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잡식과 탐식

서울시내에 이렇게 많은 양조장이 있다고?

by 신사임당 2023. 9. 12.

서울시내, 내가 사는 동네 어딘가, 혹은 이웃 마을에 양조장이 있다. 

술을 빚는 그 양조장 맞다. 

언뜻 떠오르는 이미지로는 시골 방앗간이나 정미소 옆에 양조장이 있는 모습 정도인데 

실제로 도심의 건물 안에서 술을 빚는 곳이 꽤 있다. 

막걸리와 같은 전통주만해도 수십곳, 맥주까지 더하면 아마 100곳도 넘을 것 같다. 

그중에서도 전통주인 소주를 빚는 삼해소주에 다녀왔다. 

마포구 성산동에 있는 이곳은 술의 품질과 맛도 좋은데다 위치도 좋아 시음, 강습, 구매 등을 위해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다. 

목요일마다 불목파티를 하는 것도 관련업계에서는 유명하다. 

인스타그램으로 공지되니 관심있으면 살펴보면 좋겠다. 

특히 삼해소주 김현종 대표님이 술에 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주시는데 

정신없이 빠져들만큼 재미있고 흥미롭다. 

해박한 지식에 오랜 경험, 거기에 말솜씨도 워낙 재미있으셔서 시간가는 줄 모른다. 

기회가 되면 소주제조법을 수강하고 싶다. 

 

 

 

기사원문 링크 

 

탁주, 소주 등 전통술 빚는 주요 양조장, 어디에 어떤 게 있나

막걸리나 소주 등 전통적인 우리 술을 빚는 양조장. 술도가라고도 불리는 양조장은 시골 방앗간이나 정미소 옆에 자리 잡은 모습으로 막연히 머릿속에 떠오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서울 시내에 의외로 꽤 많은 양조장이 있다. 아파트 단지 인근이나 주택가 등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발견하기 쉬운 곳에 말이다. 십수 년 전만 해도 서울 시내에는 장수막걸리를 만드는 서울탁주제조협회, 느린마을 막걸리를 만드는 배상면주가처럼 대규모 기업형 양조장들이 주로 있었으나 최근 몇 년 사이에는 개성 있는 소규모 양조장들이 많이 늘어났다. 꽤 이름이 알려진 제품을 생산하는 곳만 해도 30여 곳에 이른다.

조선왕조실록에도 이름이 언급된, 전통방식으로 빚는 소주 ‘삼해소주’를 생산하는 삼해소주는 서울 마포구 성산동에 있다. 바싹 불고기로 유명한 마포구의 노포 역전회관도 건물 내에 양조장을 두고 막걸리를 만들어 판다. 대관람차, 본 등 생막걸리로 잘 알려진 구름아양조장, 연희 시리즈로 인기를 모은 같이양조장도 마포구에 있다. 올 초 마크홀리 막걸리로 화제를 모았던 농업회사법인 홀리워터는 성수동에 있다. 힙한 감성으로 무장한 레스토랑과 바가 밀집한 성수동에서 만나볼 수 있는 전통주 양조장은 홀리워터 외에도 나루생막걸리를 만드는 한강주조, 188양조장(두억시니, 도깨비불 막걸리) 등이 있다. 대학로에는 양조장 ㅎ, 영등포구에는 어릿광대양조장, 서초구에는 서울 효모방, 은평구에는 온지술도가, 성북구에는 보석양조장 등 서울 전역 곳곳에서 작은 양조장들이 전통주를 빚는다. (단, 여기서 말하는 전통주는 법적 개념의 전통주가 아닌, 탁주나 소주, 약주 등 전통적인 생산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보편적, 관습적 개념의 전통주를 지칭한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소비자들과 소통하는 소규모 양조장들.

