뛰지 못했거든요』
―TV출연여부로 가수의 활동을 가늠할 수는 없지요. 가수의 모든 것이 농축돼 있는 앨범으로 평가해야 마땅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가요산업」에서 평소 「잘 노는 것」이 아주 중요할 것 같은데….
『고스톱과 포커는 남만큼 할 줄 압니다. 혼자 춤도 추고 친구들과 어울려 포장마차에도 갑니다. 집에서는 주로 피아노를 치면서 노래를 하고 오락도 하는데 특히 전자오락은 스토리가 있는 게임을 좋아합니다. 납치된 여자친구를 구해내는 「알라딘」이나 「슈퍼마리오」는 아주 좋아하는 프로그램이죠』
○헐렁한 패션 개발
이때 「삐삐」가 울리자 김씨는 옆에 있는 전화기를 들었다. 삐삐는 「형」이 호출한 것이었고 「누나」의 생일파티에 함께 가자는 내용의 통화가 끝났다. 「검은 가수의 검은 음악」이 몰고 온 김건모현상은 「블랙신드롬」으로 불린다.
―「검은 것이 아름답다」는 말에 동의하십니까.
『뭔지 잘 모르지만 그런 것 같네요. 처음에는 빨간색이 아름다워 보이지만 싫증이 나고 다음에는 노란색, 그 뒤에는 파란색도 같은 결과로 나타나지요. 결국 세가지 색을 섞어 나오는 검은색에는 모든 색이 다 포함돼 있지 않습니까』
―「블랙신드롬」은 음악에서뿐 아니라 「개그계」에서도 나타났는데 김건모씨를 가장 잘 표현한 개그 한토막을 스스로 꼽는다면….
『역시 여자 친구를 만나기 위해 목욕탕에서 여러 곳을 깨끗이 하고 나오는데 이웃 아주머니가 「건모야, 너 목욕가는구나」했다는 이야기가 제일 와 닿습니다』
―이 개그속에 담겨 있는 대중의 속마음은 무엇일까요.
『아무리 고생스럽고 슬픈 일이 있더라도 「건모야, 너만은 너의 모습으로 있어다오」라는 주문으로 받아들입니다. 이것은 동시에 큰 부담이지요. 저도 술 마시고 여자 친구와 어울리고 싶고 또 명동 한복판에서 「범법행위」도 하고 싶은 보통 아이인데요』
―대중의 주문사항도 알고 또 「핑계」로 대중을 사로잡았으면서도 평소 「알 수 없는 것이 대중의 마음」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저는 한사람인데 대중은 수없이 많고 저같은 가수들이 많기 때문에 대중은 가수를 선택하지만 저는 그럴 수 없기 때문입니다』
사실 그의 히트곡 「핑계」는 대중에 선택당한 대표적 경우다. 당초 이 앨범에서 그는 「혼자만의 사랑」을 머릿곡으로 홍보했다. 그러나 불과 한달 뒤 그가 두려워 하는 「대중」은 스스로 「핑계」를 선곡했고 이 음반이 국내가요사상 최대 판매량을 기록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당초 그는 『음악에서 대중과 타협하지 않겠다』고 공언했었지만 이제 생각이 바뀌었다. 「결국 대중의 애창곡이 좋은 노래」라며 대중에 「투항」해 버렸다.
―김건모씨는 스스로 『머리가 크고 다리가 짧은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해 「코디네이터 누나」의 조언을 얻어 헐렁한 레게패션을 개발했다』고 설명한 적이 있지요. 이같은 「구조적 문제」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랑을 받고 CF 스타로도 각광받는 현실을 「포스트 모더니즘」으로 설명해야 하는지.
『자기보다 못하니까 좋아하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 머리가 큰 애에게 어머니가 「그래도 김건모보다는 작아」하거나 피부가 검은 아이에게 「김건모보다는 하얗다」고 말 할 수 있기에 제가 존재하는 게 아닌가 해요. 결국 아주머니들도 저를 좋아한다는 것은 제가 「생활속의 소재」이기 때문이겠지요』
○어머니가 돈관리
―「혼자 남는 법을 내게 가르쳐 준다며…」의 가사로 돼 있는 「핑계」는 실연한 입장에서 부르는 독백인데 이 가사를 본인의 실제 삶에 대입한다면….
『주로 차였어요. 실속이 없어요. 소극적이라 마음에 있는 여자에겐 말도 못하고 엉뚱한 여자 옆에서 이야기하는 탓에 제 마음속에서 차인 셈이지요. 그렇지만 저를 좋아하는 여자는 제가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제가 좋아하는 여자와 결혼할 겁니다』
―곧 3집 앨범이 나올텐데 어떤 노래가 담겨 있는지 궁금합니다.
『리듬 앤 블루스로는 「아름다운 이별」이 있고 자작곡 「넌 친구 난 연인」도 실려요. 특히 「잘못된 만남」에서 디스코음악을, 「겨울이 오면」에서 아카펠라를 시도해 봤습니다. 전체적으로는 과거 제 앨범의 주제가 대체로 「이별」이었던 데 반해 이번에는 「진행중인 사랑」도 일부 있습니다』
김씨는 음반사로부터 로열티를 받는 몇 안되는 가수 가운데 한사람이다. 수입에 대해 그는 『여유있게 쓸 만큼 벌었지만 계약과 돈 관리는 어머니가 맡고 있어 용돈을 많이 주기만 기다리고 있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1999년 11월 15일  국민일보

