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은의 잼있게 살기
현빈의 김주원과 권상우의 하도야가 요즘 한창 인기몰이 중이죠. 

연기력도 좋고 멋있기까지 한 이들은 30,`40대 아짐들의 ‘구원’ 그 자체입니다. 까칠하고 차가우면서 엉뚱한 매력의 재벌남 김주원과 껄렁대면서도 정의감 강한 검사 하도야. 이들은 현실에서 잘 보기 힘든, 판타지를 구현한 캐릭터임에 분명합니다.
 
현빈은 현빈대로, 권상우는 권상우대로 가장 잘 맞는 옷을 입었다는 평가를 받는 것도 캐릭터의 힘이 큽니다. 두 사람 모두 그동안 다양한 변신을 시도했지만 잘 안됐지요. 
변신을 향한 배우의 노력은 가상하고 바람직한데 대중들은 그것을 받아들여주지 않으니 때론 안타깝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대중들은 현빈이 연기하는 조폭을 받아들이기 힘들고 지나치게 무겁고 진지한 남자도 낯선가 봅니다. 권상우도 마찬가지죠. 



 

배우들에게 변신은 필수입니다. 한때 반짝 인기를 얻었던 캐릭터로 광고를 찍고 몇몇작품에 추가로 더 출연을 할 수는 있겠지만 싫증을 잘 느끼는 대중들, 급변하는 연예계 트렌드에서 한가지 이미지로만 살아남기란 불가능합니다. 
이 때문에 배우들은 배우로서 오랜 사랑을 받고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 다양한 변신을 시도합니다. 시행착오끝에 성공적인 변신을 해서 연예인에서 배우로 자유로운 몸바꾸기가 가능하도록 성공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하고 한가지 이미지에만 안주하다가 어느 순간 잊혀지는 경우도 부지기수 입니다.
 
현빈, 권상우는 어쩌면 지금 다양한 시행착오중일지 모릅니다. 나름의 변신을 시도했지만 대중들은 받아들이기를 거부했고 이들은 이 때문에 다시 예전 이미지로 회귀하는 듯 합니다. 
그래도 예전과는 조금씩 달라진 모습을 통해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를 해보게 만드네요. 김주원은 단순한 까도남 재벌 이미지에서 여성으로 영혼이 바뀐 연기를 하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선보였습니다. 다음번에는 조금 더 각도를 달리해 또 다른 캐릭터를 추구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할 듯 합니다. 
제작현장에 계신 전문가들도 말합니다. 오랜 경험을 통해 연기의 자유를 얻은 배우가 아닌 다음에야 조금씩 변화를 추구하면서 자신의 스펙트럼을 넓혀갈 영리한 변신이 필요하다고 말입니다.
 
이런 어려움을 겪었던 배우들은 또 있습니다. 국민여동생이던 문근영씨. 

여러 작품을 통해 귀여움의 결정체로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그 역시 마냥 국민여동생에 머물 수는 없었습니다. 성장하고 나이를 먹어가면서 그 나이대에 맞는 역할과 고민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사랑따윈 필요없어 같은 영화에도 출연했지만 대중들은 그에게 너무 심한 낯섦을 느꼈습니다. 성숙한 여성으로서의 문근영의 이미지를 받아들이는데는 대중들도 준비가 안돼 있었던거죠. 어찌보면 국민여동생이라는 기존의 이미지는 변신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조건에 가까웠습니다. 다른 배우와는 비교할 수도 없는 유난스러운 불리함이었죠. 

그래도 문근영은 영리하고 똑똑하게 좋은 기회를 만들었습니다. 바로 남장여인. 신윤복을 연기하면서 그는 이미지 변신이라는 목표에 연착륙할 수 있었습니다. 
지나치게 여성적일 필요도, 지나치게 성숙할 필요도 없이 그전에 갖고 있던 이미지를 넘어설 수 있는 중간다리 역할을 찾았습니다. 남장여자라는 역할 말이죠. 남장여자는 그 자체만으로 뭔가가 부족하고 완성되지 않은, 채워가야 할 부분이 많이 보이는 역할이지요. 

이후 신데렐라 언니로 성인연기, 소위 말하는 연기변신에 성공했고 이제는 어떤 역할을 하더라도 한결 편해졌습니다. 




장동건, 원빈 역시 많은 시행착오끝에 배우로서의 입지를 굳혔죠. 

“얼마면 돼?”의 원빈은 <아저씨>에 이르기까지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왔고 장동건 역시 조각상같은 미소년의 이미지를 과감히 버리고 입에 욕을 달고사는 조폭, 해병대, 전사로서 끊임없이 자신을 버리는 작업을 해왔습니다. 




 
반면 김태희는 연기력도 연기력이지만 이미지 변신을 위한 작품과 캐릭터 선정에서 아직도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듯 해 안타깝습니다. 
나름대로의 변화를 추구하지만 캐릭터로 새로움이 구현되지 않고 그 역시 연기력 논란이 항상 뒤따릅니다. 전지현도 마찬가지인 듯 하고요. 신민아의 경우는 많은 노력을 보이고 있는 중인데 아직은 좀 더 지켜봐야할 것 같습니다.
 
