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다니는 사람은 술 마시면 안되나요?” 개신교가 화제에 오를 때면 으레 따라붙는 질문이다. 그만큼 개신교에서 금주는 상징처럼 인식된다. 술을 마시는 것이 신앙에 해를 끼치는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개신교는 서구에서 전해졌는데 유독 술에 대해 터부시하는 것은 한국 개신교의 특징이다. 이는 한국에 개신교가 전해지던 때의 상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19세기 후반 청교도 신앙으로 무장한 미국 남부 장로교, 감리교 선교사들에 의해 개신교가 전해질 당시, 서구 선교사들의 눈에 비친 조선시대 서민들의 모습은 술과 담배에 찌들어 있었다. 그들이 남긴 기록에는 사람들이 술을 지나치게 많이 마신다는 내용이나, 술에 취해 주정하며 싸우는 사람들을 묘사한 부분들이 많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오현석 연구위원은 ‘한국 초기 그리스도교인의 음식 금기’라는 글에 “초기 개신교 잡지였던 ‘신학월보’에 술 마시는 것을 금지하는 기사가 지속적으로 등장한다”면서 “미국인 선교사들은 개신교 신앙에 입문하는 한국인들에게 믿음을 뒷받침하는 뚜렷한 증표를 요구했고 그 증표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대다수 한국인들이 즐겼던 술과 담배를 끊는 일이었다”고 썼다. 이 같은 움직임은 일제강점기의 민족경제 자립운동인 물산장려운동과 결합되면서 공감대를 얻고 현재와 같은 형태로 굳어졌다. 이치만 장로회신학대 교수는 “지나친 음주문화가 선교사들에 의해 폐습으로 지적되어 온 데다 시대적 상황과 맞물리면서 1920년대부터 교회를 중심으로 금주가 퍼지기 시작했다”며 “성경의 ‘술 취하지 말라’는 부분이 인용되면서 당위성을 띠게 됐다”고 설명했다.
서구 개신교는 극도의 금욕을 강조하는 소수 근본주의를 제외하고는 술 자체를 논란의 대상으로 삼지는 않는다. 일상적인 식생활에서 포도주와 같은 주류를 섭취하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수도원을 중심으로 맥주나 포도주, 샴페인 제조가 발달하기도 했다. 또 성찬식에도 포도주를 사용한다. 현재 한국 개신교에서도 성찬식 때 포도주를 쓴다. 보수적인 교단에서는 포도주 대신 포도주스나 포도즙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지금이야 포도주나 포도주스를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지만 과거엔 교회에서 성찬식에 쓸 포도주를 직접 담그기도 했다.
성경에는 ‘술 취하지 말라’는 구절이 나온다. 이 때문에 술을 마시는 것이 개신교에서는 종종 정죄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술을 마시는 것은 죄인가 아닌가. ‘술 취하지 말라’는 부분을 어떻게 해석하는지에 따라 논란이 분분하다. 분명한 것은 술 자체보다는 술에 탐닉하는 행위가 죄라는 것이다. 일각에선 개신교가 교회 내 세습·물신주의 등 다른 문제를 두고 유독 술에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는 지적도 나온다.
개신교와 달리 천주교는 술을 터부시하지 않는 이유는 뭘까. 조성돈 실천신학대학원 교수는 “포교나 확산 당시의 시대적 배경, 계층에 있어서 큰 차이가 있다”면서 “개신교가 미국 선교사 주도로 국내 평민층에 포교되며 자리 잡았다면 천주교는 그보다 100여년 앞서 서학을 공부하는 양반사회 중심으로 자생적으로 확산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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