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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토크

응답하라 1988 / 첫 방송 추억여행의 시작

by 신사임당 2015. 11. 7.

 그땐 그랬습니다. 그랬죠. 아득하고 아련하네요. 나도 모르는 사이에 흐뭇한 웃음을 짓게 되는... <응답하라 1988>을 보는 제가 그렇습니다. 이미 히트 브랜드가 돼서 많은 기대를 모았던 <응답하라> 3번째 시리즈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 3번째 속편까지 이르면 부실해진다는 우려와 달리 이번 시리즈 역시 기대치를 훌쩍 뛰어넘으며 시청자들을 뜨겁게 달구고 있습니다. 특히 이 드라마에 제가 빠져드는건 1988년 고등학생이었던, 딱 제 이야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시청률 자료를 봐도 40대가 가장 뜨겁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인터넷, SNS의 반응을 보니 현재의 10~20대 역시 재미있다는 의견이 다수인데, 저희 세대의 공감과는 달리 역사 다큐멘터리나 사극같은 차원의 흥미를 느낀다는 것을 보며 엄청난 격세지감도 느끼게 되네요. 첫 방송에서 시청률 6.7%를 기록했다는데, 전작 <응답하라 1994>의 첫 시청률 2.7%와 비교해보면 그 열기를 짐작하실 수 있을 겁니다.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다양한 생활, 문화적 소품들, 연기자들의 호연,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변치않는 가족간의 사랑과 친구들의 우정. 이같은 요소들이 세대를 아울러 시청자들을 묶어내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미 2차례 큰 성공을 거둔 이 드라마는 세번째 시즌의 배경으로 1988년을 선택했습니다. 왜 1988년일까요. 드라마를 연출하는 신원호 PD가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것은 “가족과 이웃간의 따뜻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였습니다. “세련된 예능과 드라마가 장악한 시대에 정과 사람사는 이야기를 나누는 촌스러운 드라마 하나가 나왔다고 보면 될 것 같다”는 것이 그의 이야기입니다. 여기에 드라마적 요소에 도움이 될만한 사건들이 이 해에 많았던 것도 이유로 꼽힐겁니다. 88올림픽이 열렸던 해이고 고 신해철이 데뷔했던 밴드 무한궤도가 대학가요제에 혜성처럼 등장했습니다.

 

                                      


 극중 덕선(혜리)이는 올림픽 피켓걸로 선발돼 고된 연습을 하기도 하고 소품으로 호돌이가 나오기도 합니다. 드라마 속 TV화면에선 올림픽 개막식의 굴렁쇠 소년, 대학가요제 당시 신해철이 노래하는 모습과 인터뷰도 볼 수 있습니다. 변진섭, 박남정, 소방차 등 당대를 주름잡았던 가수 등 문화적 복고 뿐 아니라 생활과 사회를 반영해주는 복고적 소품도 많이 등장합니다. 90년대를 그렸던 드라마에 등장했던 각종 생활용품과 기기들만 해도 현재 사용하고 있는 것들의 초기형태라 연결되는 부분을 찾을 수 있겠지만, 80년대는 생활사적으로 아예 단절된 다른 시대입니다. 석유곤로, 3단 냉장고, 세탁조와 탈수기가 분리된 세탁기, 전화번호부 등이 그 대표적인 소품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크라운맥주, 88담배, 마이마이라고 불리던 카세트 테이프 플레이어도 마찬가지입니다.

 

 

 

 


 드라마 중간중간 언뜻 비치던 TV CF화면 기억나시나요? 당시 하이틴 스타이던 이미연, 채시라, 김혜수의 10대 모습을 본 소감도 인터넷 각종 커뮤니티에 경쟁적으로 올라와 있더라구요.


