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은의 잼있게 살기

 

 

늘상 화제와 논란을 부르는 드라마작가 하면 떠오르는 이가 바로 임성한씨 입니다.

막장드라마의 대명사라고 불릴 정도로 자극적인 설정과 황당무계한 전개방식,

비상식적인 내용들로 이뤄져 있는 그의 드라마는 항상 말도 탈도 많습니다.

그렇지만 시청자들을 빨아들이는 특유의 솜씨 덕분인지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면서도 그의 드라마는 항상 높은 시청률을 내지요.
호불호, 작품성에 대한 논란을 떠나 저는 그의 드라마의 최대 미덕으로 꼽을만한 것이

신인, 혹은 오랫동안 빛을 보지 못한 연기자들을 발굴하는 노력입니다.

시쳇말로 ‘듣보잡’이라는 말이 있지요.

굳이 누군가를 폄훼해서가 아니라 정말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생짜 신인을 주인공으로 기용해

자신의 필력으로 드라마를 성공시키는 것은 정말 칭송받을만한 도전과 모험정신이라고 생각합니다.

소수의 스타캐스팅에 의존해가는 국내 드라마제작관행을 감안한다면 말입니다.

사실 소수 독과점 스타가 제작비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또 그들에 기대려는 안일한 관행을 생각해볼 때 임성한 작가 같은 사람들이 더 많이, 아주 많이 나와야 할겁니다

(내용이 아니라 신인발굴 노력 면에서 말입니다).
스타작가들로 꼽히는 이들이 있지만 그들의 작품에는 화제성 높은 톱스타가 항상 나옵니다.

물론 스타작가이니 그 작품에 톱스타를 섭외하는 것이 더 쉬운지 모르겠고,

또 스타작가이다보니 톱스타 역시 출연하려고 하는 것이겠죠.

그렇지만 오히려 필력만으로 브랜드를 인정받은 스타작가라면

과감하게 신인이나 묻혀있던 연기자를 발굴해주면 작가의 필력이 훨씬 빛이 나지 않을지,

그랬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그냥 해봅니다...
그래서 여기까지 생각의 오버를 해봤습니다.

대표적인 로맨스코미디의 스타작가로 김은숙, 박지은 작가가 있지요.

이분들 역시 작품을 통해 묻혀 있던 연기자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게 해주기도 했는데,

이분들의 최근작인 <상속자들>과 <별에서 온 그대>에 이민호와 김수현이 아닌 다른 배우들이 출연했다면

이 드라마의 화제성과 운명은 어찌됐을까... 하고 말입니다.

 

원래 하려던 이야기에서 많이 딴길로 샜네요.
임성한 작가의 작품을 통해 재발견되고, 새롭게 발굴된 연기자들이 누가 있었는지 알아보려고 했던 것이 원래의 의도였습니다.

먼저 그가 일약 스타작가로 이름을 남긴 사실상 데뷔작이  1998년 방송됐던 <보고 또 보고> 입니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발탁된 이는 김지수씨였죠.

그전에 <종합병원> <M> 등으로 얼굴을 알리긴 했지만 그는 이 작품을 통해 스타덤에 올랐고 그해 MBC 방송연기대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2002년 방송됐던 <인어아가씨>는 장서희, 김성택씨가 주인공이었던 작품이었습니다.

아역 출신 장서희씨는 오랜 연기생활을 했지만 이 드라마를 통해 본격적으로 빛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 역시 이 작품을 통해 그해 연기대상을받았고요 상대역이던 김성택씨는 말그대로 생짜 신인에서 일약 스타덤에 올랐습니다.

