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점심때 제과업체 빙그레 관계자들을 만났습니다. 일상생활속에서 늘상 먹고 마시는 음료와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회사라 말랑말랑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는 자리였지요. 그중 특히 재미있던 이야기가 아이스크림 이름에 관한 것입니다.
빙그레에서 나온 대표적인 빙과 제품 중 붕어 싸만코라고 있습니다.
이 싸만코가 무슨 뜻인지 아시나요?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척척박사 네이버 지식인에 검색했더니... 와우, 어원을 심도있게 분석한 글들이 꽤 있더라구요. 그런데 이분들 하시는 말씀..... 싸고 많고에서 따온 말이라는 허무한(?) 답이 돌아오네요..
붕어 싸만코의 ‘붕어’에 얽힌 웃지 못할 일도 들려줬습니다. 정확한 가공식품 관련 법규정 중 제품 이름에 특정한 식재료 이름을 넣으려면 그 원재료 성분이 3% 이상 들어가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네요 그러지 않으면 실제로 그 원재료가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원재료가 들어간 것으로 소비자가 오인할 수 있다는 거지요. 예를 들어 새우깡이라는 이름에 ‘새우’가 들어갑니다. 새우깡의 성분 표시를 보면 생새우가 7.9% 함유돼 있다고 나옵니다. 감자깡, 고구마깡 등등이 다 그렇습니다.
이 때문에 원재료가 규정에 맞게 들어가지 않으면 그 이름을 쓸 수 없는거죠. 빙그레에서 나오는 아이스크림 메로나는 그래서 멜론바가 아니라 메로나가 되는 것이라네요. 생귤탱귤은 귤이 들어간 것이고요. 이렇게 기준을 잡고 찾아보니 재미있네요. 군옥수수, 수박바, 호두마루 등등은 다 이름에 언급된 재료가 일정비율 이상 함유된 제품이란거죠.
그런 의미에서 붕어 싸만코도 오랜시간동안 고충을 겪었다고 합니다.
붕어가 안들어갔으니 붕어싸만코라는 이름을 쓸 수 없다는 것이 당국의 입장이었다네요. 원래 싸만코였다가 붕어모양으로 바꾸면서 붕어빵을 따 붕어싸만코라고 한 상황... 그런데 식품가공 규정상 원재료로 들어가지 않았으면 이름에 넣을 수 없다는 규정. 무지하게 황당하긴 하더라구요.
이미 붕어싸만코로 인지돼 시중에 팔리고 있는데 이 상황을 어찌하면 좋을까요. 빙그레측은 그래서 상당히 오랜기간동안 이를 소명하기 위해 노력했다더군요. 붕어빵에 붕어가 없다는 것을 전 국민이 다 아는데, 어느 누가 붕어가 있다고 오인하겠느냐, 그런 의미에서 붕어빵의 이름을 딴 붕어싸만코도 마찬가지 아니냐, 어느 소비자가 이 제품에 붕어가 들어가있다고 오인하겠느냐며... 결국 인정을 받았다고 하니 뒤에 참 눈물겨운 사연이 있었던 셈이네요.
그렇다면!!!!! 여기서 갑자기 생각나는 것이 돼지바인데요, 돼지바는 문제삼지 않았을지 궁금합니다. 헐...... 그럼 엄마손파이, 이건 어떻게 되는거죠?
하나만 더 추가하자면 한국과 일본의 아이스크림(아이스바 말고 투게더 같이 떠먹는 것)은 꽝꽝 얼려도 부드러운데 미국이나 유럽쪽은 딱딱해서 스푼으로 뜨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 차이는 공기에서 오는 것이라고 하네요. 재료를 고속회전시켜 공기를 많이 주입한다는 것이죠. 한국과 일본, 뭐 우리나라의 근현대 빙과산업은 일본에서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자연히 같은 세트로 묶일 수 밖에 없겠죠. 두 나라는 부드럽고 가벼운 맛을 좋아하는데 비해 서구쪽은 다크하고 무거운 맛을 선호하는 취향의 차이가 있다고 합니다.
같은 부피의 아이스크림을 입에 넣었을 때 미국이나 유럽에서 먹었던 것은 여운이 오래가고 진하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그 맛의 차이는 공기의 차이였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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