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가 내놓은 5년만의 신곡 ‘소격동’에 대한 반응이 뜨겁습니다.
‘소격동’에 대한 음악적 평가도 앞다퉈 쏟아지고 있는데 제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소격동, 이 곡 제목과 노랫말이 이야기하는 내용에 대한 것입니다. 곡이 공개되기 전 소격동에 대한 설명은 80년대 이곳에서 있었던 슬프고도 아름다운 이야기라고 했습니다. 한 사건을 보는 남자와 여자의 시선에서 각각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으로 콜라보레이션이 진행된다고 한 것이지요.
처음 들을 때는 별 생각없이 소격동에서 뭔 일이 있었나보다 하고 말았는데 막상 공개된 노래를 들으며 가사를 음미해 보니 굉장히 무겁고 심오한 이야기를 이 곡에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소격동은 행정구역상 동 이름이죠. 지금 삼청동 가는 길 오른쪽 편에 있는 곳이 바로 소격동입니다. 경복궁을 왼쪽에 두고 오른쪽에 갤러리가 죽 있는 길을 따라가다보면 나오는 현대미술관이 기억나실겁니다. 원래 그곳은 미술관이 아니었습니다. 바로 국군기무사령부가 있던 곳이지요.
가사를 음미해 볼까요.
나 그대와 둘이 걷던/그 좁은 골목계단을 홀로 걸어요/
그 옛날의 짙은 향기가 내 옆을 스치죠/널 떠나는 날 사실 난../
등 밑 처마 고드름과/ 참새소리 예쁜 이 마을에 살 거예요/
소격동을 기억하나요/ 지금도 그대로 있죠/
아주 늦은 밤 하얀 눈이 왔었죠/소복이 쌓이니 내 맘도 설렜죠/
나는 그날 밤 단 한숨도 못 잤죠 / 잠들면 안돼요
눈을 뜨면 사라지죠
어느 날 갑자기 / 그 많던 냇물이 말라갔죠
내 어린 마음도/ 그 시냇물처럼 그렇게 말랐겠죠
너의 모든걸 두 눈에 담고 있었죠 / 소소한 하루가 넉넉했던 날
그러던 어느 날 세상이 뒤집혔죠/ 다들 꼭 잡아요
잠깐 사이에 사라지죠
잊고 싶진 않아요 하지만 나에겐 / 사진 한 장도 남아있지가 않죠
그저 되뇌면서 되뇌면서 / 나 그저 애를 쓸 뿐이죠
학창시절 국어시간을 되뇌이고 싶진 않지만
이 가사에서 말하는 ‘그날 밤’ ‘냇물이 말라갔죠’ ‘세상이 뒤집혔죠’ ‘사라지죠’
이 말들이 무슨 뜻일까요. 한참을 생각했는데
80년대, 소격동 하고 오버랩되면서 몸서리쳐지는 그런 기억과 상상이
마음을 무척이나 힘들게 합니다.
지금이야 남산, 남영동 이러면 지명인가보다 하고 넘어갈 수 있겠지만
80년대 그 시절 남산, 남영동, 여기에 소격동 등 특정한 지역 이름은
단순한 지역의 이름이 아닌 역사적·정치적인 의미를 갖는 곳이었죠.
이전하기전 사간동 갤러리 길을 따라 올라가면 나타나던 기무사 모습입니다. 지금 이곳엔 미술관이 들어섰고요...
소격동을 좀 더 살펴볼까요. 1979년 10·26 사태 직후 당시 전두환 보안사령관이 12·12사태를 주도하며 신군부의 정권창출 산실이 됐던 국군보안사령부입니다. 이어 5공 치하에서 이곳은 재야 학생운동을 탄압하며 악명을 떨치던 곳이었죠.
1990년이었나요. 국군보안사령부를 탈영한 윤석양 이병이 당시 보안사의 불법 민간인 사찰을 폭로했었는데(물론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뒤에도 이같은 불법 사찰은 여전히 진행됐습니다만...) 이 사건이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고 보안사의 이름은 국군기무사령부로 바뀌었습니다. 이후 기무사로 불렸습니다. 그러니 재야 학생운동 탄압시절의 이름은 보안사가 맞다고 해야겠네요. (그리고 2007 혹은 2008년, 정확하지 않습니다만 이 기무사가 과천으로 이전했습니다)
1992년 윤석양 이병 석방을 촉구하는 시위가 이어졌습니다.
보안사는 5공 초기 운동권 학생들을 강제 징집해 녹화사업을 주도했습니다. 말하자면 정권 입장에서 ‘문제 학생’들을 잡아다가 강압적인 의식 개조를 했다는 것이지요. 이 과정에서 6명이 의문사했고 그 전모는 아직도 모두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현재 미술관이 들어선 이 소격동 터는 기무사 이전에도 많은 사연을 간직하고 있던 곳이라고 합니다. 일제강점기 시절에 이곳은 경성의학전문학교 부속 병원이 있었다고 하는데 이곳에서 학생들이 서대문 감옥에서 사형당한 독립투사들의 주검을 가져와 해부실습을 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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