 

경향신문 2002년 7월11일

 

'서른, 조연은 끝났다'그는 언제나 '감초'였다. 있어도 잘 모르고 안 보여도 그만인 드라마 조연. 10살 때 안방극장의 문을 두드렸지만 연기 인생 내내 화려한 조명은 그를 비켜갔다. 그렇게 20년이 흘렀다.
진득한 노력과 인내의 결실일까. 지난해 말 어느 드라마작가가 전화를 걸어왔다. "당신을 주인공으로 마음에 두고 드라마를 쓰고 있다"는 것이었다. 탤런트 장서희(30)는 이렇게 생애 처음 드라마 '히로인'으로 등극했다. 무대는 MBC TV 일일연속극 '인어아가씨'. 감격의 일성을 기대했지만, 그의 소감은 의외로 담담했다.
"이게 정석 아닌가요? 오랜 세월 작은 역할을 거쳐 탄탄한 기본기를 쌓아야죠. 그러니까 늦은 나이도 아니고, 늘 하던 대로 연기에 임할 생각입니다"
그에게 첫 주연을 안긴 사람은 '인어아가씨'의 임성한 작가다. 장서희와는 2년 전 MBC '온달왕자들'에서 마주친 게 인연의 전부였다. "임작가는 저에게 히딩크 감독같은 존재인 셈이죠. 오랜 세월 드라마의 벤치를 지켰던 저에게 기회를 주셨으니까요".
장서희는 최근에도 SBS '불꽃', MBC '그 여자네 집' '온달왕자들'에서 '빛나는 조연'을 선보여왔다. 2년 전부터는 케이블 음악채널 채널V에서 '장서희의 러브레터'를 진행하고 있다. 조만간 장길수 감독의 새영화 '초승달과 밤배'에도 출연, 활동 반경을 넓힐 예정이다.
'인어아가씨'에서는 유능한 드라마작가 은아리영 역할을 맡았다. 돌아가신 줄 알았던 아버지가 자신과 생모를 버리고 미모의 탤런트와 재혼한 것을 알고 처절한 복수극을 계획하는 인물이다. 인기작가의 명성을 등에 업고 아버지의 재혼녀를 궁지로 몰아넣고, 이복동생의 남자에게도 유혹의 손짓을 보낸다.
"막무가내로 악의 가면만 쓰고 있는 것은 아니에요. 좋은 드라마일수록 선악의 경계가 모호하죠. 인간의 내면은 누구나 선과 악의 이중구조를 하고 있으니까요. 극중 아리영도 사실 가련한 영혼임을 아시게 될 거예요. '청춘의 덫'에 나온 심은하씨 역할이라면 설명이 될까요?"
'복수의 화신' 아리영은 작가적 역량도 탁월하지만, 춤과 음악에도 '끼'를 과시하는 인물이다. 장서희가 올해 초부터 드럼 연주와 살사댄스를 익혀온 까닭이기도 하다. "드럼 칠 때면 양손이 따로 놀아 당황스럽다"면서도 모처럼 찾아온 주연 기회인 만큼 그의 남다른 의욕을 엿본다.
"역시 주연이 좋긴 좋더라구요. 스태프들의 눈빛도 부드럽고, 조명 하나도 다르던 걸요. 사실 그동안 남 모르는 설움도 많았는데…. 그래도 '반짝스타'보다는 저만의 확실한 영역을 갖고 '평생연기'에 매진하고 싶어요"

 

 

 

매일경제 2002년 7월4일

 

'○○○에서 주무셨습니까.' 상쾌한 아침을 여는 침대 CF에서 주차장을 경쾌하게 뛰던 잘생긴 남자를 기억하시는지.

MBC 일일극 '인어아가씨'(극본 임성한, 연출 이주한) 주인공 김성택(28)은 드라마는 처음이지만 CF와 연극판에서는 잔뼈가 굵은 연기자.
키 180㎝, 몸무게 73㎏의 훤칠한 이 남자는 경기고 재학중이던 89년 CF로 데뷔했다.

지적이면서도 단정한 외모 덕에 기업의 깨끗한 이미지 광고에 주로 기용됐다.

에이스 침대, 교보생명, 대우자동차 레조,하나은행, 마스타카드 CF를 더듬어보면 그의 얼굴이 가물가물 떠오를것이다.
김성택은 극단 '성좌' 출신임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95년 공채 19기로 출발했어요. 뮤지컬 '하드록 카페'에도 얼굴을 비쳤고 연극 '화수목나루'에서는 박정자 선생님과 호흡을 맞췄어요.

그곳에서 연기의 기본기를 닦았습니다."
조금 더 이야기를 하다 보니 그는 프로 골퍼 출신이었다. 초등학교 때 골프채를 잡았고 서일대 재학중 프로에 입문했다.

