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히들스턴이 정소민씨(오른쪽)에게서 인형을 전달받은 뒤 셀카를 찍고 있다/ 정소민씨 제공
유튜브 채널 ‘코튼 팩토리’는 마블 팬들 사이에 유명하다. 내한한 배우들을 만나기 위해 기다리고 선물을 전달하고 사인을 받는 등 온갖 ‘덕질’(열성적인 팬의 활동)을 촬영한 영상을 업로드하기 때문이다. 채널이 개설된 지 이제 석 달 정도 됐을 뿐인데 그의 ‘덕질’을 보려는 구독자가 4000명이 넘는다.
‘덕후’ 정소민씨(25)는 블로거이자 유튜버, 영화 마케팅 서포터즈 등 다양한 활동을 한다. 2015년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을 계기로 영화 블로그 운영을 시작한 그가 본격적으로 알려진 것은 2016년 마블이 실시한 팬아트 공모전에 당선되면서다. 당시 ‘닥터 스트레인지’의 캐릭터를 본뜬 인형을 만들었던 그는 홍콩에서 열린 영화 프로모션 행사에 초대돼 베네딕트 컴버배치에게 직접 인형(사진 오른쪽)을 전달했다. 인형 만들기에 재미를 붙인 그는 지난해 7월 <스파이더맨: 홈커밍> 개봉에 맞춰 한국을 찾았던 배우 톰 홀랜드에게 레드카펫 현장에서 인형을 선물했다. 올 4월 방한한 톰 히들스턴에게도 역시 같은 선물을 했다. 자신의 캐릭터를 닮은 인형을 선물 받은 이 배우들이 다른 인터뷰에서 그에게 선물 받은 인형을 언급하는 바람에 정씨는 ‘베이비돌 장인’으로도 불린다.
정씨 같은 일반 팬들이 배우들과 따로 접촉할 기회는 없다. 레드카펫 현장에서 펜스 너머로 건네주는 것이 고작이다. 때문에 배우를 바로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좋은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무조건 일찍 가서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하루 전날 밤을 새우는 것은 기본이다.
“중학생이던 2006년부터 코믹스에 빠졌어요. 일본 애니메이션만 해도 제법 팬층이 있는데, 미국 코믹스는 정말 비주류였거든요. 다른 사람들과 취미를 공유한다는 사소한 즐거움을 누릴 기회 없이 혼자서만 ‘팠어요’.”
2012년 <어벤져스>가 개봉한 뒤 마블 슈퍼히어로가 국내 팬들에게 알려지면서 ‘덕후’ 친구들이 생겨났다. 내한 배우들의 레드카펫 현장을 찾아갔고 함께 돈을 모아 캐릭터 상품을 공동으로 제작·구매하기도 했다. 팬들끼리 교류회를 열어 정보나 캐릭터 상품을 나눌 때도 있다. 영화 상영기간이 끝난 뒤에는 따로 극장을 대관해 상영회도 갖는다. 이때는 팬들이 캐릭터 코스프레를 하고 참여해 파티처럼 꾸며지기도 한다.
정씨처럼 영화 속 캐릭터를 좋아하고 관련 활동을 즐기는 덕후들을 ‘쩜오디’ 덕후라 일컫는다. 좋아하는 대상이 애니메이션이라면 2D, 가수나 배우 등 현실의 인물이라면 3D, 영화 속 캐릭터이면 2.5D인데 이를 줄여서 ‘쩜오디’라 부르는 것이다. 그는 “마블은 영화 속 세계가 현실과 연결되고 이어지는 것처럼 상상하게 할 뿐 아니라 그 상상을 눈앞에 보여주기 때문에 쩜오디 덕후들에게 더할나위 없이 매력적인 대상”이라고 말했다.
정소민씨가 마블 팬아트 공모전에 출품했던 닥터 스트레인지 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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