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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똥통신

슬픈 우크라이나 예술 작품속의 우크라이나

by 신사임당 2014. 4. 16.




요즘 국제 뉴스에서 계속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는 나라가 우크라이나입니다. 

온라인 주요 게시판에 우크라이나 상황을 전하는 뉴스가 공유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우크라이나 인형녀 등의 이름으로 이 나라 여성이 아름답다는 사진과 글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예쁜 여성들이 살고 있는 나라가 내전 위험에 처하게 되어 안타깝다, 구하러 가야겠다는 등등. 

술자리의 우스갯소리로 삼을 화제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이들의 갈등과 처한 상황을 보면 

정말 남의 일 같지 않다는 생각과 함께 답답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많이 듭니다. 


개인적으로 우크라이나 하면 우선적으로 떠오르는 것이 ‘곡창지대’라는 단어입니다. 

중고교시절 주입식 교육의 산물이랄까요. 

우크라이나의 기름진 흑토, 즉 체르노젬이 펼쳐져 있는 우크라이나 대평원은 

소련의 식량창고였다는 선생님의 설명도 따라서 떠오르네요. 

 


                           서울에 있는 우크라이나인들이 지난 3월 경향신문사 앞에서 러시아를 비난하는 시위를 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가 아주 생소한 나라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주 친숙하게 잘 알려진 편도 아닙니다. 

유럽의 다른 국가에 비해 이 지역을 여행했던 분들도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죠. 

우크라이나, 그리고 이 나라의 수도 키예프는 천년 고도로 

슬라브족의 영혼이자 자존심이기도 할만큼 많은 문화유산과 아름다운 건축물들을 갖고 있는 도시입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벨라루시 등 동슬라브 국가로 묶이는 이곳 사람들의 정신적 고향이자 뿌리지요. 

9세기 키예프를 중심으로 세워진 슬라브족 최초의 민족 도시국가 키예프 루시를 구성했던 주역들이 

현재의 러시아, 우크라이나, 벨라루시를 이루고 있는 사람들이기도 합니다. 

러시아 사람들 역시 키예프를 중심으로 한 키예프 루시를 자신들이 가진 역사의 뿌리로 생각합니다. 

988년 이곳을 다스리던 블라디미르 대공이 받아들인 기독교, 

즉 동방정교는 지금까지 슬라브민족의 정신세계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여러 언론 보도를 통해 우크라이나의 슬픈 역사는 많이 소개됐습니다. 

드네프르강을 중심으로 동과 서로 나뉘어 쌓여 온 민족내부의 갈등은 끊임없이 비극을 낳아왔고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문화예술속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해 한번 살펴보고 싶네요. 

키예프는 동유럽의 대표적인 문화예술 중심지입니다. 

인구 300만인 이 도시에 박물관이 300개나 되고 

200개의 공연장에선 매일 발레, 음악, 연극, 오페라, 인형극 등의 공연이 열립니다. 

코, 외투 등의 소설로 유명한 작가 고골리도 우크라이나 출신입니다. 

그의 소설 <대장 불리바>는 슬픈 우크라이나 역사를 배경으로 한 작품입니다. 

우크라이나라가 현재의 국경을 갖춘 형태로 정립된 것은 1917년 소비에트 연방에 포함되면서이고 

지금의 국가로 독립한 것은 구 소련이 해체된 1991년입니다. 

사실 나라의 역사로 따지면 100년도 안된 셈이지만 

키예프 공국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1000년의 역사를 가진 나라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13세기 몽골제국의 침략으로 몰락하면서 

우크라이나인들은 세계사의 정세에 따라 이리저리 떠돌고 지배당하며 억압과 고난의 세월을 살아왔습니다. 

수도 키예프를 가로지르는 드네프르 강을 중심으로 

서쪽은 폴란드, 오스트리아 등 유럽의 세력이, 동쪽은 러시아의 세력이 강하게 작용했습니다. 



                                                                   율브리너 주연의 영화 대장 불리바 


소설 <대장 불리바>는 17세기의 우크라이나지역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당시 이 지역은 동유럽 최강국이던 폴란드가 맹위를 떨치고 있었습니다. 

