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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제 신한열 수사를 만나다 울타리도 국경도 없다. 직급도 교파도 없다. 어떤 기부금과 후원도 받지 않으며 개인 소유도 없다. 대신 함께 땀 흘려 일하고, 함께 소유한다. 존중과 신뢰로 서로를 끌어안아 세상을 치유하는 공동체. 프랑스 동부의 작은 마을에 있는 ‘테제’다. 이상적인 공동체에 가까운 이곳을 향해 지금도 세계 각지에서 많은 젊은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테제는 1940년 스위스 개신교 집안 출신의 로제 수사가 시작한 초교파적 그리스도교 수행 공동체다. 개신교, 가톨릭, 정교회, 성공회 등 구분 없이 세계 30개국에서 온 80여명의 남성 수도자가 함께 산다. 테제가 세계적으로 알려진 것은 청년들의 ‘성소’가 되면서다. 매주 세계 각지에서 목마르고 배고픈 젊은이 수천명이 이곳을 찾아 스스로의 삶을 성찰하고 모색한다. 하루.. 2017. 8. 17.
종교와 음식 25 무슬림과 대추야자 흔히 중동의 척박한 땅을 떠올릴 때 연상되는 풍경이 있다. 하늘을 향해 높이 뻗은 줄기 끝에 폭죽처럼 잎이 펼쳐지는 나무, 그리고 그 아래 샘가에서 낙타가 목을 축이는 모습이다. 이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 나무는 대추야자(date 혹은 date palm)다. 대추야자 열매는 수천년 전부터 이 지역 사람들의 주식이었다. 건조한 환경에서도 잘 자랄 뿐만 아니라 한 나무에서 얻을 수 있는 수확량도 많았다. 무엇보다 맛이 좋았고 영양성분도 뛰어났다. 이 때문에 대추야자는 ‘생명의 양식’으로 불리기도 했다. 이슬람교의 경전인 코란에도 대추야자는 20차례 이상 언급돼 있다. 이슬람 문화권에서 뗄래야 뗄 수 없는 작물인 셈이다. 대추야자는 라마단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무슬림들이 이프타르(Iftar·일몰 직후.. 2017. 8. 17.
종교와 음식 24 부처님께 공양한 차 다선일미(茶禪一味)라는 말이 있다. 차와 선은 한가지 맛이라는 뜻이다. 여기서 차와 불교가 얼마나 많은 부분을 공유하고 있는지, 어떤 관계인지 짐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수행이라는 지난한 과정, 이를 통해 추구하는 깨달음이라는 궁극의 지향점은 서로 다르지 않다. 때문인지 차를 끓이고 마시는 일련의 행위는 단순히 기호품을 즐기는 것이 아니다. 차관에 물을 끓여 차를 우려내고 기다리며 맛을 음미하는 과정은 불가 수행의 한 방편이자 도의 경지로까지 받아들여진다. 졸음을 쫓고 정신을 맑게 해주는 차의 효능 덕분에 불가에선 오랫동안 차가 사랑받아 왔고, 국내의 차 문화 역시 불교를 통해 계승·발전되어 왔다. 국내에 차가 도입된 것은 신라시대였고 사찰과 왕실을 중심으로 차를 마시는 문화가 확산됐다. 차는 부처에게.. 2017. 8. 17.
한국교회의 갈 길 이분들에게 들어보자 올 초 문화부에서 종교 분야를 맡게 되면서 가장 먼저 기획하고 고민했던 내용은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한 한국교회를 다시 한번 살피면서 필요한 부분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이었다. 물론, 그럴 주제도 안되는지라 한국교회에 거창한 무언가를 이야기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그저 한국 교회에 일말의 관심과 애정이 있거나 혹은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는 사람들이 건설적으로 고민할 수 있는 여지를 공유하고 싶었다. 실제 주변에서 나가고 싶은 교회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이런 시대에 마음을 열 수 있는 교회와 목회자를 만난다는 것은 신자 입장에서 큰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한국 교회는 안타깝게도 망가져 있다. 얼마전 온라인 기독교 매체 뉴스앤조이에서 라는 책을 냈다. 뉴스앤조이 대표가 그동안 한국.. 2017. 8. 9.
바쁘면 이것만 봐도 돼 8월4일 이번주엔 방송가 이야기를 먼저 해야겠다. (두꺼운 부분을 클릭!) 드라마나 예능이 아니라 말 그대로 방송사!!!. 만신창이가 된, 점점 심해지는 MBC의 현재 상황, 우선 PD수첩의 대명사인 최승호 PD(현재 뉴스타파에 재직)가 MBC를 이 지경으로 만든 이들의 전말을 밝히는 영화 을 제작했는데 MBC 경영진은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MBC의 그간 상황이 궁금한 분들이라면 경향신문이 최근 연재한 MBC 몰락의 10년사를 차례로 클릭해보자. *대표 얼굴들은 어떻게 쫓겨났나 *풍자와 웃음을 축출한 경영진들 *드라마 왕국을 폐허로 만든 사장들 *그래도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 현재 진행중인 PD수첩 제작거부 사태도 이걸 보면 정리된다. 그나마 가뭄에 한가닥 빗줄기 같은 소식도 전해졌다 YTN 해고 기자들의.. 2017. 8. 4.
종교와 음식 15 세례받은 음료 커피 커피 없는 세상. 좀체 상상이 되지 않을 정도로 커피는 현대인의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음료다. 커피가 세계로 퍼져나가게 된 것은 17세기 초반 가톨릭교회, 좀 더 엄밀히 말해 당시 교황의 판단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역사에서 만약은 없다지만, 그래도 그때 교황이 다른 결정을 내렸더라면 아마 커피의 위상은 판이했을지 모른다. 커피의 원산지가 에티오피아라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커피라는 이름도 에티오피아의 커피 산지 카파에서 유래됐다고 추정된다. 6세기경 에티오피아가 예멘을 침공한 것을 계기로 커피는 아랍지역으로 퍼졌다. 커피 이동의 중심지는 예멘의 항구도시 모카였다. 이후 16세기까지 커피는 이슬람문화권을 대표하는 음료였다. 커피가 유럽에 전해진 것은 16세기 후반, 오스만튀르크와 활발한 무역.. 2017. 8.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