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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스코프

A 부터 Z 까지... 케이팝을 이해하는 키워드

by 신사임당 2018. 12. 17.



올해의 인물로 BTS를 꼽는 기사를 정리하던 중 내친 김에 이것도 정리해 올려본다. 

지난 6월인가 BTS가 빌보드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한 뒤 외신에 나온 기사들을 봤었는데 가디언이 정리했던 이 기사가 재미있어서 어딘가 저장해 둔 것을 지금 다시 보게됐다. 우리도 가끔씩 약식 버전으로 이런 식의 정리를 해보긴 하는데 가디언도 이런 방식으로 K팝에 대한 기사를 정리했다. A부터 Z까지 모든 것을 다 채우진 않았으나 비교적 성실하게 한 편이다. 게다가 한국적인 미묘한 현실을 잘 이해한 것 같아서 흥미롭다. 


이런 기사를 보면 BTS가 대단한 일을 했다 싶긴 하다. 가디언이 케이팝에 대한 이 기사를 쓰기 위해 얼마나 취재하고 재미있게 소화하려 아이디어를 짜냈을까 싶은게 보이니 말이다. 가디언이 국내의 문화 관련 소재에 이렇게 공들여 기사를 썼던 것은 예전에 정관스님 인터뷰 기사가 있다. 아무튼 가디언은 이 기사 말고도 K팝 다음 주자로 몬스터 엑스에 대해 쓰기도 했다. 


가디언이 제안하는 케이팝을 이해하는 가이드 A부터 Z까지. 케이팝에 대해 모르더라도 입문용으로 적절한 기사다. 


충실한 번역은 아니고 내 마음대로 설명을 섞어 정리했으니 정확한 원문을 보고 싶으면 아래 링크를 클릭하심 된다.


가디언 원문




A  agency


에이전시라는 개념을 이해해야 한다. 한국 식으로 말하자면 ‘소속사’의 개념이다. 

앨범을 보면 레이블이라는게 있다. 유니버셜, 소니 같은 것들 말이다. 그런데 한국에는 이 레이블이라는 개념과는 조금 다른 ‘기획사’, 혹은 ‘소속사’가 있다. 레이블이자 브랜드인건데 JYP, YG, SM, 큐브, 플레디스, 스타십, FNC 따위의 것들이다. 소니나 유니버셜은 아티스트와 계약해 그들의 앨범을 소니, 유니버셜 레이블로 발매하는 개념이라면 한국의 소속사는 수많은 10대 연습생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오디션을 거치고 트레이닝을 시켜 아이돌 그룹이라는 형태로 문화 산업 시장에 데뷔시킬 ‘상품’을 만든다. 

외국의 에이전시는 앨범 발매라는 비즈니스 영역에 집중된 역할을 하지만 한국의 에이전시, 즉 기획사는 매니지먼트, 홍보, A&R(음반 기획), 제작, 콘서트와 이벤트 총괄까지 다 한다. 




B   Big Hit & BTS


BTS 그리고 그들의 소속사인 빅히트다. JYP 소속 작곡가였던 방시혁이 2013년 BTS를 데뷔시키면서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현재 한국에서 가장 돈 잘버는 에이전시가 됐다. 

BTS 멤버는 래퍼 RM, 슈가와 제이홉, 보컬리스트 지민, 정국, 진, V. 이들은 현재 케이팝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고 있다.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C   comeback  choreography


K팝에 있는 컴백 개념도 소개해 놨다. 이는 국내 가요계의 독특한 현상이기도 한데 디지털 음원시대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많은 곡을 수록한 앨범을 대중들이 찬찬히 듣는 구조가 아니므로 싱글, 혹은 미니앨범 형태로 쪼개서 새로운 앨범, 즉 신곡을 발표한다. 일년에도 몇차례씩 이렇게 컴백하며 팬들을 만나는데 BTS는 전형적으로 이런 사이클로 활동했다. 즉 거의 쉼 없이 신곡을 발표하고 팬들을 만나며 활동을 이어왔다는 이야기다. 

물론 모든 팀들이 그런건 아니다. 빅뱅처럼 2, 3년에 한번씩 컴백해 팬들이 지쳐 떨어지게 한 경우도 꽤 있다. 대체로 YG 소속 아티스트들의 컴백주기가 긴 편이다. 


그리고 choreography는 안무라는 뜻이다. 케이팝 아이돌 가수들의 퍼포먼스의 핵심 요소. 케이팝 아이돌그룹은 완벽하고 복잡한 안무를 구현하기 위해 끝없이 연습한다!! 