자연히 우크라이나는 폴란드의 영향권아래 있었죠. 

배경은 이렇고 등장인물들을 살펴보지요.

제목처럼 이 소설의 주인공은 타라스 불리바 입니다. 

불리바는 드네프르 강 하류에 있는 코사크 집단의 대장입니다. 


여기서 우선 코사크에 대한 설명이 필요합니다. 

영어로는 코사크,  러시아어로는 카자크, 우크라이나어로는 코자크라고 하는 이 집단의 정체는 뭘까요.

참고로 헤깔리는 분들이 있던데 카자흐는 아닙니다. 

카자흐스탄을 구성하는 카자흐족은 이슬람교를 믿고 있는, 투르크 계열의 다른 민족을 말합니다. 


여하튼 이 코사크는 인터넷을 찾아보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남부에 살던 용맹스러운 민족이라는 설명이 있는데 

민족이 아니라 이 지역에 모여 살며 군사적 활동으로 특화된 집단을 의미합니다. 

아까 말했듯 몽골제국의 침입 이후 뿔뿔이 흩어져 나라형태를 이룬 것이 아니라 집단 형태로 모이게 된 것인데 

주로 러시아, 우크라이나에 살던 슬라브 민족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모여 살면서 자치를 하고 군사력으로 무장한 이들은 주로 러시아 등의 지배를 받으며 러시아의 용병으로도 활동했습니다. 


이 소설은 이런 상황에서 벌어진 불리바 가족의 비극을 그린 작품입니다. 

폴란드의 횡포가 크던 때라 코사크들은 폴란드에 대한 감정이 좋을리 없습니다. 

폴란드에 맞서 싸우는 상황에서 작은 아들이 폴란드 여성과 사랑에 빠져 가족과 사랑사이에서 고민하다 사랑을 선택하게 됩니다. 

폴란드 기병이 된 아들을 본 불리바는 자신의 손으로 작은 아들을 사로 잡아 죽입니다. 

큰 아들은 반대로 폴란드군에 잡혀 죽음을 맞게 되지요. 

졸지에 두 아들을 잃은 그는 폴란드와의 전면전에서 역시 잡혀 죽고 맙니다. 

당시 책소개에는 용맹한 코사크의 기상을 드높인 불리바의 영웅적인 이야기 어쩌구 하던 설명이 있었는데 

이 책 무척이나 마음졸이며 가슴아파하며 봤던 기억이.... 



리스트의 초절기교연습곡 4번 제목은 ‘마제파’입니다. 

빅토르 위고의 서사시 <마제파>에서 영감을 받고 작곡한 곡이죠. 

그외에도 제리코 등 화가들도 마제파를 소재로 한 그림을 꽤 많이 남겼습니다. 

그렇다면 마제파는 뭘까요? 

 

이반 스테파노비치 마제파는 원래 폴란드 궁정의 시동으로 있었는데 

어떤 귀족부인과 사랑에 빠진 것이 발각돼 벌거벗겨진 채 야생마에 묶여 황야로 추방됩니다. 

거의 죽을 지경이 된 마제파가 도착한 곳은 우크라이나. 

이곳에서 코사크 병사에게 구출되면서 코사크로 살게 되고 영웅적 능력을 발휘하며 사령관이 돼 복수에 나선다는... 

마제파를 들어보면 처음부터 무지막지하게 내달립니다. 

야생마에 묶여 어마어마한 속도로 황야로 내달리는 말발굽 소리를 묘사한 것이라는데, 

아 정말 광기없이 연주하지 못할 듯한 곡이죠.

참고로 라자 베르만 연주 추천입니다. 


                                  

                                                                    밀라 요보비치

                                                                                        세르게이 부브카


                                                                               안나 베소노바

                              

참고로 인간 새라고 불렸던 장대높이 뛰기의 세르게이 부브카, 배우 밀라 요보비치 등이 우크라이나 출신입니다. 

또 1994년 릴리함메르 동계올림픽에서 백조의 모습으로 등장해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줬던 옥사나 바이울, 

그리고 리듬체조 계에서 불가리아 비앙카 파노바를 잇는 역대급 미모로 꼽힐 안나 베소노바도 

모두 우크라이나를 빛낸 이름들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