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어린이들의 친구 곰돌이 푸를 비롯한 디즈니 캐릭터, 어린이들의 대통령으로 불리는 토종 캐릭터 뽀로로. 인기 캐릭터는 대체로 어린이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기반으로 성장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핀란드에서 날아온 캐릭터 무민은 좀 다르다.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그림책을 통해 국내에 들어왔지만 20~30대 여성층의 뜨거운 사랑을 기반으로 최근 몇년간 급성장했다. 출판물과 캐릭터숍, 카페가 속속 선을 보인데 이어 9월 2일부터는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국내 최초로 ‘무민원화전’이 열린다.
카드를 위한 드로잉 1940년경 과슈, 종이, 27x21cm www.moomin.co.kr ⓒMoomin Characters™
■캐릭터 무민
하얗고 포동포동한 몸매를 가진 무민(Moomin)은 1945년 핀란드에서 동화작가 토베 얀손에 의해 탄생했다. 핀란드 골짜기에서 가족들, 친구들과 함께 살며 모험을 떠나는 무민은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괴물인 ‘트롤(Troll)’의 일종이다. 하지만 괴물과는 거리가 멀다. 하마를 닮은 무민은 보는 것만으로도 포근해질만큼 귀엽다. 무민의 가족으로는 무민파파, 무민마마가 있다. 여자친구 스노크메이든, 절친 스너프킨, 미이도 무민 시리즈의 주요 등장인물이다. 스노크메이든의 외모는 둥글둥글 한 것이 무민가족과 흡사하다.
<무민가족과 대홍수>라는 작품을 통해 세상에 알려진 무민은 이후 <무민골짜기에 나타난 혜성> <무민골짜기의 겨울> 등의 시리즈로 주목을 받게 됐다. 70년이 넘는 역사에 걸맞게 핀란드에서는 전국민적 대표 캐릭터로 자리잡았으며 무민 테마파크와 박물관도 명소가 됐다. 북유럽과 영국, 일본, 홍콩 등지에서도 사랑받고 있는 무민의 인기는 특히 일본에서 유별나다. 1969년 일본 후지 TV는 세계 최초로 무민 애니메이션을 제작했다. 다양한 캐릭터 상품도 개발되고 있다.
■여심 사로잡은 무민
국내에 무민 캐릭터가 들어온 것은 수십년전, 소위 ‘해적판’ 동화책을 통해서다. 이렇다 할 존재감이 없다가 2000년대 초반 한길사에서 연작 동화집을 출간하며 국내에 정식 출판물로 소개됐다. 2010년 작가정신에서는 개정된 그림동화 시리즈를 내놨다. 당시만 해도 유아·아동분야에 머물러 있었던 무민은 뽀로로와 같은 국산 캐릭터의 강세 때문인지 캐릭터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출판계에서는 무민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때를 2013~2014년 쯤으로 보고 있다. 일본 내에서의 높은 인기가 국내로 전파된데다 그림동화와 만화 시리즈 등이 완간되면서다. 국내에서도 인기가 많은 일본 작가 에쿠니 가오리의 에세이집 <부드러운 양상추>를 통해 20~30대 여성들 사이에 입소문이 난 캐릭터 무민은 이후 일본 여행객들이 캐릭터숍 방문 인증샷을 앞다퉈 SNS에 올리면서 인기가 확산됐다. 여기에 방송 등 대중매체의 조명도 한몫했다.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담당 김현정씨는 “2014년부터 성인 독자들로 독자층이 확산되면서 전년보다 2배 이상 판매량이 늘어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밋밋한 듯 순둥순둥한 외모의 무민 캐릭터는 그해 말 던킨도너츠가 구매고객에게 무민 쿠션을 증정하는 프로모션을 실시하자 쿠션 20만개가 순식간에 동날 정도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무민을 즐기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은 무민 캐릭터 상품전을 꾸준히 내놓고 있다. 컬러링북, 스티커북, 엽서북, 퍼즐, 보틀 등을 패키지로 묶어 제작한 무민 스페셜 에디션 1000세트가 매진되면서 추가로 1000세트를 제작·판매하고 있다. 알라딘 마케팅팀 조선아 과장은 “구매자의 83%가 여성이고 이중 상당수가 20대”라면서 “그동안 국내에 흔치 않았던 캐릭터인데다 유행에 민감한 여성들을 중심으로 SNS를 통해 공감대가 형성됐던 것이 주된 이유인 것 같다”고 말했다.
젊은 여성들을 주 소비계층으로 하는 관련업계에서 무민은 매력적인 캐릭터다. 국내 라이센스를 독점적으로 담당하고 있는 SMC는 “문구, 의류, 식품, 화장품, 완구, 디지털 아이템 등 60개 이상의 업체와 라이선싱 계약을 맺고 다양하게 상품화됐다”면서 “더 많은 제품군으로 확대하는 한편 캐릭터숍도 추가로 오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작가정신은 무민 만화를 국내 최초로 완역한 <무민 코믹 스트립> 1, 2권을 최근 출간했다. 1954년부터 영국의 석간신문 ‘이브닝 뉴스’에 연재된 것으로, 모두 6권으로 완간할 계획이다. 또 스웨덴어판을 직접 번역한 무민 소설집도 내놓을 예정이다. 작가정신 윤소라 팀장은 “무민 시리즈는 겉보기엔 아동용 도서로 보이지만 배려와 관용을 강조하고 있으며 철학적이고 깊이 있는 메시지를 담고 있어 독자층이 꾸준히 늘어난다”고 분석했다.
■무민원화전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지난 2일부터 11월26일까지 열리는 무민원화전은 무민의 70년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자리다. 핀란드 탐페레 무민박물관, 무민 캐릭터스, 헬싱키 시립미술관, 헬싱키 연극박물관 등에 소장돼 있는 작품들이 국내 관객들을 만난다. 토베 얀손의 조카이자 무민의 저작권자인 소피아 얀손이 큐레이션에 참여해 전시의 완성도를 높였다.
전시회는 무민의 탄생부터 성장과정을 7개의 섹션으로 나누어 구성했다. 토베 얀손이 직접 작업했던 오리지널 스케치와 조형물, 드로잉을 감상할 수 있으며 각국의 언어로 번역된 무민 도서도 살펴볼 수 있다. 무민과 친구들로 분장한 캐릭터들이 미술관 주변을 돌아다니며 관람객들에게 제공할 재미있는 구경거리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입장권은 9000~1만3000원. www.sac.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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