유튜브에 choreography 라는 단어를 치면 케이팝 그룹의 안무동영상이 촤르륵 뜬다. /유튜브 화면 캡처




D  drama


첫 문장 If hip-hop has beef, then K-Pop has drama  이걸 보고 뭔말인지 몰라서 한참 헤매야 했다는.. 

아이돌그룹과 팬덤, 혹은 팬덤끼리의 관계를 드라마로 표현해 놓은 것인데 이 부분 역시 ‘이런 것까지...?’ 할 정도로 재미있다. 

90년대 1세대 아이돌 그룹 팬덤끼리의 물리적 충돌, 엑소 팬덤인 엑소L과 BTS 팬덤 아미의 온라인 설전 등을 언급하며 팬덤 사이의 충돌을 보는 것도 케이팝을 이해하는 재미있는 요소로 소개하고 있다. 




E  experimental


다양한 실험이다. 케이팝이 시도하고 있는 실험들에 필적할 것이 거의 없다. 팝, 록, 힙합, 레게, EDM, 라틴, 재즈 등 온갖 장르의 음악을 섞어 새로운 사운드를 만들어니다. 또 메이크업이나 스타일링에서도 그렇다. BDSM을 연상케 하는 하네스 뿐 아니라 눈과 귀를 자극하는 온갖 것들을 선보인다. 



하네스가 궁금할 분들을 위해.... BTS 팬들의 심장을 멎게 한다는 하네스 차림... 지민/ 유튜브 캡처




F  Fandom


팬덤. 케이팝을 지탱하는 힘이다. 팬덤은 한 그룹에 열렬히 헌신하며 팬덤과 그 팬덤의 사랑을 받는 아이돌그룹은 서로 지지하고 의지하는 동반자로서의 관계를 이어간다. 케이팝 콘서트에서 아이돌그룹이 팬들에게 감사를 표현하며 바닥에 엎드려 인사를 하거나 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BTS 뉴욕 콘서트를 앞두고 포즈를 취한 아미 멤버들/ 하경헌 기자 촬영




G  genres


앞부분 실험과 약간 겹치는 것이기도 하다. 케이팝은 다수의 장르에서 가장 최신의, 인기 많고 사람들을 열광시킬만한 요소들을 뽑아낸다. 이 기사에선 fluid beast라고 했는데 그때 그때 상황에 따라 잘 변하고 적응한다는 뜻이겠지...




H  Hallyu


한류다.  케이팝은 한류의 한 부분이다. 1999년부터 이 용어가 쓰이기 시작했다. 드라마, 영화 등 해외에서 유통되는 한국의 모든 문화상품을 아우른다. 

참고로 한류라는 단어는 1999년 북경청년보가 처음 쓴 것에서 유래했다. 




I  idol


아이돌. 케이팝 스타를 흔히 아이돌이라고 지칭한다. 이들은 십대 시절에 오디션을 통해 유명 기획사에 들어가 트레이닝을 받는다. 서구의 셀러브리티들과 달리 아이돌들은 무대 위에서든 밖에서든 ‘완벽’하게 행동해야 한다. 데이트도 하지 말아야 하고.  

그리고 데뷔 초기에는 돈이 없다. 소속사가 이들을 훈련시켜서 데뷔하기까지의 과정 동안 많은 돈을 쓰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중에는 광고 등으로 큰 돈을 벌 기회가 생긴다. 빅뱅, 샤이니, 소녀시대, 신화, 젝스키스 등 10년차 이상인 그룹들은 여전히 인기가 있다. 그리고 BTS를 비롯해 트와이스, 워너원, 엑소 등은 요즘 가장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그룹들이다. 




J  Japan


일본. 한국 아이돌그룹에게 일본은 수익 측면에서 가장 크고 중요한 해외 시장이다.



2012년 도쿄돔에서 열린 슈퍼주니어 콘서트에서 팬들이 환호하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



K  K-pop


케이팝. 현재와 같은 케이팝의 원형은 1992년 서태지와 아이들로부터 찾을 수 있다. 




L  legal issues


법적 이슈들. 소속사와 그룹 멤버간의 법적 분쟁, 그것도 몇년에 걸쳐 지루하게 이어지는 공방들. 그리고 부정적인 포스팅을 하는 안티팬에 대해 소속사가 협박을 하는 경우도 잦다고 하고 있다. 그러면서 붙인 설명이 한국 법에서 성립되는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다. 우리나라만 이런 법이 있는건가... 잘 모르겠다. 




