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은의 잼있게 살기

4.3 기념관에 붙어 있넌 '서청' 관련 설명

 

 

4.3과 관련해 제주도민들에게 악몽과 같은 이름은 서청, 즉 서북청년회 혹은 서북청년단이다. 육지에서 경찰 보조로 제주에 내려와 도륙과 만행을 일삼았던 이들이다. 말 그대로 북한의 서북지역 출신들이 중심이 돼 결성됐다.

북한에 공산정권이 들어서면서 많은 이들이 이를 피해 월남했다. 공산정권에 의해 탄압받으면서 월남한 이들은 자연히 뼛속부터 공산당에 대한 적개심이 사무쳐 있었다. 당시 정권은 이들을 지배의 도구로 활용했고 이후 이 세력 자체가 힘을 키우고 성장하면서 한국의 주류 기득권이 됐다.

역사적 기록에 보면 서청의 ‘활약’이 두드러졌던 것이 4.3 진압이다.
47년 총파업 후 미군정에 의해 ‘빨갱이 섬’으로 낙인찍힌 제주도에 정권은 서청을 파견한다. 빨갱이 때려잡는 일이 존재의 이유였을 이들에게 ‘빨갱이 섬’ 제주 도민들이 어떻게 비춰졌을지는 불문가지다. 양조훈 4.3 평화재단 이사장의 설명에 따르면 당시 정권은 서청을 제주에 내려보내면서 식량이나 월급과 같은 지원없이 ‘몸’만 보냈다. 주민들을 약탈하고 괴롭히는 것은 예견된 일이었다. 경찰지서에서 보조원으로 일하던 이들은 마을 사람들을 붙잡아 폭행하고 고문하는 식으로 식량과 재물을 수탈했다.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자 여성들을 대상으로 성폭행도 부지기수로 자행됐다.
 
그렇다면 서청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떤 세력의 비호를 받았을까.
장신대에서 출간된 <기다림과 서두름의 역사 : 한국 장로교회 130년>을 보면 다음과 같은 대목이 나온다.
‘베다니전도교회(영락교회)에는 월남한  청년들이 많이 모였다. 한경직을 따라 남한으로 온 청년들도 다수였다. 이들이 ’서북청년단‘의 결성을 주도했다.’ 이때가 1946년 11월이다. 개신교계 원로로 존경받아온 한경직 목사와 영락교회가 서북청년단의 요람이었던 셈이다.
 

북한에서 월남한 이들의 상당수는 개신교인이었다. 실제로 국내의 많은 대형교회는 월남한 인사들에 의해 세워졌다(영락교회 뿐 아니라 MB로 유명세를 탄 소망교회 창립자 곽선희 목사도 서북출신이다). 월남한 인사들은 자연히 철두철미한 반공주의로 무장해 있었다. 냉전상황에서 반공을 국시로 국정을 운영한 극우독재 군사정권과 주류 교회가 운명공동체일 수 밖에 없었던 셈이다. 정권이 주창하는 바를 개신교계는 신학적으로 이론화 하고 명분화해서 국정을 도왔으니 급속한 기득권 세력이 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냉전상황에서 반공이념이 지배하던 그 때의 논리들, 그리고 지금도 이어지는 그 논리들을 보면 북한 혹은 그에 가까운 세력은 그저 사탄이고 진멸해야 할 대상이다. 그래서 주류 기독교계의 주장을 보면 과연 신앙의 뿌리가 요한복음 3장16절과 같은 복음의 핵심, 즉 성경에 있는건지 반공이데올로기에 있는건지 종잡을 수 없을 때가 많다. 과연 무엇을 믿고 신앙하는 것인지 묻고 싶을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다시 서북청년단으로 돌아가, 그들이 자행한 행위들을 과연 신앙에 바탕한 행위라고, 그들을 신앙인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그들의 행위가 십자군 전쟁 당시와 뭐가 다르며  IS와 뭐가 다를까 싶다. 그런 역사를 자랑스러워하고 버젓이 지난 정권동안 서북청년단을 재건한다고 공공연하게 외치고, 그 중심에 그때의 뿌리였던 개신교계가 본질이 하나도 변하지 않은 채 여전히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모습을 보면 참담하다. 최소한 신앙인이라면, 아니 사람이라면 반성과 사과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역사학자 윤정란씨가 쓴 <한국전쟁과 기독교>라는 책을 통해 현재 주류 기득권이 된 한국 개신교의 뿌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아무튼 주류 개신교계의 뿌리가 제주 4.3사건 탄압의 핵심세력이다보니 개신교계는 결코 여기서 자유로울 수 없다. 70년이 지나는 동안 여지껏 제대로 된 공식적 사과도 없었다. 올해 70주년을 맞아 천주교와 불교계에서는 상처를 되돌아보고 치유하는 추모 행사에 적극 나서고 있다. 조계종은 4월 3일부터 희생자의 넋을 위로하는 천도재를 지낸다. 천주교도 제주교구 문창우 주교를 위원장으로 하는 제주 4.3 70주년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불교와 천주교처럼 중앙집권적인 조직이랄 수는 없지만 그래도 주류개신교의 다수가 포함되는 한기총은 이에 대하 아무런 반응이나 언급이 없다. 그나마 진보개혁적인 개신교 단체 NCCK가 제주 4.3의 아픔을 나누는데 올해 공식적인 첫 걸음을 뗐다. 지난 14~15일 이틀간 NCCK는 부활절을 맞아 제주 4.3평화기행에 나서 희생자 추모 등의 행사를 가졌다. NCCK 관계자는 “교회가 이같은 비참하고 참혹한 일에 개입했음을 인정하고 사죄해야 한다”면서 “정의로운 화해와 치유에 교회가 나서지 않으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한국 주류 대형교회의 사과는 언제쯤 가능할까. 촛불세력을 빨갱이라고 폄하하고, 장로라서 대통령으로 뽑아줘야 한다는 그런 망상과 착각에서 깨어나지 않고서는, 아니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정신이 중심이 된 순수한 신앙으로 돌아오지 않고서는 그런 날이 오길 기대하기는 힘들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