스키강사 자격증도 있을 만큼 운동신경은 타고났다.
골프를 그만둔 건 스키를 타다 생긴 부상 때문이다. 그래서 제대 후 연기자로 전환했다.
"요즘 뜨고 있는 10대 스타들에 비하면 출발이 늦었어요. 하지만 무척 하고 싶었던 일이라 느긋하게 실력을 다져갈 거예요."
이렇게 말하지만 기회가 오지 않아 초조하고 불안했단다. 다행히 침대광고가 반응이 좋아 처음으로 드라마의 주인공이 됐다.
주인공이 된 것도 기쁜데 드라마에서 그는 세 여자에 둘러싸이는 행복한 남자다.

장서희 우희진 이재은이 그의 여자가 되기 위해 물불을안가린다. 다 예쁘고 매력적인데 누구를 선택할까.
"개인적으로는 장서희 씨가 연기하는 아리영처럼 촉촉한 여자를 좋아해요."
잘생긴 이 남자에게는 아직 여자친구가 없단다.
드라마에서 그는 신문사주 아들로 사회부 기자를 연기한다.
"드라마 연기는 많이 서툴러요. 하지만 배역진이 대부분 중견 연기자들이라 제 어설픈 연기를 하나하나 잡아주고 있습니다."
앞으로 캐릭터가 강한 배우보다는 그 역할에 차분하게 스며들어가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그는 가을쯤 스크린도 넘본다.

 

<왕꽃선녀님>(2004년)을 통해 이다해라는 신예 스타가 탄생했습니다.

동아일보 2004년 5월28일

 

“처음 맡는 주연이어서 너무 떨려요. 하지만 무속인이 ‘이 드라마 뜬다’고 예언했으니 잘 되겠죠.”

6월7일 첫 방송되는 MBC 일일드라마 ‘왕꽃 선녀님’(극본 임성한·연출 이진영·오후 8:20)은 무속을 소재로 한 드라마다.

데뷔 1년6개월 만에 첫 주연을 따낸 탤런트 이다해(20)는 주인공 윤초원이 신내림을 겪는 대목을 연기하기 위해

무속인들을 만나러 다닌다고 했다.
이다해는 KBS2 미니시리즈 ‘낭랑 18세’에서 주인공 한지혜를 괴롭히는 여자 변호사 문가영을 연기해 주목받기 시작했다.

올 1월 ‘낭랑18세’ 1회분이 나가자마자 ‘연기가 되는 무명 배우’를 찾던 이 PD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낭랑18세’의 문가영은 나이가 많고 악역이어서 좀 망설였어요. 고민을 하다 점을 보러 갔더니 ‘무조건 하라.

다음엔 주인공 하게 된다’는 거예요. 이번에 무속인들이 덕담으로 해준 말도 믿기로 했어요.”
공교롭게도 KBS1 새 일일연속극 ‘금쪽같은 내 새끼’도 같은 날 같은 시간대에 첫 방송한다.

‘금쪽…’의 전작인 ‘백만송이 장미’가 드라마 시청률 1위를 달리는 프로그램이어서 MBC가 ‘왕꽃…’에 거는 기대가 크다.
“악역을 하다 막상 착하고 순수한 역을 하려니 어려워 주 2회 이상 연기 과외를 받고 있어요.

청순하게 보이려고 단발에 머리를 붙여 긴 머리로 만들었죠.

감독님이 ‘드라마 들어가려면 시간이 있으니 코를 좀 높이면 어떻겠느냐’고 하셨는데 그냥 나가기로 했어요.”
이다해는 초등학교 5학년 때 호주로 이민을 떠난 뒤

2001년 해외동포 자격으로 참가한 미스 춘향 선발대회에서 ‘진’으로 선발되면서 연예계에 입문했다.

당시 ‘선’으로 입상한 탤런트 장신영(20)은 ‘왕꽃…’의 전작인 ‘귀여운 여인’에서 주연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다해는 ‘왕꽃…’에서 상대역으로 나오는 탤런트 김성택(30)에 대해 “삼촌 같다”며 웃었다.

 

 

 

 

 

그리고 이듬해 SBS <하늘이시여>에서는 이태곤, 윤정희 등 신인을 남녀주인공으로 배치하는 파격적인 캐스팅을 했습니다.

