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사건 주임검사를 맡았던 임수빈 검사, 현 변호사는
2008년 당시 제작진을 기소하라는 검찰 지휘부의 지시를 거부하고 무혐의를 주장했다.
그리고는 이듬해 결국 검찰을 떠났다.
지난해 말 특검후보로도 거론됐던 그가 최근 낸 책은 <검사는 문관이다>라는 제목의
검찰개혁안이다.
현재 검찰의 문제가 무엇인지,
검찰의 구체적인 개혁방안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검찰 개혁에 대해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다.
참고로 이 책과 함께 비슷한 시기에 나온 <권력과 검찰>도
같이 읽어보면 더 좋겠다. 쉽게 술술 읽힌다.
<검찰은 문관이다>의 내용을 간략히 들여다보겠다.
*우선 현재의 검찰이 갖고 있는 대표적인 문제는 무엇일까.
첫번째는 표적수사다.
이명박 정부 시절의 한명숙 전 총리 사건, 정연주 전 KBS 사장 사건, 미네르바 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두번째는 타건 압박 수사다.
이 말은 원래 수사하고 싶은 범죄가 있는데 관련 증거가 부족한 경우 다른 건을 먼저 수사해 증거를 확보하고
이후 이 증거를 가지고 원래 하려던 수사를 진행하는 것이다. 심리적, 정신적 압박을 가해 검찰에 유리한
자백을 받아낼 때 많이 사용되는 방식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 사건이다.
이것은 단순히 피의자를 압박하는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벼랑끝에 몰린 피의자가 최악의 선택, 즉
자살에 이르도록 몰고가는 경우가 많다.
2005년부터 2015년까지 검찰수사 중 자살한 사람이 100명이나 되며
특히 2015년 상반기에만 15명이 자살했다.
세번째 문제는 불공정한 갑을관계다.
검찰청이 주는 위압감, 심야에도 이어지는 강력한 추궁. 생각만 해도 위축된다.
이같은 상태에서 조사를 받는다면 웬만한 강심장을 제외하고는 정상적인 심리상태에서
답변하기가 쉽지 않다. 피의자 인권을 논할 계제가 아니다.
네번째는 '알권리'로 포장한 마녀사냥이다.
다시 말해 언론에 수사 상황을 흘리는 식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노무현 전대통령으로, 논두렁 시계와 같은 모멸적이고 자극적인 보도가 넘쳐났다.
오만방자한 검찰은 스스로 오류가 없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속한 조직이 전지전능한 신이라 착각하고 누리며 사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저자는 검찰이 갇혀 사는 무오류의 신화를 깨는 것이 개혁의 출발이라고 말한다.
*검찰개혁의 구체적인 방법론은 다음과 같다.
1. 수사 절차를 구체적으로 명문화해야 한다.
이 부분을 보고 좀 의아했다. 수사절차가 법에 의거하지 않는다는 말인가 싶은데
책을 읽어보면 얼마나 검찰이 제멋대로 편의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법적 배려가 없는지
알 수 있다.
높아진 민의에 따라 최근에는 이같은 부분에 대해 정치권에 구체적인 요구를 하는 시민들도
늘어나고 있어 다행이지만 아무튼 중요한 것은 법적, 제도적 절차와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점일 것이다.
검찰이 편의상 애용하고 있는 수사 방법들과 그 방법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어떻게
개선해야 할지 등도 자세히 나와있으니 알아두면 좋을 것 같다.
2.기소기준제 도입
검사가 어떤 사건을 두고 공소를 제기할지, 기소를 유예할지 결정하는데 명확한 기준이 없다.
사안에 따라서가 아니라 경우에 따라, 누구인지에 따라 공소여부가 결정된다.
외부적 상황, 정치적 상황 등에 좌우되는 인치(人治)를 법치로 바꿔야 한다.
3. 피의자 신문 조서 특혜 폐지
피의자 신문조서가 있다. 조서는 검찰도 쓰고 다른 수사기관도 쓴다.
그런데 그 조서 내용을 피의자가 부인한다고 가정하자.
이 신문조서는 법정에서 증거가 될까.
다른 수사기관이 작성한 조서는 증거 능력이 부정되지만
검사가 작성한 것은 증거능력이 부여된다.
이만저만한 특혜가 아니다.
검찰에서 강압적으로 조사를 받아 제대로 진술하지 못하거나
진술내용과 다르게 조서가 작성됨에도 불구하고 덜컥 증거로 채택되니
얼마나 억울한 상황이 쏟아져 나오겠는가 말이다.
4. 공소권 남용론 적극 적용
법원이 검사의 공소권을 적절히 통제하자는 것이다.
5. 검찰시민위원회 제도 법제화
검찰의 기소, 불기소 처분의 옳고 그름을 심의하는 기구를 설치해 법률적 근거와 지위를 부여하고
그 실효성을 위해 활동의 영역과 권한, 결과에 법적 구속력과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
책 마지막 부분에 실려 있는 저자 인터뷰를 통해서도 검찰 개혁의 당위성과 이를 위해 필요한 점 등을
알 수 있다.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느끼는 분들
그렇지만 구체적으로 뭘 어떻게 해야할지 정리가 안되는 분들
법률용어만 나오면 머리가 아픈 분들이라면
읽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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