대중들이 특정 배우에게 환호하는 것은 그 사람 자체 때문만은 아닙니다. 어떤 옷을 입었는지,
즉 캐릭터의 힘이 더 큽니다.

특별한 캐릭터를 통해 화제가 되고 인기를 모으면서 소위 뜨는 배우가 생기기 마련이죠. 그만큼 캐릭터가 중요합니다. 그래서 그 캐릭터를 자신의 환상과 결부시켜 완벽한 유일무이의 어떤 대상으로 만들어놓고 거기에 형상화된 이미지인 배우를 끼워맞춰 사랑하고 환호하고 좋아하고 소리치며 자신이 만드는 이미지를 공고히 합니다.  
어찌보면 배우는 그 역할을 맡아 소화했을 뿐인데 대중들은 자연인 배우까지 마음대로 상상하고 환상을 부여하면서 멋대로 재단하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특정 배우가 뭔 잘못을 했다하면 충격을 받고 끝없는 난도질을 해대고 실망하고 지지해주고 하는 거겠죠. 
배우와 캐릭터는 엄연히 분리된 존재인데도 자연인으로서의 자신의 생활까지 구속하게 되는 것입니다. 배우입장에선 어찌보면 불만스러울 수도 있고 억울할수도 있겠지만 배우로서 대중에게 나선 이상 감수해야할 부분일 것입니다. 
 
한편으론, 특정하게 만들어진 배우의 이미지 변신은 무척이나 힘듭니다. 대중문화 컨텐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친밀감이고 그 때문에 제작자들도 ‘이미지 캐스팅’이라는 것을 많이 하게 마련입니다. 
대중들은 낯설고 이질적인 이미지는 쉽게 외면합니다. 반면 대중들은 어떤 이미지를 사랑했다고 하더라도 이내 싫증을 느끼고 새로운 대상을 찾습니다. 대중의 변덕이란 죽끓듯해서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릅니다. 배우들이 끝없이 고민하고 불안스러운 마음이 드는 것도 이 때문일 듯합니다. 
특히 배역을 잘 만나서 떴다는 스타들은 더욱 이런 불안감에 시달립니다. 광고회사의 한 관계자는 “대중의 사랑을 잃을까 하는 두려움과 그에 대해 배우가 받는 스트레스는 상상을 초월한다”면서 “성형수술, 피부과 시술, 화장품 등 아름다움을 유지하고 늙지 않기 위해 투자하고 들이는 그들의 노력은 엄청나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연예인치고 어느 정도 정신병자 아닌 사람이 없다”고 말하더군요.
 
한번 생각해 보자구요. 뽀샤시한 여신 이미지로 완전 뜬 배우가 길거리에 침을 한번 뱉을수 있겠습니까, 방구가 나와도 맘대로 뀔 수 있겠습니까. 술먹고 한번 꼬장부리고 싶은 날도 있을 터인데 그렇게 해볼 수가 있겠습니까, 운전하다 열받는다고 욕을 할 수 있겠습니까. 
뭘 손해 봐도, 따져야 할 일이 생겨도 그저 조용히 좋게좋게 넘어가며 화를 삭여야 할 경우도 많을테고요. 성질부리고 누군가에게 화풀이 했다가 얼마후 혹은 몇년 후 반드시 찌라시나 카더라 통신을 통해 성질 더러운 A양, 생긴 것과 완전 달리 호박씨 까는 B양 등등으로 남의 술자리에서 씹히고 회자되는 거죠. 

대중사이에 유언비어처럼 도는 이야기로 낙심하고 좌절하고 심지어 자살하는 경우까지 비일비재하게 생겨나는 것을 보면 ‘그러거나 말거나’하고 넘겨버릴 수준이 아닐 수도 있고, 그런 것을 받아 넘겨 내기에 마음밭이 여물지 못한 탓도 있을 것 같습니다. 
어쨌거나 ‘이 바닥’에 들어선 이상, 일정 선상에서 어느 정도 자신의 고민과 슬럼프를 극복하고 도를 닦아내지 않는다면 비참하게 도태될 수 밖에 없을 겁니다. 그렇지 않고 잘 극복해낸다면 단단한 배우로 오래 달려나갈 수 있을테지요.
  
단순하게 돈 많이 벌고 대중들의 환호를 먹고 사는 배우들. 마냥 부러움으로 바라봤던 그들이지만 이면에 말못할 고통과 눈물, 노력이 배어 있었습니다. 어느 직업하나 그렇지 않은 게 있겠습니까마는 산이 높으면 골이 깊은게 사람사는 이치인가 봅니다.
 
제 그릇이 이정도 밖에 되지 않아 그런지 모르겠지만 그저 적게 먹고 적게 싸고, 가늘고 길게 살다 가는 것. 그런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게 축복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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