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은의 잼있게 살기

요즘처럼 미디어에 마약이 많이 언급되는 때가 또 있었을까. 마약과 연루된 유명인들 뉴스를 비롯해 마약이 우리 일상에 얼마나 퍼져 있는지에 관한 경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내용들이 넘쳐나고 있다.  마약. 무섭고 두렵다. 그런데 우린 잘 모른다. 

 

이에 대해 쉽고 재미있게(?) 알려주는 책이 있다. 지난해 출간된 <우리는 마약을 모른다>(동아시아)이다. 잡고 나서 한숨에 휘리릭 읽게 될 만큼 쉽고 재미있게 쓰였다.  ‘오후’라는 필명의 저자는 방송작가와 기자 등 여러가지 직업과 저작 경험을 통해 일반인들의 마약에 대한 호기심, 궁금증들을 알려주고 있다. 마약하면 일단 공포감, 두려움, 경계심과 함께 한편에선 약간의 호기심도 스멀스멀 올라오는 것이 일반적인 사람들의 생각이다. 그런 부분에서 이 책은 우리가 갖고 있는 오해와 호기심을 상당부분 해결해 줄 것 같다. 나 역시 그러했고. 

 

흔히 하는 오해의 단적인 예를 하나만 들어본다. 먼저 ‘마약’을 한자로 쓸 때 무슨 ‘마’자를 쓰게될까. 보통은 ‘마귀 마(魔)’를 떠올리게 된다. 나도 지금까지 마귀마자를 쓴다고 막연히 생각해 왔는데 마귀의 마가 아니라 마비되다의 ‘마(痲)’를 사용한다. 머릿말에서부터 이 점을 지적한다. 이것 하나만 봐도 정말 내가 마약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구나 싶다 (이해해서 뭐하게? 라고 묻는다면 할말은 없지만...) 

마약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시대를 달리하여 마약을 보는 시선은 어떻게 변화되어 왔는지, 합법화와 불법화에 따른 사회적 파장과 영향은 어떠한지, 그리고 구체적인 마약의 종류와 내용들을 흥미롭게 서술돼 있다. 예수님이 탄생했을 때 동방박사가 선물한 물품 중의 하나가 마약일 가능성이 높았다던가, 미국에서 유통중인 지폐의 90퍼센트에 이 마약 성분이 검출되었다던가 하는 이야기들도 꽤 구미를 자극한다.  

 

 

영화 <마약왕>의 한 장면. ㅣ경향신문 DB

마약은 그 종류에 따라 나타나는 특성이 제각각이다. 일종의 ‘효과’에 따라 분류하자면 각성제, 억제제, 환각제로 나눌 수 있다. 
 

각성제는 중추신경을 흥분시켜 사람을 각성시키는 마약이다. 코카인, 히로뽕(메스암페타민)이 대표적이다. 합법적이긴 하나 니코틴, 카페인도 각성제에 포함된다. 에너지와 활력을 일시적으로 끌어올리다보니 역사적으로 이런 류의 마약은 군인들이나 혹사당하는 노동자들이 ‘사용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영화 <오즈의 마법사> 주인공 주디 갈란드에게 제작진은 빡빡한 일정 소화를 위해 그녀에게 메스암페타민을 먹이고 촬영을 강행했다고 한다.
코카인은 남미 안데스 지역에서만 자라는 코카나무 잎으로 만들어진다. 흡입하는 즉시 강한 자극이 오고 일정 부분 일의 효율을 끌어올려 준다. 여러가지 마약의 종류 중에서도 특히 잘 사는 백인들이 애용하는 마약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영화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에서 주로 나오는 마약이기도 하다. 영화 등에서 보면 코카인을 지폐로 흡입하는 장면이 꽤 나온다. 앞서 설명했듯 미국의 시중 유통 지폐 90%에서 이 성분이 검출되었다 하니 고도화된 자본주의의 상징격인 마약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유명한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는 코카인의 열성적인 팬이었다고 한다. 또 19세기엔 코카인이 들어간 포도주 ‘뱅 마리아니’가 유행했는데 이 포도주 애호가들로는 유명 작가인 쥘 베른, 에밀 졸라, 헨릭 입센 등이 있다.

환각제의 대표적인 마약은 LSD다. 이 마약을 복용하고 나면 양극단의 감정을 오가는 경우가 많다. 히피들이 사랑했던, 명상을 통해 깨달음을 얻으려는 사람들이 즐겼던 마약이라고도 하는데 1960년대에는 광범위하게 많이 사용되었다. 얼마전에 SNS를 통해 LSD를 복용하고 환각상태에 빠져들어가는 사람이 그린 그림의 변화상이 급속도로 퍼진 적이 있다. 별 생각없이 화면을 보는데 괜히 으스스해지고 소름이 돋았다. 

 

우리가 아는 유명인들 중에서도 LSD를 복용했던 이들이 많다. 저자가 대표적으로 꼽는 사람은 비틀스, 스티브 잡스, 올더스 헉슬리 등. 잡스는 자서전에서 LSD를 복용한 것이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경험 중 하나라고 고백했고, 헉슬리는 임종 직전 아내에게 LSD 한 대 놓아달라는 유언을 했다고 한다. 
 
억제제는 각성제와 반대로 중추신경을 억제한다. 대표적으로는 양귀비를 원료로 한 아편, 모르핀, 헤로인, 대마초, 물뽕 등이다. 알콜 역시 억제제의 대표격이다. 나른한 행복감과 수면, 마취의 효과를 내는데 사용한다.  시인 새뮤얼 콜리지, 소설가 에드거 앨런 포, 알렉상드르 뒤마는 아편에 빠져 있었다. 

19세기 이전엔 마약 중독을 취미생활이나 습관 정도로 생각했다. 부정적인 인식이 강해진 것은 19세기부터다. 그 이유는 산업혁명으로 생산성을 강조하고 노동피로가 커지면서 마약사용이 급증했고, 피해가 속출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조금씩 헤깔린다. 소프트한 것으로 분류된 마약의 종류는 합법화 하자는 건가, 지금의 규제가 과도한 건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건 아니다. 앞서 언급했던 마약의 ‘마’자도 무슨 뜻일지 모를 정도로(설마 나만 몰랐던 건 아닐거라 믿을 생각이다) 무지함과 오해에 싸여 있는 마약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줌과 동시에 마약이라는 존재에 대해 최대한 가치중립적으로 설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