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스타토크

보아를 다시 생각해 보다

by 신사임당 2012. 1. 11.

보아에 대한 기사를 쓰면서 보아에 대한 기억을 정리해봤습니다. 
대중문화에 대해 워낙 무지하던 탓에 보아가 데뷔하던 당시엔 누군지,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 무슨 노래를 하는지도 몰랐고 딱히 관심도 없었죠. 그러다가 가수 보아, 아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대중문화상품으로 보아를 인지하게 됐던 것은 2005년입니다.  




당시 APEC 정상회담이 부산에서 열렸지요. 그때 각국 정상과 국내 주요 기업인들은 부산에 모였습니다. 당시 산업부에서 재계를 맡고 있었던터라 정상회담과 관련한 재계행사를 취재하기 위해 부산에 있었습니다. 벡스코와 누리마루, 시내 주요 호텔들마다 각종 행사로 부산했는데 그때 제 눈길을 끄는 행사가 있었습니다. 아마 벡스코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각국 정상과 영부인들을 대상으로 문화공연이 열렸습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사절이라고 불릴만한 인사들의 공연이 준비됐습니다.



이 사진이 에이펙 정상회담 만찬행사의 공연모습입니다


기억은 정확하지 않습니다만 국악쪽에서 뭔가 하나가 있었고 또 하나는 소프라노 조수미씨, 또 다른 하나는 보아의 공연이었습니다. 이런 국제 행사에서, 그것도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사절로 보아가 무대에 선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어린 친구가 대단하네, 하고 생각했던 기억이 납니다.

데뷔 초기 모습

일본에 성공적으로 데뷔한 뒤



그때만해도 보아의 노래가 뭔지도 몰랐고 그저 유명한 친구라는 생각정도만 했는데 막상 공연하는 모습을 보니 대단하고 멋지더라구요. 흰색옷을 입은 긴 머리의 앳된 소녀, 작은 체구의 앳된 모습으로 파워풀한 공연을 펼치는 모습이 퍽이나 인상적이었습니다. 
이후 보아는 일본에서 주로 활동했고 한국에서는 모습을 보기 힘들었습니다. 한동안 보아를 잊고 지내다 그를 실제로 보게 된 것은 2010년 여름입니다. 6집 앨범을 발표하면서 갖게됐던 인터뷰에서였습니다. 5년만에 한국에서 음반을 내고 활동을 재개하는 것이었습니다. 
무대에서 봤을 때 보다 가까이서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자그마하고 가녀린 체구인 것에 놀랐습니다. 저렇게 야리야리한 몸 어디에 그런 파워가 숨겨져 있을까 싶을만큼요. 

2000년 경향신문 매거진 엑스에 실렸던 보아 기사


인터뷰하면서 그가 던지는 말들을 정신차리고 들어보면 아무 생각없이 들어넘길 수 없는 말들입니다. 너무나 어린 시절부터 겪어왔던 일이고 알려진 것이라 듣는 이들이 아무 생각없이 들어 넘기고 있는 것일 뿐이죠. 

보아와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함께했던 공연



당시 데뷔 10주년을 맞이하기도 했던 그는 “10년은 도전의 연속이었기에 지루하지 않았다”고 쿨하게 말했습니다. 데뷔, 일본 진출, 일본 투어와 미국 진출, 끝없는 도전들. 말이 도전이지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부모형제, 친구들과도 뚝 떨어진 낯설고 물설은 곳에서 춤, 노래 연습, 언어공부, 방송과 공연활동, 쉬는 시간조차 마음대로 돌아다니기 힘든 여유없는 사생활들. 돈을 벌어도 쓸 시간이나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빡빡한 일정들. 
 

몇집 재킷인가요?


어린 나이에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을지, 가족들이 보고 싶어 울었을지, 춤추고 노래연습하며 얼마나 독하게 마음을 다잡았을지... 아무리 소속사가 투자하고 시킨다고 하더라도 본인이 하지 않는다면 모두 허사였겠죠. 그는 지난 시간들을 돌이켜보며 1년이 12개월로 부족했고, 그 때문에 평범한 삶에 대한 그리움을 느껴볼 시간도 없었다고 했습니다. 


어쨌든 오랜만에 한국에 돌아와 다시 한국활동을 시작하는 것에 대해 그는 친정집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변화된 국내의 흐름에 맞출 수 있을지 걱정도 됐고 신인으로 돌아간 기분이라는 엄살도 부리더군요.  

걸스온탑 음반 활동하던 때 인것 같습니다


이런 이야기도 했습니다. 같은 소속사 후배인 중 3때 데뷔한 샤이니의 태민군을 보면서 어리다는 생각을 했다며, 자신은 더 어릴 때 데뷔했는데 그걸 잊고 있었다며, 자신이 나이가 들었나보다며 웃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이 치열하게 살고 스타가 됐지만 평생 이 위치를 유지하는 것은 아닐 것이라며 미래에 대한 고민과 생각의 깊이를 내비쳤습니다. 

2002년 한일월드컵당시.. 완전 앳된 모습


삶을 대하는 그의 진지함과 열정을 보면서 그냥 만들어진 스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그리고 요즘 수없이 넘쳐나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지원하는 지원자들을 보면서 언뜻 그런 생각도 스쳤습니다. 누구나 보아를 보며 스타를 꿈꾸고 뛰어들겠지만 그와 같은 재능과 열정을 가진, 그가 했던 것 만큼의 노력과 고민을 쏟아붓는 이를 찾는 일이 그다지 쉽지는 않을 것 같다는 것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