이 양조장들은 단순히 술을 빚는 공간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소비자들이 찾아와 술을 시음하고 구입하며 취향과 정보를 나누는 장이 된다. 2030 젊은 세대가 전통주의 주된 소비자층으로 부상하면서 생겨난 흐름이라는 것이 관련 업계의 이야기다. 일명 ‘디깅(digging)소비’의 확산에 따른 변화다. 디깅소비는 좋아하는 영역을 파고들면서 정보를 얻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것으로, 2030 소비자들에게서 뚜렷이 나타나는 트렌드다. 소규모 양조장에서 빚는 술은 대형 제조사와 달리 시중 유통망이 부족하다. 이 때문에 직접 찾아가 시음하고 구매하며 제조자와 소통하는 과정을 즐긴다. 시음이나 방문구매 예약, 각종 문의를 위한 주된 소통창구는 인스타그램이다.

성산동에 있는 삼해소주는 ‘불목파티’라는 이름의 정기적인 주류 파티와 시음회, 북토크를 개최할 뿐 아니라 전통 소주를 제조하는 아카데미(4개월 과정)를 운영하고 있는 대표적인 양조장이다. 전통주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주류 관련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지난 1일에도 시음회가 열렸다. 오후 1시에 열린 시음회에 참석한 이들은 11명으로 대부분이 20, 30대였으며 외국인도 한 명 있었다. 재미있는 입담과 해박한 지식으로 무장한 김현종 대표의 전통주 강의와 함께 이곳에서 만든 16종의 술 시음이 이뤄졌다. 이중 시중에 판매하는 것은 45도짜리 ‘삼해소주’와 71.2도짜리 ‘삼해귀주’다. 포도와 유자, 귤, 국화 등 다른 과일들로 발효시킨 약주와 증류주들은 아카데미에서 만든 ‘작품’들. 저마다 한 잔씩 따라 마시며 진지한 감상평과 질문들을 쏟아냈다. “귤 증류주에는 진피를 몇g이나 넣었나요?” “국화는 어떤 방법으로 즙을 내나요?” “소주 한 병이 나오려면 약주 몇 병이 필요한가요?”

삼해소주 김현종 대표가 시음회를 진행하며 전통 소주의 역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맨 마지막에 맛본 71.2도짜리 ‘삼해귀주’에는 특히나 감탄이 쏟아졌다. 한 모금 머금자 고운 향과 은은한 단맛이 입안을 감쌌고 이내 황홀하게 목구멍을 타고 넘어갔다. 높은 알코올 도수를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부드러운 뒷맛과 잔향이 이어졌다. 1병(375㎖)에 30만원으로 상당히 비싼 값임에도 여러 명이 즉석에서 술을 구입했다. 이 술은 방송인 정준하가 유튜브에서 언급하면서 한동안 특수를 누리기도 했다.

 

삼해소주 시음회에 온 한 참가자는 “우연히 선물 받아 맛보게 됐는데 굉장히 인상적이어서 시음회에 참석하게 됐다”고 말했다.

2018년부터 지금까지 삼해소주 아카데미를 거쳐 간 사람만 700명이 넘는다. 취미로 시작했다가 양조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이들도 있다. 김 대표는 “몇 년전만 해도 오프라인 행사나 아카데미를 찾는 사람들의 대다수가 40대 정도였다면 지금은 상당수가 20, 30대”라며 “불목파티나 시음회 등 다양한 오프라인 이벤트들도 소비자들의 요청으로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2022년 4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운영하는 더술닷컴에 따르면 서울 시내에서 전통주를 만드는 양조장(제조사 기준)은 17곳이었다. 1년 사이에 10곳 이상이 증가했다. 양조장이 늘어나는 이유는 소비자층이 젊어지면서 시장이 커졌다는 점도 있지만 소자본 창업이 가능하다는 현실적 이유도 있다. 교육기관이 늘어나면서 기술을 습득하는 것도 예전에 비해 쉬워졌고 맥주와 비교했을 때 요구되는 설비 규모도 작아 창업비용도 상대적으로 적게 든다. 양조업계에서 청년 창업자들이 늘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시장이 확장되었다 하더라도 다른 주류에 비하면 여전히 미미한 규모인데다 경영난으로 휴·폐업하는 곳도 많은 것이 현실이다.

 
 

주류업계의 한 관계자는 “오랫동안 외면됐던 전통주가 본격적으로 주목받으면서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한동안 옥석이 가려지는 과정도 이어질 것”이라며 “전통주 시장을 건강하고 활력있게 만드는 데는 업계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소비자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