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좋아졌다고, 시대가 달라졌다고 하지요. 그러면서 내게 물어요. 이제는 바꿀 때도 되지 않았냐고요. 하지만 지난 수십년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금방이라도 통일이 될 듯 희망으로 차올랐다가 다시 암울해지기를 반복했어요. 그러니 분단의 문제는 통일이라는 목표가 이뤄질 때까지 내 주제일 수밖에 없지요.”
작가 송창(65)은 1980년대 초반 데뷔한 이래 분단이라는 화두를 놓지 않았다. 광주에서 대학시절을 보낸 그에게 격동의 1970~1980년대는 예술적 자양분이 됐다. 그때나 지금이나 작가의 길은 ‘시대정신’임을 믿는 그는 일제강점기와 해방 후의 혼란기, 전쟁, 굴곡진 현대사 등 분단이라는 특수상황에 처한 한국의 현실을 꾸준히 화폭에 담아왔다. 지난 9년의 역사적 퇴행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현재 그의 작업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영천사격장> 앞에서 포즈를 취한 송창 작가
현재 그는 서울 소격동 학고재 갤러리에서 개인전 ‘꽃그늘’을 통해 그간의 작품 39점을 선보인다. 여기에는 그의 초기작부터 최근 그가 천착하고 있는 주제인 ‘꽃’을 다룬 작품까지 포함된다.
“우리 사회 문제의 근원은 분단체제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지금도 군사적인 힘과 분단이 많은 이슈를 지배하고 있지요. 제가 자라던 시절엔 더 말할 것도 없었고요. 그런 구조에서 산업화·민주화의 그늘은 짙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서울 근교 소도시에서 미술교사로 재직하며 화단에 데뷔한 그를 사로잡았던 것은 산업화의 그늘이었다. 난지도와 강남신도시 변두리의 쓰레기 매립지 등을 중점적으로 그렸으며 1990년대 들어서는 일제강점기에서 광주민주화 항쟁까지 역사적 사실에 집중했다.
2000년대부터는 파주와 연천, 임진강, 판문점, 민간인 통제선 내부 지역 등 분단의 흔적이 배어 있는 지역들을 주로 찾았다. 2010년 연천의 유엔군 화장장을 방문했을 때 우연히 낡아빠진 조화 한 무더기가 쌓여 있는 것을 발견한 뒤엔 ‘꽃’에 천착했다. 분단의 구조는 죽음으로 귀결되고, 그 죽음을 상징하는 의미에서 사용한 꽃은 서늘하고 아프다. 이번 전시에서는 설치작품 ‘꽃그늘’을 비롯해 조화를 사용한 작품 여럿을 만나볼 수 있다. 그는 “꽃을 통해 사라지고 잊힌 사람들에게 산 자의 기원을 전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신관 지하 2층, 지하 1층, 본관 순으로 전시관을 따라가면서 그의 작업을 선조적으로 만날 수 있다. 전시회는 다음달 24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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