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403 종교와 음식 16 오후불식 계율에서 유래한 딤섬 한입 크기의 요리인 딤섬(사진)은 홍콩을 대표하는 음식이다. 투명하게 얇은 피에 고기, 생선, 야채 등 각종 소를 넣어 앙증맞으면서 화려하다. 딤섬의 한자 표기는 ‘點心’으로, 표기대로 읽으면 점심이다. 아침과 저녁 사이의 끼니를 뜻하는 점심은 ‘마음에 점을 찍는다’는 뜻이다. 현재의 홍콩 요리와는 상관없지만 단어 자체는 불교에서 나온 말이다. 초기 불교 시대에는 오후에 공식적인 저녁 식사를 하지 않는 ‘오후 불식(不食)’의 계가 있었다. 이 때문에 점심, 즉 딤섬은 오후가 되기 전에 점을 찍듯 간단하게, 시장기를 면할 정도로 하는 요기였다. 지금도 붓다 시대와 가장 가까운 생활양식을 지키고 있는 테라와다 불교에서는 오후 불식을 실천한다. 테라와다 불교는 스리랑카, 태국, 미얀마 등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 2017. 8. 3. 종교와 음식 17 성경속 최음제 성경에도 최음제가 등장한다. 창세기 30장에 묘사돼 있는 합환채(자귀나무로도 번역됨)다. 남편 야곱의 애정을 얻기 위해 부인 레아와 라헬이 서로 합환채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는 이야기가 나온다. 합환채는 영어로 맨드레이크(mandrake)다. 이는 예로부터 근동지방에서 임신 촉진제이자 최음제로 여겨지던 식물이다. 뿌리의 생김새는 인삼과 비슷하며 서양에서는 중세에 마취제로 사용되기도 했다. 신비로운 약효에 걸맞게 ‘사랑의 사과’ ‘사탄의 사과’라는 별명이 붙어 있다. 솔로몬왕이 쓴 사랑의 노래인 ‘아가’에도 ‘자귀나무가 향기를 내뿜는다’는 구절이 나온다. 남아메리카에서 토마토가 유럽 대륙에 전해졌을 때 당시 사람들은 이를 ‘사랑의 사과’로 부르며 마약성 최음제로 여겼다. 미국의 음식연구가 스튜어트 리 앨런에.. 2017. 8. 3. 종교와 음식 19 신부님과 보신탕 보신탕을 못 먹으면 신부가 될 수 없다? 과거 천주교계에서 이런 농담 섞인 이야기가 돌았던 적이 있다. 또 신부님이 좋아하는 대표적인 음식으로 연상됐던 것 역시 보신탕이었다. 신부님과 보신탕. 언뜻 어울려 보이지 않는 조합이 탄생한 것은 어떤 배경에서였을까. 교계에서는 초기 한국 천주교회사에 큰 업적을 남긴 다블뤼 주교의 에피소드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블뤼 주교는 1845년 입국해 병인박해로 순교할 때까지 21년간을 조선 땅에서 사목했다. 프랑스 상류층에서 자라 열악한 조선의 환경에 적응하기란 쉽지 않았던 그는 초기 몇 년간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고생하면서 위장장애, 영양실조로 고생했다. 주교의 건강을 걱정한 당시 신도들은 원기회복을 위해 집에서 기르던 황구를 잡.. 2017. 8. 3. 종교와 음식 20 카푸친 수도사들이 마신 카푸치노 에스프레소와 함께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커피가 카푸치노다. 에스프레소에 우유와 우유거품을 섞어 만든 뒤 계피나 초콜릿가루를 뿌려 마시는 이 커피는 가톨릭 교회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먼저 카푸치노(cappuccino)라는 이름은 카푸친에서 유래했다. 카푸친은 가톨릭 수도회 이름이다. 가톨릭 월간지 비타꼰에 따르면 16세기 후반 동유럽지역에서 개신교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당시 가톨릭 교회는 자체 쇄신 작업을 위해 카푸친회 수도자들을 동유럽지역에 파견했고 그중 일부가 오스트리아 빈에 자리 잡았다. 빈의 카푸치너 성당은 그 당시 지어진 것이다. 커피음료 카푸치노와 카푸친 수도회가 연결되는 것은 동유럽지역에 닥친 이슬람권의 공격과 관련이 있다. 17세기 오스만튀르크 세력은 빈 등 동유럽지역을 공격했다. 당시 범기.. 2017. 8. 3. 종교와 음식 21 수행자들이 먹는 죽 스님들은 아침 공양으로 죽을 먹는 경우가 많다. 전남 장성 고불총림 백양사, 비구니 참선도량으로 잘 알려진 경북 울진 불영사 등 대표적인 천년 고찰들도 아침 죽을 전통으로 이어가고 있다. 불가에서 죽은 예로부터 수행자에게 좋은 음식으로 인식됐다. 출가자가 불법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계율을 기록한 율전 에는 죽의 효능 5가지가 소개돼 있다. 시장기를 달래주고 갈증을 풀어주며 소화를 돕고 대소변을 원활하게 하며 풍을 없애준다는 것이다. 수행에 집중하는 여름·겨울철 안거 기간에 아침 공양으로 죽을 선택하는 사찰도 많다. 불교의 큰 기념일 중 하나인 성도재일(음력 12월8일)에도 철야정진을 하며 죽공양을 하는 것이 오랜 전통이다. 성도재일은 보리수나무 아래에서 정진하던 싯다르타가 깨달음을 얻은 날이다. 6년간 .. 2017. 8. 3. 종교와 음식 22 힌두교에서 소 취급을 못받는 소 힌두교 하면 누구나 떠올릴 법한 동물이 있다. 바로 소다. 인구의 80% 이상이 힌두교도인 인도에서는 거리를 어슬렁거리며 다니는 소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차도, 사람도 소의 활보를 방해할 수 없는, 소의 천국이다. 소를 먹거나 다치게 하는 것 역시 상상할 수 없다. 상당수 주에서는 소 도축과 판매가 법으로 금지돼 있다. 힌두교에서 소를 숭배하며 신성시하는 이유는 뭘까. 힌두교에서는 수십억의 신이 만물에 깃들어 있다고 믿는데 특히 소의 몸에 많은 신들이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여기에는 실용적인 이유가 크게 작용한다. 초기 힌두교 경전인 ‘베다’에는 축제에서 소를 잡아 나누어 먹었다는 기록이 나온다. 그러다가 소를 보호하게 된 것은 인도가 농경사회로 진입하면서 농사에 큰 역할을 담당하는 소의 중요성과.. 2017. 8. 3. 이전 1 ··· 30 31 32 33 34 35 36 ··· 6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