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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토크

투개월 치명적 매력

by 신사임당 2011. 10. 10.


 가수 이승철씨가 슈퍼스타K를 심사하면서 참가자 중 한명인 투개월 김예림씨의 목소리를 두고 인어에게 홀리는 것 같다는 평가를 했습니다. 그만큼 매혹적인 목소리라는, 최상급의 칭찬이었습니다.
 마성의 목소리. 홀린다고 표현할 정도로 아름다운 목소리. 이같은 표현은 고전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에 등장하는 인어 세이렌에서 유래합니다. 세이렌(siren)은 사람과 물고기의 모습을 하고 있는 바다의 정령이죠.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인어의 모습과 비슷한데요. 오디세이에 등장하는 세이렌은 지중해의 섬에 살고 있는데 뱃사람이 지나가면 신비로운 노래로 그들을 유혹해 바다에 빠져 죽게 하는 무서운 존재이기도 했습니다. 트로이 전쟁에서 승리한 오디세우스가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에 세이렌의 유혹을 이겨내기 위해 부하들의 귀는 밀랍으로 막았고 자신의 몸은 부하들을 시켜 돛대에 묶게 했다죠. 이같은 설화는 독일의 로렐라이처럼 세계 곳곳에 비슷한 형태로 전해져오고 있습니다.
 영혼을 빨아들이는 듯한 노랫소리로 상대를 유혹하여 죽음에 이르게 할만큼 치명적인 매력. 그런 매력을 가진 세이렌이 유혹하는데 실패했던 남자가 둘 있었으니 바로 앞서 말했던 오디세우스와 천상의 음악을 연주했던 오르페우스입니다. 저승의 신 하데스도 감동시켰던 오르페우스의 음악을 듣고 오히려 세이렌이 넋이 나가 나중엔 자살을 했다고 할 정도니 오르페우스의 치명적인 매력도 상상이상이었겠죠.

 어쨌거나 슈퍼스타K를 보면서 스타가 되려면 타고난 그 무엇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중을 유혹하는 치명적인 매력, 즉 세이렌이나 오르페우스의 음악처럼 말입니다. 치명적이라는 것을 굳이 (생명에 영향을 미친다는) 부정적인 의미로 볼 것이 아니라 어떤 일의 성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뜻으로 봐야겠죠. 정신을 집중해 화면을 들여다보더라도 아무런 감흥이 일어나지 않는 퍼포머가 있는가하면 그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이번 시즌 슈퍼스타K에 등장한 투개월, 특히 여성보컬 김예림씨의 목소리는 설거지 하다가도 달려와 듣게 만들만큼(적어도 저의 경우는) 독특하게 사람을 잡아끄는 매력이 있더군요. 처음부터 그렇게 꽂혀서 그런건지 일주일 내내 슈퍼스타K에서 투개월이 노래하는 것만 기다리게 되고, 또 어떤 미션을 어떻게 수행할지 궁금하게 만드네요. 독설가로 소문난 이승철씨가 인어까지 들먹이며 평가하는 것이 당연한, 아니 그렇게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번데기탕 끓여 먹겠다며 가스불위에 냄비 올려놓고는 투개월 보는데 정신팔려 있다가 홀라당 태워먹는 것 보면, 소용돌이 치는 바다로 배가 끌려들어가는줄도 모르고 다가가는 것과 뭐가 다르겠나 싶었습니다. ㅠㅠ
일주일 내내 투개월이 화제가 되고 검색어에 오르내리는 것은 분명히 화제성 만발한 인물이라는 이야기일텐데 그것을 보면서 기분이 좋은 것은 본질에 충실한 매력에서 발산되는 긍정의 에너지 때문인 것 같습니다. 노래하는 모습과 목소리만으로 이만큼 화제를 모은 출연자를 보기는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인터넷에서 화제 만발 인물이 손쉽게 만들어지고 있지만 충실하고 매력적인 본질이 대중을 매혹하는 경우는 그다지 많지 않았죠. 특히 이처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오디션 프로그램은 본질-여기서 본질이라고 함은 물론 노래겠지만-이 아닌 특정인의 과거나 주변, 지엽적인 부분, 혹은 언행(예를 들면 파격적인 노출 등)들로 화제의 중심에 나왔던 경우가 대부분 아니었던가 싶네요. 그런면에서 투개월은 다른 드라마나 휴먼스토리가 전면에 나서는 대신(이건 인간극장이 아니라 오디션 입니다) 오롯이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는 출연자들이고, 재야의 고수들이 모였다는 곳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힘을 지녔다는 것은 스타가 갖춰야 할 가장 큰 덕목인 ‘대중을 유혹하는 치명적 매력’을 타고난 재목이라는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사족입니다. 스타벅스 로고인 머리풀어헤친 여인네의 모습. 그게 세이렌이죠, 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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