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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식과 탐식

알록달록 사르륵... 입속에 가을이 내린다

by 신사임당 2023. 10. 17.

매년 추석, 설날 명절을 맞아 써야하는 

일종의 김장철맞이 느낌의 기사다

항상 오는데 뭔가 새로워야 하는 

그런 것을 찾는 것이 생각보다 간단치 않다. 

올 설에는 사찰음식을 하는 스님들 중 다과에 특화된 성화스님에게 

사찰음식에서 응용한  다과를 배워봤다. 

 

이번엔 좀더 궁중디저트에 가까운 쪽으로 집중. 

매년 이맘때 하는 생과방 행사가 워낙 핫하기도 하고 

관심도 많고 해서 

궁중병과원에서 추천하는그나마 쉬운 레시피를 들을 수 있었다. 

또 재야에서 고수로 뜨고 있는 

도곡동 강선생님도 만나게 돼서 

비교적 생각보다 다채롭게 꾸밀 수 있었다.

혼자서 이것저것 만들어봤는데 

물론 모양은 망쳤으나 맛은 그럭저럭 흉내는 냈다.  

이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땡기는 메뉴는 개성주악. 

송편은 솔직히 예쁜 모양 내는 것이 쉽지 않고... 내가 너무 똥손이라

밤초는 단맛을 좋아하지 않아 자주 손길이 가는 편은 아니었다.

다식 역시 내 취향은 아니었고 

흡입하듯 먹어 치운 것이 개성주악. 

약과랑 비슷해서 그런가. 

암튼 내가 만들어놓고 맛있다고 먹는게 너무 변태같긴 하지만 

이거 잘 만들어보면 좀 괜찮을 것 같다.... 

 

 

--------------------------------------------------------------------- 2023년 9월27일자 기사 

 

쉽게 만들고 예쁘게 먹는 전통 간식

 

경복궁 생과방에서 만날 수 있는 궁중 다과상.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 서비스를 통해 입소문이 난 이 행사는 웬만해서는 티켓을 구하기 힘들 정도로 젊은 세대에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한국문화재재단 제공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시작된 약과 열풍, 외식 유통업계를 몇년째 휩쓸고 있는 할매니얼 트렌드. 전통 다과를 향한 2030세대의 열광이 식을 줄 모른다. 이달 7일 시작된 ‘경복궁 생과방’ 행사는 웬만한 아이돌 콘서트의 인기를 방불케 한다. 이 행사 티켓을 사려면 소위 ‘피케팅’(피가 튈 정도로 힘든 티케팅) 이상이라는 ‘궁케팅’(궁+티케팅)을 뚫어야 한다.

생과방은 조선시대 임금과 왕비의 후식과 별식을 준비하던 곳이다. ‘경복궁 생과방’은 생과방에서 궁중 병과(간식)와 약차(음료)를 맛보고 즐기면서 가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이다.

행사를 주관하는 한국문화재재단은 방문객의 대다수가 20~30대 여성이라고 설명한다. 트렌디한 문화 소비자의 주축이기도 한 이들에게 전통 간식을 궁에서 맛보는 이벤트는 희소성이 높으면서도 이색적이고 ‘힙’한 문화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통 간식의 앙증맞고 예쁜 모양새는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좋은, 더할 나위 없는 피사체다.

 

전통 간식에 대한 2030 여성들의 관심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직접 떡이나 한과 등 전통 간식을 배우는 데도 적극적이다. ‘경복궁 생과방’을 자문하는 궁중병과연구원 정길자 원장(국가무형문화재 조선왕조 궁중음식 기능보유자)은 “최근 몇년 새 전통 간식을 배우러 오는 수강생들이 많이 늘었을 뿐 아니라 연령대도 상당수가 20~30대일 정도로 낮아져 무척 놀랐다”면서 “전통적 가치 위에 젊은 감각과 아이디어를 더해 우리 것을 알고 지키려는 마음이 고맙고 대견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중에서 마케팅용으로 전통적인 방법이 왜곡되는 것에 대해서는 우려했다. 대표적인 것이 약과다. 약과는 전통적으로 밀을 사용하는 간식인데 ‘찹쌀’이라는 이름이 붙은 약과가 더 비싸게 판매되면서 찹쌀을 사용하는 것이 더 좋은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찹쌀약과를 가르쳐달라고 요청하는 사례가 꽤 있는데 밀을 사용하는 것으로도 충분히 맛있는 약과를 만들 수 있다”면서 “근본적인 부분을 제대로 알려는 노력을 조금만 기울였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홈베이킹 문화가 일반화되면서 집에서 전통 간식을 만들어 보려 시도하는 경우도 많다. 유튜브에는 약과를 비롯해 여러 가지 전통 간식을 만드는 레시피가 꽤 나와 있다. 대체로 한과는 서양 디저트에 비해 만드는 절차가 상당히 번거롭고 오랜 시간이 걸리는 편이다. 약과도 좀처럼 쉽게 성공하기 힘든 아이템이다. 그렇다면 상대적으로 쉽게 만들어 볼 수 있을 만한, 맛과 모양도 괜찮은 전통 간식은 없을까.