 소품이 드라마를 구성하는 주요 요소이다보니 고증에 대한 논란도 뜨겁습니다. 뭐가 맞니 틀리니, 그 당시에 있었느니 없었느니 하는 온갖 ‘지적질’ 역시 달아오른 관심의 결과물일겁니다. 제 주변에서도 방송이 나간 뒤 교복을 갖고 설전이 벌여졌습니다. 당시 교복 자율화였는데 교복이 나오는 건 말이 안된다면서요. 그 부분은 제가 정리해 드리죠. 앞서 말씀드렸듯 88년 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저는 교복을 입었습니다. 원래 그전까지 몇년동안 교복 자율화였다가 제가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그 때부터 학교별로 교복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거지요. 즉 학교의 재량에 따라 교복을 입을 수도, 입지 않을 수도 있었던건데 제가 다녔던 학교는 교복을 선택했던 겁니다. 그리고 3학년이 된 언니들은 1년 밖에 안남았으니까 그냥 기존처럼 사복을 입는 것으로 정리가 됐죠. 교복을 둘러싼 과도기에 나타났던 학교풍경이었다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또 다른 궁금증은 왜 하고 많은 장소 중에 쌍문동일까 하는 겁니다. 그전엔 신촌, 그리고 부산이 배경이었는데 이번엔 서울 도봉구 쌍문동입니다. 이에 대해서 신PD는 ‘공감’ 코드 때문이라며 “당시 쌍문동에는 특별히 잘 살지도 못 살지도 않았던, 평균이라고 볼 수 있는 가정들이 모여 살았다”고 설명했습니다. 골목길이 강조된 것은 정겨운 골목에 모여사는 사람들을 통해 따뜻한 정과 더불어 사는 이웃의 느낌을 살리고 싶었다는 겁니다.


 지금 와서 하나 밝히자면.... 사실은 저도 쌍문동에 삽니다. 정확히 1988년에 이곳에 산 것은 아니지만 20년 넘게 이곳에 머무르고 있으니 그 언저리의 추억은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지금이야 이곳이 그다지 인기있는 주거지역은 아니지만 20여년전에도 지금도 거의 변함없는 동네가 아마 이곳 아닐까 생각되네요. 쌍문동은 당시에도 서울에서 아파트가 많은 편이었습니다. 주택가가 밀집한 곳과 아파트가 밀집한 곳이 나뉘어 있었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비슷합니다. 다시 말하면 오래된 아파트가 많다는 거지요. 이곳에서 40년 넘게 사신 동네 슈퍼 사장님은 1988년만해도 서울시내 곳곳에 유명한 ‘달동네’ 들이 많았지만 쌍문동은 그래도 살만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동네였다고 하시더라구요. 다시 말해 상전벽해할 변화는 없었던 잔잔한 동네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20년전과 비교해 크게 달라진 건 쌍문동을 가로지르는 우이천 주변입니다. 둘리가 나타난 이곳 우이천은 현재 양쪽으로 자전거 및 보행자 도로가 정비되었고 근처에 둘리 박물관이 생겼습니다. 쌍문동에 대한 설명이 쓸데없이 너무 길어졌는데 어쨌든 이 드라마는 쌍문동의 한 골목길에 사는 덕선이 가족과 친구들, 친구 가족 등 이웃 사촌들이 엮어낼 이야기가 중심축이 됩니다.. 

 

                                       


 여자주인공의 남편찾기도 전작과 마찬가지로 이어집니다. 주인공 덕선이 부부의 성인 연기자로 이미연, 김주혁이 깜짝 공개됐는데 김주혁이 어린시절의 누구를 연기하느냐를 찾아내는 것이 드라마를 보는 소소한 재미가 될 것 같습니다.
 이번 시즌에도 새로운 얼굴의 젊은 연기자들이 전면에서 드라마를 이끌어 갑니다. 걸스데이 멤버 혜리를 비롯해 고경표, 류준열, 이동휘, 박보검, 안재홍 등 자연스럽고 안정된 연기를 보여주는 신예들, 그리고 이젠 정말 부부가 아닌 것이 이상할 정도인 성동일, 이일화 커플의 코믹 연기, 또 골목길을 주름잡는 이일화, 라미란, 김선영 등 아줌마 3인방의 폭풍 수다도 드라마를 빛나게 할 보석같은 요소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