동아일보 2006년 1월 12일

 

“사건 전개가 느려, 설정도 황당하고 유치해, 근데 왜 뜨는 거지?” “말이 안 되는 내용인 것 같은데 뒷얘기가 궁금해서 계속 보게 돼.”
SBS ‘하늘이시여’(토 일 오후 8시 50분)는 방송 시작 전부터 많은 비판을 받았다.

출생의 비밀을 간직한 주인공의 등장은 진부하고 친딸을 며느리로 맞는다는 설정은 패륜적이라는 것이었다.

주인공도 모두 신인이어서 관심을 끌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해 9월 10일 첫 회 시청률 12.1%로 시작한 ‘하늘이시여’는 1일 26.3%를 기록했다.

등장 인물 간의 갈등이 본격화되면 시청률이 더 올라 30%대에 진입할 가능성도 있다.

▽얽히고설킨 이야기 푸는 작가의 힘=친딸을 며느리로 맞거나 알고 보니 사돈이 친인척 관계였다는 등의 설정이 억지스러워

처음부터 뒷말이 많았다. 14명이나 되는 주요 인물의 관계가 너무 얽혀 있어 초반엔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평도 들었다.
그러나 제작진과 시청자들은 얽히고설킨 이야기를 풀어 가는 임성한 작가 특유의 힘이 있다고 평한다.

논리적으로 보면 말이 안 되지만 감정적으로는 각각의 등장인물이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이입할 수 있도록 끌어당긴다는 것이다.
친딸 자경(윤정희)을 며느리로 맞으려는 영선(한혜숙)의 행동은 잃어버린 딸을 다시 찾고 싶은 애틋한 모성으로,

자경을 사사건건 괴롭히는 예리(왕빛나)의 비정상적인 표독함은 왕모(이태곤)를 향한 사랑의 좌절감으로, 더 큰 공감을 자아낸다는 분석이다.
▽드라마 이끄는 캐릭터의 힘=삼각관계를 이루는 주인공인 자경, 왕모, 청하(조연우)는 모두 신인이어서 초반 흥행을 좌우하는 스타가 아니다.
하지만 자경을 비롯한 주연들의 캐릭터가 살아 있어 신인들의 경험 부족이 상쇄됐다는 평이다.

미혼모의 아이로 태어난 자경은 양부모가 일찍 세상을 떠난 뒤 두 번째 양부모 밑에서 자란다.

집안이 망해 대학을 중퇴하고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나서는 불우한 인물.
하지만 고난의 세월과 주변의 질투를 감내하기만 하는 청순가련형이 아니라 스스로의 운명을 개척하는 면모도 보인다.

왕모에게 ‘작업’을 걸다가 실패하자 자신에게 억지를 부리는 예리의 뺨을 사정없이 때리고 타이른다.

임 작가의 역대 드라마 여주인공도 이와 비슷했다. ‘인어아가씨’의 아리영(장서희), ‘왕꽃선녀님’의 초원(이다해)은

여려 보이지만 불행한 운명을 뚫고 나가는 강한 캐릭터다.
▽감칠맛 나게 하는 ‘상상의 힘’=이야기의 중심축인 자경과 왕모의 관계는 아직도 지지부진이다.

대신 영선과 은지(김영란), 홍파(임채무) 등 중년배우의 삼각관계, 영선 시어머니(정혜선)와 홍파 어머니(반효정)의 관계,

예리의 동생인 이리(강지섭)의 중성적 모습 등 곁다리 이야기를 잔뜩 풀어놓는다.

그만큼 일상생활에 대한 묘사가 풍부해 극 중 현실이 실제처럼 다가온다는 것이다.
거의 매회 등장하는 ‘상상’ 장면도 극 전개의 지지부진을 보충하는 감초로 꼽힌다.

상상 장면이 자주 반복돼 식상하다는 평도 있지만 시청자에게는 ‘이게 뭐야’라는 엉뚱함과 신선함을 주고 향후 이야기 전개의 복선도 깐다.

 

 

 

 

이후 보석비빔밥, 신기생뎐, 오로라공주에 이어 다음달 방송될 <압구정 백야>도 마찬가지 방식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또 어떤 스타탄생이 이어지게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