 

이렇게 만들어요

 

궁중병과연구원 이종민 교육팀장은 밤초와 꽃송편을 추천했다. 초는 과실의 모양을 그대로 살려 익힌 뒤 꿀에 조리 듯이 볶은 과자를 지칭한다. 이 팀장은 “밤초는 궁중의 잔치 음식을 기록한 <건기>와 같은 고조리서에 나와 있다”면서 “서양과자인 마롱 글라세와 거의 비슷한 맛과 식감을 가진 전통 간식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비슷한 방법으로 대추초도 만들 수 있다. 밤초와 대추초를 같이 차려내는 경우가 많다.

밤초 궁중 잔치음식, 명절 간식으로 딱!

재료 = 껍질 벗긴 밤 200g(중간 크기 15개), 물 3컵, 설탕 100g, 물엿 2큰술, 꿀 1큰술, 잣가루 1작은술, 소금 약간(이하 컵은 200㎖ 계량컵)

1 밤은 속껍질까지 깨끗이 벗겨 물에 씻는다.

2 끓는 물에 5분 정도 밤을 데친 뒤 헹군다.

3 냄비에 물과 설탕, 소금을 섞어 끓인다. 물이 끓기 시작하면 데친 밤을 넣어 약한 불에서 은근하게 끓인다. 끓일 때 거품은 걷어낸다. 물기가 반쯤 줄었을 때 물엿을 넣어 조린다. 거의 조려지면, 즉 물기가 3~4큰술 정도로 줄어들면 꿀을 넣어 맛을 낸다.

4 망이나 채반에 조려낸 밤을 받쳐 여분의 시럽을 제거한다. 채반이 없으면 다른 접시에 담아 시럽이 흘러내리게 하는 방식으로 덜어내도 된다.

5 그릇에 담은 뒤 잣가루를 뿌린다. 잣은 고깔을 떼어내고 칼날로 다져서 가루를 만든다.

밤초와 대추초

꽃송편은 평범하고 밋밋한 송편에 약간의 장식을 더해 색다른 모양과 맛을 즐길 수 있다. 쌀가루 반죽은 열심히 치대다가 탁구공만 하게 만든 뒤 손으로 찌그러뜨렸을 때 갈라지지 않을 정도면 된다. 만약 갈라지면 수분이 부족한 것이므로 끓는 물을 좀 더 넣어 반죽한다. 송편 소는 원하는 재료를 넣을 수 있다. 전통적으로는 팥과 콩을 주로 사용했다. 거피한 팥을 쪄서 절구에 찧는 것이 전통적인 방식이지만 시중에 판매하는 거피 팥고물을 활용할 수도 있다.

꽃송편 조금만 정성 더하면 더 예뻐져요

 

재료 = 멥쌀가루 6컵(방앗간에서 빻아 판매하는 멥쌀가루에는 소금 간이 되어 있어 편리하다), 끓는 물 적당량, 색깔내는 재료(단호박가루, 쑥가루, 녹차가루, 코치닐 분말) 적당량, 거피 팥고물 1/2컵, 삶은 풋콩 1/2컵, 소금·솔잎·참기름·계핏가루·꿀 약간

1 쌀가루를 색깔별로 반죽한다. 흰색 반죽은 멥쌀가루 2컵에 끓는 물 3~4큰술을 조금씩 넣으면서 반죽한다. 녹색 반죽은 멥쌀가루 2컵에 쑥가루나 녹차가루를 넣어 같은 양의 물을 부으면서 반죽한다. 노란색과 붉은색 반죽은 각각 멥쌀가루 1컵에 단호박가루, 코치닐을 섞어 반죽한다.

