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은의 잼있게 살기

 

얼마전 여수에서 맛봐야 할 음식들을 소개했던 기사입니다. 

 


<세 PD의 미식기행   여수>라는 책의 저자들인 PD들 두 분을 만나 취재하면서 얼마나 입맛을 다셨는지 모릅니다.
그분들의 이야기를 정리하고 책을 뒤적이며 기사를 쓰는데 도저히 참지 못하고 중간에 횟집으로 달려갔다는....
음식에 관한 수많은 책이 나와 있고 그 책을 쓰는 분들의 목적은 아무래도

자신이 느끼고 아는 그맛을 더 많은 사람이 책을 사보면서 공감하도록 하는게 목표겠지만

저같은 사람은 그런 류의 책을 읽다가 던져놓고 책에 언급된 음식을 먹으러 간다는 것이 문제지요...ㅠㅠ

 

 

 

 


저의 이같은 참을수 없는 식탐, 특히 이처럼 책을 읽다말고 먹으러가는 집착은 정말 어릴 때부터 유별났던 것 같습니다.
알프스 소녀 하이디를 읽다보면 나오는, 클라라가 먹는 흰빵 기억하시는지.

산속에서 검고 딱딱한 빵만 먹던 하이디에게 프랑크푸르트의 클라라가 먹던 흰 빵은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들어 놓는 충격이자 강렬한 동경이었죠.

초등학교 2학년 겨울 쯤이었던것으로 기억하는데 방바닥에 배깔고 책을 읽던 저는

그길로 책을 엎어놓은채 흰빵을 먹겠다며, 그때 흰빵 이래봐야 떠오르는 건 하얀색 호빵밖에 없었습니다만,

그것을 사먹겠다며 돼지저금통의 동전을 꺼내들고 정신없이 호빵을 사먹으러 갔더랬습니다.

맛이 어찌나 꿀맛이던지...

물론 그렇게 정신없이 쳐묵쳐묵하고 돌아와 마저 책을 읽은 것 까지는 좋았습니다만,

그날 저녁 왠지 흐트러진 매무새의 돼지저금통을 본 엄마로부터 저금통을 허락없이 손댄데 대한 불벼락이 떨어졌지요...

어디 흰빵 뿐이었겠습니까.

독일 동화집을 읽을땐 동화에 등장하던 소시지, 한국전래동화를 읽을 때는 곶감과 경단,

일본동화집에서는 찹쌀떡과 복숭아를 찾아 헤맸습니다.

급기야 북유럽동화집에는 자작나무열매로 만든 잼이 나오는데

어디가면 자작나무를 볼 수 있는지 묻고 댕기며, 딸기잼보다 더 맛날것이라는 기대감과 상상에 입맛을 다셨던 기억이 나네요.

 

이런 상태다보니 제가 어땠겠습니까.

<세 PD의 미식기행>은 읽는 내내 저에게 큰 고통을 안겨줬습니다.

하지만 그 고통은 충분히 나눠볼 가치가 있는 것이니 한번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음식을 맛있게 먹는것도 좋지만 그 음식에 얽힌 문화·역사적 이야기와 사회적 의미 등을 되새겨 보는 것도

음식을 즐기는 방법중의 하나일테니 말입니다.

 

저는 두 분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가장 ‘땡기는’ 곳이 바로 거문도와 금오도입니다.

둘 다 바다에서 펼쳐지는 진미의 향연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인데

바다 먹거리들에 대한 기대감으로 심장이 쿵쾅쿵쾅 터질듯 합니다...

특히 책에 죽 나열된 금오도 갯것정식 부분을 읽을 땐 정말 허벅지를 꼬집으며 참아야 했을 정도입니다.

먼저 상위에 올라오는것은 군소, 거북손, 군봇, 비말, 꾸적 등.

처음 들어보는 낯선 이름의 먹거리들은 얼마나 세상이 넓고 인간은 보잘것 없는 존재인지를 상기시키며

기대이상으로 맛과 식감을 충족해줍니다.

이어지는 것은 섬 근해에서 잡고 따 온 돌문어, 돌게, 갑오징어, 전복, 참소라에

계절에 따라 잡히는 노래미, 도다리 등 회와 매운탕.

여기에 섬에서 거둔 취나물, 파래,오이무침, 갓김치 등등이

생각만 해도 괴롭네요... ㅠㅠ

참고로 책에서 소개한 여수의 대표적인 음식 그리고 그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 몇곳을 다시 소개합니다.

급하게 여수 가셔야 할 분은 이거라도 참고하시길.

그렇지만 조금 시간을 내서 이 책을 한번 읽어보시면 좋을것 같습니다.

 

갓김치/돌산갓밥상

 

 

 

 

갓빵 /여수갓구운

돌게장/두꺼비게장, 등가게장,여성식당,여수돌게, 황소게장

갯장어샤브샤브/경도회관,미림횟집, 자연횟집,여수수산물특화시장,여수수산시장

 

 

 

 

장어탕/상아식당,자매식당, 7공주식당

서대회무침/구백식당, 청해식당

 

 

 

 

삼치선어회/동해선어, 민들레집, 중앙선어시장

굴구이/원조직화굴구이, 정우굴구이

 

 

 

굴찜/만나굴구이,혜영굴구이

군평선이구이/광장미가, 구백식당, 복춘식당

해삼물회/송림마차횟집

갯것정식/돋을볕펜션, 상록수식당

손두부/백야리손두부

막걸리/개도주조장, 낭도주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