 

 

그동안 정말 많이 놀았죠.여행도 하고,야구도 하면서 열심히 놀았어요.한 반년 동안 노래를 안 했더니 목소리 톤이 낮아지고 더 굵어졌어요”이번주 여섯번째 음반을 발표하는 가수 김건모의 얘기다.올해 초부터 몇 번이나 나온다던 앨범이 자꾸만 미뤄져서 팬들의 목은 길어질 대로 길어진 상태.5집 ‘Myself’ 이후 무려 23개월 만이다.1년에 두세 장씩 앨범을 내놓는 신세대 가수들과 비교하면 대단한 ‘장고(長考)’다.
“이번 앨범은 스타일보다 느낌을 살리는데 신경을 많이 썼어요.느낌이 좋으면 좀 엇나가도 한번에 녹음을 끝냈어요.대신 ‘필(감정)’을 받을 때까지 기다렸지요.하다가 맘에 안들면 엎어버리고 다시 하고….이왕 늦은 거 조금만 더 기다리자고 했죠”
악상을 짜내기 위해 다른 CD를 듣거나 트렌드를 따르기 위한 TV시청을 삼갔다.CD 살 돈이 있으면 그것으로 음악을 많이 듣는 친구와 소주 한잔 하는 것이 김건모식 방법이다.직접 음악을 들을 필요 없이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면 된다나.‘GOD’나 ‘1TYM’처럼 잘하는 팀도 있지만 누가 누군지 모를 후배들이 잔뜩 나오는 TV도 마찬가지다.작업 중에 유일하게 듣는 것이 있다면 스티비 원더의 음반 정도.
그렇게 작업을 시작한 지 1년여 만에 앨범은 얼추 완성됐지만 아직 음반 제목을 정하지 못했다.‘In My Mind’나 ‘Grown Up’‘Memories’ 등 컨셉트에 맞는 것을 고르는 중이다.앨범의 테마는 ‘추억’.첫사랑에 대한 추억,아무 걱정 없던 어린시절에 대한 추억,이별에 대한 추억 등이 가사에 담겼다.성인 취향의 음악을 선언했던 5집의 연장선상에 있는 셈이다.
“20∼40대,또 몇몇 50대를 위한 노래죠.‘HOT’가 성공한 건 10대를 대변하는 음악을 했기 때문이에요.‘HOT’가 10대를 대변하니까 저는 20∼40대의 사랑과 추억을 얘기하는 거죠.그래서 가사에 더 신경을 쓰고 기교를 빼고 노래했습니다.악기도 드럼,베이스,피아노 정도만 남기고 많이 뺐어요.꾸미지 않은 솔직함을 보여드리겠다는 뜻으로요”