2 팥고물에 계핏가루와 꿀을 섞어 소를 만든다. 삶은 풋콩은 소금 간을 한 뒤 통째로 사용한다.

3 반죽을 밤알만 한 크기로 떼어 둥글게 빚으며 가운데를 파서 소를 넣고 잘 아물려 모양을 낸다. 쿠키 커터나 쿠키 틀을 사용해 색색의 반죽으로 꽃과 잎사귀 모양 등을 찍어내 송편을 장식한다.

4 찜기에 솔잎을 깔고 송편이 서로 닿지 않게 놓는다. 김이 오른 뒤 20분 정도 찐다.

5 잘 익은 송편을 꺼내 참기름을 바른다.

꽃송편

 

달콤하게 개성주악, 고소하게 흑임자 다식

 

요리연구가 강현영씨는 개성주악과 흑임자 다식을 추천했다. 궁중음식연구원에서 공부하고 전통음식 쿠킹클래스(@annes_cooking)를 운영하고 있다. 일명 ‘도곡동 강선생’으로도 불리는 그의 클래스에는 방송인 김성경·박은지·황유선, 배우 공현주를 비롯해 <재벌집 막내아들>을 집필한 방송작가 김태희씨 등 유명인들이 많이 찾고 있다.

 

■개성주악

 

재료 = 찹쌀가루(방앗간이나 떡집에서 판매하는 습식 찹쌀가루) 2컵 반, 조청 1컵, 물 1/2컵, 밀가루·설탕·막걸리 1/4컵, 생강 10g, 끓는 물 1큰술, 대추와 호박씨 약간

 

1 냄비에 조청과 물, 저민 생강을 넣고 젓지 않은 채로 약불에 한소끔 끓여 식힌다.

2 찹쌀가루와 밀가루를 섞어 체에 내린 뒤 설탕과 막걸리를 넣어 잘 섞고 끓는 물을 넣어 끈기가 나도록 오래 치댄다. 이때 반죽이 질어지면 안 된다. 만졌을 때 살짝 촉촉한 정도가 좋다.

3 반죽을 떼어내 직경 3㎝, 두께 1㎝로 빚는다. 가운데 부분을 젓가락으로 찔러 구멍을 낸다. 모양을 낸 반죽은 기름 바른 쟁반에 놓아 붙지 않게 둔다.

4 냄비나 프라이팬 2개를 준비한다. 한쪽 냄비의 180도로 예열한 기름에 서로 붙지 않도록 반죽을 넣어 노릇하게 색을 낸다. 3~4분 정도, 집었을 때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을 정도면 된다. 1차로 튀긴 주악은 옆 냄비로 옮겨 150도에서 1, 2분 더 튀긴다. 2차례 튀긴 주악을 건져 종이행주에 기름을 뺀다.

5 기름을 뺀 주악을 시럽에 5~10분간 담갔다가 건져 망이나 채반에 올려두고 여분의 시럽을 뺀 뒤 대추나 호박씨 등으로 장식한다.

개성주악

 

■흑임자 다식

재료 = 흑임자가루 1컵, 물엿 1컵, 설탕 1/2컵, 꿀 4큰술, 물 2큰술

1 냄비에 물엿, 설탕, 물을 넣어 젓지 않은 채로 끓인다. 중간불로 한소끔 끓인 뒤 중·약불에 15분 정도 뒀다가 불을 끄고 식힌다.

2 흑임자가루를 그릇에 담은 뒤 찜통에 넣어 20분 정도 찐다.

3 쪄낸 흑임자가루를 절구에 넣고 시럽 3큰술을 섞은 뒤 절구에 찧는다. 한덩어리가 될 때까지 찧다 보면 반죽이 뭉쳐지고 윤기가 나면서 기름이 빠져나온다. 빠져나오는 기름은 유산지로 눌러 제거한다.

4 반죽을 작게 떼어내 다식판에 눌러 모양을 낸다.

5 모양을 낸 다식은 냉동실에 넣어 보관했다가 먹기 전 20~30분 전에 꺼내놓는다.

흑임자 다식. 오른쪽은 흑임자 다식에 금박을 입혀 장식한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