M  MV


뮤직비디오. 역시 케이팝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유명 뮤직비디오 프로듀서로 꼽히는 이들(팀)은 룸펜스, 디지페이, VM 프로젝트 아키텍처, 자니브로스, 타이거케이브, 스튜디오 나이브 등이다. 




P producer


프로듀서. 음악을 만드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들이다. 한국 소속사들은 독점적으로 프로듀서와 계약을 맺기도 하고 세계적인 프로듀서들과도 집중적으로 협업하는 경우가 많다. SM의 겐지, YG의 테디 등이 소속사에 속한 프로듀서라면 영국의 프로듀서팀인 LDN Noise, 스웨덴 팀 Caesar & Loui 등은 SM과 많이 작업했다. 

 한국의 유명 프로듀서로는 BTS 곡의 상당수를 작업한 피독(Pdogg)을 비롯해 신사동 호랭이, 프라이머리, 용감한형제, 스위튠, 블랙아이드필승 등이다. 



신사동 호랭이/ 경향신문 자료사진




R  rookies


루키. 즉 신인이다. 대형 기획사 소속의 신인들은 데뷔 시절부터 유명세를 타기도 하고 굵직한 성과를 내기도 한다. SM의 NCT나 YG의 블랙핑크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블랙핑크/ 경향신문 자료사진




S  sasaeng


사생. 사생팬이다. 우리말이 그대로 고유명사가 된 것 같다. 사생팬은 아이돌 그룹의 집에 들어가거나 호텔방에 녹화장치를 설치하는 등 집착하는 팬들을 일컫는 말이다. 이들은 스타의 전화번호나 항공좌석을 알기 위해 직원을 매수하기도 하고 결혼식과 같은 사적 행사에 난입하기도 한다. 


2012년 칠레 산티아고 공연을 앞두고 사생팬 논란에 대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JYJ.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T  traing


트레이닝. 보컬, 춤 등 전분야에 걸친 강도높은 트레이닝은 필수다. 빡빡한 연습으로 짜여진 매일의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데 평균적으로는 3년의 트레이닝 과정이 필요하고 8년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 국내 가요팬들 사이에 유명한 지소울의 데뷔에 대해서 가디언 역시 소개하고 있다. 지소울은 무려 15년이라는 최장기간의 연습생 과정을 거쳤다. 




V  V live


거의 모든 케이팝 가수들의 필수 관문이 된 V live.  예전 TV 음악 방송의 위상을 훨씬 넘어섰을 뿐 아니라 지금은 국내외 팬들과 소통하는데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창구다. 




W  world tour


월드투어. 해외 콘서트를 일컫는다. 일본, 중국, 아시아와 북미를 넘어 호주, 유럽, 남미 등으로 무대가 확산되고 있다. 


2013년 지드래곤의 '원 오브 어 카인드' 월드 투어 무대/ YG엔터테인먼트 제공




X  xenophobia


외국인 혐오. 한국 내 엔터테인먼트 무대에서도 이같은 문제가 주요한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흑인에 대한 편견과 비하다. 그들의 외모나 특징이 코미디의 대상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블락비, 빅뱅, 엑소, 갓세븐, 포미닛 등 여러 그룹들이 인종이나 외국인에 대해 사려깊지 못한 행동으로 국제적 비판을 받은 적이 있다. 




Y  youtube


유튜브. 유튜브가 없었다면 오늘날의 BTS는 존재했을까 싶을 정도로 유튜브는 케이팝의 세계적 확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소속사나 가수들이 찍어 올리는 영상 뿐 아니라 팬들이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많은 영상들도 팬덤을 확장시키는 역할을 한다. 




Z   zany


zany의 사전적 의미는 엉뚱한, 재미있는.. 그런 뜻이다. 여기서는 예능의 중요성에 대한 언급으로 보면 될 것 같다. 예능을 잘 활용해야 한다는. 심지어 이 기사에서는 Being a little crazy helps  라고 쓰고 있다. 

실제로 예능을 통해 ‘빵’ 떠서 개인 뿐 아니라 그룹의 인지도를 올리는 사례는 적지 않았다. 

BTS의 V, Exid의 하니, 갓세븐의 잭슨, 슈퍼주니어의 희철 등을 대표 사례로 거론하면서 아는 형님, 런닝맨, 주간 아이돌 등을 주요 예능 프로그램으로 소개하고 있다. 


예능프로그램 제작발표회에서 포즈를 취한 EXID 하늬 /경향신문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