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은의 잼있게 살기
 예전에 시간 죽이기로 많이 했던 놀이가 감명깊게 읽었던 만화나 소설의 가상캐스팅 놀이였습니다. 그것 버금갈 정도로 혼자 놀기 좋았던 놀이는 내맘대로 랭킹. 대상을 죽 늘어놓고 내 맘대로 순위정하기였습니다.
 그렇다면 올해 대중문화계도 한번 정리해볼까요. 올해 별처럼 떠오른 신예스타들. 물론 제 맘대로입니다. 이견? 안받습니다. 우선 가요계. 기준은 음악적 소양이나 전문적 식견이 부족한지라 대중성을 중심으로, 주변의 장삼이사들의 반응과 호응 정도를 기준으로 해봅니다.

 가장 먼저 생각나는 사람은 슈퍼스타 K가 배출한 신예들이네요. 허각, 존박, 장재인, 강승윤. 순식간에 신데렐라가 된 이들은 올해를 잊지 못할테지요. 이들이 부른 노래는 음원차트에서도 강세를 보이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데 아쉬운 점은 아직 지상파의 문턱을 넘어서지는 못했다는 점입니다. 지상파와 케이블 사이의 벽과 텃세가 엄연히 존재한다는 현실적인 이유 때문이기도 하겠죠. 많은 난관을 뚫고 일어선 이들이 가수로서의 꿈과 재능, 끼를 펼쳐보이는 장이 더 넓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잘 될까요? 하긴 지난 MAMA시상식이 지상파 방송의 가요프로그램과 겹치면서 다소 파행적인 양상을 보일 수 밖에 없었다는 점만 감안해도 단기간내에 이같은 벽과 텃세가 쉽게 극복되지는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래도 대중들이 좋아한다는데 어쩌겠습니까. 시장원리가 지배하는 자본주의사회에서, 대중들이 원한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당위이자 이유이고 목표가 됩니다.


 

 아이돌 중에서는 단연 미쓰에이가 눈에 띕니다. JYP에서 배출한 이들은 말 그대로 등장과 함께 폭풍처럼 차트를 쓸어버리고 온갖 방송을 섭렵하면서 벼락스타가 됐습니다. 이들의 대표곡 배드걸, 굿걸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귀를 기울이게 할만큼 흥겹고 중독성있는 리듬과 멜로디로 대중들을 사로잡았습니다. MAMA에서 이들은 대상 중 하나인 올해의 노래상과 신인상을 받기도 했죠. 곡예에 가까운 춤솜씨와 독특한 패션도 이들을 돋보이게 하는 요소였습니다. 지난번 MAMA시상식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미쓰에이의 중국인 멤버 지아와 페이는 자기 나라에서 수상하게 돼서 더 의미가 감격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시상식장은 상당수가 중화권이었고 동남아, 일본 등지에서 온 팬들로 채워졌는데 데뷔한지 얼마 되지도 않은 미쓰에이를 보고 소리를 질러대는게 대단했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많이 알려진거냐고 했더니 인터넷 등의 발달로 케이팝이 알려진 이유도 있지만 지아와 페이는 이미 중국에서 시스터즈라는 그룹으로 활동한 적이 있다고 하더군요.


 남자그룹으로는 비스트 아닐까요? 사실 지난해 말 데뷔하기는 했지만 올해 본격적으로 활동한 이들은 현재 가요계의 대세로 자리잡을만큼 인기 아이돌그룹으로 떴습니다. 일전에 비스트 콘서트를 다녀왔는데 도대체 1년된 그룹치고 어디서 그런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는지... 일본 사람, 중국사람도 꽤 보이더군요. 중간에 방영되는 영상을 보는데 그들이 한때 재활용 그룹으로 비아냥 섞인 말을 들어야 했다고 하더군요. 멤버중 2PM, 빅뱅에서 각각 탈락한 친구들이 있고, 또 다른 친구는 론칭 전에 해체되는 그룹에 몸담으면서 이들에게 재활용그룹이라는 말이 붙었다고 합니다. 처음에 서럽고 눈물나고 속상했던 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라는데 그것때문에 더 열심히 스스로를 채찍질했다는.... 그런가보다 하고 보고 있는데 제 주변 여기저기서 그 영상보며 훌쩍이는 소녀들도 꽤 되더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아이돌밴드 씨엔블루도 대중성은 확보하는데 성공했죠. 표절 등 구설수에 올랐지만 밴드를 표방해 새로움을 선보였고 영화와 드라마, 예능을 넘나들며 대중스타로서 활발한 활동을 보였습니다.
 

 인디씬에서는 안녕바다와 십센치가 우선 생각나네요. 홍대에서 활동하다가 유수의 대형 레이블 소속이 된 안녕바다는 독특한 감성과 깊이있는 노랫말이 인상적인 밴드입니다. 이름부터 웃음이 터져나오는 십센치는 음악을 갖고 노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는, 즐길거리로서의 음악을 보여주는 친구들 같습니다. 예전에 인디밴드, 홍대 하면 난해한 록음악이나 자신만의 음악세계를 추구하는 밴드들만 모여있는 곳이라는 편견을 가졌었습니다만 언젠가부터는 감성적인 음악을 하는 밴드들의 활동도 많아지면서 20, 30대 여성팬층도 많이 몰리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이곳에서 대중적인 인기를 끄는, 일명 ‘홍대여신’ 들도 생겨나면서 홍대음악은 좀 더 세상밖으로 나오고 변화를 겪은 것 같습니다. 혹자는 홍대여신이니 대중성이니 하는 논의가 음악의 본질과 정체성을 훼손하고 있다며 비판하기도 합니다. 많은 전문가나 아티스트들과 인터뷰하다보면 자신의 음악세계와 대중성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저는 그때마다 무식한 질문이 스멀스멀 기어올라옵니다. 왜 고민하는거지? 그냥 자기가 좋은 거 하면 되는거 아냐? 요즘 시대 음악이라는게 중세 그레고리안 성가처럼 신에게 바치기위한 목적성만을 띤 것도 아닌데, 들어서 즐겁고 좋으면 된거 아냐? 이 사람이 좋다하면 저 사람이 싫다 할 수도 있는건데 뭘 그런걸로 고민하지?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이론적으로 설명은 알아듣겠습니다만 제 귀와 감성은 아직 그런 차이와 입장을 구별하는 경지엔 오르지 못했습니다. 이야기가 너무 딴 길로 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