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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토크

유희열 "조동진 선배는 내 음악적 감수성의 원천"

by 신사임당 2017. 8. 28.

 

지난해 11월 썼던 기사다.

조동진 선생이 20년만에 낸 신작 <나무가 되어> 리뷰를 유희열씨에게 부탁했던 것이다.

사실상 유작이 된 그 때의 앨범 기사를 다시 꺼내 본다.

 

 

 

한국 포크음악의 거목으로 불리는 싱어송라이터 조동진(69)이 20년만에 새 앨범 <나무가 되어>를 발표했다. 작가주의 음악공동체 하나음악(현 푸른곰팡이)을 이끌면서 수많은 후배 뮤지션들에게 영향을 미쳤던 그의 새 앨범 소식은 대중음악계에 묵직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싱어송라이터이자 프로젝트 밴드 토이의 유희열(46)은 하나음악에서 본격적인 음악활동을 시작했으며 1994년 토이 1집 앨범 <내 마음속에>를 이곳에서 발표했다. 공개적인 자리에서 “내 음악적 감수성의 원천은 하나음악”이라고 여러차례 밝힌 바 있는 그가 조동진과의 음악적 인연, 그리고 이번 앨범에 대한 감상을 들려줬다.

조동진. 형님의 이름만 떠올려도 내게는 아버지같은 느낌이 든다. 음악 뿐 아니라 삶의 자세와 철학 등 모든 면에서 배울 점이 많은 분이고 언제나 조용한 카리스마가 넘치셨다.

 

 

어린 시절 나는 형님의 음악에 큰 영향을 받았다. 내가 가장 좋아했던 노래는 ‘나뭇잎 사이로’다. 기타를 치면서 정말 많이 불렀다. 대학 진학을 앞두고 데모테이프를 들고 찾아갔던 곳도 형님이 있던 동아기획(하나음악의 전신)이었다.

난 그곳에서 본격적으로 음악을 시작했다. 그곳에는 형님외에도 조동익, 장필순, 한동준 등 쟁쟁한 선배들이 계셨다. 난 항상 막내였다. 그 시절 형님은 내가 뭘 하기만 하면 늘 잘한다고 칭찬해주셨다. 그래서 더 열심히 노력했다. 형님의 칭찬을 받는 것이 너무 좋았고, 그 칭찬은 음악에 대한 열정에 더 불을 지폈다.

형님이 자주 하신 말이 있다. 선배들을 흉내내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내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라고 이야기해주셨다. 그게 내 음악, 내 색깔을 만드는 원동력이 됐다. 시간이 흐른 지금 내가 후배들에게 해주는 말 역시 형님이 해 주신 것과 같다. 그만큼 그 말은 내 인생에 지표가 됐다.

 

 

예전에 KBS의 라이브 음악프로그램 중 <빅쇼>가 있었다. 대형 가수들이 펼치는 공개음악회 형식의 프로그램이었다. 그 때 형님이 이 프로그램에서 노래를 하셨고 내가 그 무대에 건반 세션으로 나갔던 기억은 지금도 새록새록하다.

지금 내가 이끌고 있는 안테나는 형님이 만들었던 하나음악을 이상적인 모델로 삼고 있다. 안테나를 처음 만들때도 하나음악처럼 되고 싶다고 꿈꿨고 지금도 그 마음은 마찬가지다. 하나음악은 비즈니스 개념의 레이블이라기보다 음악하는 사람들이 모인 공동체에 가깝다. 그 시절 우리는 다같이 모여 음악을 만들고 합주하며 노래를 불렀고, 함께 밥을 먹었다. 안테나 사무실(서울 신사동) 로비를 널찍한 거실처럼 만든 것도 우리가 함께 모여 이야기하고 음악을 만들고 밥먹는 공간으로 삼기 위해서다. 안테나 식구들은 구성원 누구 하나라도 앨범을 내게 되면 다같이 모여 자신의 일처럼 도와주고 함께 하는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그런 문화는 내가 하나음악에 머무르던 그 당시 배우고 몸으로 익혔던 것이다.

이번에 새로 낸 형님의 앨범에 대해서는 도저히 말로 표현할 수 없다. 몇번이고 반복해 들으면서 그저 벅차고 감동적이라는 것 외에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현재진행형인 ‘조동진의 음악’을 더 많은 사람들이 몸과 마음으로 느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