이번 앨범에는 엉덩이를 들썩들썩할 수 있는 보통 빠르기의 춤곡부터 복고풍의 솔 등 13곡의 메뉴가 준비됐다.작곡가들은 이은미의 ‘기억 속으로’를 만들었던 문창배와 히트메이커 방시혁,댄스곡 전문가 윤일상,‘솔리드’ 출신의 정재윤,가수 박진영 등이다.김건모가 쓴 곡도 4∼5곡 정도 된다.눈길을 끄는 곡은 김건모가 이문세와 듀엣을 이룬 ‘가재와 게’라는 노래.각기 미혼과 기혼의 입장에서 결혼에 대한 생각을 주고 받는 형식으로,곡 중간에 자연스러운 내레이션을 삽입해 재미를 더했다.반면 ‘야상곡’은 작곡부터 연주까지 오로지 김건모의 손에서 이루어진 곡으로,홀로 피아노를 치며 부른 노래다.‘부메랑’은 디스코와 펑키가 어울린 곡으로,스티비 원더와 휘트니 휴스턴의 프로듀서였던 웨인 린지가 편곡을 맡았고 그룹 ‘어스 윈드 앤드 파이어’가 브라스 연주를 했다.이 외에 박진영이 래퍼로 참여한 펑키 스타일의 ‘괜찮아요’,부드러운 발라드 ‘Say Goodbye’,복고풍의 ‘하룻밤의 꿈’ 등이 실렸다.
“다른 가수들처럼 한곡만 미는 것 말고,타이틀곡 없이 활동했으면 좋겠어요.방송마다 그날 분위기에 맞춰 앨범에 실린 곡을 골고루 들려줄 수 있게요.이번엔 수록곡 전부 뮤직비디오를 찍어볼 생각입니다.당장 들어가는 비용을 생각할 게 아니라 나중에 다 자료가 되는 거잖아요”
뮤직비디오에 대한 것도 그렇고,어느새 가요계의 중고참이 되고부터 가요계 전반에 대한 생각이 많아졌다.일본가수가 한국 무대에 설 수 있게 되면서 위기감도 커졌고,‘번개’라는 신인밴드를 프로듀스하면서 후배양성의 문제도 고민하게 됐다.앞으로 기회가 닿는 대로 무명시절의 자신처럼 노래 없이 살 수 없다는 후배들을 소속사에 관계없이 후원할 계획이다.

“앨범이 많이 팔리고 적게 팔리고,그런 게 중요한게 아니죠.앨범이 안 나가면 내가 이거밖에 안 되는구나 하고 포기해야죠.판이 나왔다는 사실 자체가 내 노력의 최대치고 그걸로 만족하는 거예요.팬들한테서는 그저 이번 앨범이 처음부터 끝까지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음반이란 평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또 ‘김건모가 그동안 아주 논 것 만은 아니었구나’ 생각해주면 되는 거죠”
인터뷰 내내 자신감이 넘친 김건모는 이제 스타에서 음악인으로 발돋움할 준비를 마친 듯했다.

 

 

 

 

 

2005년 5월 27일   동아일보

 

“아이고, 죄송합니다. 사실 오늘 제가 차를 바꿨어요. 그래서 새 차 타고 붕∼ 달려오면 인터뷰가 씽씽 잘 될 것 같았죠. 헤헤.” 26일 오후 6시.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녹음실에서 만나기로 한 가수 김건모(38)는 약속시간이 한 시간이나 지난 뒤 나타났다. 그런데 오자마자 새 차 때문이라고 넉살이다. 지난해 돌연 ‘방송 은퇴’를 선언했을 때의 그 진지한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웃음으로 ‘지각사태’를 스스로 정리하고 있었다.
“고3 때 공부하기 싫어서 잠시 가출했다 집에 들어온 기분이랄까요? 지난해 방송을 쉬면서 재충전하고 나니 요즘 몸 상태는 최상이죠.”
그는 지하 1층 녹음실로 내려갔다. 다음 달 중순경에 발매될 그의 10집 음반 ‘비 라이크(Be Like)’ 수록곡들을 들려 주기 위해 잔뜩 부풀어 있었다. 총 10곡이 수록될 이번 음반은 미국의 시각장애 솔 가수인 레이 찰스의 영화 ‘레이’에서 영감을 얻었다.
“영화가 너무 감동적이어서 10번이나 봤어요. 컴퓨터 음악이 판치는 세상에 레이 찰스의 어쿠스틱 사운드가 사람들을 감동시킨다고 하니 놀랍지 않으세요? 그래서 영화를 보자마자 가장 ‘김건모’다운 어쿠스틱 사운드를 담아내기로 결심했습니다.”
타이틀 곡 ‘서울의 달’은 방에서 하늘에 떠 있는 달을 보고 소주 한 잔이 생각나 만든 미디엄 재즈풍의 곡이다. 또 직장생활, 여자문제 등 삶이 고달픈 이 시대의 남자 이야기를 다룬 ‘돌아와’나 소주를 여인에 빗댄 재즈곡 ‘스윙’ 등 노랫말부터 사운드까지 그의 10집에는 인간 냄새가 배어 있다. 들떠 있는 그를 보면 지난해 9월 9집 음반을 내고 돌연 방송 은퇴 선언을 했다는 사실이 실감나지 않는다.
“지난해는 너무나 지쳐서 아무 것도 하기 싫었습니다. 방송국에 가도 다 나보다 어린 사람들뿐이어서 내가 발 붙일 곳이 없었어요. 사실 1년도 안 돼 복귀 결정을 내리니 많은 분들이 욕할지도 몰라요. 하지만 팬들 앞에 서고 싶은데 그런 걸 따지고만 있을 수는 없잖아요. 집에서 놀고 있으니 엄마 눈치도 슬슬 보이고요. 하하.”
2004년 그가 방송활동 은퇴를 선언한 후 발매된 9집 음반은 판매고 10만 장도 넘기지 못했다. ‘김건모도 한물갔다’라는 말이 떠돌기 시작했다. 그런 상황에서 그는 오히려 허허 웃었다.
“(김)수철이 형이 예전에 절보고 ‘비행기를 타고 올라갔으면 그 다음 착륙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어요. 전 지금 우아하게 착륙하는 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비나 세븐 같은 후배들을 이기려고 발버둥치는 것이 더 안쓰럽지 않으세요? 대신 전 지난해 ‘김건모의 라이브리그’ 전국 투어 콘서트를 해서 그런지 지금은 우리 밴드들만 모이면 어디서든 공연 두 시간은 뚝딱입니다.”
1992년 ‘잠 못 드는 밤 비는 내리고’로 데뷔해 어느새 가수 생활 13년째. ‘잘못된 만남’이나 ‘스피드’, ‘사랑이 떠나가네’ 같은 히트곡들은 언제 들어봐도 그가 대중과 떨어지지 않으려 노력하는 ‘딴따라’였다는 것을 확인해 준다.
“주위에서 이번 10집 음반이 성공 못할까봐 걱정을 많이 하시는데 그럴 필요 없어요. 지금은 음악 자체가 제 만족인걸요. 이제 몸도 충전됐으니 무대에서 즐겁게 노래 부를 일만 남았습니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산다’라는 속담을 제대로 보여 줘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